진정한 혁명의 시작(큰글씨책) (신분제 국가에서 국민국가로)

진정한 혁명의 시작(큰글씨책) (신분제 국가에서 국민국가로)

$38.00
Description
새로운 사회체제의 수립에서 전국연맹제 개최까지
프랑스 혁명의 첫 번째 변곡점을 만나다!
작년 말에 ‘리베르테 시리즈’ 중 첫 1, 2권으로 『대서사의 서막』과 『1789』를 선보여 각종 언론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제3권이 출간되었다.
앞서 1, 2권에서 살펴보았듯 1789년 전국신분회가 국회를 선포함으로써 입헌군주정으로 나아가는 길을 다지고,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헌법 전문으로 넣기로 결정한 7월과 8월에 프랑스 ‘신민’을 ‘시민’으로 바꾸어 원칙상 기본권으로서 참정권을 인정한 것이 정치적 구체제를 무너뜨린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그리고 8월 4일부터 11일 사이에 귀족의 특권을 폐지해 사회적 구체제의 바탕마저 무너뜨린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였다. 나아가 10월 초에 왕 일가족이 베르사유 궁에서 파리로 ‘끌려가’ 튈르리 궁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가 혁명이 다시 한번 추진력을 얻는 계기였다.

3권에서는 튈르리 궁에서 살던 왕과 국회가 화합과 불화를 일으키면서 새 체제를 만들어가는 1789년 10월부터 1790년 7월 14일 전국연맹제까지 일어난 일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간에 일어난 일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으로는 혁명기에 처음으로 국사범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사법개혁과 재판소 설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 파리와 지방정부를 조직해 그동안 중앙집권화했던 권력을 지방에 분산시키는 법을 만든 일, 재정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성직자 시민헌법’을 제정해 종교인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게 한 일을 꼽을 수 있다. 3권에서는 이 부분들을 중심으로 혁명 진행과정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무리 혁명이 대중의 힘 또는 폭력과 함께 추진력을 얻는 것이라 할지라도 늘 새로운 헌정질서를 창조하는 민주적 절차야말로 프랑스 혁명의 본질적 측면인 만큼 국회의원들의 다양한 발언을 통해 현장감을 추구했다고 밝힌다. 최근 47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부활로 여론의 주목을 한껏 받았던 우리 국회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그 의미가 배가될 것이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본이 바로 법치주의라는 것, 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지난하기 짝이 없는 일이며 그 과정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엇보다 진지한 토론의 과정이 얼마나 필요불가결한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나마’ 우리의 87년 체제가 얼마나 많은 희생 위에서 가까스로 피어난 꽃이었는지, 과연 어떻게 그 체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성찰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

주명철

1950년서울에서태어나서강대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같은대학교대학원사학과를거쳐프랑스파리1대학에서다니엘로슈교수로부터박사학위를받았으며,박사학위논문을번역하고보완하여'바스티유의금서'(문학과지성사,1990)를펴냈다.이책은기존내용을대폭보강하여'서양금서의문화사'(도서출판길,2007)로다시출간되었다.앙시앵레짐시대의금서를중심으로프랑스사회와문화를연구하면서'지옥에간작가들'(소나무,1998),'파리의치마밑'(소나무,1998),'다이아몬드목걸이사건과마리앙투아네트신화'(책세상,2004)를비롯한여러책을썼고,앙시앵레짐과프랑스혁명관련서적을다수번역하였다.1987년부터한국교원대역사교육과에재직하면서문화사학회,역사학회,한국서양사학회종신회원,한국서양사학회회장을역임했다.

목차

시작하면서
제1부파리,혁명의새중심지
1.혁명의중심지가된파리
2.파리의정치클럽
3.‘프랑스의왕’에서‘프랑스인의왕’으로
4.라파예트의세상
5.교회재산의국유화
6.망명자들
7.국사범의재판
베스발남작의재판
랑베스크공의재판
파브라후작의재판
8.마네주(승마연습장)의국회

제2부행정과종교의새체제
1.가난구제는혁명도못한다
2.국가의행정구역분할과지방정부조직법
파리의시정부조직법
3.사법제도의개혁
파리의법원설치
4.고등법원의폐지
파리고등법원의반발
루앙고등법원의반발
메스고등법원의반발
렌고등법원의반발
고등법원의폐지법과그후
5.성직자시민헌법

제3부연맹제,화합의잔치인가막간극인가?
1.지방도시의연맹
2.파리의연맹제준비
3.파리의새조직과전국연맹제
4.국회선포기념행사
5.귀족작위폐지
6.오를레앙공의귀환
7.전국연맹제행사장
8.1790년7월14일,화합과단결의잔치
연표

출판사 서평

◆사법개혁:고등법원의폐지

혁명초기까지500여년간프랑스사회에서왕의전횡을막기위한가장강력한권력집단이바로고등법원이었다.저자는프랑스구체제의역사를공부할때고등법원parlement의기능과인적구성만이해해도그체제에대해상당한지식을얻을수있으며,그만큼고등법원은구체제의정치와사회에서아주중요한기관이었다고말한다.1,2권에서와마찬가지로저자는중요용어의잘못된번역에대해먼저짚고넘어간다.예컨대“구체제의역사를제대로알지못하는사람은영어로쓴프랑스역사책을우리말로번역할때이낱말을모두영어식으로‘의회’라고잘못이해하고번역한다.‘고등법원과의회’의역사를알아야올바로번역할수있는말이다.파리고등법원은전국신분회를소집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지만혁명이시작되자고등법원의활동은위축되었다.결국국회가고등법원을폐지한뒤로는예전에고등법원을뜻하던말이의회를뜻하는말로바뀌었다.그러므로구체제의제도를가리킬때는고등법원으로옮겨야정확하다”(162쪽)는것이다.
고등법원은중세전성기인14세기초부터봉건왕국을통합하는과정에서조정朝廷의기능을세분화하며생긴것으로,법관들은사회적으로뿌리깊은귀족출신이며재력과금력에지력까지두루갖추었다.그들은정치ㆍ사회ㆍ문화의모든면에서중요한역할을했다.
그러나혁명이시작된뒤헌법전문에인권선언문을넣게됨에따라제헌의회의활동이본격화하면서왕과고등법원의권리는점차무력해질수밖에없었다.물론오랜전통으로굳어진특권을하루아침에없애는것은결코쉬운일이아니었다.새로운프랑스를만들어나기시작한지이제겨우1년남짓한시점에국회내에서특권층을대변하는의원들의반발또한격렬했다.하지만“국회가정오를향해솟아오르는해라면파리고등법원은낮에나온달이었다.”이미대세는돌이킬수없게되었으며1790년10월중순에이르러고등법원은다시는떠오르지못하는달이되고만다.

◆문화혁명의시작:‘성직자시민헌법’제정

구체제의프랑스에서특권층은왕가나귀족만이아니었다.당시의왕이었던루이16세가독실한기독교도였던만큼성직자들또한다양한특권을누리며살고있었다.국가가재정적으로파탄날지경까지이르러서야어마어마한교회재산을국유화하자는의견이대두되었고국회의원들은불철주야격렬한토론과정을거쳐성직자들을시민사회의일원으로편입시키는‘성직자시민헌법’의제정에착수하게된다.
이법의목적은한마디로성직자의지위를낮추고교회를국가밑에두어주교나대주교의수를줄이는동시에로마교황청과관계를끊도록하는데있었다.그리하여종교인의사법적ㆍ정치적간섭을배제하고오로지종교적인일만하도록했다.여기서도저자는‘성직자시민헌법’이라는중요용어의잘못된번역사례를다음과같이지적한다.
“우리나라학자가운데‘성직자시민헌법Constitutioncivileduclergé’을일본처럼‘성직자민사기본법’이라고번역하는사람들이있다.두나라학자들이합의하지않았는데,한자어표기가같은번역어를쓰는것은어느한쪽이자발적으로지적예속상태에들어갔다는뜻이다.아무튼이법의번역에는아쉬운부분이있다.먼저‘civile’은‘민사의’또는‘민간의’를뜻한다.그러나우리는‘민사정부’보다‘민간정부’를좀더익숙하게쓴다.그리고‘시민의’라는뜻도생각할수있다.우리는‘시민사회sociétécivile,civilsociety’라는말을쓰기때문이다.이헌법도프랑스혁명으로탄생한시민사회에종교인을편입시키는법이기때문에‘형사의’와함께쓰는‘민사의’라는말보다는‘시민의’라는말이자연스럽고적합하다.”(189~190쪽)이는전문연구자나번역가뿐아니라일반인에게도큰시사점을주는지적이라하겠다.
한편‘성직자시민헌법’은반혁명의불씨를키우는요소로작용했다.그럼에도1년전에비해확실히민주화한모습을보여주는개혁이었다.새프랑스를혈통보다능력위주의사회로만들어가려는원칙을적용했기때문이다.그러나그길은결코순탄치않았고,프랑스는혁명파와반혁명파로갈렸으며,왕이파리에서국경쪽으로도피하는계획을세우는원인이되었다.

◆전국연맹제개최:새로운시대의출발

이미1789년혁명이시작되었을때부터귀족의음모와대공포에대응하려고전국각지에서연맹협정을맺는바람이불고있었다.연맹은국회와왕사이의권력관계가변화하는과정에서국회에영향력을행사하는세력이되었고,이또한혁명의과정에큰영향을미친다.
“연맹제는혁명과업을확고히다지고,왕국의구석구석을잘감시해혁명의불만세력과반란자들의음모를분쇄하는유일한방법”이라는들로네의원의제안에자극받은파리는‘자유의날을영원히기리는시민잔치’를1790년7월14일에대대적으로치르게된다.
흥미로운점은전국연맹제에서숱하게울려퍼진만세소리가운데“라파예트만세!”가“왕만세!”를압도했으며“국민만세!”는거의들리지않았다는점이다.종교와세속적권위를무시하는잔치를라파예트가의도적으로조직했다고말하기는어렵지만그날거기에모인사람들은그를열정적으로기렸던것이다.그러나왕과혁명을화해시키려고노력했던라파예트도혁명기의여느지도자처럼곧쇠퇴기를맞았으며1792년8월10일에‘제2의혁명’이일어나자적군에투항하고말았다는점은역사의또다른교훈이라하겠다.
전국연맹제는전국이자발적으로하나가되는순간이었으며,진정한의미의국민혁명이었다고그역사적의미를평가할수있다.물론그것은혁명의종착점이아니었으며한마디로화합과불화의막간극이었다.그것은훗날프랑스가입헌군주국을거쳐‘하나이며나눌수없는’공화국으로가는출발점이자파리의주도권을부정하면서파리가프랑스의83분의1에해당할뿐이라고주장하는지방을‘연방주의’로공격할명분이되었던것이다.

이밖에도오랜진통을거쳐프랑스가전국83개도로나뉘게되는과정,파리가혁명의중심지로떠오르는한편지방분권이강화되는과정,혁명이진행됨에따라점차그지위에손상을입게되는왕일가의안쓰러운상황,피를나눈형제임에도그성향은극명히갈렸던형미라보백작(좌파)과동생미라보자작(골칫거리우파)의면모,혁명기에거물급웅변가로꼽혔던‘프로방스의횃불’미라보백작이제안한안을그보다훨씬미약한‘아라스의촛불’로베스피에르가아주우습게만드는장면,전국연맹제당시중요한맹세의순간에폭우가쏟아지자비에젖지않으려고제단까지나아가지않고제자리에서맹세하는‘꼼수’를부리는루이16세의모습등역사적으로중요한과정은물론흥미로운이야깃거리들이읽는재미를더한다.한편4권에서는1790년에일어난‘낭시군사반란’을집중적으로다룰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