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을의 일터 (갑과 을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갑의 횡포, 을의 일터 (갑과 을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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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을과 을의 전쟁―하루하루가 힘들어요!” 대한민국에서 갑이 이토록 많은 사회적 부를 움켜쥐게 된 까닭은 을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쥐어짜내 가로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된 대한민국이란 ‘하청사회’는 극소수의 갑만 이익을 챙기고 대다수의 을은 희생을 당하게끔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청사회는 막다른 골목으로 을들을 내몰고 상호 변절을 강요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성과를 내야 하는 일터에서 살아가는 을의 눈에는 옆의 을이 동료라기보다는 경쟁자로 보일 뿐이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을들은 협동보다 생존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 『갑의 횡포, 을의 일터』는 갑은 어떻게 갑이 되고, 을은 어떻게 을이 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갑을관계를 바탕으로 한 갑질이 가능한 조건, 이로써 탄생하는 ‘갑질사회’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인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와 ‘외주화’(outsourcing)를 분석하여 살펴보기 때문이다.
저자

양정호

목차

책머리에|하청사회를유지하는보이지않는힘을찾아서

1하청사회의탄생
1어느하청노동자의죽음으로본하청사회의구조:지대추구행위와외주화
2하청사회의재구성:갑과을은어떻게재생산되는가?

2지속가능한갑질의조건1:지대추구행위(Rent-SeekingBehavior)
1‘보이지않는발’invisiblefoot:지대추구행위
2‘조물주위에건물주’: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3사회학습적지대추구행위:지대추구행위의확산

3지속가능한갑질의조건2:외주화(Outsourcing)
1외주권하는사회
2균열일터(FissuredWorkplace)로내몰리는을들:프리젠티즘,음식배달대행업,각종콜센터
3애매하게모호하게,외주화의진화

4하청사회의미래
1전문가가사라진사회
2인공지능의등장

출판사 서평

하청사회를떠받치는기둥1:지대추구행위

2016년5월,구의역김군스크린도어사망사고는하청사회의실체를드러내는집약적사례였다.김군은서울의지하철역스크린도어를수리하는일을했지만그의소속은서울메트로가아니었다.그는원청인서울메트로가위탁계약을맺은하청인은성PSD에고용된근로자였으며,그것도월급144만원을받는비정규직이었다.죽은김군의가방에는컵라면하나가담겨있었는데그것조차먹지못하고일하다가사고를당했다.끼니도때우지못한채과도한업무의압박에쫓겼을안타까운처지에많은사람이공감하며젊은하청노동자의죽음을애도했다.
하청사회의문제가집약된구의역스크린도어사고에서하청사회를떠받치는두개의기둥,즉‘지대추구행위’와‘외주화’를읽어낼수있다.이때‘위험의외주화’라는자명한현상을인식하기란그리어렵지않다.하지만‘지대추구행위’를어디에서발견할수있을까?
서울메트로는비용절감등의이유로구조조정을하며특정업무들을외주화했다.이과정에서서울메트로는내보내는퇴직자들을협력업체,보다정확히말해서하청업체에무조건고용되도록보장해주었다.뿐만아니라서울메트로에서수령하던임금의최소60퍼센트에서최대80퍼센트수준을확보해주었다.서울메트로의퇴직자가하청업체의임원직으로들어가서받는연봉은서울메트로정규직보다는적었지만,그럼에도하청업체근로자의두세배에해당하는상당한액수였다.
서울메트로출신임직원이약434만원을받는동안에,목숨을걸고정비업무를수행하는김군같은비정규직은겨우월급144만원을받았으며,김군과동일한업무를하는정규직은180~220만원을받았다.이처럼가장큰문제는,임직원의급여를우선적으로보장하는반면최저입찰가로이루어지는서울메트로의용역을따내려고하청업체직원의인건비를최소한으로책정했다는점이다.
‘지대’(rent)란토지사용료에서유래된개념이며,경제학에서는토지와유사한성격의재화나서비스까지아우르는개념으로확장되었다.노벨경제학상을수상한조지프스티글리츠(JosephE.Stiglitz)는“토지소유자는자신이‘한’일이아니라토지에대한소유권을가지고있다는사실때문에보상을받는다”라고비판한바있다.토지를소유한사람은다른생산활동을하지않아도계속해서토지에서나오는지대를얻는다.
‘지대추구행위’개념은근본적으로지대에근거한다.재화나서비스를생산하지않고서비생산적방식으로이익을얻으려는노력이지대추구행위이며,더넓게보면기득권을통해경쟁을회피하면서얻는초과이익을가리킨다.이때의지대는공정한경쟁을도모하는방식으로추구되는이윤과는전혀다르다.지대추구행위란독점적특혜나특권을통해이익을추구하는것이기때문이다.미국유타대학교경제학과명예교수인E.K.헌트(Hunt)는이를‘보이지않는발’이라고일컬었다.공정한경쟁으로적정한가격이형성되어다수에게이익을준다는애덤스미스의‘보이지않는손’은유와상반되는이현상을기발하게개념화한것이다.

하청사회를떠받치는기둥2:외주화

갑의지대추구행위로하청사회는존립한다.하지만그것만으로는하청사회가성립하지못한다.하청사회가지속적으로작동하기위해서는법의테두리를넘나드는갑의지대추구행위가지속적으로은폐되어야하며,법의테두리안에서정당화된갑의지대도지속적으로보존되어야한다.달리말하면,제도화를통해갑의권력과책임은최소한으로감추되,계속해서을의능력과자유는최대한도드라지게만들어야한다.
‘하청’또는‘외주’는갑과을을제도적으로연결하는끈이다.원청업체는하청업체에재화와서비스의일부혹은전부를의뢰하고을은이를공급한다.원칙적으로원청과하청은위아래가없는상호협력관계다.하지만실제적으로갑과을사이에는수직적위계관계가형성된다.발주하는원청업체는적은데반해수주를두고경쟁하는하청업체가매우많기때문에원청업체는독점적지대를향유하며갑이라는압도적우위에서게된다.갑은종종외주라는제도를활용해서을의목을죈다.
결국‘외주’또는‘하청’이라는제도는적법과편법의안전한영토안에서갑의손실을극소화하는방식으로작동하며,갑이마주한다양한위험을을에게떠안기는결과로이어진다.결국외주화는처음부터끝까지‘위험의외주화’다.외주화는하청사회에서갑이을을딛고서서우위를유지하는가시적장치다.개인에불과한을로서는법률과제도를보지못하는것이아니라그것이너무복잡하고모호해서이용하지못한다.

을들의연대가왜중요한가?

하청사회에서을은이중의착시효과를통해끊임없이재생산된다.을은자발적으로각자도생하는신자유주의적주체로남는다.한병철이《피로사회》에서간파한것처럼오늘날신자유주의체제의성과사회에서는성과주체인개인은자기를착취하면서자발적으로생산성을향상시키려고매진한다.이러한자기착취의동력은할수있다는믿음,즉긍정성의과잉이다.할수있기때문에할수없다는사실은부정된다.모든개인은성과를낼수있다.달리말하면성과를내지못하는것은결국자기탓이다.이시대의을들은성과주체로서성공도실패도모두자신의선택이고책임이라믿으며끊임없이앞만보고내달린다.
인간을합리적,이기적동물로여기는경제적사고방식에익숙한현대인은남을위해희생하는마음을갖기가쉽지않다.이때문에각자의이익을추구하다모두손해를보는상황을하청사회에서쉽게목격하게된다.을이을과경쟁하고싸우는현실은‘성과’라는렌즈로세상을바라보기에일어나는착시효과때문이다.이처럼외주화는하청사회에서갑이을을딛고서서우위를유지하는가시적장치이다.을들사이에연대감과공동체의식없이외주화가극단으로진화하면서하청사회의을들사이에도엄청난격차가이미벌어지고있다.이어려운외주화의문제를어떻게풀어갈수있을까?
‘을들’이법률과제도사이에자신의숨결을불어넣기시작한다면,갑은현재와같은하청사회를그대로유지하기어렵게된다.극단적인양극화를조금이라도완화하고개선하기위해서는개인으로쪼개어져균열된일터에홀로남은을들이동시대를함께살아가는또다른‘을들’을발견하고손잡지않으면안된다.을들이하청사회를유지하는보이지않는힘,특히갑의지대추구행위와외주화의문제점을정확히인식하고연대하기시작한다면우리사회에긍정적인변화가시작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