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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시집『쉼표』는시집의이름처럼우리가살아가며느끼는희로애락의순간들로부터잠시한걸음물러설것을제안하는시집이다.나와는다른속도로계속해서흘러가는사회속에서우리는자주자신을잃는다.도저히감당할수없는변화의속도에자신의보폭을잃어버리기도하고,때로는소중한것이무엇이었는지잊어버리기도하며,그러다문득걸음을멈추곤알수없는슬픔에사로잡히기도하는것이다.이모든순간들속에서정여울의시적화자는다음과같이제안한다.“내안의소리를”모으고,“입안을뒹구는외침”을거두어,그모든“소리의씨앗들”이스스로발화할수있도록기다리자는것(「혼잣말」).
독특한것은이와같은제안들이명확한타자를설정하고있지않다는것이다.때로그의화자는어떤특정한대상을향해말하는것처럼보이기도하지만,대개의경우이와같은제안들은타인에게가닿고자하는목적성보다발화그자체에목적을띤것처럼보이기도한다.마치,내가스스로살며경험한것들에대해,‘나’자신에게잊지말자고다짐하는것같은소박함이랄까.그래서이시편들은한편으로메모같으면서도,자신에게쓴편지처럼소담한매력을지니고있다.정여울의시적화자가전달하는이야기들이명징하면서도,어떤가느다란애틋함을유지하는까닭은이처럼시에담긴경험적인측면과그것을자신에게말하듯조심스레적어둔흔적들때문일것이다.
―임지훈평론가의‘작품해설’에서
[시]
쉼표
잠깐
하늘을봐
조금은느긋한호흡으로
안으로깊이들이쉬고
밖으로천천히내쉬고
스치는바람이속삭이는말
이또한지나가리라
느린호흡은쉼이야
선물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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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한발치켜들고
엉거주춤매달린
간판하나
올라야한다
저편하늘까지
세찬눈비바람
턱턱숨막혀도
두발에더욱힘주어
오르다
오르다보니
또다른
하늘
아
내자리가
하늘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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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숭숭구멍뚫린화석
허공만바라보다
바짝말라털어낼
살점조차없다
지친듯허기진듯
퍼주고퍼주고도모자라
제몸스스로깨뜨리는
울음계곡따라
깊은산골짝을넘고넘어
지금
그산길열며열며
내려오는
깡마른겨울밤하늘
하현달
이것이
내어머니의마음밭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