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의 기억 - 글나무시선 5

나사못의 기억 - 글나무시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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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정남

ㆍ1987년『시와의식』으로등단
ㆍ2016년『현대수필』로등단
ㆍ시집:『속초바람』,『서랍속의사진한장』,『물푸레나무사랑법』,『연초록,물음표』,『사이프러스나무아래서다』,『나사못의기억』이있음
ㆍ수필집:『겨울비선대에서』가있음
ㆍ수상으로는‘전영택문학상’‘강원문학상’‘강원여성문학상’‘관동문학상’‘강원문학작품상’외다수
ㆍ한국문인협회,한국시인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회원.강원문인협회,강원여성문학인회,강윈여성산까치회이사.속초문인협회,설악문우회고문으로활동

목차

시인의말―5
해설|만남,내詩앞에서문을두드리다/권정남―97

1부참빗

비문증―13
지켜본다는것―14
마디―15
담에걸렸다―16
목발―17
놋그릇을닦다―18
참빗―20
흑갈색구름뭉치―21
통점痛點,향기로피어나다―22
핑크뮬리는해종일바람을당긴다―23
별이빛나는밤에―24
바늘귀를꿰다―25
화기火氣―26
책을엮는다―27
아버지의책―28
높은구두를신지않기로했다―30
어금니를뽑다―31

2부마트로시카그영원한모성

나사못의기억―35
마트료시카그영원한모성―36
외로움의극지極地―37
언총―38
미궁에들다―39
바라춤을추고싶다2―40
버스안,나무두그루―42
침묵은변이變異를꿈꾸게한다―44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46
간섭하는가방―47
틈새가틈새를키우다―48
월광백을마시다―49
슬픔의전이―50
벽壁들의아우성―51
양귀비날다―52
쥐,잠못이루다―53
지렁이의고뇌―54

3부문득,천년의미소가

흰색에홀리다―57
왕가의계곡―58
문득,천년의미소가―60
바람의옹이―61
사막의해―62
누에깃을치다―63
당나귀귀―64
케냐커피를내리다가―66
시계에갇히다―68
떠받들다―69
본지환처本地患處―70
삼족섬三足蟾을쓰다듬다―72
가마솥앞에서경經을읽다―73
천은사일주문앞에서―74
능陵을거닐다―75
비자림을읽다―76
스마트폰을낚아채이다―77

4부속초엔속초역이있다

슬픈바지랑대―81
속초엔속초역이있다―82
허물벗기―83
청호동이없다―84
반성문을쓰다―85
명부전冥府殿꽃살문―86
비선대암각문巖刻文―87
견고한고독―88
두루미―89
등붉은고래의소원―90
바람의뿌리―91
속초,그리고오벨리스크―92
소리는흙이되고먼지가되고―93
달이신음하고있다―94
방호복수비대―95
거리두기―96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시인의말>

등단36년이란세월이흘렀다
내詩쓰기는그때나지금이나처음이다.
어쩌면처음이라는말에설렘과
긴장을즐겼는지도모른다.

글쓰고책을엮는일은
탑쌓는일인것을

내안의길거나짧은문장을
탑신에넣었다가뺐다가를반복한다.
이끼끼지않는언어들이
날개달고비상하길소망하며
절체절명의언어로탑을쌓는다.

기도하듯오늘도
물집잡힌손으로칸칸이나를쌓는다.
아직,진행중이다.

2023년설악의여름과가을사이
권정남


<나사못의기억>

식탁아래나사못이굴러다닌다
틈과틈사이에조여있던
자기자리를못찾는다
뒤틀린몸으로평생식탁을
떠받들었는데
기억을놓쳐버린나사못
해쓱한얼굴로종일거실바닥을
뒹굴고있다

식솔들의나사못이되어
한치틈없이팽팽히삶을조이며
살아오신아래층할머니
나선형길위에서기억을놓아버리고
자신마저잃어버린채
묵은시간속에서서성이신다

문득한겨울매서운바람이
반듯한기억하나주워들고
쏜살같이달아난다.

<참빗>

가자미를구웠다
등속빳빳한뼈를들어내니
결고운참빗이다

할머니임종전날머리빗겨드리고
찾아도보이지않던참빗이여기까지왔다
반야선타고저승가는길에
레테강*을건너시다가물속에빠뜨렸나보다

그빗이먼바다로흘러흘러떠돌다가
가자미등뼈가되어
손녀밥상에올라왔다

그리운참빗
뼈만남은할머니손을어루만진다.

<마디>

연둣빛가지와잎들을
대나무가흔든다
부러지거나휘지않도록
잠시,성장을멈춘마디들이
대숲을푸르게키우고있다

숱한날잠못이루고웅성거리던
내안의축들마디마다욱신거린다
우후죽순매듭을딛고자란봄날의시련
몸속진액을끌어올려키워낸생장점들이다

대나무처럼올곧고푸르기위해
매순간바람앞에나를채찍질한
삶의마디,마디들
그단단한매듭들이생을끌어올린다

내안의캄캄한물관부와무성한푸른잎들
그동안나를키워온
마디앞에경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