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책으로 여는 시시한 세상 이야기

시와 그림책으로 여는 시시한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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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희(古稀)의 나이에도 나는 오늘 그림책 한 권을 펼치고 시집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운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을 씻는 일이다.

어디라도 틈만 있다면 나는 활짝 피어날 수 있어.
주인공이 아니면 어때.
나를 위한 자리가 없으면 어때.
한 줌의 흙과 하늘만 있다면 나는 꿈을 꿀 수 있어.
- 이순옥 「틈만 나면」에서

이 짧은 몇 구절로 세상 속에서 흔들리고, 더럽혀졌던 마음이 깨끗해지는 맛에 중독돼 오늘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덮는다.
저자

김종헌

ㆍ1955년양양출생
ㆍ춘천교육대학교교육대학원초등영어교육과졸업
ㆍ전속초양양교육지원청교육장
ㆍ2001년《문학마을》로시등단
ㆍ2015년시집『청호동이지워지고있다』출간
ㆍ2019년칼럼집『생각을바꾸다』출간
ㆍ2023년시집『아직도끄적거리는중입니다만』출간
ㆍ2023년칼럼집『시와그림책으로여는시시한세상이야기』출간
ㆍ설악문우회고문,속초문인협회고문,강원문인협회이사,속초문화관광재단비상임이사
ㆍ설악신문칼럼니스트
ㆍ‘갈뫼’문예창작반지도강사

목차


저자의글―5

제1부시(詩)로보는시(時)ㆍ시(市)한세상이야기

11담장을허물다/공광규
14참게이야기/김인호
18버려진다는것/권정우
21......라고한다/이상국
24딱!/강상돈
28조화/박장희
31짐/양애경
34뒤축/권갑하
38잡초
41시론/박제영
44달팽이/서정춘
48나하나꽃피어/조동화
52밴댕이/임동윤
55처음처럼/신영복
58중간이라는말에모였다/이서화
62새우깡/정영애
65어느노(老)생물학자의주례사/이가림

제2부그림책으로여는세상이야기

71어쩌다여왕님/다비드칼리
75구두전쟁/한지원
79가짜뉴스팩트체크하겠습니다/조아라
83함께/루크아담호커
86때문에/모윌렘스
89까망이와하양이/데보라보그릭
92왕한번잘못뽑았다가큰일날뻔했네/상드린뒤마루이
96길까,짧을까?/이자벨라지엔바
100더좋은동굴에서살고싶어/프란프레스톤개논
103비움과채움에관한이야기
106하얀늑대처럼/에릭바튀
109난잃어버린개가아니야/카셸굴리
113만약에내가/장덕현

제3부시사로풀어보는속초이야기

119문화도시속초!그아름다운도전
123우보만리(牛步萬里)의신축년(辛丑年)을기원하며
127웃다가울먹이다가생각하게만드는이상한(?)드라마
131동해북부선!그오래된기억
137감자팔러가는길

출판사 서평

시론/박제영

시는시(詩)다말로절을짓는거다잘못지으면땡중된다이말이렸다
시는시(侍)다사람이절이고사람이부처다그러니모셔라이말이렸다
시는시(市)다구중궁궐이아니라책상머리가아니라시는저잣거리에있다이말이렸다
시는시(視)다남들이보지못하는걸보라는거다탄광의카나리아처럼잠수함의토끼처럼세상이무너지고가라앉고있는것을먼저보고짖어라이말이렸다
시는시(矢)다짖어도안되면아예쏴라세상무너뜨리고망가뜨리는놈들가슴팍에화살을팍팍꽂아라이말이렸다
이상의것을무시하면어떻게된다고?
시가시(屎)된다된똥도아닌묽은똥된다이말이렸다
아예시(尸)가되는수도있다시쳇말로죽은시가된다이말이렸다
―박제영,「시답잖은시론」

연말이가까워지면필자의우편함에는하루걸러한권정도의문학동인지나누군가의시집이배달된다.속초문인협회지부장을역임하고,현재‘갈뫼’동인의회장으로이름이문단에알려져있는덕분이다.보내주신분의마음이고마워시간을쪼개어처음부터끝까지읽어본다.그런데근래들어책을덮으면서‘참좋은시간이었구나!’라는책을만나기가쉽지않다.
지난주우편으로한권,지인을통해두권의책이손에들어왔다.한권은문학지이고,다른두권은비문학분야의책이다.오늘세번째책을덮으면서문학의현실에대해여러가지감정이교차했다.
시(詩)를뜻풀이사전에서찾아보면“정서나사상따위를운율을지닌함축적언어로표현한문학의한갈래”라고풀었다.뭔가막연하다.그런데박제영시인의시처럼한자를회의문자로뜻풀이를하면서시가무엇인가를다시생각하다문득깨달음을얻게됐다.
시(詩)는말씀언(言)변에절사(寺)가합쳐져서만들어진글자이다.언(言)은말씀,즉위대한성인(聖人)이나먼저깨달은선현(先賢)의가르침을뜻한다.사(寺)는‘절’이나‘사찰’이라는뜻을가진글자이다.寺자는土(흙토)자와寸(마디촌)자가결합한모습이다.그런데금문에나온寺자를보면止(발지)자와又(또우)자가그려져있었다.이것은손으로발을받드는이미지모습을표현한것이다.여기서받든다는것은높으신분을모신다는의미이다.그래서이전에는寺자가나랏일을하던‘관청’을뜻했었다.하지만불교가중국에전해진이후에는왕이아닌부처님을모시는장소를뜻하게되었다.그런의미에서필자는시(詩)는‘정신적스승의가르침에대한깨달음’이라고해석하고싶다.
박제영의시(詩)를문학이란단어로바꾸면,문학인들이어떤글을써야할지답이보일것같다.말로사람을귀히여기는글을쓸것,저잣거리보통사람들의이야기를발로쓰는것,남보다적어도한뼘정도는더들여다볼것,나아가서보이지않는뒤쪽그늘도한번뒤돌아볼것,옳지않은것에대해옳지않다고말할수있는용기를가질것.
그렇지않으면문학은똥에불과하고,죽은시체나다름없다.
그런데글을다쓰고나니어째찝찝하다.그동안내글을본사람들이혹시묽은똥같은글이라고코를틀어막은건아닌지?

출판의변

고희(古稀)의나이에도나는오늘그림책한권을펼치고시집페이지에책갈피를끼운다.
글을읽고,글을쓰는일은마음을씻는일이다.

어디라도틈만있다면나는활짝피어날수있어.
주인공이아니면어때.
나를위한자리가없으면어때.
한줌의흙과하늘만있다면나는꿈을꿀수있어.
―이순옥「틈만나면」에서

이짧은몇구절로세상속에서흔들리고,더럽혀졌던마음이깨끗해지는맛에중독돼오늘나는또한권의책을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