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내가슴속에늘그리움으로남아있는멋진남자가있었다.그는늘인자한모습으로나를그윽하게바라보았고,어린내눈에는그가늘멋있었다.그는항상깔끔한옷차림이었고양복이잘어울리는남자였고,집을참잘고치는만능재주꾼이었다.늘하얀운동화를신고다녔고몸은날렵했다.
얼큰하게취한날이면그는주머니에서땅콩을한줌씩꺼내주었고,어떤날에는내손에맛난센베과자봉지를쥐여주었다.가끔은집안뜰에서채송화도키우고,여러가지채소를가꾸는그의등뒤에매달리기도하고,어깨에기대어잔소리를자장가처럼들으며잠이들기도했다.저녁어스름해가지는시간이면그가연주하는기타소리와노랫소리를들으며내가원하는노래를신청하기도했었다.배가아프면배를살살문질러달라고도하고업어달라고떼를쓰기도했다.그럴때마다말한마디없이그는나의아픈배를살살문질러주고그리곤등을내주곤했다.또가끔은그의손을잡고영화도보러가고,가끔은시장을한바퀴돌면서이것저것사달라고떼를쓰기도했었다.
손재주가남달리뛰어나집안의모든수선은그가했다.부서진내책상다리도고쳐주고,가끔은동네의부서진모든기물들도무료로고쳐주고,때론그의것도나누어주기도했었다.남의부탁을잘거절하지못해서독한진달래술을주는대로먹고길거리에쓰러져있는바보같은그를내가부축해오기도했다.그러는그가죽을까봐동네아주머니한테녹두죽을달라떼를써서살려내기도했었다.
전축을틀어놓고혼자노래를따라부르면나는그의발등에올라가그의배에매달려블루스를추기도하고같이손을잡고춤추자고부추긴적도꽤있다.또동네잔치가있으면손목을억지로잡아끌어구경가서앞자리에앉고싶다고억지떼를썼다.어른이신는뾰족구두(요즘하이힐)를사달라고해어린이용뾰족구두를맞춰신고절뚝거리며신고다닌적도있었다.
그멋진남자는나의아버지이시다.내가슴속한켠에담겨있는그멋진남자가생각난다.계절중4월이오면유난히아버지가생각나고그에대한그리움으로가끔은베개를적시며울기도한다.지금은아버지를위해기도하며잊으려고애쓰고있다.예전만큼의그리움과애달픔은아니지만어김없이4월이오고눈이부시게푸르른날은아버지가너무도그립다.
-<그리움으로벗어던지고>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