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개념의최신한자학이론서
“삼차원한자학(三維漢字學)”
번역출판
[책속으로추가]
이상의언급에서그는‘문자가말을기록한다는것’을‘역사시기이후의문자’에한정했고,‘선사시대의문자’가반드시말을기록했던것도아니라고여겼음을알수있다.사실,한자와한어가고도로통일된오늘날도말을기록하지않은‘글자부호[字符]’가가끔출현한다.예컨대인터넷언어에쓰이는‘엔(円yu?n)’은순전히자형으로의미를표현한것이지,구어에서이에상응하는어떤‘단어’를찾을수가없다.
다음으로,서양의표음문자와대비하여볼때,한자는한어를기록한다하더라도서구처럼말(언어)에편중되어있지는않다.조념명(曹念明)의연구에의하면,서구에서문자를말을기록하는부호로본것은2천여년전고대그리스의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B.C.384~B.C.322)의주장으로부터시작하며,20세기에이르러현대언어학의창시자인소쉬르(FerdinandDeSaussure,1857~1913)가?일반언어학강의?에서한걸음더나아가이를발전적으로설명한것이라고한다.그러나사실,아리스토텔레스의이러한논단의근거는(다른언어에서기원한)차용형의그리스문자와그리스의구어를중시했던당시의문화적배경에서탄생했기에,차용이아닌자국기원의다른문자에는적용되지않는다.소쉬르가문자의성질(말을기록하는부호성과말과결합할때의임의성)을정의할때에도그리스문자와라틴문자를비롯해라틴문자에서파생한유럽의다른각종문자를대상으로하였다.이러한문자들의공통점은차용형이라는데,또다른언어에서기원했다는데,그리고알파벳형식이라는데있다.소쉬르는이렇게말했다.“말속에는음향형상만이있을뿐이다.우리는그것을고정된시각형상으로바꿀수있다.……문자속에서도그에상응하는숫자의부호로써그것을환기시킬수있다.……말은음향형상을쌓아놓은것일뿐아니라,문자는이러한형상을포착할수있는형식이기도하다.”그래서“문자는말을표현하고”,“말과문자는두가지의서로다른부호체계인데,후자의유일한존재이유는전자를표현하는데있다.”“문자는말을기록하는부호”라는그의이러한논단은원래말을기록하는‘음향형상’을두고한것일뿐이며,문자의형체와말의음향형상간의결합은‘임의적’인부호이며,‘비유사성’의상징일뿐이다.
이러한논술은임의성이강한‘표음문자’에는적합하지만,한자와같은유사성을지닌‘표의문자’에는완전하게적용할수있는것이아니다.그래서소쉬르는다음과같은점을명확하게지적한바있다.“우리의연구는표음체계에한정된다.특히오늘날사용되는그리스문자를원시형태로하는체계에한정된다.”그는한자를자신의‘문자의정의’에서분명하게배제했다.그것은한자가다음과같은속성을가지기때문이었다.“한자는표의체계에속한다.그래서하나의단어는하나의부호로표기된다.그러나이러한부호는그것을구성하는음성과는도리어무관하다.이러한부호는단어전체와관계를맺는다.그래서그것이표현해내는관념과도간접적인관계를맺는다.”“중국인에게표의문자와입으로말해지는단어는모두관념적인부호이다.그들에게서문자는바로제2언어이다.담화과정에서입으로말해지는두가지단어의독음이같을경우,그들은서사되는글자의도움을받아그들간의의미를설명한다.……한어의각종방언에서표현되는동일한개념을나타내는단어도모두동일한서사부호로표기될수있다.”
유성언어에의존하지않고‘표의’에중점이놓인한자의이러한구조체계가비로소가장전형적인문자체계라할수있다.그곳이설사서구라하더라도,그들이유성언어체계에서부족함을발견했을때그들이세울수있는진정한문자체계는여전히한자를기본적인사고모델로삼게될것이다.예컨대,데카르트(Ren?Descartes,1595~1650)는이렇게말했었다.“알파벳의조화롭지못한조합은책을읽을때언제나귀를거슬리게한다.……우리말에서듣기좋은말이라하더라도독인사람들에는조잡하고저속하게들려참을수없게만들수도있다.”그리고“말이서로다른민족에게운용될때여러분들도이러한불편을피할수가없다.”그래서그는이런것을집필하고싶어했다.“모든언어를언급한대사전을출판한다면,그리고각각의단어에대해음절만대응하는것이아니라의미에도대응하는부호를확정해낼수만있다면,예컨대,동일한하나의부호를사용해각각다른단어인‘aimer’,‘amare’,‘φιλ??ν’(이모두‘사랑’을뜻한다)를모두표현해낼수있다면,이러한사전이있고문법을이해할수있는사람이있어서이러한문자부호를찾기만한다면자기자신의언어로번역하고해독하는일은전혀문제없이해결할수있게될것이다.”한자는바로이처럼“음절에대응하는부호가아니라의미에대응하는부호이다.”
한자의이러한특수성에대해,당란(唐蘭,1901~1979)은소쉬르와기본적으로일치하는견해를보였다.그는이렇게말했다.“(한어)문자는자신의형체를사용해사람들의사유활동과인식활동을표현해왔다.사람들이하나의문자를필사할때그목적은그것의생각을그려내고자한것에있었지그것의음성을표기하기위한것만은아니었다.사람들이문자를볼때에도그것이내포한내용을보지,그것을언어로서보는것만은아니다.단지그것을소리내어읽을때만비로소문자가언어로전환될뿐이다.”설사“그것을소리내어읽을때”라하더라도서로다른한자가한가지의같은독음으로읽힐수있고,동일한한자라하더라도각종방언이나다른말에서서로다른독음으로읽힐수있다.이렇게볼때,한자의‘독음기록’기능은상당히낮다할것이며,한자의한어기록은주로‘단어’에대한기록이고‘의미’에대한기록이다.그래서한자는‘구어’에의존하지않고서도존재할수가있다.요종이(饒宗?,1917~)도말했던것처럼,중국문자는말을따라가는것이아니라말의속박에서벗어난존재이며,심지어말을통제할수있는문자체계이다.이는서양의표음문자가순전히구어라는말을기록하기위한것임과는다른점이다.
그래서‘무릇문자란소리의형상이다(夫文,聲之象也)’라거나,‘한자는한어를기록하는부호이다’라는식으로단순하게정의할수없으며,한자의실제상황에근거해‘한자’의내재적함의와외연에대해정의를내려야만할것이다.성숙한이후의한자,특히현대한자에대해서,한자가언어의단어와어소와음절을기록할수있다고는하지만,한어의‘음향형상’을정확하게번역하여체현해내는것은아니다.게다가기원단계의한자라고한다면,한자는한어의‘음향형상’을정확하게표현해낼수도없을뿐더러한어의문장을완전하게기록해낼수도없었다.심지어한어를기록하지않고서직접적으로형체를구성함으로써사물과개념을표현할수도있다.그래서한자는한어를배경으로할뿐이지,한어(구어)를필요조건으로하는것은아니다.한자가한어를기록할때에도결코한어의구어음을충실하게기록하는것도아니며,한자와한어간의대응은종합적이고유연하며이미지형식에의한다.물론한자가형체구조로관념과의미를직접적으로표현한다하지만,한자가한어를기록한다는것을배제하지는않으며,단지한자와한어간에엄격하고전체적인음성의대응관계가없을뿐이라는말이다.한자는결코한어때문에생겨난것도,한어때문에존재하는것도아니다.왕봉양(王鳳陽)이말했던것처럼“문자가비록말과관계가밀접하기는하지만,문자가말의파생물은아니다.문자의발생은말과무관하며,……사회에의존하는사회현상이다.”“문자는다른곳으로전달되지못하고시간적으로남겨지지못하는한계성을보완하기위해발명된도구이다.문자가말에서연장된것은화살이어깨에서연장된것과같으며,망원경이눈에서연장된것과같은개념이다.……문자의역사로도문자가말과끊임없이긴밀하게가까워졌음을증명해준다.”“말은음성으로정보를전달하며,문자는서사행위를통해정보를보존하고전달한다.이둘은서로다른근원을가지며,다른두길을달리는자동차라할수있다.”이렇게볼때,한자는결코한어의번역판이아니며,결코한어의부속형식도아니다.그래서한어의기록이결코한자를존재하게하는유일한이유도아니다.
이상을종합해볼때,대략다음과같이한자를정의할수있다.즉한자는한족이창제한것으로,시간과공간적한계를받지않고일정한이미지정보(사물과관념)를기록할수있으며,한어(단어,어소,음절)도기록할수있는평면적시각부호이다.
한국어판서문
필자의?한자학신론(漢字學新論)?은이미2012년북경사범대학출판사에서출판되어중국학계의주목을받은바있다.필자는2016년6월한국경성대학교에서개최된“제4회세계한자학회(WACCS)국제학술대회”에참가하여이책을몇몇국외학자에게증정한바있다.이후한국한자연구소의하영삼(河永三)소장과베트남한자쯔놈연구원의완원강(阮俊?)원장께서이책을각기한국어와베트남어로번역하여소개함으로써,이에담긴문자학이론및학술사상을한국과베트남독자들에게소개하겠다고알려왔다.또상해교통대학의왕평(王平)교수도이책을독일학계에적극적으로소개하겠다고했다.번역작업은원래부터매우고생스런일이다.번역해주신교수님들께보내주신애정과수고에감사드린다.
이책이주목을받을수있었던것은필자가제시한‘한자학의세가지평면이론[三平面理論]’때문이었을것이라생각한다.소위‘세가지평면이론’이란형체(形體),구조[結構],기능[職用]의세가지차원에서한자학의속성을관찰하고,각각형체적평면,구조적평면,기능적평면의인지체계를기술함으로써한자의형체학(形體學),한자의구조학[結構學],한자의기능학[職用學]의새로운삼위일체형한자학체계를건립한다는것이다.
이러한체계는일부내용을훈고학(訓?學)과음운학(音韻學)에편입해야만했던전통한자학의번잡함을극복하고,형체에만주목하여내용에결핍을가져온현대한자학의부족함을보완할수있었다.또서로다른성질의문제를서로다른평면에다놓고논의함으로써해석력을크게높였고,수많은불분명한이론적논쟁을피하게할수도있었다.특히한자의기능[職用]이라는연구영역의개척은한자학의본질적내용을보완하였을뿐아니라한자학의응용적가치를진정으로체현해내었다.한자의영혼은바로‘쓰임[用]’에있기때문이다.
‘한자학의세가지평면이론’은?한자학신론?에서초보적으로제시되었지만사실충분하게논술하지는못했었다.이후필자는?‘한자학의세가지평면이론’에대한상세한논의?(?북경사범대학학보?2016.3)라는논문을통해비로소완비될수있었다.이번번역출판을계기로필자는‘한자의세가지평면이론’을보완할수있었으며,외국독자들이이해하기어려운부분은일부삭제할수도있었다.이를통해책의이름도?삼차원한자학?이라고고쳐이러한특색을부각시켰다.이때문에이번한국어판의내용은원래의중국어판과일부다른부분도있다.
필자는북경사범대학에재직하는동시에정주(鄭州)대학에‘한자문명연구센터’를설립했다.‘한자문명연구센터’가정식으로출범하던날(2016년9월26일),한국의경성(慶星)대학교한국한자연구소(韓國漢字?究所)와우호협력기관으로교류협정을체결한바있다.이?삼차원한자학?은필자가중국어로저술한것을한국한자연구소의하영삼(河永三)소장과김화영(金和英)교수가친히한국어로번역하였다.이책의번역출판은우리개인간의우의의결정체이기도하지만,정주대학‘한자문명연구센터’와경성대학‘한국한자연구소’간의우호합작의성과이기도하다.이책의출판이한중문화교류와발전에큰기여를하길기원한다.
이운부(李運富)
2017년12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