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사를편견과오해에서벗어나새롭게이해하는한방식
주지하다시피세계사를통틀어한국천주교회만큼독특한역사를가진신앙공동체는찾아보기힘들다.외부의선교활동없이자발적으로천주교신앙을받아들인것과100여년이넘는시간동안자행된가혹한박해를이겨내고신앙을이어온것만보더라도세계사적으로거의유일무이한신앙공동체라고해도지나친말이아닐것이다.
또한한국천주교회는조선후기부터일제시대를거쳐현재에이르기까지근현대한국사를관통하는굵직한사건들의중심에있었다는점에서그중요성이더해지고있다.따라서천주교회와교회사에대한편견과오해를극복하고새롭게해석하고이해하는과정이필요하다.한국천주교회는억압과차별을극복하고새로운세상을꿈꾸는조선후기의종교운동으로비쳐지기도했지만한편으로는문화와전통을무시하고외세를끌어들이는“매국노”로비쳐지기도했으며,일본제국주의와독재권력의편이라는비난을받기도했지만한편으로는독립운동과민주화운동의중심에있기도했다.
저자는한국천주교회사를이해하려면“시간”이란조건을고려하여현재우리의관점을벗어나당시의관점을이해하는노력을기울여야한다고역설한다.대표적인예가“황사영백서사건”이다.지금우리사회의민족사적관점으로는외세를끌어들여민족을패망의위기에빠뜨리려는“배신자”나“매국노”로이해될수밖에없지만,당시천주교도의입장에서는극심한박해속에서자신의생명은물론이고교회를건지려는자구책으로이해될수있는사건인것이다.흡사지금군부쿠데타속에서신음하고있는미얀마민중이외국의연대세력예호소하는것과같은상황인것이다.
한편저자는교회라는내재적관점과논리로한국천주교회사를볼것을제안한다.한국천주교회는노기남대주교를위시하여일제제국주의에협조적이었으며,해방이후독재정권의편에섰다는비난을들었다.그러나가혹한박해와탄압으로언제든지교회가무너질수있다는경험과교회를어떠한일이있더라도보호해야한다는자구책이었다는점을이해해야한다는것이다.이러한관점이없이는조선후기의차별이없고평등한신앙공동체를이해할수없고,안중근을비롯한독립운동을이해할수없고,친일파라비난받았던노기남대주교가안중근서거37주년연미사를거행한것이나이승만에대한반독재운동을한것을이해할수없으며,그이후요한바오로2세교황과김수환추기경을비롯한교회가박정희와전두환독재정권에저항한사실을이해할수없고,탄압받던노동자와사회적약자들과연대해온역사를이해할수없다.
또한이책은한국천주교회사를한시간의단면이나한사건으로만파악할것이아니라오랜시간동안“기쁨과희망”을위해길고긴발걸음을내딛는과정으로이해하자고제안한다.2차바티칸공의회에서교회가세상으로들어가기를원했듯이,한국천주교회또한정교분리의원칙을벗어나좀더세상속으로들어가사회의고민을품고약자를보호하고연대하며한국의역사를이끄는한축으로정립되고있다는점을강조하고있다.교황요한바오로2세가지난날의십자군전쟁,종교재판,나치학살의잘못을고백한것처럼,한국교회또한그동안의과오를고백하고바로잡기위한노력을하고있다는점을강조한다.대표적인사례가1901년에벌어진제주도의“신축교안”이다.제주교구와제주도민은백여년전에일어난비극을잊지않고지금까지화해하고치유하기위해노력하고있는것이다.
교회사를통해서재구성되는한국근현대일상사
이책이가지는뜻밖의재미는한국천주교회사를통해서조선후기부터지금까지일반민중들의일상사를엿볼수있다는데에있다.
이를테면조선후기의다블뤼주교는양반행세를하는등양반문화를적극적으로활용하여정부의검문을피해다녔는데,그가작성한편지를보면주막을이용할때에사람들을쫓아내고방을독차지해도아무도항의하지못했다는내용이나온다.이를보면조선후기의양반들이일반서민들을어떻게대하며살았는지여실히드러난다(97~99쪽참조).다블뤼주교는선교활동초기에조선민중들을악덕과결점을지니고아이들을지나치게때리는사람들로그리지만15년이지나고나선가족을소중히하고솔직하며순종적이며자기문명을소중히여기는사람들로그린다.이또한조선민중의일상을재구성할수있는대목이다.
또한이승만독재에저항한노기남대주교의차량에환호성을지른시민들의이야기는당시서울시내의한풍경을실감나게묘사하고있다.1960년대후반“심도직물사건”은당시정부와경찰의노동자탄압과여론조작,그리고가톨릭노동청년회의활약상을그리고있는데,이를통해당시의사회분위기를실감할수있다.이렇듯교회사또한한국근현대사와밀접한연관을맺고있으며,교회사를이해하기위해선한국근현대사라는조건을빠뜨릴수없다는점을암시한다.
이책은기쁨과희망의여정속의한국천주교회를그리면서도,고난과아픔,슬픔과고뇌속의교회를그리는데에인색하지않는다.한국천주교회가교회보존을가장중요한가치로여기며정교분리의원칙을고수하다한국사회에적극적으로참여하며한국사회의일원이되어역사를만들어나가는과정을유감없이그려냄으로써한국천주교회와한국사회의지평을확대하고교회가나아갈길을합리적이고효과적으로모색한다.그렇기때문에천주교인뿐만아니라일반시민들에게도필독서로자리매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