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한인의삶을통해본한인사회정착사
베트남한인의정착과정과사회경제적분화,한인과베트남인이벌이는정체성의정치를심도있게분석한『동남아한인연구총서2베트남:한인의베트남정착과초국적삶의정치』는『동남아한인연구총서1필리핀:한인이주의역사와발전,그리고정체성』에이은“동남아한인연구총서”의두번째책이다.
이책은베트남으로이주한한인들의정착사를통해베트남경제가지금처럼발전하기까지한인들이해온역할과활약상을잘보여주고있다.뿐만아니라베트남에서활발하게경제활동을하고있는베트남한인들과의생생한인터뷰,오랫동안축적해온자료는한국과베트남과의관계를총체적으로파악하기에충분하다.베트남에대해좀더알고싶은사람들,베트남에서새로운삶을계획하고있는사람들에게매우유용한책이될수있을것이다.
서울대학교인류학과교수로재직하면서1994년부터베트남의도시,산업,노동문화를연구해온채수홍교수가이번저서를통해베트남에서사는한인의정체성을한인사회내부의사회경제적분화와문화적특성에초점을맞춰분석하였다.특히,하노이를중심으로한북부와호찌민을필두로한남부에형성된역사와사회문화적특징에따라베트남한인사회내에서문화적‘구별짓기’가형성되어가는과정에관한기술은매우흥미롭게읽힌다.
초국적삶을사는베트남한인의특징
이책은베트남으로이주하여경제활동을하고있는50인의인터뷰를통해베트남개혁개방정책에따른이주초기부터최근삼성전자휴대폰공장과LG가전공장이들어서면서급격한변화를맞이하고있는베트남한인사회의변화과정을면밀하게살피고있다.베트남은우리나라와는경제적으로매우밀접한관계가있는나라로90년대베트남개혁개방정책을계기로시장경제체제로빠르게변화해나가며외국자본에의한산업화가본격적으로진행되었다.이에한국의많은기업이저임금노동집약적산업을중심으로베트남현지에공장을짓고직원을파견,이주하였다.
이렇듯베트남한인사회는아주짧은기간에형성되었으며,한인의베트남이주는정주를목적으로하지않는다는특징이있다.일자리를찾아돈을벌기위한일시적인이주인것이다.따라서베트남한인의삶이야말로지리적,정치적,문화적경계를가로지르거나넘어서는초국적현상과맞닿아있다고할수있다.또한,한국기업의베트남진출이날로증가함에따라베트남한인은양적으로빠르게팽창하고질적으로도분화될수밖에없다.해외공관원이나대기업상사직원등의주재원,중소기업의공장매니저,자영업자,취업대기자와실업자,은퇴자등이정치경제적조건과사회문화적실천행위에따라차별화되어가고있기때문이다.이뿐만아니라가족형태나사는지역에따라서도따라서도베트남한인사회는조금씩다른양태를나타낸다.
베트남한인사회의계층에따른사회경제적분화
베트남이한국과함께시장경제의길을걷기시작한것은베트남전쟁이후극심한빈곤에시달리던베트남정부에서시행한개혁개방정책을시행하면서부터다.80년대를시작으로90년대본격화된베트남개혁개방정책(도이머이??iM?i)은외국자본에의한산업화가진행되며본격적으로베트남한인이유입되는계기가되었다.1992년한국과베트남이수교하고제조업과서비스업이강화되면서한국기업의베트남투자가급증하였으며그결과한인사회규모도커졌다.베트남진출초기만해도베트남사회는집규모나시설면에서큰차이가나지않았을뿐아니라골프장,가라오케,식당등외국인을위한위락시설도매우초보적인형태여서대기업위주의투자기업에서파견되어온주재원과노동집약적소규모공장을따라온현지노동력을감독하는한국인공장매니저사이의정치경제적조건과사회문화적경험에그다지차이가나지않았다.
“처음왔을때는서비스아파트가없어서말이호텔이지조그만여관에서지냈다.공장사람들이대부분다층주택을빌려함께기숙하던시절이었으니까.당시에는지상사대부분이험지수당을주었고쓸곳도별로없어서몇년지나면월급을통째로모아강남에아파트를한채살정도였다.주재원,식당주인,공장다니는사람이모여운동하는모임도결성하고,저녁에집에모여카드도치고그랬다.”
하지만베트남시장에대한기대가커지고투자와지원이본격화되면서외국인을위한주거환경과위락시설이현격히개선되었다.외국인을위한호텔과고급아파트가생겨나고,외국산생필품을파는슈퍼마켓도늘어났다.또한,외국인을위한가정부나운전기사는물론자녀가다니는국제학교도여럿설립되었다.이런변화에따라회사의지원을받아가족과함께고급아파트에거주하면서자녀를국제학교에보낼수있는주재원과상대적으로재정이열악한회사에다니며회사가제공하는기숙사나사택에공동거주하면서월급대부분을한국에있는가족에게송금하며생활하는공장매니저와는생활면에서격차가날수밖에없었다.
베트남한인사회의급속한양적팽창은주재원,자영업자,공장매니저,심지어근근이생계를이어나가는‘빈곤층’까지생겨나게하는등일터나삶터에서관계를맺는사람들부터문화를향유하는공간까지사회적,경제적,문화적동질성은점차사라지고사회경제적격차가확대되면서차별적인집단으로분화해나갈수밖에없는구조가되었다.한인학교가설립되고거주지가다양해지고문화적서비스시설에대한선택지가많아질수록한인사회계층에따른사회문화적분화가가속화될수밖에없게된것이다.
호찌민한인사회와하노이한인사회의정치과정
호찌민한인사회의대표성을둘러싸고자영업자와중소규모기업인을중심으로구성된한인회와베트남정부로부터공식인가를받은주재원중심의코참(한인상공인연합회)사이에서갈등이생겨난것에비해하노이한인사회는비교적평화롭게잘유지되고있다.이러한이유중하나가하노이의공관원과주재원중심으로이루어진인구구성때문이기도하지만,호찌민에비해산업화진행이늦어한인공동체의사회문화적분화가아직이루어지지않았기때문이기도하다.규제가엄격한하노이에비해베트남전쟁이전부터자본주의적시장경제체제를경험한바있는호찌민의소비시장이호찌민사회내에서‘구별짓기’가가능한환경을만들어낸것이다.또한인구규모면에서나구성원의다양성면에서도호찌민은사회경제적분화가일어날수밖에없는구조를갖추고있었다.
하지만이제베트남의산업화붐은북부하노이와인근지역으로뻗어나가여러업종의한국계공장이앞다퉈진출하면서농촌지역까지도공단으로변신하고있다.하노이한인사회가이렇게급성장하게된계기는삼성의등장때문이다.베트남북부지역에소위‘삼성시대’가열린것이다.‘삼성효과’는하노이와베트남북부한인사회를전례없는속도록팽창시키면서주목할만한사회문화적변동을일으키고있다.
“지금은하노이가호찌민보다더빨리크고있고소비생활에도거의차이가없다.실제로큰투자나산업은호찌민이아니라하노이다.삼성과LG가북부에있고알짜배기산업은다북부로오고있다.…한국인이돋보이는곳도하노이다.큰한국기업이여기에다있으니베트남사람들이알아봐주는곳도하노이다.지금은한국인입장에서보면,실제로제대로된것을중심으로보면하노이가호찌민보다더크다.내가하노이를좋아해서그런지하노이의성장에뿌듯하다.한국인이일조한것같아자부심도있고.”
이러한변화는하노이한인사회가더이상동질성과품위를지닌주재원중심의공동체로유지될수없게될것을예견하게한다.IMF사태여파와삼성,LG등대기업의등장을계기로베트남한인사회가양적으로성장하고질적으로변모하고있기때문이다.이과정에서호찌민한인사회가그랬던것처럼하노이한인사회도빠르게사회경제적분화를겪으며구성원사이의사회적거리감도커질것이라고본다.
베트남인과베트남한인과의갈등과공존을위한노력
오늘날한국은베트남의제2수입국이자제3수출국으로확고하게자리매김한상태이다.570억달러에이르는투자와7천개가넘는기업이진출해있는베트남과한국은이제떼려야뗄수없는경제협력국인것이다.(2019년기준산업통상자원부자료)여기에는삼성과같은초대형업체뿐아니라대형은행,건설사,유통업체등이포함되어있다.그리고이러한대형업체를따라이동해온하청업체와부자재업체,이들의식품,교육,편의,유흥등의서비스를제공하는소규모자영업자까지치면베트남에거주하는한인수가최소15만에서최대20만에이를것으로추정된다.
외국자본기업이베트남에지속적으로투자를늘리고있는가장큰요인은젊고저렴하고풍부한노동력때문이다.이러한노동력을바탕으로베트남경제의고속성장과경제발전에한인사회가일조한것또한사실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한인들은민족정체성을확인하는과정에서자신도모르게베트남인을타자화시키는문화편견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일상생활에서문제가되는원인으로베트남인의문화적관념과행동양식탓으로돌리는행태를부지불식간에드러내는것이다.공현장에서문제가생기면장매니저는베트남인이“청결하지못하고”,“거짓말을잘하고”,“책임감이없다”라고비난하고,마찬가지로베트남근로자도불만이증폭되면한인매니저가“급하고”,“폭력적이고”,“의심이많다”라고하며부정적‘민족성’으로해석하곤하는것이다.
하지만베트남에서오래살아온많은한인이베트남을‘감사의땅’이라고말한다.현지에서생계를유지하고,자녀를교육하고,문화적차별을거의느끼지않으면서현지인과함께살수있었다는점에위안을얻고안도한다.이처럼감사하는감정이어느정도지속될것인지는근본적으로한국자본의베트남투자추이에달려있다.베트남한인사회가형성된계기와발전동력이모두한국기업의이전과투자에서비롯되었고앞으로도그럴것이기때문이다.
“외국회사에서법인장으로보내서처음베트남에온지15년이넘었고,독립해서공장을한지도10년쯤된다.큰회사다니다가조그만공장을하니자금도부족하고자존심도상하고고생많이했다.상황이어렵다보니베트남근로자들에게화도많이낸다.한데돌이켜보면베트남근로자들이싼임금에열심히일해주어오늘의내가가능했다.성실하게일을해주어정말고맙게생각한다.특히(일한지)오래된조,반장들은내자식같다.”
전지구화와초국가주의의물결속에서타문화와다문화에대한이해도높은청년층한인수가증가하고,이러한구성원의변화는한인사회를이전과는다른공동체로변모시키고있다.이러한변화에맞춰베트남한인과현지인의관계맺기양상또한조금씩변화하고있다.다양한사회경제적지위를가진부류로분화하면서지속가능한관계를유지할수있는구조로변화해가고있는것이다.
이렇게변화해가고있는환경에서서로다른사회경제적특징을가진베트남한인이현지베트남인과어떻게관계맺고어떻게일상에서협력하고갈등하는지,어떠한문화적관념을주고받으며어떠한정치과정을만들어낼지,그리고그과정에서한인들간의‘구별짓기’가어떻게이루어질지는베트남과한국간의경제적상생관계와밀접하게관련이있다.그리고그것은베트남에서경제활동을하며살아가는한인의역할에따라변화무쌍하게변화해나갈것이다.따라서한국과베트남‘사이에낀’채초국적삶을살아가는베트남한인에관한연구는이러한초석을다지는계기가될것이다.
동남아한인연구총서를펴내며
동남아시아는매년1,000만명이상의한국인이방문하는해외방문지1위지역이다.하지만지금까지동남아한인이주에대해집중적으로연구한사례가없다보니한인단체는물론기관에서조차축적된자료를가지고있지않다.다행인것은동남아로의한인이주의역사가그리길지않아초기이주자들이생존해있다는것이다.
지난3년동안동남아한인사회연구프로젝트의일환으로교육부와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통해해외한인연구사업의지원을받아총8명의학자가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브루나이등총9개국을직접방문하여동남아한인이주의역사와현황에대해포괄적이면서도체계적으로연구하였고,이에동남아의국가별한인사회를총체적이고심층적으로이해할수있는“동남아한인연구총서”를발간하게되었다.
“동남아한인연구총서”는필리핀을시작으로내년2022년5월말까지지난3년간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