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자본주의가혼재한‘기회의땅’
식민지배와사회주의체제를거쳐국민국가로발돋움한동남아대륙부에자리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는일찍이불교를수용했다는것외에도극심한정치적혼란을겪었고아직도그혼란에서벗어나지못했다는공통점을가지고있다.이러한유사성에근거하여『동남아한인연구총서7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새로운한인사회의형성과확장가능성』을“동남아한인연구총서”의일곱번째책으로묶었다.
군부독재국가로서‘아웅산사태’,‘양곤의봄’,‘샤프란혁명’과같은사건으로점철되었던미얀마,여전히사회주의체제를고수하고있는라오스,‘킬링필드’라는잔혹했던역사를먼저떠올리게하는캄보디아는한인사회가형성되기에는매우열악하여다른동남아국가에비해형성시기도발전속도도매우더디게이루어졌다.그럼에도이위험천만한나라들을찾는한인들이조금씩늘고있는이유는천연자원과낮은인건비등잠재력을갖고있기때문이다.아직미개척지에가까운이들나라를소개한연구서또한전무하다시피한상황에서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에서살아가는한인사회를탐색하고자하는이들에게마중물역할을하게될것이다.
이책은전북대학교에서인류학박사학위를받고,현재전북대학교동남아연구소전임연구원으로재직하며미얀마를비롯한동남아시아각국의‘사람’에초점을맞춰노동ㆍ보건ㆍ복지관련연구를수행하고있는김희숙교수가미얀마에서살아가는한인사회를,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고현재부산외국어대학교아세안연구원연구교수로재직중인이요한교수가라오스·캄보디아로이주한한인사회를각각맡아이들국가에서살아가는한인사회가갖는특징은물론,규모는작지만더저렴한노동시장을찾아진출한한인기업이치러야했던수많은부침,성공의과정들에관해탐색한첫시도라는점에의의가있다.
‘황금의땅’미얀마의잠재력이라는환상
미얀마한인에관한최초의기록은일제강점기태평양전쟁에동원되었던일본군,위안부,독립을위해활동한광복군등이었고,일본의패전이후형식적인수준의외교관계를이어오다대우그룹이미얀마에진출한이후한국기업진출이늘어나면서본격화되었다.미얀마에진출했던기업은주로봉제업체와부자재업체,그리고그들을상대로한식당과숙박업등을하는한인들이었다.동남아국가중가장늦게개방을한미얀마는주변동남아국가에비해저렴한인건비로봉제업체들에는마지막남은기회의땅이나마찬가지였다.하지만그것도잠시민주화운동세력에대한군부의탄압으로서방국가들은강도높은경제제재를가하였고,급기야미얀마제품에대한전면적인금수조치와미얀마기업과의금융거래를전면적으로금지하기에이르렀다.샤프란혁명이후한층강도높은경제제재가이루어졌으며,2008년미얀마를강타한사이클론나르기로인한피해로미얀마경제는거의마비상태에이르렀다.이런10년불황을뚫고미얀마한인봉제업체를구제한것은한국의아웃도어붐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버마’로더잘알려진미얀마는1988년민주화운동과2007년사프란혁명,그리고개혁개방정책이추진된2011년이후풍부한천연자원과낮은인건비,그리고앞으로의확장가능성에대한기대로한껏관심을모았다.하지만2015년군정이래최초로민간정부로의정권교체가이루어진이후에도2017년여카잉주에서발발한로힝자사태와코로나19팬데믹은물론2021년발발한쿠데타로인해파탄국가로전락할위기에처했다.이런일말의사태는서구국가들이관세특혜를철회하겠다는압박으로이어졌고,미얀마에진출해있던한인들은어려움에처할수밖에없는상태이다.
미얀마한인사회의계층에따른사회경제적분화
2011년개혁개방이후초기봉제업위주의진출에서다른제조업부분이나물류유통,서비스업,금융업등으로그영역이확대되었고,한인을대상으로한요식업및숙박업,관광업도부쩍증가하였다.미얀마한인사회는내적분화양상을이룰정도로이주시기,거주기간,현지에서의사업성공여부등에따라사회적관계의장이갖는성격도시간이흐름에따라변화하였다.이러한사업성공여부에는미얀마현지인의‘파트너’역할이매우중요하다.오랫동안군부가장악해온미얀마에서정치는물론경제전반에걸쳐이들의영향력을무시할수없기때문이다.
“미얀마에는계급이있어요.계급사회예요.대부분의미얀마사람들은인정하지않겠지만카스트가있는거죠.여기오시는한국분들이처음엔하이랭크가아니잖아요.저도그렇고.첨에여기온사람들이사기를많이당했다고하는데,그게뭐냐면,그사람들은하이랭크에있는미얀마사람들을못만난거거든요.[...]미얀마에도하위부류,상위부류가있어요.상위부류는되게젠틀하고자존심도있고,속이거나그런거없어요.왜냐하면그사람들도다부유하니까.그러니까그렇게해서만들어진네트워크가여기서성공한한국사업가들이갖고있는네트워크예요.그건억지로만들려고하면링크가될수없는거죠.”
거래를성사시키는데필요한‘하이랭크’와의비즈니스네트워크를확보하는것이미얀마에서는성공비결이다.그런반면‘로컬’이라부르는일반현지인들과의관계에서생기는크고작은갈등을문화차이에서오는것이라치부해버리고,민족과국적을통해관계를재구성하고서열화해버린다.이렇듯‘하이랭크’와‘로컬’로양분화된한인의현지인에대한인식은미얀마사회의기회구조에대한강한기대감과함께불균등한기회구조에대한한계또한겪을수밖에없다.
한인과현지인들과의관계,이주경험이한인사회집단의정체성에미치는영향,특히정보통신기술의발전에따른급변한상호작용방식의변화가‘상상된공동체’로민족및국가에대한정체성과소속감에영향을주고있는것은당연하다.정보통신기술을통한소통방식이초국적연계를강화하기도하지만,때로는디아스포라집단성원간의갈등과충돌,분열을촉진하고정치적반목을낳기도하기때문이다.
새로운삶을살아가기위해찾은‘기회의땅’미얀마에서한인들이겪어야했던신산한삶은이루말할수없을것이다.더군다나코로나와쿠데타라는이중의위기속에서미얀마국민과1년넘게군부에저항하며살아가고있는미얀마한인들의앞으로의삶이더욱궁금해질수밖에없는이유이다.
라오스한인사회의형성과변화과정
라오스는공산주의국가일뿐만아니라인근동남아국가보다인구가적고소득수준이낮아시장으로서의매력이낮은나라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매년10만명이상의한국인이라오스로여행을가고있고,3,000명의한인이살고있으며,직항노선도여러개운영되고있다.1995년라오스와재수교이후본격적인한인이주가시작되었는데,라오스가ASEAN,ASEM,WTO에연달아가입하며개방화가이루어지고국제사회와의교류를본격화했기때문이다.
라오스는최근10여년간역동적인경제성장을지속해왔으며한국과의무역이증가하였을뿐만아니라관광지로부상함에따라한국인여행객이폭발적으로증가하였다.라오스는자국으로의외화유입을적극추진하였고,무엇보다낮은인건비와경쟁력,진입장벽또한낮아소규모자본으로도사업이나자영업을시작할수있었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공산주의체제이기는하지만경제적으로는시장경제체제를도입해양국간무역·투자가급증하면서라오스한인또한증가하게되었다.라오스의주요산업인수력발전그리고금융분야에서라오스시장을선점하기위한한국기업들의투자가이어졌다.하지만저가여행상품을대상으로하는관광업수요가늘고KOLAO등안정적인형태의직업군비율이줄어들면서일시체류자의비중이커지고있다.
“2014년〈꽃보다청춘〉방송이후에많이오게된것같다.그전에도교민들이늘어나고는있었지만,그때이후더많이늘어났다.한번여행한이후두번째,세번째때는사업을하기위해들어오는것같다.”
2008년라오스정부는한국인일반여권소지자에한해단기비자면제조치를하였는데이는한국인의관광수요를유치하기위한라오스정부의과감한결정이었다.이에한국인관광객뿐아니라여행업,숙박업,요식업에종사하는라오스한인규모또한급증하는효과를가져왔다.하지만시장이협소하고노동력기반의제조업또한활성화되어있지않아다른동남아국가에서볼수있는주재원사회도형성되어있지않다.그래서인지최근의양적확대에도불구하고다른동남아국가에비해경제적분화가아직발생하지않고있다.
캄보디아한인사회의역사와발전가능성
죽음의땅으로알려진캄보디아는급진적공산주의자인크메르루즈에의해수백만명이학살된아픈역사가있는곳이다.그러나지금은한국인들에게앙코르와트를비롯해빼어난자연경관을자랑하는유명관광지로더잘알려져있다.특히캄보디아는선교의자유가있어기독교선교사들이거점국가로삼고있는곳이기도하다.따라서한인선교사는캄보디아한인사회에서지극히중요한위치를차지한다.
프랑스식민지에서일제식민지,공산주의,반공우파정부,특히공동수상제라는특이한정치상황과쿠데타에이르기까지부침이많았던캄보디아는불안한정치경제사정으로한국과의수교와단절을반복하다1997년공식외교관계를재개하였다.캄보디아와경제과학및기술협력,투자증진등에관한협정을맺고,직항로가개설되는등한국인의캄보디아진출이본격화되었다.개발도상국이자세계최빈국인캄보디아는수출중심의제조업등한인봉제업체들이경쟁력을유지하고있다.관광특수와함께성장한씨엠립한인사회는1990년대후반부터관광분야종사자를중심으로형성되었고,프로펜교민사회는금융,무역,건설,컨설팅등중소상공인과더불어숙박,식당,미용등서비스업종사자가급증하였다.그런가하면최근에는젊은세대가캄보디아를기회의땅이라보고수출입,물류,가이드IT방범시스템등새롭게창업을하기위해오는경우가많아졌다.
한국과캄보디아는경제협력뿐아니라민간교류도활발하게진행되고있는데,K-POP과관련된문화공연뿐만아니라농촌,의료,아동등에대한봉사활동도진행되고있다.이렇듯캄보디아한인들은현지인과의사회적관계를넓히기위해다양한시도를하고있고친밀한관계를형성하고자노력하고있다.1990년대한인유입이시작되고짧은기간동안많은변화를겪은만큼캄보디아한인사회는‘기회’와‘위험’변수가많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새로운블루오션을찾아캄보디아로이주하는한인이증가하고있을뿐만아니라여러직업군이기존의프놈펜,씨엔립뿐만아니라타지역으로도확산되는등한인사회의양상또한다양해지고있는추세이다.
이책은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에서살아가는한인들과의인터뷰를통해현지에서살아가면서겪는어려움과현지인들과의관계,미래에대한향후계획까지,지금까지어디에서도구할수없는자료들이총망라되어있다.이들나라는동남아국가중에서도한인사회가가장늦게그리고가장작은규모로형성된나라들이다.국내외적으로이들국가에정착한한인에관한연구가거의없는상황에서이책은본격적인첫연구서일뿐만아니라,한인이주의배경과기본구조,이주동기,현지인과의사회적관계,향후계획등을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에거주하고있는교민들을대상으로인터뷰하여포괄적으로분석한첫시도라는데큰의미가있다.그뿐만아니라이들이민사회의정착과정과정체성의변화를이해하는데도매우중요한자료가될것이다.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한인사회에관한연구는앞으로더많은기회를찾아새로운정착지를찾는많은이들에게매우유용한정보를제공함으로써아직미개척지인동남아국가로의이주를촉진할수있으리라기대한다.
동남아한인연구총서를펴내며
동남아시아는매년1,000만명이상의한국인이방문하는해외방문지1위지역이다.하지만지금까지동남아한인이주에대해집중적으로연구한사례가없다보니한인단체는물론기관에서조차축적된자료를가지고있지않다.다행인것은동남아로의한인이주의역사가그리길지않아초기이주자들이생존해있다는것이다.
지난3년동안동남아한인사회연구프로젝트의일환으로교육부와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진흥사업단)을통해해외한인연구사업의지원을받아총8명의학자가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브루나이등총9개국을직접방문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