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박한지식과풍부한독서,참신한해석으로독서의재미를일깨워주다
해마다크고작은단체와기관들에서“필독고전리스트”를발표한다.그런데그리스트가마냥반갑지만은않다.수천년동안쌓아온인류의고전이야말로지식의보고이자지혜의바다이며,인생의항로를결정할정도로중요한것쯤은누구나다아는사실이다.때로는이고전이대학입시나취직시험에서결정적인열쇠로작동하기까지한다.그러니그위대한고전리스트를접할때마다경건해지고엄숙해지다못해살짝두려움까지느낄법하다.언젠가한번쯤은들어봤을고전의제목들을볼때마다읽지못했다는죄책감과읽어야한다는의무감과회피하고싶은마음에사로잡힐때가한두번이아닐것이다.인류가생산해낸위대한지적자산이이렇게그후손의마음을짓누르고자꾸만도망치려는마음을들도록하다니,무언가잘못되었다는생각을할법도하지만,그생각을입밖으로꺼내기가마냥쉽지만은않다.
그러나지금이순간을살아가는우리는이무궁무진한이야기보따리를포기할필요는없다는것또한잘알고있다.어쩌면우리는무지막지한리스트에짓눌려접근하기어려워했던것이지그이야기자체에싫증을내는것은아닐지도모른다.“정박”이란이름으로인기를끌고있는정승민은오랫동안독서팟캐스트/유튜브채널《일당백》과여러신문과잡지지면을통해명확하고깊이있는해설과서평으로이러한딜레마를해소하기위해다양한활동을해왔다.그는해박한지식과풍부한독서,참신한해석을바탕으로우리에게독서의재미를일깨워주는한편,독창적해석이주는쾌감을선사해왔다.이책『우리시대고전읽기』는그결과물중의하나이다.
우리시대고전읽기:“우리시대또한고전을읽자”인가,또는“우리는우리시대의고전을읽자”인가
이책은79권의책을문학,역사,근대,유토피아,과학,인간,정치등7개의카테고리로묶어소개한다.각카테고리의부제는사뭇의미심장하다.1장문학편은먼저“내가누구인지말할수있는자는누구인가”이다.2장역사편은“오래된미래,오지않는과거”이고,3장근대편은“하늘의별이사라진시대의자화상”이다.
이러한부제가가리키는것은독서가우리시대의우리고민에서멀어질수없는행위라는것이다.즉,독서는리스트의책을지워나가면서무작정읽는것이아니라나와세계와시대가고민하는바를의식하면서읽는행위라는것을의미한다.
이책의제목“우리시대고전읽기”는“우리시대또한인류의고전을접하고읽고나눠야한다”의의미가담겨있으면서동시에“우리는우리시대의고전을골라서읽어야한다”의의미가담겨있다.우리시대의고전읽기는,인류의고전을음미하는동시에우리시대의고민과문제의식에합당한책들을골라의미를부여하고읽음으로써낯설고새로운미래를꿈꾸는행위인것이다.바로이점에저자가책들을고른기준과이유가있다.
그렇기때문에이책의목록을살펴보면“과연이책을고전이라부를수있을까?”하는질문이나올정도로잘알려지지않은책과신간에가깝다고해도무방할최근의책들도포함되어있다.저자의표현대로“고전,그리고고전이되고싶은신간”이뒤섞여있다(7쪽참조).고전리스트에의지하지않고저자의예민한문제의식에의존하여스스로고른책들에서독자는우리시대의고민을엿볼수있다.그것은바로근대성에대한고민이다.독자는이책을읽으면서인간의능력과한계,합리성과감수성의대립과조화,산업화이후의사회,공동체의위기,인간의숙명과같은질문을계속해서접하게된다.그러나저자는그런문제의식을키울뿐명확한해답을제시하지않는다.이책의장점은여기에있다.저자는일목요연하게정리하여사상을주입하는것이아니라이것을알고싶다,저것을읽고싶다는욕망을일깨우면서고전독서의세계로유혹한다.
읽는재미,생각하는재미,찾는재미를불러일으키는책
이책이주는재미는어느한주의주장에매몰되어있지않는다는점에있다.서로충돌하는다양한견해들이균형있게소개된다.이를테면톨스토이,카잔차키스,멜빌은인간의유한성을고민하는데에비해다윈,마키아벨리,에코,트웨인,호킹,그리고『춘향전』의저자는근대성의발현을꿈꾸고,카프카,지로,조세희,루소,카뮈등은이미근대이후의소외를질문한다.사마천은역사를기술하려는욕망을실현하지만핼버스탬,오버도퍼,칼린등은공식적인역사에대한의문을제기한다.뿐만아니라『노르웨이의숲』,『이방인』,『변신』,『아Q정전』,『백범일지』등은기존의것에서벗어난좀더새로운해석으로설명되고있다.
한편이책의재미는곳곳에서빛을발하고있는아포리즘적인문구를발견하는데에도있다.이를테면“무엇보다고전은연약하고부서지기쉬운사람이꿈꾸는불멸이자재생이다.”(5쪽),“삶의의미는생자필멸生者必滅을자각할때비로소시작된다.”(49쪽),“시행착오에서지식과지혜를얻게된인간은호모사피엔스로탄생한다.”(77쪽),“의문과회의는인간다운인간을만드는정신의원형질이다.”(77쪽),“허무와좌절로가득한세계에서인간은신을불러낼수밖에없다.”(148쪽),“더럽고,추하고,짧은세상에서보통선의는악惡의포장지로활용된다.”(219쪽)와같은저자의문장을만날때나,“누구든삶의끝에이르기전에는,삶의고통에서벗어나기전에는,사람으로태어난자신을행복하다고믿지말라.”(30쪽),“나는아무것도바라지않는다.나는아무것도두렵지않다.나는자유다.”(70쪽),“운명……그이름아래서만이사람은죽을수있는것이다.”(100쪽),“인간은모두죽음을선고받았지만잊은채살아가는사형수다.”(141쪽),“고향에서뻗어나온가장질긴끈은영혼,아니위胃에닿아있다.”(234쪽),“모든창조는만남의결과물”(206쪽)과같은인용문을만날때에깊은사색으로빠지게된다.
이책은인류가지금까지써온책들이가지는다양한의미와재미를소개하면서읽어보기를권한다.동시에책들이주는공통된메시지에주목하며우리시대의고민들을발견한다.더불어이책들을읽고그다음에읽을수있는책들에대한힌트를주며상상에상상을거듭해보길청한다.이책을나침반과지도삼아고전,그리고고전에도전하는신간의은밀하고매혹적인“멋진신세계”를탐험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