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 (시인 조수형의 가전제품 청소 노동 이야기)

마음을 쓰는 일, 몸을 쓰는 시 (시인 조수형의 가전제품 청소 노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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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모두 주인 없는 곳을 다녀가는 손님이에요!”

노동을 구원이라 믿으며 몸과 마음을 함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시인 노동자의 하루하루 살아가기!

유머러스한 통찰과 잔잔하고 깊은 감동과 더불어 일상생활의 지혜를 듣는다!
저자

조수형

일찍이몸을마음처럼쓰며노동계에투신하여20대중반부터오토미션수리점을운영하고,원양어선에도오르고,룸살롱도경영해보는등다양한사회생활를경험했다.그러다가30대초반뇌지주막하출혈이라는병을얻어사회경험이일시에단절되고가족과도분리되는등아픔을겪었다.그후생계를위해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잡역,보조수리기사등닥치는대로일하면서시에눈을떴다.
2013년낭만시인공모전과《한국문단》신인상을동시에수상하며시단에나온이후시집『풍경은거울이다』와『웅덩이에담긴사랑』두권의시집을펴냈다.2015년에는싱가포르에서출간된라틴문화600주년기념시집에「임종」을발표했다.
2015년가전제품청소업회사“단비케어”를설립하고아내와2인1조로수도권지역가정집의가전제품(세탁기,에어컨,냉장고)을청소하면서시와산문을쓰고있다.

목차

프롤로그나는가전제품청소부입니다 5

1부속을보여주는일
개보다못한사람 15
감사한날 23
마음속수평에대해 30
단순한게필요해요 36
얘기를듣다보면 43
속을보여주는일 48
약한자를향한시선 54

2부아직이라는말
죽방멸치이야기 63
화내지않기 70
가족의탄생 79
퇴로는없다 90
아직이라는말 99
오래된세탁기 104

3부주인없는곳의손님
피로사회 113
부자동냥주기 119
신의단어,여유 126
받아들이기 132
할머니들의동거 141
주인없는곳의손님 147
마음이써지는존재,아내와후배 155

에필로그매순간이배움의현장이고교실 163

출판사 서평

시인이자가전제품청소부의진솔한노동이야기
이책은시인인저자가자신과가족의생계수단으로삼고있는가전제품청소노동일을하면서겪은다양한에피소드와그것이가르치는각별한의미를시인의섬려한감수성으로해석해낸,독특한콘셉트를가진산문집이다.

저자는냉장고,에어컨,세탁기같은소형가전제품을청소하며생계를꾸려나간다.이런소형가전제품을비치해둔일반가정집,사무실,식당,카페등을직접방문하여청소노동한다.저자는이청소노동을하기위하여고물제품과공구와장비들을구입하여수차례분해와조립을거듭하며기술과감각을익혔다.

저자가접하는가전제품은금방이라도고장이날것같은오래된구형부터최첨단기능을갖춘최신형까지다양하다.노동의현장에서접하는가전제품의상태가다양한만큼사람들도다양하다.저자는사람들과접촉하고제품과접촉하며기계의원리를배우고사람의마음을배운다.

저자는때로는가슴을울리는사연을지닌사람을만난다.때로는냉정하고욕심많은사람을만난다.때로는썩을대로썩은냉장고를만나새것처럼깨끗하게청소하고때로는수십년전에생산되었지만꽤잘버티고있는오래된제품을만나기도한다.저자는시를쓰는마음으로노동을하고노동을하며시의세계를확장한다.

문학이말할수있는삶의진실은무엇일까
이산문집에는노동을몸에익힌자만이전할수있는특별한정서과성찰이진솔하게담겨있다.시인조수형은약관의나이부터다양한노동체험을해왔다.그는이십대중반부터자동차나기계에주로쓰이는오토미션수리점을운영해보기도했고원양어선을타보기도했고,또룸살롱을경영해보기도했다.그과정에서부침을겪으면서도노동행위를멈추지않고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잡역,보조수리기사등자신과가족의삶을책임지기위한생활에성실하게투신했다.그것은물론사활을건고단한노역이었을것이다.그러다가우여곡절끝에2015년부인과함께냉장고,세탁기,에어컨등가정에필수적인전자제품을청소하는회사를차리고지금까지그현장을지키고있다.

보통노동에대한자의식과문학(예술)에대한자의식은상충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문학은고도의관념적이데아에대한정신의응전과그표현이고,노동은몸의실용적기능을기계적으로활용하는물리적행위로서받아들여지는데,이때자의식은그것에대한지위를규정하기도한다.예부터사농공상士農工商에따라문을숭상하고노동을상대적으로폄하해온전통도여기에일정한영향을미쳤을것이다.

그래서인지는모르지만,우리나라에서시인들의직업은글쓰기강사,교사,교수,출판편집인등몇가지유관직종으로제한되어있는게현실이다.문학이사회를개조하는무기로서쓰이던시절인상적인시업을닦았던노동자시인들은죄다자취를감추다시피했다.특별한직업을갖지않은채전업시인으로살아가는이들도적지않다.노동과괴리된문학이말할수있는삶의진실이란과연무엇일까.

이질문에대한답은물론미학적준거,문학적태도,세계관에따라달라질수있다.하지만노동하지않는삶에서길러지는모티프가문학적자의식을성숙케하거나진화시키는데는한계가있다고보는것이보편에타당할것이다.인간은,정직한노동을통해자신의삶을주체적으로독립시키고,노동과그에주어지는보상이라는일종의계약에참여함으로써사회적자아를구축하는존재일수밖에없기때문이다.

몸과마음을함께쓰는노동
저자와같은가전제품청소업종사자는노동을통해수요자가요구하는전문적인서비스를제공한다는측면에서는다른블루컬러와다를게없지만,노동의현장이의뢰인이주거하는내부공간이라는측면에서상당히예외적인요소를갖는다.육체노동은물론이거니와작업환경의특성상의뢰인을응대하는감정노동까지도감당해야하기때문이다.

그과정에서필연적으로다양한화소話素들이발생할수밖에없는데,저자는이를섬세하면서도예리한감성으로캐치하고그것이안겨주는인사이트를맛깔스러운문장으로묘사한다.특히저자는,몸을쓰는노동이사실은몸만써서되는게아니라마음을같이쓰는일이라는비범한메시지를본문속에서풀어놓는데,그통찰의벼림이상당히매혹적이다.이를테면,의뢰인이자기집애완견에게는연신물과간식을주면서도몇시간땀을뻘뻘흘리며작업중인저자와조력자에게물한컵가져다주지않았던일화를전하면서조력자(당시일시적으로일을배우려고왔던초보)가그것을불평하자저자는그를위로하고달래면서도단호한어조로노동이환대받지못하는우리의현실을꼬집는다.

“노동서비스작업자들은의뢰인의필요와요구에의해출장을간사람들이지그집의노복이아니다.당연히일을의뢰한것이어떤사회적계급을상정하는것이아닐텐데,자신의위치를어느정도스스로확인시켜야만족하는분들이있다.”

이밖에도제품의정확한상태를설명받지못한상태에서작업을의뢰받은세탁기와너무나연식이오래되어고장우려가큰세탁기를책임감때문에청소하다가필연적으로고장이발생했을때,책임전가나회피없이상태가나은세탁기를자비로구매해대체해준일화도들려주는데,저자는이를통해고객과단단한신뢰관계를구축하면서결과적으로이기지않으면서도지지도않는삶의기지를독자들에게전하는것이다.그것은책이나학교에서는배울수없는것임에명백하다.

잔잔한감동과유머러스한통찰,일상생활의지혜
봉사활동을갔을때의일화도인상적이다.함께동행했던자원봉사자들이바퀴벌레가가득한누추한집안환경때문에집주인을책망하면서불평을터뜨릴때,솔선수범을통해일행들에게넌지시각성을안겨준것인데,“우리도바퀴벌레를무서워하지만바퀴벌레도우리를무서워할것”이라는유머를곁들인저자의통찰은이런것이다.

“사람은다다르지만공통적인부분도있기에내마음의상태가상대방에게내마음처럼전달될수도있고정반대일수도있다.표정관리를한다고해도결국‘나’는드러난다.내마음을닦다보면내표정이뒤따라오는것이니까억지로이해시킬일이아니다.”

곳곳에소개되는저자의시와더불어냉장고,세탁기,에어컨의관리법과청소법이번갈아소개되어있는점또한눈여겨볼만하다.시를쓰며마음을달래고보듬어가는과정과가전제품을고치면서생활을영위하는과정이시인의일상에서중첩되어나타난다.시를쓰는것과가전제품을고치는것은괴롭고어긋난처지를보통의삶으로되돌리는의미를담고있다.이를시인이자신의몸과마음으로행하는구도의과정이라고하면지나친표현일까?

이책은이렇게한성실하면서도영민한시인이,육체노동이환대받지못하는시절의노동자로,그리고고단한가장으로사는일의본질적인형편과그실존의태도를낮고정직한문장으로그려내는책이다.페이지의행간마다독자들양심의통점을부드럽게자극하는착한서정이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