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 가상 공간에서 날개를 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자폐 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 가상 공간에서 날개를 펴는 신경다양성의 세계

$26.00
Description
신경다양성의 세계에선 자폐 스펙트럼은 장애가 아니라 개성이다!
가상공간에서 표현하는 성인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의 심오한 정신세계!
성인이 된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는 세계를 어떻게 볼까? 자폐 스펙트럼의 새로운 발견
《자폐 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는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역사사회학자 이케가미 에이코가 2017년에 출간한 저작으로, 성인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가 되어 소통하는 모습, 더 나아가 그들의 심오한 정신 세계를 “버추얼 에스노그래피”(연구자 스스로 아바타 또는 디지털 페르소나가 되어 가상공간에서 참여관찰을 수행하는 연구 방법론) 방법으로 기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 생생하게 그려진 성인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의 모습은 ‘자폐증’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보기좋게 뒤집어엎는다. 가상공간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의 독특한 감각과 지각 체험, 슬픔이나 기쁨 등 다양한 감정, 소수자로서의 어려움 등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면서 서로 공감한다. 저자의 이 연구는, 2019년 일본 공영방송(NHK)에서 2부작 다큐멘터리 〈자폐증 아바타의 세계〉로 제작, 방영되었다. 물리적 공간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일본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담론의 대부분은 당사자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관점에 입각해 있고, 특히 어린이의 양육과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학생은 어떤 교육 방식이 적합할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어떻게 사회에 적응시킬까?” 등과 같이 자폐 스펙트럼을 어린이의 발달 장애로 인식하고 양육과 교육의 주체인 부모나 교사의 역할과 의무와 고충에 무게를 두어 왔다. 성인이 된 당사자의 생각이나 경험 자체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답을 얻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21세기 이후 자신의 내면세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당사자들이 나타나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나 편견을 바로잡을 길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증”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결여이자 사회성 장애라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성인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자폐 스펙트럼인은 의사소통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편견이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가상공간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오락과 사교에 시간을 쓰며 공감과 지지를 서로 확인한다. 숙련된 연구자가 가상공간에서 성인이 된 당사자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그들의 내면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 기술한 이 책은 기존 연구와 담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이케가미에이코

역사사회학자,문화사회학자.일본도쿄에서태어나오차노미즈여자대학국문과를졸업하고일본경제신문사에근무했다.이후미국으로유학하여1989년에하버드대사회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고예일대사회학준교수로일했다.현재뉴욕에거주하며뉴스쿨TheNewSchoolofSocialResearch사회학과역사학부문월터에버스탯WalterA.Eberstadt교수로재직하며영어와일본어로활발한...

목차


역자서문―성인이된자폐스펙트럼당사자는세계를어떻게볼까9
자폐스펙트럼당사자의내면세계에대한객관적인기록
가상공간을생각하는새로운관점,신경다양성

프롤로그18
고기능자폐스펙트럼당사자인존과의만남
아바타로만난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

제1장자폐증과의만남―‘가상뇌’로의여행27
자폐증은뇌의불가사의함으로이끄는문
자폐스펙트럼당사자가경험하는지각의특징
소수파가다수파문화에맞추는것,이문화적응과비슷하다
자폐증은최고의거울이다

가상세계에서자신과만나는사람들40
‘세컨드라이프’라는가상공간
가상세계의아바타들―성장하는분신들
문명을창조하는가상의힘
아바타로철학하는법
가상세계의현장감과일본전통문예

버추얼에스노그래피,모든일의시작59
가상연구소‘라사쿠라’의탄생
‘가상공간의마더테레사’,젠틀헤런과의만남
가상세계에모이는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
성인자폐스펙트럼당사자는세계를어떻게인식할까
자폐증연구의새로운과제
대화를나누는자폐스펙트럼아바타들―가상공간속자조그룹에서안전하게연결되기
“아바타는모두자폐증적이다”
과도한정보를뺄셈하는세계
지각과민과정보의압축
신경다양성(뉴로다이버시티)의시대

제2장자폐증의사회사―카테고리가세상을어떻게바꾸었는가99

자폐증이라는카테고리의발달101
자폐증역사의중요성
카테고리의영향
미국에서의자폐증의역사

자폐증의등장110
‘자폐증’의등장과냉장고엄마
냉장고엄마이론에대한의문
자폐증은스펙트럼

‘자폐증’의커밍아웃120
한발늦게시작된자폐증소수자운동―미국의움직임
템플그랜딘의등장
자폐증을개성으로활용한그랜딘
진화한그랜딘
자폐증당사자들의자서전출판

할리우드의공헌139
영화〈레인맨〉의등장
더스틴호프먼의연기
〈레인맨〉현상

부모들을불안하게한자폐증원인설148
자폐증유행병설의영향
예방접종원인설의공포
자폐증‘대유행’을뒤집어엎은사회학적연구

발언하고행동하는부모와시민단체158
미국시민단체의전통
자폐증연구에개입하는부모단체―‘지금자폐증을치료하자재단’
전미규모의‘발언하는자폐증재단’―발족과과제
헤지펀드를통해쌓은부를활용한‘사이먼스재단’―유전자연구의발전과과제

컴퓨터와뇌신경과학시대의신경다양성171
목소리를높이기시작한자폐증당사자들
인터넷과뇌신경과학의발전
신경다양성의철학과‘괴짜’문화

제3장뇌속세계의과잉185
가상공간속자폐스펙트럼아바타들

자폐증적경험에대해생각하다187
자폐스펙트럼아바타의다양성
결여인가,과잉인가
자폐증적경험이란무엇인가
신체적인마음,마음적인신체

자폐증세계의감각199
‘나의언어로’―자폐증의자연언어를찾아서
신체화해발화하는것의어려움
언어와자폐증의불가사의한관계
음악이야말로언어―데릭파라비치니의사례
자폐스펙트럼당사자운동의어려움―청각장애인과의차이
자폐스펙트럼당사자마거릿
명상의마음과자폐증의마음
다른별에서온외교관

자폐증자조그룹에모이는아바타들220
동지들의허심탄회한대화
불쾌한골짜기?특별대우?―당사자들의현실적괴로움
매주한차례,2시간동안의만남
사회자애니스는다리를놓는사람
명석한두뇌,무거운몸의우디
가상공간에몰두하는캐런(동시에샐리이자조지프)
고기능이기때문에더힘든래디언트
그룹회합의장점

아바타가말하는자폐증체험249
서로공감하는아바타들
타인의마음을읽을수없는것은피차마찬가지
규칙을대하는태도
빈말과솔직함―NT와의차이
감각과민과감각정보의과잉
과잉부하때문에컨트롤불능에빠지는멜트다운
예측불가능성에대한불안
무리하지않는것이제일인가
스스로를알고,차이를안다
아름다운공감각의세계
뇌의과잉발달과편집
강렬한하이퍼월드를사는사람들

에필로그311
날치의비상을좆아―연고가없는자유공간에서활기를띠는아바타들
풍랑속배위에서흔들리는관찰자
미국에서의언어적,문화적소수자의체험
존과의재회

미주331
참고문헌343

출판사 서평

하이퍼월드속의자폐스펙트럼당사자,뺄셈의세계속의아바타

많은“성인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이현실세계에선사회적응이나의사소통에장애나불편함을겪지만,컴퓨터를통한가상공간에서는비교적편하게소통할수있다.컴퓨터앞에앉는물리적조건과환경을스스로선택하거나만들수있기때문에타인과의교류에서불편함을덜느낀다.아바타를통해교류함으로써불안감이나지각이상을효과적으로통제할수있고,타인과의만남에대한현장감도느낄수있다.(이런점에서인터넷문화는‘자폐증적문화’라고할수있다.)또한메타-정보의홍수라고할수있는현실과는달리“세컨드라이프”와같은가상공간에선오가는정보의범위를한정시켜대화에집중하거나느슨하게참여할수있는기회를얻는다.불필요한정보가뇌를괴롭힐일이없는셈이다.

저자가만난많은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이들려주는내면세계는일반적인이미지와는정반대인경우가많았다.즉뇌속에선폭풍우가몰아치는듯한강렬한체험을하고,과도한정보를과잉한채로수용하는“하이퍼월드hyper-world”인것인데,이런상태에선지나치게민감하게지각하고지나치게정보를많이수용하여통합이이루어지지않거나시간이너무오래걸려대응할타이밍을통치기쉽다.하지만아바타의세계(이세계는대체로익숙하고정돈된자신의집에서구현된다)에선불안감을주는불필요한잡음을차단하고,눈에보이는세계를줄이고,타인과의실제접촉을피할수있고,안전하다는감각을유지할수있어타인과의거리를줄이고안전하게교류할수있다.가상공간은이러한“뺄셈의세계”를훌륭히제공한다.

신경다양성사회속의소수자로서의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

저자는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을“장애인”으로보지말고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사회의소수자로보아야한다고주장한다.자폐스펙트럼증상은질병이아니라뇌신경구조의다양성에의한것이며,이러한뇌신경구조의다양성을개인의개성이나다양한경향으로받아들여야한다는것이다.이런관점에서보자면자폐스펙트럼당사자는정상인과구분되는장애인이라기보다는,뇌신경구조가발달된형태가대다수와는다른“비정형발달인”이다.신경다양성에대한배려가있는사회에선자폐스펙트럼당사자-비정형발달인의자폐성향은개성일뿐이며,가상공간과같은특정한조건에선얼마든지그개성이충분히표현될수있다.

신경다양성이라는개념을받아들인다면,자폐스펙트럼은장애라기보다는태어날때부터갖고있는뇌의개성이다.뇌가정형적으로발달한사람들과함께생활할때에는어려움이많은만큼이에대한배려도필요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그들의개성그대로존중하고지원할이유도있는것이다.이책은,장애인으로서보호받고배려받는발달장애인이아니라사회적소수자로서존중받으며살아가는자폐스펙트럼당사자운동이가능한이유를충분히설명하고있다.저자는이러한운동을한주류사회의성소수자나사회적약자,소수민족들의소수자운동과비슷하다고보고있다.

2022년에방영된인기드라마《이상한변호사우영우》는영화《레인맨》(1988),드라마《굿닥터》(2013)등에이어한국에“자폐스펙트럼장애”에대한이해와인식의폭을넓힌계기였다.드라마나영화등에서그려진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은놀라운계산능력이나기억력등천재적인재능을가진경우가많다.하지만실제로천재로분류되는정형발달인이소수인것처럼,범상치않은암기력이나표현능력을가진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은소수에불과하다.이런드라마나영화가자폐스펙트럼에대한사회적인식을긍정적으로확산시키는데에일조하는것은사실이지만,“자폐스펙트럼은천재적능력을숨기고있다”는오해를만들어내기도한다.많은“정형발달인”들이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에게천재적인능력을기대하고,범상치않은능력이없다고하면실망하거나혐오를표현하기도한다.저자는자폐스펙트럼당사자전체의존엄성을존중하고저마다개성을지닌사회적소수자로살아가는그대로의모습을인정해야한다고말한다.

신경다양성이라는렌즈로보는인간의다채로운세계

저자는“가상공간에서만난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은놀라움으로가득찬하이퍼월드의심오한세계로나를안내해주었다.무엇보다나는그뇌속세계의깊은연못옆에잠시서있었을뿐이었는데도,아주먼곳까지여행했다는감각이있다.자폐스펙트럼당사자의느낌이사물을보는법은내가세상을느끼는방법과정말로다르다.그럼에도,내게도부분적으로는그들과닮은느낌이있음을알게되었고,내주변사람들을보는눈이달라지는경험도했다”고고백한다(310쪽).자폐스펙트럼은그자체로개성이며인류가자폐증적인뇌의작용을잃어버린다면대단히귀중한가치를잃어버리는것(133쪽)이라는자폐스펙트럼당사자활동가그랜딘의말은충분히설득력이있다.

이책은자폐스펙트럼당사자들이장애인이아니라사물을보는방식이나스타일이다른사회적소수자임을밝히고,자폐스펙트럼에대한장애와비장애의고정관념을넘어서는새로운시각을제공한다.그리하여신경다양성이라는렌즈를통해서보는인간의다채로운정신세계를그려내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