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일부분으로살아가기:생태위기시대에재발견되는애니미즘적세계관과삶의방식
전지구적기후변화와생태위기는우리에게낯선말이아니다.우리는,우리가일상에서영위하는생활방식으로인해생태환경이점점더위태로워진다는것을잘알고있다.인간이지구의주인공이며다른존재들은모두인간만을위해존재하는듯여기는인간중심적인세계관과문화에심각한문제가있다는것을깨닫고있다.생태위기를불러일으킨당사자로서우리는인간이지구를독단적으로사용할수있는주인공이아니라는사실을자각하게되었으며,인간은더다채롭고커다란세계에서분리되지않고연결된일원이라는세계관과삶의방식으로전환해야한다는것을절실하게느끼고있다.
『애니미즘과현대세계』은대학과삶의현장에서생태철학과환경윤리,생활속의생태학을연구하고강의해온유기쁨의새책이다.저자는이책을통해인간과“자연”의평화로운공존을모색하고,인간과세계의분리가아니라연결을상상하는애니미즘적세계관과삶의방식을재발견한다.애니미즘이론을처음으로도입한에드워드타일러의1871년대작『원시문화PrimitiveCulture』를완역한바있거니와활발한저술활동과실천을통해애니미즘에정통한저자는이책에서타일러의애니미즘부터오늘날에이르기까지여러흐름들을체계적으로집대성함으로써애니미즘이라는개념이어떠한맥락에서어떠한의미를가지고출현했으며오늘날생태논의의최전선에서는어떠한의미범위에서사용되고있는지를보여준다.
낡은애니미즘에서인간과비인간세계를다시연결하는존재론,생활방식으로서의애니미즘으로
이책은크게3부로구성되어있다.먼저1부.그들의애니미즘:“무엇이우리와그들을다르게만드는가”에선서구근대과학의탄생과더불어타일러의사회진화론적애니미즘을집중적으로논의한다.저자는인간과자연의분리,우리와타자의분리,우등과열등의구별,야만에서문명으로의진보,사회진화론적인종교관등서구의근대적기획을파고들어서구가보편적기준이되어타자의원시화를추구하는과정을탐구한다.타일러는언뜻우스꽝스러워보이거나이해하기힘든타자의문화현상에도합리성과일관된맥락이있다는점을강조하며인류의보편성을논한다.그와동시에역사의성장과발전속도의차이에따라진화의차이를보인다고생각했다.그에게는애니미즘이유아기적단계이며근대인으로서극복해야할사고체계로여겨졌다.
1부에서근대적“우리”와야만적인타자를구분하는“그들의애니미즘”을다룬다면2부.우리의애니미즘:“무엇이우리와그들을하나로묶는가?”에선재발견되는애니미즘을소개하며우리와그들,인간과인간외존재,“인간-사람”과“비인간-사람”의연결성을모색한다.서구근대적기획의한계를생태위기의심화를통해경험하면서인간과세계내다른존재와의연결성과관계성을묻게되면서애니미즘이재발견되고재해석되는과정을다룬다.이때에관계적존재론의핵심개념인“사람person”이등장한다.저자는,인간과더불어동물,식물,자연물이“사람”이되어상호작용하는세계의생명성과공동체성에주목하고애니미즘적사유를펼쳐나간다.저자는애니미즘을,“유아기적야만인의낡은애니미즘”에서세계의생명성을민감한감수성으로“감지하는”애니미즘으로재조명한다.이는인간중심적인사고의경계를넘어인간을포함한더큰생태계라는틀에서세계를해석하고행동하는생태주의적삶과연결된다.
3부.하이테크놀로지시대의생명성에대한새로운상상에선현대하이테크놀로지시대를배경으로인간과사물,특히인간이만든인공물과의관계를고찰한다.저자는,첨단테크놀로지의산물에둘러싸여생명에대한감수성이둔감해지는현시대에애니미즘적감수성은무엇을의미하는지질문한다.하이테크놀로지시대의기계의생명성에대한물음이동식물의생명성과같은전통적인감각과어떻게조화될수있는지그가능성을탐구하고,생태위기를경험하면서생명성에대한감각의조정이나확장이의미하는바를고민한다.
한권으로알기쉽게정리한애니미즘의흐름
또한이책은자칫어렵게다가올수있는저명한외국학자들의이론서들을적재적소에인용하여알기쉽게친절히설명하는장점을가지고있다.저자는,애니미즘의주창자인타일러를비롯하여,관계적존재론과애니미즘의중요한논자인팀잉골드,에두아르도콘,비베이루스지카스트루,브뤼노라투르,바바라스머츠,애나칭,그레이엄하비,라네빌레르슬레우,알프혼보리,발플럼우드,자끄데리다등이펼친주요논지를이한권의책에서성공적으로종합한다.이들의사유를따라가면,인간이동물,나무,세계에대해어떻게사유하느냐가아니라동물이,나무가,세계가어떻게생각하는지에더예민함을알수있다.또한피터고프리스미스,크레이그포스터의생생한바닷속체험담이나심너울,d몬,앤레키등의작품들은사람이란무엇인가에대한관계적존재론질문의깊이를더해준다.
이책에서저자는완결된해답을제시하지는않는다.또한인간성을회복하고자연을보호하고동물을사랑하자는낭만적인해결책에대해서도의문을가진다.대신에사유를확장하기를제안한다.인간이살아있는다른존재들-사람들과적절히관계를맺음으로써더큰세상속으로걸어들어가기를,다시연결되는세계를상상하기를,홀로주인공이아님을,사물을일방적으로바라보는인간으로서의삶이아니라다른존재들(사람들)로부터응시되는것을의식하는사람의삶을살기를,다른존재들의생명성을인정하는존재론,인간의한계를인정하는,인간중심적이지않은존재론을제안한다.
이책은복잡하고다양한애니미즘의흐름을정리하고지식의폭과깊이를확장하고싶은독자와인간중심적인문화를넘어서다른생명들과의관계를고민하고생태위기속에서새로운생명성을다시상상하려는독자모두에게맞춤한책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