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표정

중국식 표정

$17.00
Description
누천년의 역사 속에 깃든 인간의 마음을 따라가는 길
이 책은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깊이는 무궁하다. 그래서 단연 압권이다. 그런데 이 책의 깊이는 지식의 정도나 오래고 권위 있는 정전에서 비롯하지 않는다. <중국식 표정>의 도저한 깊이는 한마디로 인간과 삶과 세계에 대한 한없는 이해와 정성스런 공감에서 발원한다. 그리하여 예컨대 우리는 <중국식 표정>을 읽으면서, 낭만 선객 이백의 “한 생애를 남김없이 탕진해 본 자”의 적요와 쓸쓸함을, “시인이기 이전에 생활인이었고 가난했으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두보의 한탄과 비애를,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취했는데 혼자만 깨어” 있고자 한 굴원의 결기와 비장미를 말뜻 그대로 추체험하게 된다.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의 페이지들을 여기저기 건너뛰어 노자가 <도덕경>에서 제시한 유토피아가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거쳐 마침내 현대 중국의 대표적 작가인 가오싱젠의 <영산>과 티베트족 작가 자시다와의 “빠드마삼바바의 미로”에까지 이르는 도도한 흐름을 목도하기도 한다. 또한 눈이 밝은 독자라면 원소절(중국의 정월 대보름) 남녀 간의 애틋한 정을 읊은 구양수와 “가장 보통의 여자”를 꿈꾼 설도의 시구들이 국가와 남성이라는 이중 구속에 억눌린 장아이링의 소설 <색, 계>의 주인공 왕지아즈의 “진심”으로 변주되는 극적인 장면을 추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요재지이>를 ‘중국판 <천일야화>’(보르헤스)나 ‘동양의 아름다운 동화책’(헤르만 헤세)이 아니라 ‘고분지서(孤憤之書: 고독과 울분에서 나온 책)’로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그 글자들의 무늬(文) 속에 서린 사람의 마음을 오랫동안 곱씹고 헤아린 바인 셈이다. 저자 김경엽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말하자면 “공명이 간절할수록 시인을 시인답게 문인을 문인답게 한다.” 이는 이 책이 맑고 아름다운 까닭이다.
저자 김경엽은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으며, 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건국대학교, 총신대학교, 협성대학교 등에서 글쓰기와 중국 문학을 강의했다.
저자

김경엽

강원도원주에서태어났다.
건국대학교중어중문학과와중앙대학교대학원중어중문학과를거쳐고려대학교대학원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박사과정을수료했다.
2007년<서정시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건국대학교,총신대학교,협성대학교등에서글쓰기와중국문학을강의했다.

목차

005책머리에

011시선일여의시학
023현실과환상의경계,가오싱젠의<영산>
038‘붉은종족’을위한진혼곡,모옌의<붉은수수밭>
050신화와상상력의제국,<산해경>
063욕망과금지의이중주,장아이링의<색,계>
074시와그림의만남,‘시화일률론’
086?우연?의시인,쉬즈모와그의여인들
100부재와결핍의노래,설도의‘동심초’사랑
111일탈의로맨스와문자유희,사마상여와탁문군
122환상의귀환,포송령의<요재지이>
137중국인의초상,위화의<인생>
150애도와성찰의시간,자시다와의?티베트,가죽끈매듭에묶인영혼?
163‘희미한등불아래있는그대’,원소절의아름다운시편들
176은일과취흥혹은광기의시인,이백
190봄날과전장의시인,두보
203유토피아를찾아서,도연명의?도화원기?
214최초의시인굴원과‘중취독성’의시학
228불가능을사랑한시인,꾸청

244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얼마전한박물관에서개최한전시회를관람할기회가있었다.수백년동안땅속에묻혀있다가발굴된나한상(羅漢像)들이었다.돌에새긴성자들의표정은조금씩달랐다.초승달같은눈으로웃는표정,우울한듯슬픈표정,기쁜일이있는지즐거워하는표정그리고괴로운듯찡그린표정.제각기개성이넘치는표정들이었다.찬찬히표정들을살피며그의미를나름대로짚어보는순간돌덩이들이돌연살아있는것처럼활기를띠기시작했다.성과속의경계를넘나들며그들이걸어오는말이들려오는것같았다.그러나아무런인식이나의식없이저것들을바라봤다면어땠을까.아무쓸모없는흔해빠진돌덩이에불과할것은뻔한일이다.
나는전시회를둘러보며문학도이와다르지않다는생각을했다.모든문학은저마다자신만의표정을가지고있지않을까싶다.석공이돌에다각각표정이다른성자의모습을새기듯작가또한자신만의고유한개성을문학이란이름의성채에새겨넣을것이기때문이다.각기다른표정은각기다른의미를생산한다.표정이감추고있는의미를번역하고해석하여성과속사이,이상과현실사이,환상과실제사이에아찔한소통의다리하나세워보는일이바로독자와연구자혹은비평가의몫이라고생각한다.
한중비교문학을공부하면서오랫동안기억하고수시로꺼내보는시한구절이있다.

剪不斷끊을래야끊을수없고
理還亂감으려니더엉키네
是離愁이이별의슬픔
―이욱(李煜,937-975),?오야제(烏夜啼)?중에서

이시를읽을때마다명주실처럼질긴미련의정을어쩌지못하고견뎌야하는자의심정이고스란히전해졌다.그러니상실의고통을딱아홉글자로함축한구절은애쓰지않아도저절로외워졌다.이제까지천명의시인이천편의이별시를썼다면이시는이별을견디는천한번째의새로운표정같았다.이렇듯문학은언제나나에게새로운표정을발견하는연속적인사건으로다가오곤했다.
한중비교문학을공부하면서작품들의표정과그표정뒤에감추어진말소리에귀기울이려고노력했다.때로는잘들렸고때로는모호했다.모호한것은그것대로새롭게태어난변종의표정으로여겼다.문학작품이저마다얼굴처럼붙이고있는다양한표정과그표정이내재하고있는궁극의의미,이두가지를섬세하게들여다보고판독하는작업이문학을공부하는일의즐거움이자어려움이라는생각에는지금도변함이없다.
이책에실린글들은모두중국문학과비교문학을공부하는즐거움과어려움을통과하며남긴작은흔적들이다.문학은시공을넘어보편적이지만중국인이그들의언어로창작한문학에는그들만의특수한조건에의해규정된그들만의고유한생각과자세와표정이들어있을것이라고믿는다.책제목을‘중국식표정’이라고정한까닭도여기에있다.글을쓰면서막히고캄캄할때에는앞선연구자들의글과책에서희미한빛을찾아내기도했다.빛이되어준글과책들은각주와참고문헌으로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