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

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

$13.50
Description
〈오이디푸스 왕〉부터 〈관객모독〉까지 희곡 독서 에세이

소설이나 시, 동서양의 다양한 인문 고전 등을 천착해 읽은 글들은 많지만, 연극의 대본인 희곡을 읽은 글은 드물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연극들은 공연될 때뿐만 아니라 희곡 자체의 문학적 가치도 명백한 터인데, 많은 이들이 희곡 자체에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줄글로 요약된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는 것으로 희곡 읽기를 대신할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희곡 읽기는 소설이나 다른 문학작품 읽기에 비해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맥락마저 생략된 대사들과 약간의 지문만으로 배우들의 감정이나 무대 위 상황 등 많은 것을 독자가 상상해야 하기에 희곡 독해의 어려움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 이제 다시 희곡을 읽을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곡을 읽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를 말해주는 책이다.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에서 페터 한트케의 언어극까지 대표적인 서양 연극 스물네 편의 희곡을 찬찬히 읽은 후, 그 속에 깊이 새겨진 인생, 운명, 사랑, 역사, 혁명, 예술, 과학, 양심 등 묵직한 주제와 성찰을 들춰낸 희곡 독서 에세이인 것이다.
저자

이희인

전통이오래된대학연극동아리에서활동했다.대학2학년때장기수문제를다룬창작희곡〈저인망〉을집필하여좋은평을받았고《대학우수창작극대본선》에그희곡이실렸다.젊은날을대학로에살다시피하며무수한연극들을보았고여러극단의성쇠를지켜보았다.
1998년한연극관람평공모에1등당선되어프랑스아비뇽연극제를참관할기회를가졌다.사회에나와직장인연극단체에가입해연출과배우로도활동했다.장주네의〈하녀들〉을연출했고〈오이디푸스왕〉에서오이디푸스역을맡았으며,닐사이먼의〈굿닥터〉,F.뒤렌마트의〈당나귀그림자에관한재판〉등의연극에서도배우로출연했다.최근에는인천의한극단의의뢰를받아소설《세여자》를희곡으로각색하였다.
여행작가로활동하여《여행자의독서》시리즈,《인생이묻고톨스토이가답하다》,《세상은묘지위에세워져있다》등모두11권의책을세상에내놓았다.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늦깎이대학원생이되어배우는일에힘쓰고있다.여전히버리지못한장래희망직업으로연극배우,연출가,극작가를꿈꾼다.

목차

4작가의말

15 내가누구인지알게되는두려움
소포클레스〈오이디푸스왕〉
27 누가메데이아에게돌을던지랴
에우리피데스〈메데이아〉
39 추함,아름다움을굴복시키다
셰익스피어〈리처드3세〉
49 누가내마음을움직이는가
셰익스피어〈줄리어스시저〉
61 흰목덜미위의검은손
셰익스피어〈오셀로〉
73 가장나쁜죄,위선
몰리에르〈타르튀프혹은위선자〉
85 먼저,인간이돼야한다는것
G.E.레싱〈현자나탄〉
97 혁명은무엇이며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가
G.뷔히너〈당통의죽음〉
109 19세기초,유럽의내면풍경
G.뷔히너〈보이체크〉
121 제발숨막혀,인형이되긴
헨리크입센〈인형의집〉
133 그대다시는고향에돌아오지못하리
안톤체호프〈벚꽃동산〉
143 나는잘못이없네,잘못은대지에게있을뿐
F.G.로르카〈피의결혼〉
157 우리는무엇을아는가?무엇을모르는가?
B.브레히트〈갈릴레이의생애〉
169 제발,연극에몰입하지마시기를
B.브레히트〈사천의착한여자〉
181 우리는과거를잊으려하지만,과거는우릴잊지않는다
유진오닐,〈밤으로의긴여로〉
191 욕망의종착역
테네시윌리엄스〈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
201 아버지는죽지않는다
아서밀러〈세일즈맨의죽음〉
213 사랑받지못하는사람들의카니발
장주네〈하녀들〉
223 고도는오는가?언제오는가?
사무엘베케트〈고도를기다리며〉
223 뉴턴과아인슈타인이정신병동에갇힌이유는?
F.뒤렌마트〈물리학자들〉
245 이것은희곡이아니다
페터한트케〈관객모독〉
255 웃고있어도눈물이난다
닐사이먼〈굿닥터〉
267 둔재들을위한변명
피터셰퍼〈아마데우스〉
277 우리는모두콘트라베이스연주자다
파트리크쥐스킨트〈콘트라베이스〉

출판사 서평

스물네편의희곡을읽다
스물네편의감동을쓰다

〈오이디푸스왕〉은,본다는것은안다는것이며앎의가장높은경지는자기자신을아는것이라는점을가르쳐준다.자기자신을제대로아는일에실패한오이디푸스의운명은결국비극으로끝을맺는다.‘너자신을알라’는소크라테스적철학은이렇게앞선비극의세계와도만난다.자기자신을알아야한다는것,자신을알게되는두려움이서양연극의위대한고전이주는교훈이다.

문학작품에배치된위대한논쟁들은한구절한구절독자로하여금숨을멎게하고식은땀을흘리도록한다.셰익스피어의솜씨는이런부분에서도유감없이발휘된다.희곡〈줄리어스시저〉에등장하는브루터스와안토니의연설장면은이희곡의고갱이를이룬다.뷔히너의희곡〈당통의죽음〉에펼쳐지는당통과로베스피에르의논쟁도문학이발휘할수있는최고의논쟁장면들을보여준다.

베르너파스빈더의영화〈불안은영혼을잠식한다〉에서우리시대의‘오셀로’를볼수있다.영화의주인공‘알리’는민족적,인종적차별에질식해사망하는북부아프리카출신의외국인노동자로설정된다.〈오셀로〉가무어인이민족과인종,피부색에상관없이낯선나라베네치아에서혁혁한공을세워성공한이야기이고보면,셰익스피어가그린당시의베네치아가오늘날혐오와차별로점철된유럽의나라들보다훨씬개방적인나라였던걸로보인다.역사는정말로진보하는것일까.

G.E.레싱의〈현자나탄〉은이미240여년전에기독교와유태교,이슬람교가근본에서는서로다르지않고각각의민족과종교의상이함에앞서우리가‘인간됨’을지켜야한다는메시지를던진다.레싱이말하는‘인간’은결과적으로종교의근본주의와인종적편견을넘어선양심과도덕의주체를의미한다.어찌보면지극히상식적수준의인간을의미하지만,굴절된세상에서는상당히높은수준의도덕성을체현한사람을일컫는일이되는것이다.

‘빌어먹을호텔방에서태어나호텔방에서’생을마감한유진오닐은마지막작품〈밤으로의긴여로〉를두고스스로‘깊은슬픔과이해와용서로쓰인글’이자‘눈물과피로쓴오랜슬픔의드라마’임을밝힌다.카프카가자신의몇몇작품에대해했던유언과마찬가지로오닐은이작품을자신의사후25년동안발표하지말고그이후에도절대무대에올리지말것을못박았다.그러나뮤즈는작품을세상에돌려줬고우리는가장처절한현대의비극한편을마주할수있게되었다.

희곡은무대에올릴것을전제로집필된다.그런데문학으로읽히기를염두에둔희곡은가능하며그것은바람직한일일까?독자들은소설작품을읽을때는그행간에서삶과인생의장면을상상하면되지만,희곡에선무대위의상황과배우의감정상태를먼저상상해야만한다.희곡읽기의어려움이다.하지만테네시윌리엄스의〈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는문학작품으로읽기에도손색이없는희곡이다.남자주인공인‘짐승남’스탠리의외모와성격을묘사한지문만봐도그문학성을짐작할만하다.

단단히구축된전통의연극체계를해체하려는노력의한극단에페터한트케의이름이있다.연극,혹은희곡자체에대해질문을던지는메타연극기법은피란델로에서도시도된바있으나〈관객모독〉은보다노골적이고적나라하다.네명의주인공들은극중의이름을갖지못한배우들일뿐이며어떤대사가자신에게배정돼있는지도알수가없고어떠한지문도없다.희곡앞머리에무대분위기와상황,배우들의연기에대한장황한가이드라인이있을뿐이다.이기이한희곡이처음창작되어발표되었을때,이희곡이공연될수있을것이라생각한사람은별로없었다.대본은이런저런출판사에서거부되었고극단들도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2019년현대연극의고전목록에오른이희곡〈관객모독〉의작가페터한트케는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아마페셔널의시대다.독일의철학자발터베냐민은일찍이사진,영상등복제기술의발달이예술의민주화(대중화)를가져올거라는낙관적인전망을펼쳤지만확실히예술은이제소수의귀족,엘리트의전유물이아닌대중들도어렵지않게향유할수있는문화영역이되었다.예술의감상뿐아니라창작에도프로와아마추어의경계는날로엷어지고있으며순전히삶을즐기는방편으로예술활동에땀을쏟는애호가도늘고있다.연극또한예외가아니어서수많은직장인극단,지역극단,동호회,낭독의즐거움을쫓는낭독극모임까지활발히결성되어활동하고있다.닐사이먼의희곡〈굿닥터〉는그런아마추어극단들이도전해볼만한좋은대본이다.

연극은극장에가야만날수있지만
희곡은지금이순간만날수있다

희곡을읽는즐거움!

희곡을읽는일은,공연되는연극을관람할때의일회성과무대장치와연기에가려놓칠수도있는연극대사의의미와아름다움을천천히곱씹을기회를준다는면에서때로는연극을보는일보다매력적이다.연극작품의문학성을더깊이되새길수있는것이바로희곡읽기인것이다.

더욱이극장에직접가지않고도대문호들의깊은성찰을지금이순간바로만날수있다는점도희곡읽기의남다른즐거움일터이다.희곡독서에세이이자,희곡읽기의지침서라고도할수있는《자,이제다시희곡을읽을시간》!여행지에서읽은책을소개해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고있는작가이희인과낯설지만매력적인희곡속으로떠나는여행은,또다른독서의즐거움을만끽하게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