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뮤지컬

밤새도록 뮤지컬

$14.00
Description
이 책은 뮤지컬 평론가 이수진이 뮤지컬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수줍게 고백하는 에세이이다. 일주일에 9편의 공연을 보러 다닐 정도로 씨어터고어(공연에 중독된 사람)인 저자가 특히 사랑한 열다섯 편의 작품을 책에서 다룬다. 이 작품들 속에는 여성, 성 소수자, 생의 끝에 선 노인 등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난 다양한 군상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젓가락을 들 힘이 있을 때까지 극장에 가고 싶다는 ‘뮤덕’답게 저자는 이 책을 무대 삼아 주인공들과 함께 마음껏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마치 극장의 한쪽에서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덕후에게는 작품을 추억하게 하고, 뮤린이에게는 작품을 보는 눈을 알려주는 고마운 필독서!”라는 말 그대로 저자의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책이다.

뮤지컬을 즐기는 한 가지 지름길

뮤지컬 공연장에 가면 화려한 무대와 배우의 멋진 연기 등 볼거리가 있고,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정적이며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아련한 멜로디와 노랫말의 넘버도 있다.
뮤지컬 〈원더풀 타운〉에는 ‘남자에게 차이는 백 가지 지름길’이라는 넘버가 나온다. 소위 여성지에 많이 실리던 이른바 남자 잡는 법을 비튼 제목이다. 뮤지컬을 즐기는 데도 백 가지 지름길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중 ‘뮤지컬 넘버’라는 지름길로 뮤지컬을 즐기러 간다.

‘뮤지컬 넘버’가 건네는 말

모든 뮤지컬은 자신만의 ‘뮤지컬 넘버’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라카지〉의 드랙퀸 앨빈은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신을 당당하게 여기고 숨지 않으며 세상에 당당하게 소리친다. “이게 바로 나”라고.
〈렌트〉의 모린과 조안은 각자의 다른 애정관을 두고 자신의 사랑법이 옳다고 주장한다. 두 여성이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두 인물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치매 걸린 빌리의 할머니는 안개 낀 듯 희미한 기억 속에서 다시 인생을 산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과 만나지 않았을 사람과 마음 주지 않았을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림할 돈으로 위스키와 맥주를 샀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던, 할머니와 결혼한 적도 없었던 그 할아버지에 대해 노래한다.
〈서편제〉에서 오로지 송화만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예술을 완성시키는 인물이다. 무대 위 송화는 소맷자락을 거두듯이 모든 원망을 거두며 눈을 뜨고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른다.
그리고 〈원더풀 타운〉에서 루스는 좀처럼 낫지 않는 남자들의 불치병, 이제는 최소한 병명은 붙은 유구한 역사의 병을 퇴치할 노래를 부른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병을 퇴치할 노래 ‘남자에게 차이는 백 가지 지름길’을.

관객이 아닌 독자로서 ‘뮤지컬 넘버’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뮤지컬의 매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절대 놓칠 수 없는 한 가지는 ‘뮤지컬 넘버’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열다섯 곡의 ‘뮤지컬 넘버’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마치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듯 독자와 끊임없이 교감한다. 이 책을 통해 관객이 아닌 독자로서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기를 바란다.

저자

이수진

어린시절엔진짜믿었다.주인공이길에나서서노래를부르면갑자기구름이걷히고모든사람이웃는얼굴로연주하고함께노래를부르는세상이진짜있다고믿었다.나도그런세상에끼고싶어뮤지컬에입문했다.하지만정작웃을일이별로없는작품을간혹쓰고,번역도하고,공연평도하면서뮤지컬동네에한발슬쩍걸친삶을살고있다.브로드웨이뮤지컬100년을개괄한《뮤지컬이야기》를공저로쓴일이있다.

목차

70년전에도맨스플레인은지겨웠다11
〈원더풀타운〉

그립고질리고사랑하고진절머리나는,떠날수없는나의친구들에게21
〈컴퍼니〉

진정한사랑을만났는데어쩌다보니예수님31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광대가등장하는순서43
〈리틀나이트뮤직〉

주인공보다웃기고나쁘고매력적인악역55
〈리틀숍오브호러스〉

다른누구도아닌,나는나 65
〈라카지〉

사랑으로전쟁을하려거든이들처럼75
〈렌트〉

인생을다시산다면안그랬을기억들87
〈빌리엘리어트〉

망한영화에도미덕은있다97
〈제너두〉

소맷자락안에가둘수없는영혼107
〈서편제〉

종교의탄생 117
〈북오브모르몬〉

크지만작고,단단하지만여린롤라의매력127
〈킹키부츠〉

전설들이사랑했던노래137
〈파리의아메리카인〉

사실은간데없지만시는아름답다149
〈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노래는사랑이라말하는데,사틴은삶이라노래하네 159
〈물랑루즈!〉

출판사 서평

뮤지컬을즐기는한가지지름길

뮤지컬공연장에가면화려한무대와배우의멋진연기등볼거리가있고,때로는감미롭고때로는격정적이며때로는웅장하고때로는아련한멜로디와노랫말의넘버도있다.
뮤지컬<원더풀타운>에는‘남자에게차이는백가지지름길’이라는넘버가나온다.소위여성지에많이실리던이른바남자잡는법을비튼제목이다.뮤지컬을즐기는데도백가지지름길이있을것이다.이책은그중‘뮤지컬넘버’라는지름길로뮤지컬을즐기러간다.

‘뮤지컬넘버’가건네는말

모든뮤지컬은자신만의‘뮤지컬넘버’로관객에게말을건넨다.
<라카지>의드랙퀸앨빈은세계가자신을어떻게받아들이든자신을당당하게여기고숨지않으며세상에당당하게소리친다.“이게바로나”라고.
<렌트>의모린과조안은각자의다른애정관을두고자신의사랑법이옳다고주장한다.두여성이이노래를부를때의두인물사이의아슬아슬한긴장감은이루말로표현하기어려울정도다.이들은한치도물러서지않고자신의주장을펼친다.
<빌리엘리어트>에서치매걸린빌리의할머니는안개낀듯희미한기억속에서다시인생을산다면절대하지않았을일들과만나지않았을사람과마음주지않았을순간에대해이야기한다.살림할돈으로위스키와맥주를샀고손가락하나까딱하지않던,할머니와결혼한적도없었던그할아버지에대해노래한다.
<서편제>에서오로지송화만이자신을희생해서라도예술을완성시키는인물이다.무대위송화는소맷자락을거두듯이모든원망을거두며눈을뜨고보고싶다는마음으로‘심봉사눈뜨는대목’을부른다.
그리고<원더풀타운>에서루스는좀처럼낫지않는남자들의불치병,이제는최소한병명은붙은유구한역사의병을퇴치할노래를부른다.맨스플레인이라는병을퇴치할노래‘남자에게차이는백가지지름길’을.

관객이아닌독자로서‘뮤지컬넘버’의매력에빠져보기를...

뮤지컬의매력은헤아릴수없이많다.그가운데절대놓칠수없는한가지는‘뮤지컬넘버’가가진매력일것이다.저자는이책에서열다섯곡의‘뮤지컬넘버’속으로독자들을끌어들인다.그리고마치무대에서춤추고노래부르듯독자와끊임없이교감한다.이책을통해관객이아닌독자로서뮤지컬의매력을한껏느껴보기를바란다.

추천사

그녀가뮤지컬을사랑하는게다행이고기쁘다.우리는그녀의계속된탐구를통해더깊고진한뮤지컬의뒷이야기를들을수있다.
음악감독김문정

뮤지컬덕후에게는작품을추억하게하고,뮤린이에게는작품을보는눈을알려주는고마운필독서!!!
배우정성화

책속에서

두근거림이사라진자리에취향이자리잡는다.나는바로그즈음부터나자신을씨어터고어로인식하게되었다.꾸준히평생극장에가는사람.나는연극이든뮤지컬이든오페라든무용이든,무대에서벌어지는온갖일이다보고싶은사람이되어버렸다.p.5

《작은아씨들》에서〈원더풀타운〉을거쳐현재에이르기까지남자들의가르치는병은좀처럼낫지않는유구한역사의불치병이지만이제는최소한그병에이름이붙었다.‘맨스플레인’이라고.p.19

바비가다양한인종과성으로재해석되어가는과정에서,이세계가인류에게씌운굴레를벗어나가는순서를보여주는것도흥미롭다.백인이성애자남성이제일먼저,그다음에흑인남성이,흑인성소수자가,마지막으로여성이바비역을맡으면서마침내여성이그굴레로부터벗어날때가되었음을표현할수있게된것이2019년이다.초연된지거의반세기가흐른후에야,여성이결혼하지않겠다고결심하는차례가돌아온것이다.p.27

예기치못했던상황이벌어질때,무대위에는광대들이난입해관객들을웃긴다.바로조금전의상황이전혀심각하지않다는것을보여주기위해서,그리고다시금새로시작할에너지를모으기위해서다.p.48

진지하게따지고들자면사적인복수가허용된다면법은왜있나싶지만,드라마는정의구현교과서가아니기에더욱드라마틱해지기마련이다.p.60

세상누구에게라도“나는바로나”라는가사가주는메시지는단순하면서도강력하다.자신들의정체성을부정하면서까지약혼하겠다는어리석은아들에게서운하면서도아들의행복을위해기꺼이‘정상인’행세를하려는이들이야말로누구보다도정상인부모그자체였다.이후이노래는자신의정체성을당당하게드러내고자하는사람이라면누구라도부를수있는상징적인노래가되었다.p.73

대부분의뮤지컬에서이토록강력한노래들은대대로남성인물들의전유물이었다.여성인물하나를두고사랑의라이벌이되어대립할때나,전쟁을치르거나권력을쟁취하기위해싸울때등,대치상황에서나올수있는노래들이다.그런데이노래는두여성이각자의다른애정관을두고물어뜯기라도할듯이자신의사랑법이옳다고주장한다.이노래를부를때의두인물사이의아슬아슬한긴장감은이루말로표현하기어려울정도다.pp.79-80

그토록미워했지만할아버지와춤을추던순간만은할머니의기억속에또렷이각인되어있고,그기억만큼이나많은댄서들이할아버지의모습을하고할아버지처럼담배를들고창문을넘어들어와할머니와춤을추고다시하나씩둘씩창문을넘어나가버린다.연기처럼.할머니의기억처럼.다시는되돌릴수없는할머니의지나온인생이,그렇게살고싶지않았지만돌이킬수없는인생이연기처럼흩어진다.하나의넘버로치매에걸린할머니의인생이완벽하게그려진다.p.94

이뮤지컬에서오로지송화만이자신을희생해서라도예술을완성시키는인물이다.눈이멀어서도소리꾼으로전국을돌아다니는유랑꾼이다.그런인물의삶이어찌어린소녀처럼긴소맷자락안에갇히랴.누구보다큰질곡을겪으면서도쓰러지지않은강한인물이건만송화를바라보는시선은여전히그를망가뜨리면서도사랑한다고부르짖던그사람들의시선안에갇힌다.이뮤지컬을볼때마다,살포시송화의소맷자락을올려주고싶어진다.그때는송화가눈을번쩍뜨리라.

〈사우스파크〉의작가들이종교에도순기능이있음을보여주는면모도놀랍다.물론그들이믿는것은종교그자체의순기능이아니라종교를만드는인간들의선한의도다.아무리아름다운종교도경전에박제되고세월이지나면애초의아름다운의미는사라지고융통성없는형식만남아,종교의힘이절실하게필요한사람들에게도움이되기는커녕억압만되는모습을수도없이많은종교를빙자한전쟁터에서보아왔기때문이다.p.125

뮤지컬〈킹키부츠〉는롤라가자신에게손가락질하던사람들을자신의편으로돌려세우고편견이라는마음속의커튼을걷어내는과정이다.그리고이노래‘롤라의세상’은롤라가세상을향해나란사람은어떤사람이라고포효하는노래다.pp.132-133

그‘주말의명화’나‘토요명화’시간에가끔뮤지컬영화들을방영해주곤했다.그런날이면부모님과함께나란히앉아밤늦도록영화를볼수있었다.영화가뭔지도잘몰랐던어린시절이라왜서양사람들은총천연색의화면속에서사랑고백을노래로하는지궁금했었다.부모님이어린자식을재우지않고맘놓고보여줄수있는영화대부분이뮤지컬영화였기때문이라는사실은좀더철이든후에야알게되었다.pp.140-141

크리스티안이일제강점기의신파극주인공이수일처럼돈이냐사랑이냐를외칠때,사틴은그둘이칼로자르듯갈라지는존재가아니란사실을안다.삶이꺼져가는사람앞에서무엇인들절실하지않을까.가사로만본다면그저단순한사탕발림같은믿지못할맹세들로가득찬노래가내일을기약할수없다는상황이얹어지자그보다더슬플수가없는노래가되어버린다.수많은히트곡이순식간에스쳐가는무대위에서도이노래는길고뚜렷하게귀에담길수밖에….무대위에서사틴이진정한주인공으로다시태어나는순간이다.pp.169-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