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최재학 장편소설)

통곡 (최재학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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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유년의 자화상을 소설로 담아낸 최재학의 『통곡』. 6·25 한국전쟁은 저자의 가정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면서 저자의 아버지를 처참한 주검으로 몰아갔다. 아홉 살이던 어린 저자가 감당하기는 버거웠던 그 기억은 떨쳐 낼 수 없는 한으로 가슴속에 응어리로 부대끼면서 지금까지 저자를 옥죄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기록으로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며 작은 진실이 밝혀짐으로 아직도 구천을 맴돌고 있는 수많은 원혼들이 영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저자

최재학

저자최재학은충남태안에서태어나30여년간교직을거치면서고향을주제로작품활동을하고있다.
현재,대전문협,국제펜문학,그리고문학사랑회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향리출신재미독립운동가문양목의선양을위하여자료를발굴하고있다.

저서
시집 『2월엔이별이있어야한다』
『나는당신을모릅니다』
수필집 『끝이없는방황』
『고향에있어도고향이그립다』
『간이역에서』
『그노래그사연』
『고맙다는말보다더고마운말』
단편소설 『잃어버린섬』
장편소설 『통곡』
전기 『독립운동가우운문양목선생의생애』
『문양목평전』
향토자료집『남면지』(공저)
『여기가내고향남면이다』

목차

다시명랑에서 5
그날 11
대한민국만세 77
장백산줄기줄기 114
애물단지 140
가도가도고향길 162
통곡 213
프롤로그 254

출판사 서평

이글은소설이아니다.60수년전에있었던실제이야기다.혹자는벌써다잊혀진흘러간이야기를새삼스럽게들쑤시느냐면서퇴박하기도한다.그러나유년시절에경험했던충격적인사실이었기에결코잊을수없는,잊어서는안되는유년의자화상이다.
이토록처참했던사실을보고듣고자라면서언젠가는이사실을기록해야한다는강박관념에잡혀있었다.유감스러운것은일부분이나마픽션으로처리할수밖에없었음을고백하며대부분사실의기록임을밝힌다.등장인물또한가명이며배역을바꾸어설정하였으나혹여누가되지는않을까조심스럽다.
나는이글을쓰면서끈질기게따라다니는악몽을털어내야겠다는생각이다.
6·25한국전쟁은우리가정을송두리째파멸시키면서아버지를처참한주검으로몰아갔다.그주검을지켜본아홉살이던어린내가감당하기는너무버거웠다.그기억은떨쳐낼수없는한으로가슴속에응어리로부대끼면서지금까지나를옥죄고있었다.어쩌면이기록으로응어리진한을풀어내고싶은욕심을부린것이다.따라서이작은진실이밝혀짐으로아직도구천을맴돌고있는수많은원혼들이영면하기를바란다.그리고부모를잃고굶주림과그리움에방황하던어린영혼들에게도지난날의악몽과족쇄로부터벗어날수있다면더할수없이고마울뿐이다.

[책속으로추가]

“제발하느님,제발우리아기아빨살려주셔요,살아가면서나쁜짓한번안하고양심적으로산사람입니다.”
애원에찬모습으로간절하게기도를드렸다.성재도두손을모으고하나님을불렀다.
“하느님요,제발저의아버지살려주셔요,제발요.”
성재는고향에교회도없지만교회를가본일도또기도를드린일도없었다.어디하소연할곳이없으니반사적으로하느님을찾은것이다.

“당신들은도저히살려둘수없는악질빨갱이니….”
‘탕,탕,탕’세발의총성이울렸다.이어서세사람은개울아래로거꾸러졌다.
‘탕’하는총소리에개울을사이에두고기도를드리던성재와어머니는귀를막았다.
아버지가쓰러지자성재는아버지를부르며소리를질렀다.다른군복이대창으로마구찔렀다.총알이없으니아마확인사살인모양이었다.혹시자기들의만행이세상에알려질까봐아예단초를없애려는것이었다.어머니는미친듯이소리를질렀다.
어머니는성재아버지를부르다힘이다했는지목안으로숙어드는목소리가간간히산골짜기에울렸다.그들의귀에도어머니의통곡소리가들렸을테인데들은척도,엄포도없이뒤도돌아보지않고산길로들어섰다.
어떻게해야할지눈앞에서아버지가,남편이총탄에쓰러졌는데도어찌해볼도리가없었다.멍하니바보가되어그들이사라져간산길만바라보며흐느껴울뿐이었다.

도대체우리가무엇을잘못했기에억울하고처참하게죽어야하는가.무엇때문에죽기보다어려운시련을겪어야하는지를성재는알수가없었다.애시당초성재는아버지가면장을하는데피난갈이유가없다고생각했었다.
면장을하면서어느누구를괴롭히거나모함한일이없었기때문이었다.어쩔수없이정해진법에의하여세금을징수하고산림을보호하기위하여어쩔수없었다는것을주민들도다이해하고있었다.
일제말이차대전이막바지에들어서자일제의수탈은절정에이르렀다.면직원들은집집마다수색하면서놋그릇을공출供出하게하였고뒤주를더듬어곡식을거둬들이면서원망의대상이되기도하였다.그러나당시면직원이던아버지는현물을보고도못본척출장복명서復命書를내어면장으로부터질책을당했던사실을어른들로부터들어알고있었던성재다.
해방이되면서친일親日을했던지역유지들이나면직원들이줄줄이건준建準사무실에끌려다니면서고초를당했지만아버지는단한차례도끌려가신일이없었다.
그러나아버지는자기때문에어머니도어린아들도죽음의골짜기로들어서고있다는후회에더괴로워하셨을것이다.차라리혼자떠날것을,수도없이후회를곱씹어도어쩔수없는운명이니오직하느님만을바라보며아내와자식이무탈하기만을간절하게기원하면서숨을거두셨을것이다.
어머니는일어서지도못하면서흐느끼고성재는멀리하늘을쳐다보며눈물을훔쳤다.
마지막아버지의말씀이귀에쟁쟁하게맴돌았다.
“성재야,울지말고어떻게해야할것인지네가알아야하지않니.”
성재로서는엄두도안나는일이벌어졌다.
우선억울한주검들을두고그냥그자리를떠날수는없는일이었다.
아버지의마지막말이귀를울렸다.마치오늘의이비참한일이일어날것을미리알고하신말같았다.
“성재야어떤일이닥쳐와도침착해야살아날수있다.전쟁은으레그런거란다.아버지가없으면네가가장이되어어머니랑동생들을돌보아야한다.할아버지할머니도모셔야하고….”
아버지의마지막말에무어라도대답할수가없었다.
우선어머니를부축해야했다.그러나성재는다리가떨려걸을수가없었다.허공에떠다니는것만같았다.그렇다고어머니는일어서지도못하니…정신을차려야했다.
어머니는금방허벅지가퉁퉁부어올랐다.어깨뼈가부러졌는지오른팔은꿈적도못하셨다.다행인지피는나지않았다.같이죽어야한다면서몸부림치는어머니를설득하여한참동안어깨와허벅지에찬물로수건찜질을하였다.그래도걸을수가없는지다시주저앉으셨다.
아버지옆에서죽겠다고몸부림치며뿌리치는어머니를사정사정하며말렸다.어머니옆에서한참동안얼떨떨서있던성재는문득정신을차려야하겠다고생각하였다.사방을돌아보아도도와줄사람은아무도없었다.‘이래서는안되지,아버지가마지막나에게부탁하신말씀을벌써잊어서는안되지….’성재는이를부드득갈았다.
“어머니,이제는어머니와둘밖에읍유,아버지를저렇게버려둘꺼유,제발정신좀차리시유.”
어머니를붙잡고또울음을터트렸다.한참이나울던성재는정신을가다듬고어머니를업어보려고어머니앞에등을대고두손을끌어잡았다.
간신이성재등에업힌어머니를업고일어서려하였으나허리도펴지못한채앞으로고꾸라졌다.
“성재야,안되겠어,내가일어나봐야하것다.”
성재는어머니의양쪽겨드랑에손을넣고는힘껏들어올렸다.넘어질듯하던어머니가간신히일어섰다.성재는어머니손에막대를쥐어주고는허리를부축이며걸었다.겨우겨우한발씩옮겨놓던어머니가밭둑을넘지못하고주저앉았다.다시일어나한손으로막대를집고한손으로는허벅지를짚으면서마을로향하였다.그렇게가다쉬다를번복하면서2백미터쯤되는마을입구까지반시간이넘어걸린것같다.어머니가다친것이걱정이아니었다.당장그억울하고불쌍한주검을묻어야하나그들의힘으로는엄두도못낼일이었다.
마을에는띄엄띄엄5-6채의초가집이있고,산위에서울린총소리에놀랐는지노인두분이뒷짐을지고불안한눈으로성재가내려오는산쪽을바라보고있다.
“아저씨저를좀도와줘요.저희남편이억울하게죽었시유.증말루억울하게유”
더듬더듬떨면서길바닥에털썩주저앉았다.노인들은어머니가몇차례사정을해도괜히좋지않은일이생길까봐서인지귀담아들으려하지않았다.한참이지나자그래도안됐는지두할아버지가무슨말인지한참을수군거렸다.
“야,강가야.우리동네에서일어난일인데어떡헌다냐.”
작달막하게생긴할아버지가덩치가큰할아버지에게어떻게해야할것인가를물었다.
“글쎄,그냥둘수도없는일이구,이거정말난감헌디”
강노인이라는할아버지도걱정이었다.
“그려증말루안됐는디,어쩌다그렇게된겨?”
찾아온이유를잘알텐데딴소리였다.이번에는성재가애원조로사정하였다.
“할아버지,엄마가많이다쳤시유,꼼짝할수가읍시유,그러니지가어떻게혼자아버지를묻는데유?제발좀도와주유.”
성재는엉엉울음을터트렸다.너무억울한아버지의죽음인데주검조차묻을수없다고생각하니서글픔을참을수가없었다.
“그런디우리늙은이들이어떻게헐수있남.”
그때어머니가무엇이생각났는지꼬깃꼬깃접어속주머니에감춰두었던백환짜리몇장을내밀었다.
“아저씨제발사람을구해서유산역山役일을해줘유.”
“이돈으로야사람살수있나,그렇다고우리마을에그냥둘수도없는거아녀,우덜밖에일할사람도없으니….”
“할아버지,지가그냥말것슈,충분하게사례할테니께걱정말구사람좀구해주유.”
엄마말을믿어서인지두사람을더불러삽과곡괭이를들고사건현장으로올라갔다.
성재는엄마를다시업었다.가까스로한발씩옮길수있었다.그렇게업다걷다를하면서처참한현장으로다시올라갔다.
마을사람들도처참한광경에혀를찬다.
“세상에,말세라더니생사람을죽여,그것도경찰관이…나쁜놈들같으니라구….”
우선시신들을개울에서끌어올렸다.그리고잔솔밭사이좀널직한자리를파기시작했다.
무더운삼복염천이니구슬같은땀방울을흘리면서비교적넓적하게구덩이를팠다.그리고는세구의주검을나란히묻었다.봉분까지는바라지도않았지만그들도슬쩍그러덮는것으로일을마쳤다.참으로허무한죽음이었고초라한장례였다.
성재는납작하고길죽한돌세개를주워무덤앞에세워놓았다.좌측으로부터큰돌을순서대로,그것이비석이다.무덤을잊지않으려는엄마의생각에서였다.
세구의시신을장례했어도술한잔있을리없었다.해가뉘엿뉘엿산등성이를타고넘었다.이제성재는울음도눈물도말랐다.
“성재야네,아버지알수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