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위기: 폴 발레리 비평선- 문명비평

정신의 위기: 폴 발레리 비평선- 문명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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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발레리의 평론 중에서 그 키워드가 ‘정신’인 글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정확히 말하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묵묵히 쌓아 온 것, 즉, ‘문명’에 관련되는 것으로서의 정신이다. 그것은 때로 ‘지성’intellect, intelligence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것이다.
발레리의 생애(1871-1945)는 프랑스 제3공화제의 흥망과 거의 맥을 같이한다. 제2제정기의 프랑스와 프로이센 왕국이 싸운 보불전쟁에서의 패배, 이어서 노동자·혁명가들의 파리 코뮌이 제압당한 것이 1871년 5월 28일이었고, 그 해 10월 30일에 발레리는 태어났다. 전후 승자측에는 프로이센을 맹주로 해서 독일제국이 생겨났고, 패전국 프랑스에서는 공화파가 힘을 얻어 1875년에 제3공화제가 발족했다.
이후 발레리의 세대는 독일과의 불화를 보면서 성장했다. 독일에 대한 군사기밀 누설이 단죄되어 국론을 양분했던 19세기 말의 드레퓌스 사건, 20세기에 들어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과 대규모 전쟁을 겪었지만, 적은 항상 독일이었다. 최초의 근대전에서 패해, 알자스-로렌을 할양한 패전의 굴욕이 머리에 아로새겨진 세대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대전이 가져온 상처는 단순히 불독佛獨의 갈등에 머무르지 않는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진전에 따라 인류에게 밝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암전되어 대량의 살육으로 귀결된 1차 세계대전은 사람들의 눈에 ‘서구의 몰락’을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비쳤다.
저자

폴발레리

PaulValéry(1871-1945)
프랑스의시인·비평가·사상가.1871년남프랑스의항구도시세트에서세관직원의차남으로태어났다.몽펠리에대학재학중에시의습작에몰두하다가파리에서온피에르루이스를알게되었고그를통해앙드레지드와스테판말라르메와도교류하게된다.대학졸업후파리로이주해“레오나르도다빈치방법입문”,“테스트씨와의하룻밤”,“방법의제패”등을발표하면서고도의관념성으로독특한비평적인세계를열었다.1917년『젊은파르크』를발표하면서시인으로서명성을얻었고1925년에아카데미프랑세즈의회원이되면서프랑스를대표하는지식인으로꼽히게되었다.시인으로서국제적인명성을얻었을뿐아니라20세기최대의산문가중한사람으로꼽힌다.산문작품은다방면에걸치는것으로문학·예술·철학·과학등에관한논고論考와현대문명에관한고찰이주요부분을이루고있다.
죽을때까지새벽에일어나자신을위하여습관적으로쓴노트인『카이에』는1894년부터시작한것으로그가죽은후29권의사진복제판으로간행되었다.3만페이지에이르는이방대한책은어떤의미에서는그의가장중요한작품이라고꼽히며,지금도그연구가진행되고있다.

목차

9서문(『현대세계의고찰』)
33압록강
43방법의제패
71정신의위기
91유럽인들(“정신의위기”의노트)
113정신의정치학
151아메리카-유럽정신의투사
157역사에대하여
163진보에대하여
173독재라는관념
183독재에대하여
191지성에대하여
217지중해가주는영감
241파리의존재
249대동양
259외과학회에서의강연
285볼테르

307해제
313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이책은발레리의평론중에서그키워드가‘정신’인글들을모은것이다.여기서말하는정신은정확히말하면고대로부터현대까지묵묵히쌓아온것,즉,‘문명’에관련되는것으로서의정신이다.그것은때로‘지성’intellect,intelligence라고바꿔말해도좋을것이다.
발레리의생애(1871-1945)는프랑스제3공화제의흥망과거의맥을같이한다.제2제정기의프랑스와프로이센왕국이싸운보불전쟁에서의패배,이어서노동자·혁명가들의파리코뮌이제압당한것이1871년5월28일이었고,그해10월30일에발레리는태어났다.전후승자측에는프로이센을맹주로해서독일제국이생겨났고,패전국프랑스에서는공화파가힘을얻어1875년에제3공화제가발족했다.
이후발레리의세대는독일과의불화를보면서성장했다.독일에대한군사기밀누설이단죄되어국론을양분했던19세기말의드레퓌스사건,20세기에들어제1차세계대전,제2차세계대전과대규모전쟁을겪었지만,적은항상독일이었다.최초의근대전에서패해,알자스-로렌을할양한패전의굴욕이머리에아로새겨진세대라고해도될것이다.그러나세계대전이가져온상처는단순히불독佛獨의갈등에머무르지않는다.눈부신과학기술의진전에따라인류에게밝은미래가약속되어있는것처럼보였지만,그것이암전되어대량의살육으로귀결된1차세계대전은사람들의눈에‘서구의몰락’을예고하는역사적인사건으로비쳤다.

독일의정치적군사적대두를설명한“방법의제패”
정치및사회사상의분야에서발레리가처음글을쓴것은1897년1월영국의《뉴리뷰》에발표한“방법의제패”(처음잡지에실린제목은“독일의제패”)였다.전해인1896년남아프리카에관한기사의번역을도와줄목적으로런던에갔던발레리는런던체재중에이잡지의편집장인윌리엄헨리로부터예상치않은기고의의뢰를받는다.당시영국은신흥국인독일의대두에신경이곤두선상태였다.이러한정치적위기감으로이무명의프랑스청년에게글을쓰라는주문을하게된것이다.그리고25세의발레리가세상에내놓은해답이“방법의제패”였다.
19세기영국을중심으로한유럽의세계제패를지탱해준것은과학기술의높은수준과그것의구체화로서의부국강병이었다.과학기술은지성을존중하는서구문명의오랜전통의소산이라고할수있지만그자체가객관성과보편성이높기때문에그것을산출한사회나문화로부터분리되어다른어느나라에서도용이하게이식될수있다는성질을갖고있다.따라서어느정도의인구와생산력과국민의교육수준을갖추고있는나라가선진국의과학기술을적극적으로흡수하고그것을합리적으로,조직적으로운용하게된다면극히단기간에그과학기술을만들어낸선진국과같거나혹은그이상인강대국이될수있다는것이다.이것이발레리의이론이자결론이었다.이참으로발레리다운솔직하고직절적인이론은숙원이던통일을달성하고강대한국력과군사력을축적해가던독일제국의현상을명쾌하게설명해주는이론처럼보였다.

보편성의위기로서의‘유럽정신’의위기
“우리문명들은이제...우리가죽을운명에처해있다는것을안다”는유명한구절로시작되는“정신의위기”는발레리의글중에서도가장유명한것중의하나다.1919년1차대전직후에쓴이글에서실제로는독일은한번밖에언급되지않는다.문제는이미독일도프랑스도아닌,‘유럽’의문제로서의식되며,‘유럽’이위험하다고하는시점에서쓰여진것이다.유럽을지구의다른부분과비교하여스스로의본질을묻는자세와그물음에대한하나의대답으로서현재직면하고있는‘정신의위기’와관련된보다큰규모의해석,발레리자신의표현에따르면준-정치적quasi-politique해석이제시된다.그것이가장집약된형태로표현되어있는것이,이글의‘제2의편지’에나오는다음과같은질문이다.

유럽은그것의실제의모습이되어버린것이아닐까...즉아시아대륙의한곶이된것이아닐까?
아니면유럽은그것이겉으로그렇게보이는것,즉지구의중요한부분,구체球體의진주,거대한체구의두뇌로남을것인가?
 
산업혁명을거쳐이른바근대modern에들어간이후,과학기술을바탕으로한시장자본주의의‘유럽’모델이발전모델이되어전세계에전파되어왔다.그런의미에서‘유럽’은세계의두뇌역할을하는것으로간주되어왔다.지리적으로보면광활한유라시아대륙의일부(“작은곶”)에불과한‘유럽’이그렇게될수있었던것은왜일까?그물음에답하려고한것이,“정신의위기”의보론으로전개된“유럽인들”이다.그런데‘유럽’의위기에는,급속한‘지식’의이전이라는문제가있다.‘유럽’이스스로의발전을위해서지혜를결집해만들어낸것이,자못아무렇게나,무방비하게,광대한대륙의동체부(아시아)로,혹은한층더지구의반대편(미국)에까지전달되어그곳에서모방됨으로써그동안개발을기다리는황야이거나게으른우중愚衆에불과했던것들이질적전환을통해반격할힘을키우기시작했다.그렇게되면자원이부족하고비좁은곶에불과한‘유럽’은오히려커다란세력에맞서는약한세력이되어,조만간위기상황에빠질것이라는분석이다.
발레리는이러한일종의평준화가세계적으로확실하게진행될것이라고보고있을뿐신구양세계의교류를차단할것을제안하지는않는다.미국의강대화는말할것도없고,20세기후반의일본의성공,21세기초의오늘날의중국이나인도의대두를보면,발레리의예측은정곡을찌르고있다고하지않을수없다.

위기에대한다이내믹한‘반응’으로서의독재
30년대들어유럽여러나라들은독일과이탈리아등을필두로해서독재혹은전제체제로전환되는양태를보인다.“독재라는관념”은1934년포르투갈의독재자살라자르에대해써달라는부탁을받고발레리가쓴글이다.그는살라자르가어떤인물인가에대해잘알지못하고,포르투갈에가본적도없으므로이글을제대로쓸수없을것이라고하면서독재가어떻게발생하는가하는일반적인문제에언급하겠다고말한다.시스템이제대로가동되지않을때정신은이상황에개입해줄‘단하나의두뇌’의필요성을절실히느끼지만그결과는“인간에게자유,복합성,변화가능성을인정하지않는정신이최대한으로발달하게되는”그런시스템으로귀결되게된다고지적한다.
“독재에대하여”는앞의글“독재라는관념”이독재가어떻게발생하는가에초점을맞추었다면이글은독재의높은전염성을언급하고그러면서도그체제를유지하는것이얼마나힘든것인가를잘설명하고있다.독재라는것은“만인에게감득되는위기상황에대한가장간결하고가장에너지넘치는반응”이므로,“스스로떠맡은사명에있어좋은성과를거두게되면바로무용지물이될것이며”말하자면“항상조만간소멸될위험에놓이게된다”는것이다.그리하여여러모색중에서독재자의이미지를‘계몽군주’의의미지로전환시키는것도권력유지를위한유력한방안중의하나가된다는대목은발레리다운통찰이번뜩인다고할수있다.

보편성이거쳐야하는‘수난’혹은음영이깃든지적‘중화주의’
발레리는유럽의정체성이위협받는다는것을강조하지만데리다가잘지적한대로정작위협받는것은“유럽자신이아니라유럽이책임지고있는정신의보편성이다.”이보편성이란실은유럽이오랜기간을통해숙성시킨‘이상적인자본으로서의문화자본’에다름아닌것이다.그리하여발레리의위기감의근원에있는것은“자신들이처음에듣고보고읽고알았던것들에대해응답하고책임질준비가되어있는사람들의소멸"인것이다.이책임감을가진기억에의해‘견고한기억’로서의보편적인문화적자본의증식이이루어질수있는것이다.
바로이지점에서우리가소환해야할것은정신의보편성이가진중대한역설이다.발레리는‘정신’이가진분리가불가능한양면성을절단하여서로다른것처럼말하는경향이있으며,그리고때에따라과학기술적인내지응용적인‘정신’을칭찬하거나혹은비평적혹은탐구적인‘정신’을찬양하기도한다.그리고이는전자의‘정신’이압도적인맹위를떨치는현대사회에서후자의‘정신’이‘위기’에빠진다는인식으로나타나기도하면서,이에대해고풍스러운장인이나예술가의영혼을환기시키거나그것을옹호하는것으로이어진다.
이처럼이정신의보편성속에는갖가지이율배반들이서로얽혀있고,이문제들에대해서우리는이것을일거에해결해줄어떤보편적인법칙이나해결책을도저히마련할수없다.이것은어떻게보면해결될수없는문제를계속붙들고늘어지는것처럼보이며일종의무익한노동으로비친다.그런데다시생각해보면이런이율배반들을견뎌내는것이야말로바로정신의보편성이거쳐야만하는수난(열정)이아닐까하는생각을하게된다.그리고바로이것이야말로발레리를프랑스의정신적보편성을전혀의심치않는,다소통속적인프랑스의지적‘중화주의’로부터벗어나게해주는것이다.

해외비평및언론
(발레리의논리에따르면)유럽의동일성이위협받음에따라정작위협받는것은유럽자체가아니라사실은유럽이책임지고있는정신의보편성,유럽을자신의저장고·자본,혹은수도로갖게하는그보편성이아닐까한다.
---자크데리다

발레리의정치에대한글들은그자신이살던시대에마주쳐야했던위기들과난문들에대한응답이지만기이하게도지금우리시대(20세기말)에더적절한것처럼보인다.
---셀레레이트피에트리

오늘날의EU는애초에미국과일본에대항해서형성된것이지만그러한미래를발레리가19세기말에예견했다는것은역시대단하다고하지않을수없다.
---가라타니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