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퇴락한 반동기의 사상적 풍경)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퇴락한 반동기의 사상적 풍경)

$16.00
Description
근대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어렵고 곤란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식민지배라는 무거운 과거사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숙제이며, 재특회 등의 세력이 거리에서 혐한론(嫌韓論)을 외치는 데서 알 수 있듯 일본 사회는 점점 극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에서 서경식은 바로 그러한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감성 풍부한 에세이스트 서경식과는 또 다른, 날카로운 ‘전투적 논객’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으로 평생을 일본에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그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일본’이라는 대상을 끊임없이 사유할 수밖에 없는 문제적 존재다. 이 책은 그러한 그가 오래전 과거처럼 여겨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식민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아시아에서 벌인 전쟁에서 패한 이후 일본이 어떤 흐름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사상적 반동기에 들어서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민족 중심주의를 넘어서 ‘보편’과 ‘연대’와 ‘평화’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지를 탐색해본 작업이다.
저자

서경식

저자서경식은1951년일본교토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와세다대학문학부프랑스문학과를졸업했다.현재도쿄게이자이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중이며,2006년부터2년간성공회대연구교수로있으면서한국의다양한지식인,예술인등과교류하기도했다.1971년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구속된형서승과서준식의구명운동을벌였고,1980년대초부터는디아스포라의입장에서재일조선인의역사와현실,일본의우경화,예술과정치의관계,국민주의의위험등을화두로글을써왔다.1995년『소년의눈물』로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2000년『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마르코폴로상을,2012년에는민주주의실현과소수자의인권신장에기여한공로로제6회후광김대중학술상을받았다.국내에서펴낸책으로는『나의서양미술순례』『청춘의사신』『소년의눈물』『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사라지지않는사람들』『시대를건너는법』『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나의서양음악순례』『디아스포라의눈』『나의조선미술순례』『시의힘』『내서재속고전』등이있다.

목차

머리말·한국의독자들에게
1장다음세대의사람들에게:다시재일조선인이나아갈길에대하여
2장‘위안부’문제에대한일본지식인의각성을촉구한다:와다하루키선생님에게보내는첫번째편지
3장피해자를갈라서게하는자기정당화에대하여:와다하루키선생님에게보내는두번째편지
4장애매한일본과나:마이너리티의시선으로본근현대일본의풍경
5장국가·고향·가족·개인:‘패트리어티즘’을생각한다
6장유럽적보편주의와일본적보편주의:연대의가능성을찾아서
7장타자에대한단편화된인식에대하여:안보법제를둘러싼움직임을중심으로
8장헌법9조를지켜라:‘조선병’환자의독백
9장일본인이해부한‘닛뽄’의민낯:헨미요의『1★9★3★7』에대한응답
옮긴이의글│주석│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우리는지금의‘일본’을어떻게읽어야할까
날카로운소수자의시선으로들여다본일본의풍경


근대의시발점부터지금까지‘일본’은우리에게어렵고곤란한질문으로남아있다.‘위안부’문제에서알수있듯식민지배라는무거운과거사는여전히정리되지않은숙제이며,재특회등의세력이거리에서혐한론(嫌韓論)을외치는데서알수있듯일본사회는점점극우보수적인방향으로흘러가고있다.『다시,일본을생각한다』에서서경식은바로그러한‘일본’의과거와현재에비판의칼날을들이댄다.감성풍부한에세이스트서경식과는또다른,날카로운‘전투적논객’으로서의면모를보여주면서말이다.
서경식은재일조선인으로평생을일본에서살아왔기에,자신이그내부에있으면서동시에‘일본’이라는대상을끊임없이사유할수밖에없는문제적존재다.이책은그러한그가오래전과거처럼여겨지지만여전히끝나지않은식민주의문제를어떻게바라보아야할지,아시아에서벌인전쟁에서패한이후일본이어떤흐름을거치면서지금과같은사상적반동기에들어서게됐는지,그리고어떻게하면자민족중심주의를넘어서‘보편’과‘연대’와‘평화’의가치를찾아갈수있을지를탐색해본작업이다.

2016년6월5일,도쿄의시내중심가인시부야에서‘일본정화(正化)시위’를하고있는이들.이자리에서는재일조선인에대한헤이트스피치도이어졌다.사진가운데있는깃발에는“일본에서꺼져라”라는글이쓰여있다.

과거의‘사실’을외면하고등돌리는일본의현재
서경식의진단에의하면,일본은1990년대중반이후사상적반동기에들어선다.이는단지우파의탓이라기보다는일본국민다수에침잠해있는‘국민주의’적심성을우파들이이용한것이다.여기서의‘국민주의’란,전쟁과식민지배에대한책임을철저히파고드는것은피하고싶지만동시에자신을‘민주주의자’로서도덕적우위에올려놓고싶은이율배반적이면서도분열된소망을가리킨다.즉,과거의잘못을회피하고그것을지나간일로돌리면서도양식있고선한위치에서고싶은심성이사회적으로발현되었고,일본정계의다수파인우파들이이를이용했다는것이다.2015년말의한일위안부합의는바로그러한모순을보여주는대표적인사례중하나일것이다.
그렇다면꽤오랜시간이지났음에도여전히해결해야만하는과거란과연무엇일가.조선의입장에서보면일제강점의역사가될것이고,중국과대만등동아시아의여러국가들에게는침략과전쟁의역사가될것이다.40여년간같은이야기를반복해온사람의피로감이랄까.이뼈아픈과거에대한서경식의묘사에서는다소지친기색도엿보인다.일본인으로서전쟁의열기가타오르던1937년의일본을해부하듯묘사해나간헨미요의『1★9★3★7』을소개하면서서경식은이렇게말한다.”이작품은전쟁,학살,차별등에대한사실인식을독자에게요구하지않는다.‘사실’이라면그것은다시주장할것도없이명백하기때문이다.사람들은‘난징대학살’이나‘위안부’라는사실의존재자체를모르는것일까.적어도어느세대이상의사람들에게는결코그렇지않을것이다.문제는‘사실’의유무가아니라명명백백한사실앞에서있으면서거기에등돌리고지나칠수있는심성이다.“
물론일본에도한때등돌리고지나치지않는사람들이목소리를내던시기가있었다.전쟁시기의와타나베가즈오로부터전후의가토슈이치,오에겐자부로로이어지는일본휴머니즘의가느다란계보가바로그것이다.당시에는이들이비록소수파일지언정일본의과오를직시하면서성찰하는작업이이어졌다.대외팽창과침략을가능하게했던제도인천황제에대해서도,시대에뒤떨어진천황제는결국사라질것이라는말들이회자되곤하던시절이다.서경식또한일본사회에서이들의지적세례를받으며자신의문제를들여다보고성장한지식인이다.그러하기에그에게일본의반동기는더더욱안타까운현실이다.

1990년대중반을기점으로반동기에들어선일본
그렇다면이반동기는어떻게태동된것일까.그당시에처음존재를드러냈던‘위안부’문제에대한상황을돌이켜보자.넓은역사적인시야로본다면,‘위안부’문제는세계적인동서냉전구도의종언과함께떠오른사태다.한국을포함한아시아국가들에서는권위주의체제가동요하면서민주화가진행된결과,피해자들이이름을밝히며나설수있게되었고지원운동도활발하게이루어졌다.이전까지봉인돼있던일본의전쟁범죄문제가표면에떠오른것이다.
반면에당사국인일본은이벡터가역방향을향하고있었다.일본에서는동서대립의종언이‘탈이데올로기시대’라는천박한구호와함께진보적리버럴파의자기해체의방향으로진행된다.새로이진보세력을결집하는대안을제시하지못한채스스로자기붕괴의길을택한것이다.진보적입장을대변하던사회당은보수·우파인자민당과의연립을받아들인다.국가주의에저항하며히노마루(일장기)게양과기미가요제창을거부해왔던일본교원노조는방침을전환해이를용인한다.이때상투적으로쓰인말은“시대는변했다.이젠이데올로기시대가아니다”이다.진보세력이스스로이념과이상을내버리자우파세력은그틈새를비집고들어와국가주의이데올로기의성채를강화해나갔다.
이에서경식이냉철하게비판의칼날을들이대는대상은바로일본의‘리버럴파’다.“일본의국수주의자나우파를비판하는것은그다지어렵지않다.그보다더어려운것은일본사회의‘리버럴’한언설을깊은의미까지파고들어비판하는일이다.(……)내생각으로는,많은경우한국인들의일본론은이지점에약점이있는듯하다.”서경식이말하는‘리버럴파’는1990년대중반까지의‘사회당·총평(總評,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계그룹,신문을예로든다면《아사히신문》《마이니치신문》《도쿄신문》과그독자층정도다.일본‘리버럴파지식인’은예전의‘진보적지식인’이라는호칭과거의겹친다.이들은확신범적국가주의자는아니고아시아민족들과는대화를통한평화적관계구축을지향하고있지만,식민지책임문제에대한인식은결여돼있거나부족하다.서경식은이들이취하는애매한태도가관성적으로고착되면서일본의우경화를막을자성의목소리가사라졌다고보고있다.
이책에서가장단호하게자신의입장을표명한2~3장의두글이일본의대표적인리버럴파지식인인‘와다하루키’에게보내는편지라는것은서경식의문제의식을단적으로보여준다.서경식은1980년대초의어느날,와다하루키와도쿄의긴자거리에서마주친다.어디가시는지묻자답변은이러했다.“스키야바시공원에가서시위를할겁니다.”당시는5·18민주화운동뒤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대한군사재판이진행중이었다.현해탄건너타국에서벌어지는일에대해문제의식을가진일본인들이공원에모여이런구호를외쳤다.“김대중을죽이지마라!”와다하루키역시번화한긴자거리를지나바로그자리에가고있었던것이다.그리고27년이지난지금,서경식은바로그와다하루키에게‘위안부’문제에대한자신의입장을표명하면서그의입장을묻고있다.이들은극심한반동기를경유하면서결국다른입장으로조우하게된셈이다.
서경식은이념과이상이라는원칙을지키면서민주화를쟁취한한국과,현실에서살아남기위해하나둘원칙을포기하면서보수파및관료들과타협해간일본의진보세력을대비시킨다.그리고‘최종적이고불가역적’이라선언한2015년의한일위안부합의에서일본군‘위안부’문제등과거사청산을둘러싼한일간의엇박자와갈등심화도일본리버럴파의퇴행적변절이그주요원인이라고지목한다.일본리버럴파가양국간갈등을주도적으로조성했다는의미에서가아니라,이들이일본의극우반동적퇴락을저지하고동아시아공동체를향한민중연대를진작할의무를저버렸다는의미에서그렇다는얘기다.

일본이라는악몽에서벗어나는길을찾아서
그렇다면한국에서는언론을통해종종보도되고있지만총체적으로는파악하기어려웠던일본의현재에대한서경식의묘사를살펴보자.즉,이반동기의실제모습이어떤지들여다보자는것이다.2012년일본의총선거에서자민당이대승을거두었을때,많은시민들이도쿄의아키하바라역앞에서연설하던아베신조총재를에워싸고있었다.그리고이들은선거에서의승리를자축하며반중(反中)·혐한·재일외국인배척구호를외쳤다.그야말로1930년대의독일이나이탈리아를보는듯한소름끼치는광경이연출된셈이다.이러한모습들은일본사회곳곳에서보이고있다.도쿄의도심에서는“조선인을죽여라!”같은헤이트스피치구호를외치는이들이재특회같은모임을중심으로집회를여는일이늘어나고있다.이들은심지어조선학교를습격하기까지했다.한여성만화가는난민이나재일외국인이일본인의안전을위협하고속임수로복지를누리면서안락하게살고있다며증오를부채질하는만화를펴내베스트셀러작가가되기도했다.
일본정계의상황도살펴보자.2015년9월에는일본참의원본회의에서안보법제법안이통과되었다.이법안은과거침략전쟁에대한반성의뜻으로전쟁을포기하고평화주의를지향하는평화헌법에대한해석을달리하면서,집단적자위권을용인하고일본이전쟁에참여할수있는길을여는것이었다.이어서아베정권은헌법개정의도까지노골적으로드러내고있다.교전권을포기한다는내용이담겨있는헌법9조에대한개정을추진하고있는것이다.이정권은전세계를놀라게한후쿠시마원전사고의책임은묻지도해결하지도않은채,자신들의원전기술이세계에서가장안전하다며전세계를향해거짓말을일삼고있다.이것이과거를잊은채‘자국민중심주의’에빠져있는반동기일본의모습이다.
그렇다면이악몽에서벗어날출구는어디에있는걸까?서경식은이라크전쟁이벌어지기직전에드워드사이드가한말을소개한다.사이드가죽기7개월전에인터뷰에서했던,일종의유언이라할만한말이다.“지금현재제국주의자들을이토록제멋대로날뛰게만든원인이무엇입니까?”라는질문에사이드는이렇게답한다.“강력하게조직되고,많은사람들을확실하게동원할수있는저항세력이존재하지않는것,그와함께지식계급전반의실패에서비롯된것입니다.(……)중요한목표를잃어버린것입니다.중요한목표란에메세제르(Aime-FernandCesaire)가말했듯이자유와해방과계몽을추구하는모든민족들이모이는승리의모임입니다.”
서경식은희미해보이지만‘보편적가치’를향한가능성에서가느다란희망을찾고있다.강대국들이스스로를정당화하면서왜곡된보편주의를정의인양펼쳐가는세상에서이를넘어선보편주의가과연가능할까?서경식은그좁디좁은출구를향한꿈을포기하지않으며여전히나아가고있다.

[책속으로추가]
재특회등의주장은단지인권침해차원에그치는게아니며,그밑바탕에는식민지배책임과전쟁책임을부인하려는머조리티의욕망이라는광범한토양이깔려있습니다.2016년도쿄도지사선거에서는11만명이상의일본시민들이극우배외주의자에게표를던졌습니다.전후한때그욕망은부분적이고형식적으로봉인됐지만,일단봉인이풀리자‘본심’이풀려나왔습니다.
이런우파·보수파의‘본심’에대항해야할세력으로서의리버럴파는중간지대에안주하면서시시각각악화되는상황을멀리서바라보며방관하고있을뿐입니다.그들이자신의내면화된국민주의와계속되는식민주의를극복하지못하는한,예전에그랬듯이지금도또한쉽게‘애매한일본’품에안겨제어장치없이시류에떠밀려갈것입니다.(152~153쪽)

타자에대한개인의자발적인헌신을기대해도좋다고단언할근거가내게는없다.개인의자발성에맡겨두면자연스레세계는더좋아질것이라고낙관할근거도없다.그러나그것을‘위에서부터’의이데올로기나규범으로정하는순간,개인의자발적인행위는권력에의해횡령당하고이용당한다는것만은확신할수있다.그런위험성에최대한민감하게대처하려고하는것만이국가주의에저항하는길이다.
인류사의현단계에서우리는아직국가와의연줄을끊을수있을것같지않다.국가는당분간우리의세계에계속존재할것이다.그래도국가의전횡과폭력을막고,인간사회를더좋게바꿔나가려면개인의존엄을최대한존중하면서그다양한개인들의자발적인연대를통해국가를견제해가는수밖에없다.(201쪽)

나는2016년3월에강연등을위해코스타리카를방문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