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사 강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러시아 혁명사 강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16.50
Description
러시아 출신의 한국사학자 박노자가 들려주는
혁명의 뜨거운 열기와 쇠퇴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
소련의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페레스트로이카를 거쳐 러시아연방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귀화한 역사학자 박노자, 그는 과연 러시아 혁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론가로서의 시각에 경험적 관찰까지 더해진 독특한 러시아 혁명사를 선보인다.
이 책은 러시아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으며 혁명 이후 소비에트를 이끌었던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을 중심으로 혁명의 전후 맥락을 복원해낸다. 인물을 중심으로 엮어냈기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혁명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하나 다른 러시아 혁명사 책들에 비해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이 혁명의 여파와 영향이다. 사회주의 실험의 중심에 있던 러시아는 유라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혁명의 기운을 전파시켰다.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를 경유한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사학자 박노자는 우리에게 머나먼 타국에서 벌어진 과거의 사건으로 여겨지는 러시아 혁명이 실제로 우리와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로 보여준다.
물론 100여 년 전과 비교해본다면, 세상은 변했다. 혁명을 상상하는 틀 또한 바뀌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오래된 과거 가운데서 현재까지 빛을 발하는 것들에 눈길을 돌린다. 혁명의 긍정성과 문제성을 동시에 조망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제시하는 희망의 씨앗이다.
저자

박노자

저자박노자
소련의레닌그라드에서태어나자랐고,본명은‘블라디미르티호노프’다.2001년귀화하여한국인이되었다.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조선학과를졸업한후모스크바대학교에서고대가야사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노르웨이오슬로대학교에서한국학과동아시아학을가르치고있다.
한국사회에대한비판적인칼럼들을묶은『당신들의대한민국』으로주목받았으며,『주식회사대한민국』『비굴의시대』『당신을위한국가는없다』등은이연장선상의저작이다.『거꾸로보는고대사』『우리가몰랐던동아시아』『우승열패의신화』등을통해역사연구자로서의작업도꾸준히이어가고있다.

목차

머리말_러시아혁명,미완의해방프로젝트
1강블라디미르일리치레닌,이상적사회주의혁명을꿈꾸다
2강레온트로츠키,영구적인세계혁명을위하여
3강폭력적인고속성장의꿈을좆은스탈린체제
4강급진과온건의갈림길에선유럽의좌파정당들
5강아시아에밀어닥친러시아혁명의물결
6강사회주의혁명을뒤따라온적색개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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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00여년전러시아에서벌어진뜨거운혁명의순간,
그찰나들은어떤고뇌와희망을담고있었나
‘러시아혁명’이라고하면21세기대한민국을살아가는우리와는동떨어진역사적사건으로만기억하는이들이많을것이다.박노자는우선그오래전혁명의태동과과정을설명하기위해레닌과트로츠키,그리고스탈린이라는인물을내세운다.이들의역동적인삶을통해혁명의전후맥락이묘사되고있는지라사건과사상이결부되면서러시아혁명은입체적으로그려진다.

1917년10월,‘빵과평화’를요구하는모스크바대중들의시위모습.이시위의주도세력은레닌과트로츠키를비롯한볼셰비키였다.

물론이러한혁명가들외에이름붙여지지않은혁명주역들에대한묘사역시이어진다.혁명에가담한이들대다수는귀족과부호등이소유한농장을몰수해이를농민공동체구성원들과평등하게분배하려했던농민들이었다.또한자본주의사회에서그어떤희망도보지못했던러시아도심의대기업숙련공들이었다.가혹한노동에혹사당하고,귀족이나공장당국의‘갑질’에시달리던이들.자신의삶을열심히살아내더라도가난과중노동을자식에게대물림해야했던이들.이들이처해있는상황은,어찌보면오늘날대한민국에서열악한처지에있는이들의삶과크게다르지않다.종족적소수자들역시이혁명에가담한다.민족적억압과경제적초과착취의중첩이이어지는상황에서소수자들에게혁명이란자신의해방을꿈꿀가능성을담고있는희망이었다.트로츠키가유대인출신이고스탈린이가난한그루지아출신이었던것,그리고연해주지역고려사람들이볼셰비키혁명에열광했던것은이런맥락에서염두에둘사실이다.
사회비판적지식인들은엄혹한현실에개입해들어가며혁명의불꽃을피워낸다.러시아혁명의한가운데있던레닌은이들에게더이상지옥같은조건에서노동을팔지않아도되는새로운사회,즉사회주의의비전을제시했다.트로츠키는새로운사회를건설하는과정에서상실돼가는민주성에대한자각을일깨우려했다.스탈린은국가주도개발의붐속에서새로운신분상승의가능성을제시했다.즉,이일련의과정은가혹한현실의사슬을끊고자하는하나의대응으로서진행되었다.
1919년스탈린과레닌의모습.레닌의발탁으로당중앙위원회에들어간스탈린은이후레닌을위협하는세력으로성장해소련에독재의그늘을드리운다.

그런데우리는러시아혁명이이러한긍정적교훈만을남기지않았다는것을잘알고있다.혁명은1920년을전후해사실상퇴보의길을걸어간다.혁명지도자에서국가지도자로변모한이들은일사분란하고위계질서적인‘통제’를내세웠고,국가기관에대한아래로부터의감시는잘이뤄지지않았다.그리하여스탈린시대에이르면혁명이내걸었던애초의약속에비해훨씬보수적인사회가되었으며.민주성보다는개발주의적담론이주류를차지하게된다.
이모든것을통해지금우리가들여다봐야하는것은과연무엇일까.러시아혁명은좌초되었으며소비에트의시도는실패했기에패배의과거로만바라보아야할까.박노자가혁명사를들여다보면서내려는길은,혁명의빛만을숭배하는것도혁명의그림자만을낙인찍는것도아니다.혁명이일어나게된가혹한현실을타파하면서동시에과거의혁명이저질렀던오류를어떻게하면넘어설수있을까.박노자의초점을바로거기에맞춰있다.

유럽과아시아등전세계로이어진혁명의여파,
우리에게러시아혁명은어떻게파고들었을까
그렇다면이혁명의여파는어떻게전파되었을까.박노자는우선러시아와가장영향을많이주고받았던유럽,특히영국과프랑스의상황을진단한다.이는곧유럽진보정당의간략한역사를살펴보는작업이기도하다.세계대전이라는큰전쟁을겪긴하지만비교적경제적·사회적으로안정된체제가유지되었던유럽의좌파정당들이급진과온건사이에서망설이며갈등하는과정이묘사된다.
러시아혁명의주역들은유럽을망명지로자주드나들었고정당차원에서도서로영향을주고받았지만,혁명의여파는유럽에만머물지않았다.열강에속했지만서구에비해사회모순이컸고외국에대한의존도가컸던러시아의상황은아시아와꽤유사했다.그러했기에아시아의혁명적지식인들은서구열강보다러시아를좀더가까운존재로여기면서이혁명에주목했다.이외에러시아가이란,중국,조선등과국경을접하고있었던점도혁명이전파되는데중요한원동력이되었을것이다.박노자는그간많은주목을받지못했던아시아의혁명들에대해서도러시아혁명과의관계속에서하나의줄기를엮어낸다.
우리역시예외는아니다.일제강점기만보더라도《조선일보》와《동아일보》가1925년부터모스크바에특파원을파견할정도로조선은사회적으로러시아에대해관심을갖고있었다.특파원들이공산주의자는아니었지만사회주의에관심이많았고,소련의산업화에대해서는조선의부르주아미디어들역시호의적이었다.이런지면에서는소련의민중교육상황이나소수민족우대정책,성평등정책,그리고근대적인산업화에대한동경을여실히드러냈다.물론식민지지식인들의혁명에대한관심또한상당했다.이는직접적으로분단으로연결돼남북한의체제경쟁으로까지이어지는맥락속에서파악해야할것이다.
이때박노자가주목하는것은스탈린시대의‘적색개발주의’다.이는자본주의사회에서박정희가주도한‘백색개발주의’와견주며비교된다.편견을걷어내고본다면,소비에트는유럽을비롯한열강과비교하더라도훨씬빠른시기에기초적인복지제도를완비하고무상의료와무상교육을실시하면서노동자와농민의신분상승을어느정도보장하는시스템을갖췄다.이는박정희의백색개발주의가엄청난경제성장을가져왔음에도불구하고만들어내지못한,어쩌면지금까지도우리사회가이뤄내지못한성과다.물론적색개발주의는서서히저물어갔고,그개발을주도했던소련관료들은자본주의로의체제전환을이뤄냈지만말이다.러시아혁명당시안고있던문제를지금의우리가여전히안고있는것이라면,어떻게혁명이범한우를넘어서면서지금의문제를해소할수있을지고민하는데이러한비교는상당히유용하지않을까.
소련에서는식량을구하기위해보급소에가서줄을서야했지만(왼쪽),그와동시에여가시간에유유히공연을즐기는삶이가능했다.오른쪽사진은현재카자흐스탄카라간다시에남아있는문화궁전의모습.

러시아에서의경험에한국사연구자로서의실증을더한
지금우리가참조해야할바로그혁명사
한편한국사연구자로서박노자의면모는러시아혁명을다룬이책에서도빛을발한다.예를들면,그는혁명전제정러시아의상황을설명하기위해윤치호의기록을끄집어낸다.윤치호가조선사절단으로재정러시아의황제를만나러가서섬세하고예리하게당시러시아의상황을관찰하고기록해둔자료들은,박노자라는한국사학자를만나면서제정러시아의입체적인상황을조망하는데이용되는것이다.이뿐만이아니다.여운형이쓴「모스크바의인상」이란여행기에나오는,트로츠키의열변에대한목격담도상당히흥미롭다.혁명기란열변가의시대이며,트로츠키는당대의대표적인열변가였다.1922년초반에열린극동노력자대회에초청받은여운형은그전해에유라시아대륙횡단열차를타고모스크바에가서바로이트로츠키의연설을듣고서생생하게기록을남겨두었다.이처럼러시아와결부된한국사의다양한사료들은러시아혁명사와결부되어소중한꽃을피워낸다.
1896년제정러시아의황제인니콜라스2세의대관식에참석한조선사절단의모습.앞줄왼쪽에서두번째가윤치호,가운데가민영환이다.

물론레닌이름을딴레닌그라드에서태어나혁명의이후를살아냈던박노자의생생한목격담과경험담역시이독특한혁명사에흥미를더해준다.우크라이나의극심한아사사태를전해주는조부모의이야기를비롯해어린시절학교에서배웠던레닌에대한이야기까지,실제로그현장을살아냈던이만이들려줄수있는이야기가더해져살아숨쉬는사건으로서혁명을느낄수있는것이다.

[책속으로추가]
스탈린체제는분명억압적이었지만,제정러시아때와는비교할수없을만큼의대민포섭능력도갖추고있었습니다.체제에포섭된대중들은억압을느꼈지만,그에대한불만을정치적으로표출할수없었어요.결국스탈린치하의소련체제는사회주의라기보다는대민포섭능력이뛰어나면서고속압축적성장을지향하는국가단위의비(非)시장적개발주의로규정하는게정확할겁니다.(161쪽)

공산주의운동의혁명적동력이20세기아시아의모습을완전히바꾼것은부인할수없는사실입니다.이들은비자본주의적발전의잠재적가능성을여실히보여주었습니다.공산혁명이아시아에뚜렷한영향을미친것은공산주의운동의국제적성격과연관될거예요.공산주의운동은세계적인혁명프로젝트를추진하려했고,그만큼민중을동원할수있는구체적이고급진적인구호와정책을함께제시했던겁니다.(242쪽)

적색개발주의는사회주의를지향하는혁명을경험한주변부와준주변부의특수한개발형태입니다.그런데관료들이개발을주도하다보면어느시점에이르러서는자본가로변모하기때문에이형태가지속되기는어려워요.집권세력의입장에서는사적소유권이확보되지않는사회를오래견딜수없는거예요.그래서역사적으로볼때적색개발주의는길어야70~80년정도되는제한된시기에일어날수밖에없습니다.
비시장적인적색개발주의는사회주의라는간판을내걸지만실제로는마르크스가생각했던사회주의로나아가지않습니다.진정한사회주의를원하던이들은체제밖으로내쳐지면서상당수는도륙을당하지요.집권관료들은사회주의라는간판은보존하지만실제로는경제개발을해나가고요.이과정에서사회의일부계층,특히농민들은상당한착취를당합니다.하지만국가가기업대신개발의주체로나서면서중앙집권적통제가이뤄질때는투자효율성이높고개발속도도빠릅니다.또한과거의공동체가도시에재현되면서민중들은안정된생활을영위할수있습니다.그래서민중들역시이런체제를열렬히반기고요.기본적으로는다수의동의기반을확보한체제로봐야할거예요.(272~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