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시대 :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서점의 시대 : 지성과 문화가 피어난 곳, 그 역사를 읽다

$18.00
Description
계몽의 공간에서 취향의 공동체까지,
우리 서점이 지나온 시간을 마주하다
서점은 우리에게 어떤 곳이었을까? 언뜻 책을 파는 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서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진 공간으로 존재해왔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어릴 적 색칠 공부 책이나 게임 북을 구경했고, 학창 시절엔 각종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러 가던 공간. 이후엔 사람을 만나는 약속 장소이자 새로운 문화와 취향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경험이 기억으로 축적되어 있는 서점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많은 이들에게 활짝 열린 곳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서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현재 각광받는 서점이나 외국의 유명 서점 이야기를 담은 책은 여럿이지만, 우리 서점의 문화사를 살피면서 그 궤적을 들여다본 책은 흔치 않다. 이 책이 만들어낸 새로운 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자료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수록했다. 맨 위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근대 인쇄술이라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 힘입어 이 땅에 태동한 서점은 문화산업의 선봉에 선 것은 물론, 출판업을 겸하며 출판산업의 단초를 열었다. 식민지, 해방공간, 군사독재 시대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 미래를 모색하는 아지트였다. 그 와중에 고서점, 전문서점, 대형서점, 온라인서점, 독립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점들은 거리 풍경을 바꾸고 시대의 문화를 변모시켰다. 그 한가운데에 참신한 시도를 해나간 서점인들이 있었다. 우리 서점이 품어온 다채로우면서도 역동적인 켜와 결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자.
저자

강성호

울산대학교역사문화학과를졸업한후성균관대학교대학원사학과에서한국근현대사를공부했다.제1공화국(1948-1960)시기의정교유착문제를다룬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고,일반역사학의관점에서한국기독교역사를재조명하는작업뿐만아니라한국지성운동의역사,서점의문화사,지역사에도관심을두고연구하고있다.청어람ARMC를비롯한여러단체에서대중과소통하는역사강좌를진행했다.무연고지인전라남도순천에서아내와함께골목책방‘그냥과보통’을운영했으며,‘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서해설사로근무하기도했다.어렸을때부터만화영화와토요명화를즐겼지만,어려운살림살이에텔레비전이없어지면서불가피하게독서에빠져들었다.예전에는한국근현대사에관한책만읽다가최근들어다양한분야의책을기웃거리는중이다.3년가까이골목책방을운영했던덕분이다.저서로는『한국기독교흑역사』(짓다)와『마을에깃든역사도시순천』(부크크),『저항하는그리스도인』이있다.요즘은지성사,독서문화사,지역사에관심을두고공부중이다.

목차


머리말_우리에게서점은어떤곳일까

1부서점탄생(書店誕生):세상의수많은지식은서점에서유통되었다
종이에가치를부여하다
근대서점의초석,출판서점
불온한사상의거처
옛것이살아숨쉬는곳,고서점
개성과매력이가득한전문서점
대형서점과온라인서점의등장

2부서점본색(書店本色):한시대문화의중심에는서점이있었다
서점거리의역사풍경
서점이꽃피운살롱문화
서점과함께한여성들
독립서점의오래된미래

참고문헌│주석│사진출처│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근대전환기에태동한서점
지식산업의선봉에서출판산업의단초를열다

근대인쇄술의유입으로대량생산이가능해지면서책은새로운상품아이템으로부상한다.이시대에책장사는선도적이면서전망밝은문화산업이었는데,각종종이를유통하던지물포가서점업을겸하는경우가많았다.지물포를인수하며출발한고제홍서사,“신문화에대한이해와계몽의사명”을품고지물포자리에서서점을시작한주한영책사,종이를주로취급한객주의직원이었던지송욱이사장의지원으로시작한신구서림등이이에해당한다.이때의서점은지물포의주력상품인종이에새로운가치를불어넣는출판을병행했다.필자는이를‘출판서점’이라명명하는데,이때는출판사가곧서점이고서점이바로출판사였다.
이렇듯종이가유통되던곳에서출발한서점은시대의변화를빠르게인지한이들이일군새로운지식산업이었다.생각이트여있고변화에민감한서점인들은당대계몽운동의구심점을자처했고,국채보상운동에참여하기도했다.광학서포,회동서관,주한영책사의경우국채보상운동을위한의연금을걷는장소로선정된것은물론이고,그대표들은국채보상기성회발기인으로운동에더깊이발을들였다.

억압의시대에맞선서점
더나은미래를꿈꾸는이들의아지트되다

시대를앞서간지식은당대의기득권인권력의심기를불편하게했다.그러한지식이담긴책들은금서로지정되어권력의탄압을받았고,탄압의중심에는서점이있었다.서점은곧더나은미래를꿈꾸는자들과이를억압하는권력간에문화투쟁이벌어지는장소였다.
일본의한반도침략이시작되면서부터서점은발매금지와압수처분으로줄곧몸살을앓았다.사상통제가강화된1930년대이후에는출판물에대한탄압이더욱거세지는데,이런폭압의시대에맞서좌익서점이문을연다.당대혁명가들이모이는민중서원,혁명가가직접운영한신생각서점이대표적이다.
민주화운동의역량이폭발적으로늘어난1980년대에전국대학가를비롯해지역곳곳에등장한사회과학서점들은저항공동체의중심에있었다.수많은대학생들은이곳에모여함께공부하며어둠너머의미래를꿈꿨다.군사독재정권은여러책들에대해원칙이모호한판매금지처분을내렸으며,임의로사회과학서점에들이닥쳐책을압수하고서점주인을연행했다.이러한역사를품고있기에대학생들은사회과학서점이사라져갈때이곳을살리기위한활동을하기도했다.

고서점을비롯한전문서점
역사를지키고서점생태계를다채롭게만들다

우리서점의역사속엔고서점이라는한길을뚝심있게걸어간서점들도있다.판매못지않게수집이중요한이분야의서점인들은옛서적과그림에대한식견과전문성을갖추고있었다.이들은고서수요가감소한일제식민지하에서도우리문화재가다른나라로유출되는일을막기위해사재를털기도했다.이런열정이빛을본하나의사례로한남서림이『훈민정음』해례본원본을구한일을들수있다.조선의말이나문화가사라질위기속에서국어학연구자로서직접민중서관을차리고희귀자료를모으며국어사연구에매진한방종현,활자연구에필요한문헌자료를수집한화산서림의이성의는기억해둬야할서점인일터.지금도인사동에서영업중인통문관은1934년문을연현존하는가장오래된고서점으로,한국학연구자들에게이서점은일종의사랑방역할을해주었다.
전문서점영역을개척한서점인도꾸준히나왔다.일제때한의학전문서점으로조선시대의서를복간하는데힘썼던행림서점이그효시이며,해방이후부터지금까지독일어책을전문으로취급해온쏘피아서점을비롯해외국서적을전문으로취급한서점들도있었다.엄혹한시절을지나며1980년대후반에서1990년대초반에는더많은전문서점이등장한다.산업화시대엔과학기술전문서점이,1990년대에는어린이전문서점이각광받았다.사진이나음악을취급하는예술전문서점도출현하여서점생태계는더욱다채로워졌다.

대형서점과온라인서점
시대의변화에맞춰새로운물결을일으키다

해방이후에는출판사와서점을중개하는도매상이등장하여출판유통시스템이정착되는듯했다.그러나한국전쟁의여파로책수요가감소하고출판사대금회수의길도막히면서출판시장이무너졌다.이때재고도서를처분하기위해덤핑서적이무분별하게유통되면서지역서점들이줄줄이폐업했다.그러나심각한서점부재현상가운데1963년종로서적이개점하여독창적서비스로이용자들의사랑을받았다.또한1972년에한국출판금고(현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국내서적을총망라한중앙도서전시관을열어큰호응을얻었다.이는전국적인서점대형화의물결로이어졌고,1981년엔한국최대규모의서점인교보문고가개점했다.대형서점의시대가열리는과정에서대형서점과소형서점의갈등이발생했으며,지역의도시마다규모있는중형서점이생기는등다방면에서서점지형의변화가찾아왔다.
인터넷시대를맞아1990년대후반에는온라인서점이등장했다.정보통신기술의발전으로온라인서점이라는플랫폼사업이가능해진것이다.대형서점들이먼저온라인서점서비스를시작한이후,온라인으로만책을판매하는서점들도선을보이면서서점업계에는또한번새로운물결이일어난다.IMF외환위기로대형출판사와서점도매상이연달아부도를내며출판시장의유통구조가마비되다시피하던이시기,온라인서점의이용률은급격히늘었다.온라인서점의초기전략은할인판매였는데,이로인해도서정가제가붕괴되고다시지역서점이폐업위기로몰리는등다양한부작용도발생했다.

서점이만들어낸거리의풍경
도시의문화정체성을보여주다

초대형체인서점들이익숙한지금은상상하기어렵지만,과거엔‘서점거리’라는것이있었다.서점들이성장하고모여서하나의거리를이루던지역의원조는바로종로다.조선시대부터상거래의중심지였던종로에는서울광화문사거리부터동대문에이르는서점거리가있었는데,이거리는1980년대까지그역사를이어나간다.한편식민지시대에는일본인들이거주한남촌지역에일본인이운영하는서점이들어섰다.주요고객은일본인이었지만,새로운사상과지식을탐구하는조선지식인들도이곳에자주드나들었다.이광수의소설엔니칸쇼보가,김교신이남긴기록엔마루젠이등장한다.여운형도마루젠을마치도서관처럼애용했다.
해방이후의대표적인서점거리는명동의달러골목과청계천의꼬방책방이다.1960~70년대에단속대상이었던일본대중문화를접할수있었던달러골목,신학기에중고교과서를팔며전성기를누리다가헌책방거리로확장되어간꼬방책방은그시대독자들에게필요한문화콘텐츠를제공하는공간이었다.도시의문화정체성을그대로보여주던서점거리는차차기술,정치,사회의변화를따라사그라들었다.

서점의살롱문화
토론과감상,운동이공존하는곳에사람이모이다

책과더불어사람이만나는공간으로서돋보이는서점들이있다.이념대립이난무하던해방공간에서몽마르트르처럼자유를추구했던마리서사가대표적이다.모더니즘시인박인환이운영한이서점은선도적인예술저작이나관련외서를보유한공간으로,걸출한문인들이사랑방처럼드나들었다.이외에서울명동에서40년간명맥을유지한문예서림,작가계용묵과인연이깊었던제주도의서점우생당도예술가들과함께동고동락한서점이다.
금서의시대였던유신말기에독특한독서운동을펼친양서협동조합에서운영한서점들도서점의살롱문화를언급할때빼놓을수없을것이다.또한김남주가독서모임을주도하기도했던광주의헌책방녹두서점은5·18항쟁이이어지는상황에서계엄군을피해온시민들의대피장소이자상황실역할을했던곳으로주목할만하다.

다시틀을깬새로운서점들
독립서점에도계보가있다

변화하는시대에맞추어책과사람을잇는새로운방법론을찾는서점들의시도는우리서점의풍경속에늘존재해왔다.오늘날익숙한북카페는1970년대부터필요성이제기된공간이다.시낭송회의전성기였던1980년대중반에는실제로카페에방점을둔시집도서실이혜화동로터리에문을열었고,이곳에서시낭송회가100회이상이어졌다.이서점은또다른시동호회모임을파생했고,그영향으로새로운시집전문서점들도문을열었다.
1980년대부터언론을통해소개된외국의이색서점이야기,해외여행이자유로워진1989년이후에접하게된해외서점사례는책문화에관심많은이들에게자연히영감을주었을것이다.1990년대이후로청년이서점을운영하는사례가드문드문생겼는데,회원제대여를실시했던부천의소사책방이나국내최초의여행전문서점신발끈은기존서점과는확연히다른서점이었다.현재까지독립서점을운영하고있는여러대표들은해외서점의사례에충격을받고서점을개업했다고밝힌바있다.
요즘서점의트렌드로서독립서점을거론하지않는이는드물것이다.기존출판의틀과형식에서벗어난독창적인기획과제작방식으로만들어진독립출판물을판매하는서점,그중에서도특정분야의책만전문취급하는서점,직접독립출판을하거나서점운영자의클래스로꾸려지는서점등.획일성을벗어나저마다고유한의미를발산하는독립서점들은이제는익숙한풍경으로여겨진다.이런독립서점은그러나뜬금없이나타난것이아니다.이들의바탕을이룬참신하고독특한시도들은그훨씬전부터싹트고있었다.이움직임들이곧2000년대후반부터폭발적으로늘어난독립서점의계보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