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수리남 곤충의 변태 :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33.00
Description
과학하는, 예술하는, 여행하는 여성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랩 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엮어낸 모험과 관찰의 세계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끝자락을 살아간 한 여성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뒤 예술과 출판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며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즐겨 그리던 사람.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아 기르는 와중에 좋은 집안의 여성들에게 그림과 자수를 가르치며 자신의 글과 그림을 책으로 펴낸 사람. 남편을 뒤로한 채 라바디파 종교 공동체에 기거하며 나비가 되기를 준비하는 번데기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 데카르트가 ‘이곳처럼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고 감탄했던 바로 그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지식인 및 예술가와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사람. 쉰두 살의 나이에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떠나 곤충을 관찰하는 모험을 기획하고 감행한 용기 있는 사람.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자신의 연구를 책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감당한, 비즈니스 우면의 면모도 여실히 보인 사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1705)는 메리안이 둘째 딸 도로테아를 데리고 2년간 수리남으로 여행을 떠나 살아 있는 곤충들을 관찰한 뒤 양피지에 그린 60점의 그림과 그에 관한 글을 엮은 작품으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그녀의 대표작이다. 당시의 많은 연구자들이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때로는 그들과 함께 아메리카를 여행한 반면, 메리안은 나이 든 여자라는 이유로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몇 차례 후원을 청해 간신히 (후원이 아닌) 대출을 받은 그녀는 자기 자산을 정리하고 유언장까지 작성한 뒤 수리남으로 향하는 상선 평화호에 탑승한다.

저자

마리아지빌라메리안

저자:마리아지빌라메리안

독일프랑크푸르트출신의곤충연구자이자화가.유년시절부터자연을벗삼아곤충과식물을관찰하고그리는일을즐겨했다.아버지는출판업자였으나그녀가세살때세상을떠났고,화가이자공방운영자인새아버지가재능을알아보고서그녀에게그림을가르쳤다.열여덟살에새아버지의제자요한안드레아스그라프와결혼했고,이후남편의고향뉘른베르크로이주했다.이시절그림과자수를가르치거나자수도안을판매하면서공방을운영했으며,《꽃그림책》1·2·3권과이들을묶어펴낸《새로운꽃그림책》,그리고《애벌레의경이로운변태와독특한꽃먹이》1·2권을세상에내놓았다.

서른여덟살때남편을뒤로한채두딸과노모를데리고네덜란드프리슬란트주의라바디파공동체에입회했다.재능있는한인간으로서신앙생활은물론학문활동에도매진했다.5년간의공동체생활이후네덜란드황금시대의막바지에있던암스테르담으로거처를옮겼다.쉰두살의나이에어렵사리자금을마련하여둘째딸과함께남아메리카의수리남으로향하는뱃길에오른다.무더운열대기후로인해죽을고비를넘기면서도곤충과식물을관찰해스케치하고표본을만들었다.다시암스테르담으로돌아온뒤《수리남곤충의변태》를집필해출간했다.수리남곤충의변태과정과그먹이식물을60점의동판화에담아낸,과학과예술이조화롭게결합된작품이었다.일흔살에뇌졸중으로삶을마감한뒤,둘째딸이마무리하여《애벌레의경이로운변태와독특한꽃먹이》3권을펴냈다.

많은자연주의삽화가들이그녀의그림에영향을받았으며,후대생물학자들은그녀를기리며여러동식물의속명등에그녀의이름을붙였다.또한시대적한계속에서도관심을놓지않으며자신의삶을개척해나간여성으로도호명되고있다.



역자:금경숙

도시공학을전공한뒤,도시를계획하고집짓는일을했다.네덜란드에살면서북해연안저지대의다양한모습을글로기록하고네덜란드작가들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지은책으로《플랑드르의화가들》과《루르몬트의정원》이있고,옮긴책으로《터키과자》,《공화국》,《유목민호텔》,《히메로니무스보스의수수께끼》,《음악에색깔이있다면》등이있다.

목차

서문_마리아지빌라메리안이독자에게
옮긴이해제_이세계에머무르지않고저세계를탐험하는여행자

1장꽃이핀파인애플│2장무르익은파인애플│3장작은가시여지│4장카사바와털북숭이애벌레│5장카사바와노란줄무늬애벌레│6장하얀꽃이피는마카이│7장아메리카체리│8장인디언재스민나무│9장홑꽃이피는석류나무│10장수리남목화나무│11장말뚝나무│12장바나나│13장아메리카자두나무│14장큰가시여지│15장수박│16장캐슈나무│17장라임나무│18장구아바나무와거미,개미,벌새│19장구아바나무와붉은구슬달린애벌레│20장구미구타나무│21장마르키아스│22장붉은백합│23장바코버│24장노란꽃이피는마카이│25장바닐라│26장카카오나무│27장소돔의사과│28장시트론│29장폼펠무스│30장그리스도종려나무│31장장미│32장슬라퍼르쪄│33장무화과나무│34장포도나무│35장초록색열매가줄줄이달리는나무│36장흰꽃이피는식물│37장오커륌│38장초록색융털을잎에두른식물│39장작고노란꽃이피는식물│40장파파야나무│41장파란꽃이피는바타타│42장머스크꽃│43장마멀레이드통나무│44장로쿠│45장플로스파보니스│46장재스민│47장청포도│48장타브로우바│49장겹꽃이피는석류나무│50장하얀꽃이피는바타타│51장단콩나무와노란애벌레│52장중국사과나무│53장미스펠나무│54장발리아│55장인디언고추│56장보라색꽃이피는물풀│57장구아바나무와털북숭이애벌레│58장단콩나무와초록애벌레│59장물냉이│60장붉고우아한꽃

본문주석│이책에등장하는동식물이름목록
마리아지빌라메리안연보│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곤충에‘꽂힌’50대여성과학자이자화가,
남아메리카의수리남으로관찰여행을떠나다

수리남에서메리안은2년간동식물을관찰하여스케치하고,각종표본을만든다.이는녹록치않은일이었다.무엇보다도수리남의더위가문제였다.깊은숲으로들어가는길에빽빽하게우거져있는엉겅퀴와가시덤불도문제였다.그러나그와중에새로운곤충을발견하고이를기록하는기쁨이있었다.자그마한곤충의생김새,무늬,털의빛깔까지관찰했고,때로는자신이머물던집정원으로곤충을가져와키우기도했다.그러나결국메리안은열대병에걸리고만다.죽을고비를넘긴뒤에계획했던3년의여행을단축한채그녀는딸과함께암스테르담으로돌아온다.메리안을돌보기위해원주민여성한명도같이배에올랐다.

수리남에서관찰한것을책으로펴내기까지는4년여의시간이걸렸다.자신의기록을세상에선보이고싶기도했거니와주변의권유도있었다.수리남여행에들었던경비를갚으려면돈이필요했을것이다.출판업자의집안에서성장했고줄곧자신의책을펴내왔으니,요즘말로치면‘독립출판’에자신이있었을지모른다.그러나많은출판업자들이그렇듯수익을장담할순없었다.그녀자신이서문에밝혔듯책을만드는데드는비용에놀라단념했다가마음을고쳐먹을만큼나름의투자가필요한일이었다.메리안은그림을그리고원고를쓰는와중에암스테르담의신문에광고도하며책의존재를알려나갔다.

다행히도출판은대성공이었다.메리안은이번에출간한한국어판의모본이된네덜란드어판,그리고라틴어판을동시에출간했다.전자가네덜란드사람들을위한것이라면,후자는네덜란드바깥의유럽사람들을위한것이었을터.러시아의표트르대제를비롯하여나라안팎의많은이들이메리안의책을사들였다.연구자를비롯하여타국의동식물에관심을갖는애호가들도매료시키는책이었다.물론신항로를타고전해오는머나먼타국물정에서느끼는호기심이그들의기저에있었을것이다.

열대곤충과그먹이식물을함께그린60컷의그림,
이에대한정밀한관찰의기록

무엇보다도《수리남곤충의변태》의그림에서는메리안의기획이돋보인다.그녀는하나의곤충이알에서애벌레,번데기,성충이되기까지의모습을그먹이식물과함께한장의그림안에담아냈다.곤충의일생을한눈에들어오게작업한것이다.현대의연구자들이그녀의그림에서생태주의적세계관의맹아를보는듯하다고평가하는것은바로이러한기획때문이었다.또한당대에출간된많은동식물지(動植物誌)들에서그림이동식물을설명하기위한수단이었다면,메리안은자신의그림이그러한용도로만쓰이기않기를바랐다.전자의그림상당수에설명을위한숫자나글이여럿덧붙여진반면,메리안은그러한것들을화폭안에들이지않고그림자체로도오롯이감상할수있는여지를만들어내고자한것이다.이는동식물을연구하는사람뿐만아니라취미로이를애호하는이들까지독자로염두에둔메리안의선택이었다.

그런데이러한메리안의아이디어와예술적재능때문에곤충연구자로서메리안의업적이다소덜부각되기도한다.마리아지빌라메리안협회(MariaSibyllaMerianSociety)의창립자인생물학자케이에더리지(KayEtheridge)는이에대한아쉬움을표한바있다.실제로많은자연주의삽화가들이메리안의그림에영향을받은만큼이나후대생물학자들이그녀를기리며여러동식물의속명등에그녀의이름을붙였다.린네의이명법(二名法,binomialnomenclature)이확립되기이전에이루어진메리안의섬세하면서도정밀한곤충연구는이후많은이들의연구에초석중하나가되어주었던것이다.또한《수리남곤충의변태》에현지인,특히현지여성들의목소리가깃들어있는점또한주목할만하다.식물과곤충을음식으로또는약으로사용하는방법을기록하는등메리안의연구에는동시대여성들이보여주곤했던동식물에대한실용적관심또한드러나있다.

주변부에있던한인간의삶과업적,
20세기에들어새롭게조명되다

당대에일약암스테르담의저명인사가된인물이지만이후로메리안의존재는희미해졌으며,그녀가다시조명되기시작한것은20세기말에들어서면서부터였다.살아생전에도여성이라는점이하나의장벽이었는데,바로그점이그녀를재조명하는계기가된것은참으로아이러니하다.과학계에서‘여성’과학자에대한관심이일면서그녀가새로이호명된것이다.메리안에게는이외에도여러장벽이있었다.그녀가국민국가가건설되기전독일의프랑크푸르트에서태어나네덜란드의암스테르담을중심으로활동한인물이라는점은현재의독일과네덜란드가모두그녀를오롯이자신의시민으로기리는데다소문턱이되기도했다.또한둘째딸도로테아가메리안의작품중상당수를러시아로가져가면서그작품들이다수러시아에보관되어있는점도그녀의활약상을연구하는데걸림돌이되었다.그러나새롭게떠오른이여성의얼굴은결국독일의지폐와우표에새겨졌고,구글은그녀의생일에기념로고를제작했으며,마거릿애트우드는자신의작품《홍수의해》에서그녀를성인(聖人)으로등장시켰고,롤플레잉게임‘대항해시대’에서는모험하는캐릭터로까지만들어냈다.그녀의그림이뉴욕과런던의경매에서고가에판매된것은물론이다.오래전한여성이성취해낸이기록을통해우리에게는아직낯설지만매력적인한인물을비롯하여그녀가보여준경이로운자연의세계를만나게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