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꽃 그림책 : 피어오르는 자연과 의지로 가득한 예술의 우아한 대결 (양장)

새로운 꽃 그림책 : 피어오르는 자연과 의지로 가득한 예술의 우아한 대결 (양장)

$15.00
Description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워킹 맘이 그려낸
싱그럽고 향긋한 꽃들,
그 아름다우면서도 정교한 세밀화의 세계
《새로운 꽃 그림책(Neues Blumenbuch)》(1680)은 르네상스가 발흥하고 신항로 개척 시대의 서막이 열리던 시기, 유럽에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 활약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초기작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뜰에서 꽃과 곤충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즐기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메리안은 결혼을 하고 큰딸을 낳은 뒤 1670년 남편의 고향인 뉘른베르크로 이주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그녀는 공방을 열었고, 양피지와 리넨에 그림을 그린 뒤 이를 자수본으로 팔아 생계를 이어 나갔다. 귀족 가문의 여인들은 이 자수본을 사들여 수놓으며 커 나갔을 것이다. 메리안은 부유한 집안의 미혼 여성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이는 당대 귀족들이 조성해둔 고급 정원과 진품실에 드나들며 귀한 꽃과 곤충을 관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곤충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면서 연구하는 일도 이어 나갔다.

스물여덟 살이 되던 1675년, 메리안은 자신의 첫 저작인 《꽃 그림책(Blumenbuch)》 1권을 펴낸다. 이후 1677년과 1680년에 2권과 3권을 연이어 펴내 책을 완결 짓는다. 생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았고 큰딸을 키우면서 둘째 딸까지 출산한 와중이었지만, 그녀가 매진해 펴낸 책이다. 2권과 3권을 발간한 사이에는 “당신은 이 책에서 100가지 이상의 변태를 발견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메리안의 본격적인 곤충 연구의 서막을 알린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독특한 꽃 먹이(Der Raupen wunderbare Verwandelung und sonderbare Blumennahrung)》 1권 또한 출간한다. 신진 작가로서 왕성한 저작 활동을 벌인 것이다. 《꽃 그림책》은 꽃과 예술 애호가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자수의 패턴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모본으로서의 용도를 염두에 두며 제작되었다. 3권을 마무리한 해에 이들 세 권을 묶은 뒤 서문을 더해 《새로운 꽃 그림책》을 간행하는데, 한국어판은 바로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메리안은 《새로운 꽃 그림책》의 서문에서 호기롭게도 이 책이 자연과 벌인 자발적이고 우아한 대결이라고 말한다. 꽃이 피어오르는 봄에 자연이 대결을 펼치자고 청해오며, 인간으로서의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충만한 의지를 바탕으로 예술로서 그 대결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자연에 대한 겸손을 보이면서도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겠다는 그녀의 결의가 엿보인다.

해제에서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이 설명하듯이, 16세기 초부터 유럽에서는 자연을 관찰하고 꼼꼼히 그려내기 위해 여성 삽화가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성화나 유화를 그릴 자격이 없던 여성으로서는 이러한 식물지(植物誌)의 세계에 편입됨으로써 경제활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17세기 후반에 명성을 얻은 이가 바로 메리안이었다. 또한 이러한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이 책은 유럽에서 15세기에 발현하여 17세기에 화려하게 꽃피운 플로럴리지엄(florilegium), 즉 식물 화보 선집의 전통 가운데 있는 저작이다. 플로럴리지엄은 당대 출판의 최고 기술을 망라해 제작되었는데, 《새로운 꽃 그림책》 역시 그러하다. 하드커버의 크기는 20.5x32.5센티미터, 본문 크기는 19x31.5센티미터였고, 동판화로 찍은 뒤 일일이 채색을 더했다. 이 책은 2011년 6월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92만 5826달러(당시 한화로 약 10억 6466만 원)에 판매되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과학적 정확성, 찬란한 색감,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새로운 꽃 그림책》은 당대의 플로럴리지엄들이 대개 단일한 식물을 그렸던 데 반해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식물 여러 종을 함께 한 장의 그림 안에 표현한 시도가 돋보인다. 여러 꽃을 엮어 화환으로 만들거나 바구니와 항아리에 담아 표현한 작품에서 서로 다른 꽃들의 조화로운 구성에도 뛰어난 감각을 가진 플로리스트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플로럴리지엄에 식물과 함께 곤충을 묘사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메리안은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이를 묘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한 지점이다. 이러한 작업을 이어 나간 그녀는 1699년 둘째 딸과 함께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수리남으로 건너가 2년간 식물과 곤충을 관찰한 뒤 《수리남 곤충의 변태》(1705)를 펴내 연구의 백미를 보여준다.

“나에게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선 배움에 목마른 젊은이들을 위해, 그다음으로 미래의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오래전 유럽에서 살아간 한 여성이 동식물을 관찰하고 정성껏 그려 만든 이 책의 숨결이 그가 서문에 언급했던 ‘미래의 후손’인 지금의 한국 독자들에게도 고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마리아지빌라메리안

저자:마리아지빌라메리안MariaSibyllaMerian

독일프랑크푸르트출신의곤충연구자이자화가.유년시절부터자연을벗삼아곤충과식물을관찰하고그리는일을즐겨했다.아버지는출판업자였으나그녀가세살때세상을떠났고,화가이자공방운영자인새아버지가재능을알아보고서그녀에게그림을가르쳤다.열여덟살에새아버지의제자요한안드레아스그라프와결혼했고,이후남편의고향뉘른베르크로이주했다.이시절그림과자수를가르치거나자수도안을판매하면서공방을운영했으며,《꽃그림책》1·2·3권과이들을묶어펴낸《새로운꽃그림책》,그리고《애벌레의경이로운변태와독특한꽃먹이》1·2권을세상에내놓았다.

서른여덟살때남편을뒤로한채두딸과노모를데리고네덜란드프리슬란트주의라바디파공동체에입회했다.재능있는한인간으로서신앙생활은물론학문활동에도매진했다.5년간의공동체생활이후네덜란드황금시대의막바지에있던암스테르담으로거처를옮겼다.쉰두살의나이에어렵사리자금을마련하여둘째딸과함께남아메리카의수리남으로향하는뱃길에오른다.무더운열대기후로인해죽을고비를넘기면서도곤충과식물을관찰해스케치하고표본을만들었다.다시암스테르담으로돌아온뒤《수리남곤충의변태》를집필해출간했다.수리남곤충의변태과정과그먹이식물을60점의동판화에담아낸,과학과예술이조화롭게결합된작품이었다.일흔살에뇌졸중으로삶을마감한뒤,둘째딸이마무리하여《애벌레의경이로운변태와독특한꽃먹이》3권을펴냈다.

많은자연주의삽화가들이그녀의그림에영향을받았으며,후대생물학자들은그녀를기리며여러동식물의속명등에그녀의이름을붙였다.또한시대적한계속에서도관심을놓지않으며자신의삶을개척해나간여성으로도호명되고있다.



역자:허정화

서강대학교독어독문학과및동대학원을졸업한뒤,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괴테의소설《선택적친화력(DieWahlverwandtschaften)》을연구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강대학교유럽문화학과강사로재직중이다.

목차

자연과예술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전하는서문
한국어판편집자노트

꽃그림책1부
꽃그림책2부
꽃그림책3부

해제:세상을더세밀하게사랑하는눈_이라영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렇게자연의사랑스럽고우아한장식은꽃애호가들에게큰영향을미칩니다.그리하여사람들은자신의보물보다꽃을바라보는것을더높이평가하게됩니다.자신의부를줄여서라도꽃을보고자열망하게됩니다.그렇다고해서이들을나쁘게만볼순없습니다.다채로운걸작같은꽃들은그자체로사람을끌어당기는숨은매력이있어서애호가들의눈을멀게하는게아니라보지못하는눈을뜨게만들기때문입니다.(8쪽)

이처럼꽃이피어오르고가득해지는봄에자연은예술에게자발적이고우아한대결을펼치자는요청을해옵니다.비록우리는부족하지만,그의지만은충만하지요.그러니우리는자연이요청하는이대결을벌이며즐거움을누리는데노력을아끼지않아야하고,당연히그노력을아껴서도안될것입니다.(9쪽)

나에게유용하기때문이아니라우선배움에목마른젊은이들을위해,그다음으로미래의후손들이기억할수있도록이책을세상에내어놓습니다.동판화를제작하고그림을그릴때뿐만아니라여성들이수를놓을때,그리고예술을이해하는애호가들에게이책이유용함과즐거움을선사하길바랍니다.황송하게도최근발간한애벌레그림책에들어있는꽃과약초그림을애호가들이눈에띄게좋아해주셨습니다.그러했기에예술에호의를품고그진가를인정하는애호가들의확신에찬신뢰에힘입어세권을한데묶은이책을출간하는바입니다.(9~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