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있었다 2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 양장본 Hardcover)

그들도 있었다 2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든 여성들 | 양장본 Hardcover)

$40.00
Description
현실은 아직도 충분히 공정하지 못하며
특히 지난 역사를 보는 시선은 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기획에서 출간까지 5년에 걸친 대작업
한국미술사의 공정한 지형을 탐색해낸 역작
한국 근현대 여성미술가 105명의 예술세계를 여성 필진 53명이 합심하여 엮어내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만든 작가들 중에서 여성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출처의 자료 조사를 통해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을 보여준 여성 작가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자 했다. (……) 이는 미술사에서 여성이 배제된 것이 생래적인 재능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여성과 여성성이 폄하되거나 배제된 경위를 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 살피는 계기를 준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이렇게 여성 작가들을 단순히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사를 보는 보다 공정한 시각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_‘책머리에’ 중에서

20세기 한국 미술가를 선별해 조명한 책에 등장하는 여성 작가는 지극히 적다.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100인선집』에는 4명, 이후 증보한『120인 선집』에는 5명의 여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현대미술가 100인』에도 여성은 12명밖에 들어 있지 않다. 왜 이렇게 여성 작가의 수가 적은 것일까? 여성의 예술적 재능이 부족해서일까?
이 책의 기획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근현대 미술가 가운데 여성 작가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려는 시도다. 회화, 조각, 설치 등 미술의 전 영역과 국내외 활동을 아우르며 탐색해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해온 여성 작가의 수가 적지 않았다. 이제까지 한국미술사에 기입되지 않았을 뿐, 분명 “그들도 있었다”. 역사란 조명하고 기록하고 엮어낼 때 비로소 인식된다. 이 책은 가려져 있던 한국의 근현대 여성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한국미술사를 보다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책을 기획한 현대미술포럼은 현대미술사를 연구하는 여성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1995년에 결성된 뒤 꾸준히 모여 함께 읽고 토론하고 썼다. 그간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등 번역서 4권과 『한국 현대미술 읽기』 등 공저 5권을 출간했다. 한국의 학계에서 상당히 드문, 오랜 명맥을 이어오며 꾸준히 성과를 낸 ‘여성’ 모임이다. 이번 책을 만드는 여정은 2019년 9월 말에 기획을 시작하여 출간에 이르기까지 5년이 걸린 대작업이었다. 작가를 선정한 뒤 자료를 찾아 연구하고, 원고를 집필한 뒤 논의하고, 도판을 선택해 수록 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필진 53명은 현대미술포럼 회원을 중심으로 하되 외부 여성 연구자를 포함해 꾸렸다. 30대부터 70대까지 필자의 연령층이 폭넓으며, 학계뿐 아니라 미술관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아울렀다. 현대미술포럼의 네트워킹은 필진뿐 아니라 작가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생존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고의 풍요로움을 더했고, 도판 수록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냈다. 덕분에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탄탄한 글과 함께 대표작 도판을 3점씩 수록하여 시각 자료로서 책의 가치를 더했다. 한동안 한국미술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종합적 작업일 것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을 필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익히 잘 알려진 작가들을 비롯하여 이름조차 낯선 작가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성 미술가 105명을 조명하고 있다. 짙게든 엷게든 이들에게는 시대의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여류’ 화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가족을 비롯한 사회집단이 작가에게 멍에가 되기도 했으며, 여성적인 것을 표현할 때면 진지한 비평 대신 엉뚱한 말이 뒤따르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이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창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책은 미술사로서든 여성사로서든 도전의 서사가 가득한 텍스트다.
저자

윤난지외

여성연구자들로이루어진현대미술사연구모임으로,고정된가치체계와정형화된관례를벗어난대안적미술사기술을목표로삼고있다.1995년현대미술사관련문헌을함께읽는것으로모임이시작되었으며,최근에는한국현대미술사연구에집중하고있다.『모더니즘이후,미술의화두』(1999),『전시의담론』(2002),『페미니즘과미술』(2009),『공공미술』(2016)등을함께번역했고,『추상미술읽기』(2012),『현대조각읽기』(2012),『한국현대미술읽기』(2013),『한국동시대미술:1990년이후』(2017),『키워드로읽는한국현대미술』(2019)등을함께썼다.

목차

책머리에

6장여성과여성성을탐구하다
윤석남|여성을세상에드러낸,영원한페미니스트
김인순|교차성의관점으로그린여성의현실
박영숙|여성주의사진,그낯선길을열다
김종례|직관으로재현해낸여성의현실
노원희|기록과발언으로서그림의의미를묻다
이은산|삶에깃든여성적감수성을탐색하다
윤효준|여성에의한‘여성되기’의추상
조기주|여성성을화두삼아미술의통념에도전하다
정정엽|여성의삶과생명에경의를표하다
류준화|여성의현실을표현하고고발하고일깨우다
하민수|천위에실로그려낸삶의노래

7장형상회화의새로운가능성을열다
정연희|풍경화에담아낸광대한여정의알레고리
김점선|소박하면서도치열하게시적인세계1
노은님|천진하게자연을노래하는생명의화가
김명희|칠판회화로재현과기록을넘나들다
이명미|이것이그림이되겠는가
김원숙|동화같은필치로그려낸‘여성들’의일기장
황주리|그리기와쓰기를통해관계를직조하다
심현희|이것아니면저것?그냥,그림!
김명숙|무모하되숭고한,선위의수행자

8장추상과구상의경계를해체하다
송현숙|고향과타향을오가는몸짓의흔적
양주혜|사적인기호와열린해석의미학
홍승혜|‘유기적기하학’,그리드의안팎을넘나들다
제여란|물감덩어리와일체화된초극의추상성
도윤희|시적감수성으로숙성된시간을탐독하다
엄정순|사물을더듬는촉각예술로서의회화
전영희|붓에의한들숨과날숨,그회화적호흡법
신경희|기억을꿰어만든그림세계

9장몸과그의미를부각하다
정강자|여성행위미술가의‘위험한’몸
민영순|디아스포라정체성을탐구하다
이순종|삶과죽음사이를채우는에로틱한사물들
정경연|부드러운조각이표상하는몸과삶
김수자|문화인류학적탐구를이어가는‘바늘여인’
홍이현숙|미술과사회의가장자리에서‘구르기’
이불|불완전한근대성에깃든열망과공포
김옥선|세상을직시하는,포착된시선

10장매체를확장하다
김순기|지금여기의순간을대면하는미술
차학경|시대를앞서간급진적예술의비전
최재은|시간에대한성찰을공간에담다
장영혜|불온한실험이만들어낸위반의미학
우순옥|시공간을탐색하여삶과예술을잇다
안성금|물질과정신의‘균열’너머의세계
조숙진|삶과죽음에담긴숭고한아름다움
이정진|무등(無等)한사진,맞닿아울리는세계
오경화|비디오로바라본사회와여성
강애란|페미니즘의옷을갈아입은‘디지털책’
정서영|사물,조각이되는비범한순간
유현미|장르를넘어서,자유를꿈꾸는도정

주석│필진소개│도판목록│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여성작가들의예술세계를겹쳐읽을때비로소드러나는다층적초상

마치사전처럼원하는작가에대한내용을추려읽을수도있겠지만,이책의진가는각각의원고를포개어읽을때더더욱드러난다.한국근현대미술계의주류적흐름(가령1960년대의앵포르멜,1970년대의단색화운동,1980년대의민중미술등)속에놓인여성작가들은때로는주류와유사한결로,때로는주류에빗겨서며각자자신의자리를모색한다.또한표현그룹(1971),한국여류화가협회(1973),한국여류조각가회(1974),서울프린트클럽(1980),시월모임(1985),여성미술연구회(1988)등의모임을결성하여여성작가들이활동할수있는장(場)을만들어가는흐름도병행된다.여성작가들의대응은각각편차를보이는데,그다양한양상을섬세하게견주며지도그리기(mapping)를해본다면이책을매우흥미롭게읽을수있을것이다.
많은여성작가들이‘세계화’가시대적화두가되기훨씬전부터세계라는좌표를염두에두고자신의위치를모색한,글로벌한시야를갖춘이들이었던점도눈에들어온다.시각장르로서문자보다훨씬직관적인미술분야의특성또한세계화를빠르게견인한동력중하나였을터.이들중상당수는이른시기부터일본을비롯해유럽과미국으로유학하여타국의공기를흡입하고자신의예술적자양분으로삼은바있다.그러나유학의경험이없거나동양의전통에뿌리를둔작업을한작가들에게서도폭넓은시야와이에기반한고민이엿보이는데,이는상당수의여성작가들이시대의전위에있었다는뜻이기도하다.
한편‘여성’이라는특징을화두삼아작가들의예술세계를겹쳐읽는독법을쓸때포착되는여성‘들’의같고도다른다층적인결역시눈여겨볼지점이다.예를들어근대기부터1970년대이전까지활동한상당수의여성작가들에게는10여년안팎의‘공백기’가따라붙는다.이른바결혼,출산,육아,내조의시기다.당대사회의구조적억압이빚어낸현실일텐데,요즘말로하면이들은집단적으로‘경력단절여성’시기를거쳐온셈이다.
그렇다고해서가정을이루고살아간시기에대한작가들의태도가동일한것은아니다.가령아이같은시적인그림으로대중의사랑을받았던김점선작가의경우,큰체구와중성적인외모때문에사람들속에동화되지못하다가결혼과출산이후‘평범한아줌마’로살게되면서비로소일종의안도감을느꼈다고한다.이는여성적이지않는외모에대한사회적압력이작가에게훨씬크게다가왔다는뜻으로,모두가여성일지라도개별여성이느끼는억압은차이가있음을보여주는사례일것이다.인류의절반이면서도소수자인여성으로서의특징을검토할때당대적보편성을읽어내면서도동시에정형화된논리를넘어서는다양한접근으로개개인의선택을규명하는노력이필요하다.이러한접근을해볼수있는일차자료로서이번책은손색이없으리라고본다.
책을읽다보면선도적인작업을선보였건만‘광녀(狂女)’라는말까지따라붙은정강자작가의에피소드에서짙은페이소스를느끼다가,‘미친년들’이라는말을작품제목으로내세운뒤여성에게가해지는부조리의정곡을찌르는박영숙작가의시니컬한결기도만나게될것이다.여성으로서의고민을작업으로표현하지않으면서혹은페미니스트로자신을정체화하지않으면서세상의다양한화두를붙잡아자신의작품세계를펼친여성작가들의모습또한마주하게될것이다.이러한여성예술가의다중적초상이야말로이들이미술계에서성취해낸작업과함께여성사가탐색해야할풍요롭고깊은장일것이다.


20세기한국여성작가들이선보인다채롭고풍요로운예술세계

이번에는본격적으로이책의내용을살펴보자.두권으로구성된이책은총10장으로구성되어있다.1장에서는근대기미술에서주목할만한선구자들을수록했다.동·서양화뿐아니라디자인,미술교육까지아우르면서우리미술의근대화를이끈작가들로,조선미술전람회(조선미전)나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수상할때마다‘최초의여성’이라는말이따라붙던이들이다.대개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이라는큰굴곡을거친이들로,해외에서유학한이들도있지만국내에처음생긴미술대학을통해미술계에입문한이들도눈에띈다.
2장에서는그후속세대로1950년대중반이후미술계에안착한작가들을다루었다.이들은회화와그한부류인태피스트리(tapestry),그리고조각에서전세계적인모더니즘조류에부응하는방향으로작업했다.전통적으로여성의영역으로간주되던섬유예술을현대적으로개척한이신자와성옥희의작업,반면에남성적영역으로간주되던조각분야에입문하여자신의목소리를낸나희균,김정숙등의작업이대비되어눈에들어온다.전반적으로모더니즘의기조아래에서형태의추상화(抽象化)를시도한점이주목되는데,이는3장에수록된후속세대추상화가들에게계승되었다.3장에서살펴본작가들은1960년대의앵포르멜,1970년대의단색화운동에참여한이들로,주류경향에합류하면서도자신만의독특한조형어법을구사했다.‘추상회화’라는개념으로수렴되지만,이들의작품세계가매우다채로운것은도판을살펴보면쉽게확인될것이다.
4장은한국화라는전통적인장르가어떻게동시대와만날수있는지를모색했던작가들을모았다.우리의것을이어가면서동시에시대의조류에부응하는지점을고민하는작업은그야말로치열한실험을동반할수밖에없었다.과거의것들중계승할것을가려내면서현대성을표출할수있는것을더해나간이들의작업은경계를넘나드는유연함을바탕으로개척해낸새로운세계였다.한편5장에서는선구적조각가들의뒤를이어형식과재료실험을통해조각의영역을넓힌후속세대조각가들을다루었다.이들의작업이1980년대이후에집중된것은조각에서의여성진출이상대적으로어려웠던점을반증한다.초기에비해이후의작업은같은조각일지라도기획과소재,표현방식이다양해져서작품의스펙트럼이매우넓어진다.
6장에서다룬작가들은1980년대들어서면서한국에포스트모던기류가형성되고그한국면인페미니즘이수면위로떠오르면서‘여성과여성성’을화두로삼은이들이다.본격적으로페미니즘미술의문을연작가들인데,시월모임이나여성미술연구회등을통해목소리를냈던이들도눈에띈다.물론이자장의바깥혹은너머에있던이들도있으며,이들은도전적인작품을통해사회적이슈가되는예술을선보였다.
이시기에는모더니즘의맹아인추상형식을벗어나려는움직임또한부상하는데,7장의형상회화작가들,8장의추상과구상의경계를넘나든작가들의작업이그예다.기존틀에한정되지않으면서자신의화두와방법론을고안해내고이를개척한점이돋보이는,그리하여개개인이넓힌지평을섬세하게살펴봐야할작가군이다.
이어9장에서는몸과그감각을전면에드러냄으로써추상미술의근간인이른바‘정신주의’를벗어나고자한예들을,10장에서는설치,사진,비디오등새로운매체를통해기존의장르구분을넘어서고자한예들을모았다.이들작가들은철학,문화인류학,탈식민주의등다양한이론을바탕으로작품을제작하기도했으며,이시기에들어서면페미니즘은여성의현실을탐색하는방법론을넘어서서세계자체를해명하는데필요한이론으로자리잡아가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