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기획 이야기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 | 반양장)

동아기획 이야기 (그때 그 시절을 함께한 어떤 음악 레이블에 대하여 | 반양장)

$17.50
Description
믿고 사던 그 음반, 아껴 듣던 그 노래
동아기획이 만들어낸 한국 대중음악의 골든타임을 복기하다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면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음반 기획사, 동아기획. 이 책은 동아기획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당대 대중음악계의 유산으로서 동아기획의 활약상을 촘촘하게 기록한 작업이다. 당시에 이보다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가수를 거느린 음반사는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에서 1위곡을 엄청나게 배출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동아기획은 ‘뭔가 달랐다’는 느낌으로 여전히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다.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따로 또 같이’ 벌인 활약상
김현식, 들국화, 장필순, 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 김현철, 이소라…
다양한 장르와 참신한 사운드로 당대 대중음악 씬을 빛낸 뮤지션들의 음악 공동체

풋풋하면서 세련된 노래들로 사랑받았던 동아기획의 뮤지션들은 개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하지만, 모아 보더라도 그들만의 특징이 있었다. 가령 1980년대 초반에 가요계를 평정했던 조용필, 이용, 전영록은 모두 지구레코드 소속 가수였다. 그런데 이들을 떠올릴 때 한 음반사의 가수라는 인상보다는 경쟁 상대였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비해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은 응집력이 강했고, 동아기획이라는 레이블을 경유해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잦았다.

외부적으로 보기에만 그랬던 게 아니다. 동아기획 뮤지션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소속 뮤지션의 앨범에 기꺼이 목소리와 연주를 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원이 부족한 언더그라운드 출신들이 많았기에 모두들 힘을 모았고, 특히 초창기에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불렸던 조동진이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장필순의 코러스를 두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되는 보증수표와 같았다”고들 했는데, 이는 동아기획 내부의 협업을 보여주는 사례의 일부일 뿐이다. 가령 동아기획의 초창기를 견인했던 그룹 들국화가 해체되고서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솔로 음반 작업을 할 때도 전 멤버들은 모여들어 손길을 보탰다.

이러한 사례는 정말 너무나도 많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뮤지션들은 새롭고 신선한 이들을 추천하여 동아기획으로 영입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오디션을 거쳐 가수로 데뷔했는데, 동아기획은 오디션이나 데모 테이프도 없이 내부 뮤지션의 추천만으로 음반을 제작했다. 김현식은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 멤버들을, 전인권은 하덕규를, 하덕규는 장필순을, 최성원은 박학기를, 조동익은 김현철을, 김현철은 이소라를 추천하는 식이었다. 인연으로 만들어진 이 ‘알음알음’의 생태계, 이는 함께 호흡을 맞춰 음악을 할 이들을 그러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뮤지션들에게 있었다는 증거다. 이를 뒷받침해준 것은 동아기획을 이끈 김영 대표의 뮤지션을 존중하는 태도 덕분이었고 말이다.

이러한 기세는 앨범 제작으로도 이어져 1993년 동아기획은 자신을 대표할 만한 컴필레이션 앨범 《우리 모두 여기에》 시리즈를 론칭했다. 1988년부터 동아기획 뮤지션들이 함께 열어온 콘서트의 이름을 딴 앨범으로, 커버는 참여 뮤지션들을 담은 사진을 사용하여 동아기획의 음악 공동체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시기에 대중음악을 즐겨 듣던 이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곡들이 다수 수록된, 동아기획의 음악적 일대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작업이었다.
저자

이소진

저자:이소진
대중음악연구자이자작곡과연주활동을병행하는뮤지션이다.오래된음반,신문기사,방송자료등을탐색하며한국대중음악의흐름을연구해왔고,2023년「동아기획의음악적실천과가요사적의미」로박사학위를받았다.동아기획과관련한자료들을모으고동아기획을이끈음악인들을인터뷰해써낸이논문으로경희대학교최우수학위논문상을받았다.「1970년대한국싱어송라이터의작가의식과표현양상고찰」,「2010년대한국대중가요시즌송을중심으로한대중음악아카이브수집연구」등의논문을발표했고,작곡가고(故)손석우를기리는추념회의준비위원으로도참여했다.현재경희대학교일반대학원겸임교수로<서양팝음악사>,<케이팝과대중문화>를강의하고있으며,한국대중음악학회의편집이사와한국외대정보·기록학연구소의초빙연구원으로활동하며국내외대중음악을기록하고연구하는작업을이어가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동아기획의타임라인

1장동아기획의탄생
1980년대,새로운대중문화가도래하다│동아기획은어떻게설립되었나

2장동아기획의역사
기존경험을바탕으로,새로움을모색하며│들국화로시작된도약,신진뮤지션의영입│백화만발속에서김현식이피워낸불꽃│신예이소라의등장,시대의변화가운데서│위기를넘어서려는시도,그리고좌절

3장동아기획의정체성
제작과정도,홍보방식도남달랐다│서로품앗이하는음악공동체를만들다│‘따로또같이’뭉쳤다가흩어지다│라이브공연과라디오방송을그라운드삼다│니치마케팅으로틈새시장을공략하다│레이블을브랜딩하여팬덤을구축하다

4장노랫말을통해살펴본세계관
그대와단둘이서이길을걷고싶어│하지만후횐없어,그것만이내세상│이세상모든색한색깔이면그건너무해│당신과내가좋은나라에서만난다면│나의가슴속을메워주는이불빛이좋은걸│생각이나는지,그시절음악│슬퍼하지말아요,혼자라고느낄때│사랑해요라고쓴다│나는누굴까,내일을꿈꾸는가

5장장르별로살펴본음악의스펙트럼
포크계열의음악│록계열의음악│블루스계열의음악│퓨전재즈계열의음악│발라드계열의음악│보사노바및레게계열의음악│음악극을비롯한그외장르의음악

6장동아기획이대중음악계에남긴유산

주석
참고문헌
동아기획의음반목록

출판사 서평

믿고사던그음반,아껴듣던그노래
동아기획이만들어낸한국대중음악의골든타임을복기하다

그런시절이있었다.‘동아기획’이라는글자만보고음반을사던시절이있었다.카세트테이프를뜯으면어김없이보이던주황색라벨에대한기억은지금도마음을쿵쾅거리게한다.『동아기획이야기』는그런나의기억이그저개인의차원이아닌‘보편적상황’이었음을수많은자료와증언을통해입증한다.‘이야기’라는낱말안에음악이주었던기쁨과설렘,그음악이만들어졌던배경이정성스럽게담겨있다.그시절음악잡지에는늘‘동아기획이자랑하는소중한음반들’이라는문구와함께광고가실려있었다.그자랑스러움에관한소중한기록이다._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1980~90년대에청춘을보낸이들이라면그이름을기억할것이다.젊은이들을사로잡았던음반기획사,동아기획.이책은동아기획이왜그리고어떻게그토록사람들의마음을파고들었는지를살펴보면서당대대중음악계의유산으로서동아기획의활약상을촘촘하게기록한작업이다.당시에이보다규모가크고인기있는가수를거느린음반사는여럿있었다.대표적인가요순위프로그램이었던「가요톱10」에서1위곡을엄청나게배출했던것도아니다.그럼에도동아기획은‘뭔가달랐다’는느낌으로여전히대중에게각인되어있다.

개성넘치는뮤지션들이‘따로또같이’벌인활약상
김현식,들국화,장필순,봄여름가을겨울,빛과소금,김현철,이소라…
다양한장르와참신한사운드로당대대중음악씬을빛낸뮤지션들의음악공동체

풋풋하면서세련된노래들로사랑받았던동아기획의뮤지션들은개별적으로도주목할만하지만,모아보더라도그들만의특징이있었다.가령1980년대초반에가요계를평정했던조용필,이용,전영록은모두지구레코드소속가수였다.그런데이들을떠올릴때한음반사의가수라는인상보다는경쟁상대였다는이미지가강하다.이에비해동아기획소속가수들은응집력이강했고,동아기획이라는레이블을경유해세상에알려지는일이잦았다.
외부적으로보기에만그랬던게아니다.동아기획뮤지션들은서로가서로를도우며소속뮤지션의앨범에기꺼이목소리와연주를더하는일이비일비재했다.자원이부족한언더그라운드출신들이많았기에모두들힘을모았고,특히초창기에언더그라운드의대부로불렸던조동진이이러한분위기를만드는데구심점역할을했다.장필순의코러스를두고“곡의완성도를높이고흥행에도큰도움이되는보증수표와같았다”고들했는데,이는동아기획내부의협업을보여주는사례의일부일뿐이다.가령동아기획의초창기를견인했던그룹들국화가해체되고서멤버들이개별적으로솔로음반작업을할때도전멤버들은모여들어손길을보탰다.
이러한사례는정말너무나도많다.그런분위기속에서뮤지션들은새롭고신선한이들을추천하여동아기획으로영입했다.지금도그렇지만당시에도많은이들이오디션을거쳐가수로데뷔했는데,동아기획은오디션이나데모테이프도없이내부뮤지션의추천만으로음반을제작했다.김현식은봄여름가을겨울과빛과소금멤버들을,전인권은하덕규를,하덕규는장필순을,최성원은박학기를,조동익은김현철을,김현철은이소라를추천하는식이었다.인연으로만들어진이‘알음알음’의생태계,이는함께호흡을맞춰음악을할이들을그러모을수있는가능성이뮤지션들에게있었다는증거다.이를뒷받침해준것은동아기획을이끈김영대표의뮤지션을존중하는태도덕분이었고말이다.
이러한기세는앨범제작으로도이어져1993년동아기획은자신을대표할만한컴필레이션앨범《우리모두여기에》시리즈를론칭했다.1988년부터동아기획뮤지션들이함께열어온콘서트의이름을딴앨범으로,커버는참여뮤지션들을담은사진을사용하여동아기획의음악공동체적면모를보여주었다.이시기에대중음악을즐겨듣던이들이라면기억할만한곡들이다수수록된,동아기획의음악적일대기를일목요연하게보여준작업이었다.

남달랐던기획사의출현,믿고사는브랜드의탄생
TV가아닌라이브공연,그리고레이블브랜딩을통해틈새시장을공략하다
음악산업의패러다임에균열을가한한기획사의실험

그렇다면음반기획사로서동아기획은어떤곳이었을까?이질문에답하기위해서는동아기획의‘대장’으로불린김영대표를소환해야한다.그는청년문화가기세를펼친1970년대에기타학원을운영하면서작곡가및기타연주자로활동한이력이있다.몇몇음반의개인제작자로도활약하던그는1978년서울신문로에아내인가수박지영의이름을내건레코드점‘박지영레코드’를열었다.이곳에서4년간음악산업의경향과대중의소비동향을파악하며그는새로운꿈을꾸게된다.“시대를막론하고좋은음악은언제나대중들의사랑을받아왔습니다.좋은음악이면된다는확신이있었지요.”국내대중가요보다서구의팝과클래식음반이훨씬잘판매되고,방송출연을통해얻은가수의인기와음반판매량이비례하지않는현실을목도한이의확신이었다.
이런꿈을품고1982년동아기획을설립한김영대표는좋은음반을만들기위해과감한투자를했다.당시국내최고의스튜디오였던서울스튜디오를녹음실로선택했고,뮤지션들은이곳에서당대최고의가수들보다훨씬더많은시간을들여음반녹음에나섰다.한편홍보방식도남달랐다.언더그라운드가수들이모여든작은기획사로서과감하게방송국에음반을돌리지않은것이다.초창기에그는전국에있는레코드점과음악다방을공략했다.레코드점을운영한경험이있기에떠올린아이디어였는데,그런틈새시장을노리며대중들과만나는접점을만든것이다.이후들국화의첫음반이출시되면서동아기획은상당한활기를띠게된다.이때부터는들국화와함께라이브공연을진행하는것으로홍보방향을틀었는데,공연이흥행하면서앨범판매가급증하기시작한다.당대대중음악계의홍보공식,가수의TV출연을빗겨가며성과를내기시작한것이다.
사실가창력있고연주도탁월한뮤지션들에게공연은무척이나소중한것이었다.즉뮤지션의지향과기획사의홍보방향이합을이뤄라이브공연이라는장이꽃핀셈인데,들국화전후로김현식,봄여름가을겨울,신촌블루스등이가세하여적극적으로공연문화를만들어간것은동아기획이한국대중음악계에남긴의미있는궤적이다.이러한풍토는뮤지션들의라이브음반발매등음반제작의확장으로도이어진다.
또하나언급해야할지점은동아기획이음반기획사로서의브랜딩을시도한점이다.사람들은동아기획의로고를‘웰메이드음반’을보증하는의미로받아들이면서동아기획의음반이라면믿고구매했다.유명가수가아니라신인이나인지도가낮은가수의음반에도이믿음이통했기에더욱의미있는현상이다.또한동아기획에서는각각의음반마다‘동아기획카탈로그’라는이름으로제작한,음반목록을정리한속지를삽입했고,‘동아기획패밀리’제도를도입해팬들을끌어모았다.최대가입자수가5만여명에달하는레이블팬덤,이는동아기획으로선큰비용을들이지않으면서지속적으로음반을판매할수있는든든한토대가되어주었다.현재의대중음악계에서도가수가아닌소속사의팬클럽은찾아보기어렵거나활동이미비한데,당시에이런기획이성공을거두었던것이다.

당대대중음악에의해포착한시대의감수성
1980~90년대언더그라운드로부터새로운감각이도래하다
젊은세대의환호를끌어낸음악,이를통해써내려간당대의자화상

록과블루스부터발라드와퓨전재즈까지다양한장르의신선한음악을선보이면서대중들과직접만나는공연을이어갔던동아기획의뮤지션들,이들은분명팝이득세하던시대의끝물에등장해한국의동시대적감각을대중들에게선보였다.이들은그저노래만부르는가수가아니라자신의곡을직접짓고노래하고연주하는적극적인창작자로나섰고,대중들은이에환호를아끼지않았다.이러한뮤지션들을그러모아창작의그라운드를마련하고새로운시도를펼쳤던기획사가있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그리고그저변에는앨범출시일을기다렸다가동아기획의음반을사모으던,이어폰을꽂고서카세트테이프가늘어지도록동아기획의음반을들었던,공연장을찾아가목소리를높여환호하던‘우리’가있었다.그러하기에동아기획의역사는곧한국대중음악계의역사일뿐만아니라‘우리’의역사중하나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