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이 내려오는 날 (5 판양장본 Hardcover)

뭉게구름이 내려오는 날 (5 판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生’을 지나온 말들이 마침내 시가 되다!

『뭉게구름이 내려오는 날』은 저자가 살아오면서 써온 시 가운데 30여 편을 가려 엮은 첫 시집이다. 한 시절의 감정과 기억을 그때의 언어로 기록해 두었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쳐 보는 일은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과 닮았다. 저자는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 “글 속에서 20대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만나며 유치함에 웃고, 슬퍼서 울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잘 다듬어진 언어 이전에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있다. 젊은 날의 사랑과 설렘, 부모를 향한 그리움,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육자의 마음, 신앙 안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 계절과 자연 앞에서 문득 멈춰 선 순간들이 한 편 한 편의 시가 되어 자리한다.

저자는 시집의 첫머리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막내딸이 선물을 드립니다. 대견하시지요.”라고 말한다. 생애 첫 시집은 그렇게 부모에게 뒤늦게 올리는 한 권의 선물이기도 하다.

가톨릭 신앙 역시 시집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부활」, 「육화」, 「성당」, 「그 문턱」 등의 작품에는 부활절과 성탄절, 성당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삶의 의미를 묻는 저자의 내면이 담겨 있다. 신앙은 이 시집에서 관념적인 언어로 머물기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사람을 품으며 살아가는 일상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집이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매듭」, 「또각또각」, 「근사한 집 한 채」, 「하얀 거대한 품」 등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저자는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오래 살아서 알게 된 것과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이 한 권 안에서 나란히 걸어간다.

표제작 「뭉게구름이 내려오는 날」은 이러한 시집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뭉게구름은 멀리 하늘에만 떠 있는 풍경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우리 가까이 내려와 오래전 기억과 사람, 사랑과 그리움을 불러낸다. 그렇게 지나간 줄 알았던 한 시절은 시를 통해 다시 오늘의 삶과 만난다.

저자는 첫 시집을 내는 마음을 “이렇게 기쁘고 민망할 수가”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젊은 날과 오래된 문장을 세상 앞에 내놓는 쑥스러움과, 평생 간직해 온 글을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기쁨이 함께 담긴 말이다.

그리고 그 시들의 끝에서 결국 한 문장과 만나게 된다.
“사랑은 수고를 몰라라.”
어쩌면 이 한마디가 저자가 긴 세월을 살아오며 발견한 삶의 대답이며, 『뭉게구름이 내려오는 날』을 관통하는 가장 따뜻한 글인지 모른다.
저자

안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