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산책 (박균수 시집)

소멸의 산책 (박균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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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욕망은 모든 성취의 출발점이다.” -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

욕망에 열정적으로 천착한 박균수의 역작
사랑과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다가올 시편들
2019년 『적색거성』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박균수의 두 번째 시집이 ‘문학의 숲’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시는 불안하게 섬찟하고 불편하게 도발적이다. 그의 시는 불연속적 세계와 어리석은 인류의 역사를 질타한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향해 스스로 ‘스캐너’가 되어 묵시론적 절망을 토해낸다.
책의 제목 『소멸의 산책』에서, 시집 전체가 시적 자아의 정신적 산책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책을 시작하는 의미의 ‘서시’와 산책을 마치는 의미의 ‘결시’의 구조 안에서 시인의 치밀한 기획력과 다채로운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에서도 ‘욕망’, ‘고통’, ‘사랑’ 등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에서 욕망을 열정적으로 천착하려는 시인의 의지와 고통을 해소하려는 치열함이 느껴진다. 작품을 읽다 보면 삶의 보이지 않은 부분까지 깊이 들여다보려는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균수

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1997년〈조선일보〉신춘문예시당선
시집『적색거성』

목차

005시인의말

1.
011서시(序詩)
014에돌이길
016메시지
018당신없는첫날
021만삭의여자
023새끼야
029그리워
030산그림자
032벼랑끝도로
036불의연가
038그대없으니
039거미가바람에실을날리고
040절망의노래

2.
045불
046어두운거울
049일벌
051유리로된자동차
051야수
055고통의부감
057홀로그램
059검은방
065스캐너
067물질의역사
069사무치게그리운나는없네
072나는관측되고결정된다
073인공지능에게
076부안

3.
081성스러운전쟁
083압둘카림무스타파
114소멸의산책
117결시(結詩)

121해설|권온

출판사 서평

21세기신(新)데카르트의탄생

이번시집은시인이현대과학발견의토대위에서‘나는무엇일까?’‘인간은무엇일까?’‘우주는무엇일까?’에대해스스로묻고대답하는형식과내용으로미만해있다.사실이러한질문들은말할수없는영역에속한다.하지만시인은비의의세계에대해다양한관점에서과감한시적도전과진술로써응답하고있다.

해를사랑한산것들
해에충전되어유전자를운반했다
한철내내
물질속에있었다
파동속에있었다
나도거기있었다
-「물질의역사」부분

「물질의역사」에서그는자연과우주와물질을존중하면서공간을개방하였고‘도시’와‘신(들)’과‘몇억년쯤’을흡수하면서시간을확장하였다.‘코로나-19’와같은‘전염병’속에서도‘나’는‘유전자를운반했’고‘파동속에있었’으며무엇보다도“거기”에있었다.

어젯밤
내가
내사람들이
내우주가멀쩡히숨쉬는것을
경험하고
기억한다고해서
20만년호모사피엔스피의역사와
138억년우주팽창의역사를
모종의방법으로추정할수있다고해서
우주는객관적으로
존재하는것인가

내가느끼는
나와
내경험과
내우주가
내조작된기억과감각으로
방금만들어진것일수도있지않은가

우주는내의식인가
내꿈인가
나인가
나는무엇인가
-「사무치게그리운나는없네」부분

‘나’가우주나역사같은대상을인지하는방법은“감각”이나“의식”을통해서다.시인은감각이나의식에의존하지않고는인지불가능한“우주는객관적으로/존재하는것인가”라는철학적이고도본질적인질문에대답할수없다고생각한다.시인에의하면우리가“20만년호모사피엔스피의역사와/138억년우주팽창의역사를”알고있다고해도“내의식이존재하지않을때/우주도없다는주장을틀렸다고”단정하기에는부족하다.감각이나의식을신뢰할수없기때문이다.이시는시집전반의인식론적토대라할수있는양자역학등현대과학의발견과성과위에서맞닥뜨린존재론적딜레마를표현하고있다.이시를읽는독자들은물질적이며동시에정신적실체로서의‘나’를과학적,철학적으로의심하는존재또는회의하는인간으로서의‘나’와마주할수있다.바야흐로21세기신(新)데카르트가탄생하는순간이다.

박균수시의동력은앎을향한의지,진리를향한갈망과무관하지않다.객관적진실에다가가기위해감정과정서를물질화하려는시인의노력은등단이후끊임없이지속되었다.그의시에서‘유전자,파장,입자’등과학에서사용하는개념이나용어,‘역사,원인,결과,사건’등의관념어가두드러지게보이는것은다분히의도적이다.
관념어와관념적표현의사용은시작(詩作)에서일반적으로금기로여긴다.시적형상화를방해한다고보기때문이다.하지만박균수는이러한금기를아무렇지않게무시하고깨부수며,표현하고자하는의미를가장효율적으로담고있는실체로서의관념어와관념적표현을거침없이쓰고있다.그는작품은시적형상화를넉넉하게감당할풍부하고섬세한디테일(detail)을확보하고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