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온몸으로 웃는다 : 시 읽는 수의사의 더불어 사는 이야기

개는 온몸으로 웃는다 : 시 읽는 수의사의 더불어 사는 이야기

$17.70
저자

이정섭

어릴때부터동물을좋아했다.동물들은나만큼이나아니어쩌면내가좋아하는것보다더나를좋아하는것같다고느꼈다.나는동물들에게,동물들은나에게서로의존했던것같다.
수의사가되기전신학을전공했다.신학은고등학교때활동했던문예반선배의영향때문이다.헤세의《나르치스와골드문트》를권해주던선배의뒤를따라,어떤사명감때문이아닌어떤물음때문에신학을선택했다.
한신대신학대학원은당시가장진보적이고자유로운학풍의학교였다.졸업논문은서남동의민중신학을루이알튀세르의구조주의적독해에의존해재해석해발표했다.기존신학논문과는판이하게달랐지만허락되었다.그러나졸업후목회생활은전혀달랐다.한국교회의병폐인근본주의신학과기복신앙등은우리교단이라고예외는아니었다.이미학생시절부터“새로운교회공동체연구소”라는단체를창립하면서한국교회의대안으로평신도신앙공동체운동을했다.이것은기존교단에서목회는불가능하다는것을의미했다.
수의학과를편입해다시공부하겠다는결심을할때이런배경을들수도있겠지만근본적으로는동물을좋아하는내천성때문이었다.
그동안임상수의사로25년정도살아왔다.다양한부류의사람과동물들을만날수있었다.모두가하나같이자신만의독특한삶을최선을다해사는분들이었다.그것을쉽게알수있는나만의방법이있다.동물병원차트안에담긴동물들의이름을읽어보는것이다.그이름하나하나는저마다창의적이고특별하고사랑스럽다.이분들과동물들은슬픔과기쁨,혹은불행과행복안에서자신들의이야기를만들어간다.내삶역시이런만남속에서채색되어가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1.걱정말아요.그대!
행복이|짭짭이|산들이|돼지|앵두|대추|공주|뿌꾸|산책줄과방석|동물덕후들|깜씨
[TIP1]강아지에게기본훈련은필수적이다
[TIP2]반려동물에게도집이필요하다

2.나,여러분의반려동물이름
미자|엉클이|왕초|초코|아지1,2,3…|다정이네|아롱이|코코|청이|
순돌이와삼순이그리고깜모|플로베르의앵무새
[TIP3]코커스패니얼파동은왜일어났을까?
[TIP4]개와사람이함께발견된가장오래된유적은언제,어디였을까?
[TIP5]오래된미래의주민들은동물들을어떻게대했을까?

3.저는자폐스펙트럼을가지고있습니다
허쉬|토리|별이|축복이|후크|오로지|비밀
[TIP6]개들도노래할수있을까?
[TIP7]동물의사체는어떻게처리해야할까?
[TIP8]장애견에게재활치료는필수적인과정

4.우리만난적있나요?
토실이|고순이|뽀롱이|수리부엉이|고라니
[TIP9]새가된다는것은어떤느낌일까?

후기_웃는개

출판사 서평

삼촌같은수의사가들려주는이야기

“반려동물이우리곁으로다가온이유가있을것이다.나는인간과인간,인간과비인간존재가서로도움을주고받는성숙한세상을만들라는‘계시적사건’이라고이해하고싶다.그렇다,반려에서호혜로!나는이책,아니이책의독자들이우리가그토록바라마지않는‘호혜의시대’의맨앞이될것라고생각한다.”
-이문재(시인,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

신학을전공한수의사라는독특한이력만큼이나남다른동물사랑을보여주는저자이정섭이시읽는수의사와더불어사는이야기인《개는온몸으로웃는다》을세상에내놓는다.동물병원차트안에담긴동물들의이름하나하나가저마다창의적이고특별하고사랑스럽기에슬픔과기쁨,혹은불행과행복을그리는이야기가되어한권의책으로엮였다.
이문재시인은이책이인간과동물이어떤관계를어떻게맺어야하는지다양한경험사례를통해안내한다고소개한다.시를좋아하고책읽기를좋아하는‘삼촌같은수의사’가관계맺기의진정한의미를인문학적관점에서풀어나가기에매력적이다는것이다.
1부<걱정말아요.그대!>는반려동물과이별을겪은보호자들이어떻게삶의새로운탄생과만나는지다양한사례로보여준다.아픔에매몰되지않고새로운이야기를도화지에그리는모습을통해우리의공감을자아낸다.
2부<나,여러분의반려동물이름>은유기동물,반려동물의안락사,사람들의동물에대한오해등과관련된이야기들이다.무조건동물을보호해야한다는것이아니라동물과공존하기위한최선은무엇인지에관한화두를던진다.
3부<저는자폐스펙트럼을가지고있습니다>는장애동물에대한우리의편견을깨는내용이다.장애동물들이가진놀라운적응력을보면서이동물들이자신의불행을얼마나낙관적으로극복하는지를지켜보고,그들의이런놀라운생명력에서새로운삶의의지를배울수있다.
4부<우리만난적있나요?>는저자가지역의임상수의사로활동하면서접한야생동물의사연과야생동물센터에서만난몇몇야생동물의이야기들을담았다.대부분자연과단절된도시에사는우리에게야생동물에대해한번쯤생각해보는자리를마련한다.
이렇듯이책은두번째반려동물키우는이들이어떻게과거의아픔을극복하고새로운사랑을시작할수있는지함께고민하게한다.‘시를좋아하는수의사’가들려주는관계의미학,만남과이별의인문학인이책은2023년중소출판사출판콘텐츠창작지원사업선정작이다.반려동물을키울때필요한팁과함께따뜻하면서깊이있는에세이속으로여행을떠나보자.

강아지이름이돼지?

“슈나우저종의수컷강아지였다.‘돼지’라고이름을붙였다.언니의주장이관철된것이다.사실동생도돼지라는이름이싫은게아니었다.단지언니와다른이름을짓고싶은것뿐이었다.그렇게두자매는티격태격하며그슈나우저강아지를‘돼지’라고불렀다.”
흔히‘돼지’하면좋은이미지는아니다.지저분하다,먹을것만안다,꿀꿀거린다등을연상하기쉽다.단지‘고기가맛있다’정도가긍정적이니반려동물이름으로는적당하지않다.그런데‘돼지’라는이름을자신들의사랑하는반려견에이름붙인자매가있다.그아이들에게돼지는귀엽다,호기심많다,영리하다,장난치기좋아한다등의긍정적이고사랑스러운이미지로가득찼기때문이다.
아이들의사는방법도확연히달랐다.특히놀때,아이들은처음부터끝까지자연과더불어자연안에서뛰어다녔다.자유롭게컸지만그만큼책임감도자존감도강했다.그리고침묵할줄도,조용히지켜볼줄도알았다.이렇듯어린시절돼지와의추억과나무의침묵같은의지가이아이들을올곧게자라게해주었다.이렇듯반려동물에대한진정한사랑은우리를한층더성장시키는것은아닐까?

인문학에빠진수의사

“나는수의사이다.수의사이지만수년째,소설,시등문학작품과철학책등을틈틈이읽고있다.가끔이런인문학의작품들을주제로세미나나강연에참석하게된다.그자리에서여러사람들과대화하는중,각자의직업을말할기회가있다.내직업이수의사라고하면,대부분이상당히낯설게여기신다.”
저자가인문학세미나나강연에참석하면어색하게바라보는시선을느낀다.흔히어떻게이과생이문과과목에이렇게집착하냐는선입견이있는것이다.그런데임상수의학의전선은과학과철학의경계위에서있다고해도무리가없다.수의사는과학자로서질병을일반화하고좌표화해서해결점을찾아야하지만,철학자로서환축과환축보호자분들의의미있고독특한개별적사정을충분히고려해평가해야한다.
더군다나개인적으로인문학은재미있다.인문학은삶의많은순간을충분히채색해서보게해주기때문이다.삶의본질은그해를구하려뛰어든과정에서만존재한다.그안에서하는일이수의사이든,다른직장인이든아무런상관이없다.스스로답을찾는과정에서재미와보람을느끼면그만이다.이책에는그런인문학적인성찰이담겨있다.

사랑은서로길들여지는것

“가방에손을대니,가방표피로안에서몸을뒤척이는모양새가불거졌다.어라전혀다른동물이었다.긴다리와단단한몸통그리고열려진지퍼사이로까만콧잔등이보였다.잠시당황해하는데보호자님이웃으시면서고양이가아니라고라니라고말씀하셨다.”
동물병원하면개와고양이를떠올리지만다양한동물이입원한다.그런데그중야생동물은경력이많은수의사라도당혹스러울수밖에없다.사고로죽은어미곁에남겨진고라니새끼인고순이를치료한이야기는보호자와동물간의애정을느끼기에충분하다.우리가충분히시간을가지고어떤대상을사랑한다면그대상이비록야생동물일지라도우리는서로에게길들여질수있다.사랑은서로길들여지는것이기때문이다.
그렇다고《개는온몸으로웃는다》는단순히반려동물과사람의애틋한관계,사랑,만남,이별을다루는것에그치지않는다.공장식사육이라는열악한환경에서번식업자가자본의논리에빠지는무자비함에대한고발과투견과같은어두운부분도고스란히드러낸다.또한코커스패니얼열풍과같이인간의욕망과이기심으로생긴교잡종문제의심각성과,장애동물과같이동물에대한선입견등동물사랑의사각지대도조명한다.이를통해단순히동물사랑뿐만아니라인간사회와인간관계를복합성마저통찰하게해주는것이다.
이책은온몸으로웃는동물들의이야기이다.사실개들은사람처럼웃을수없다.해부학적으로얼굴피부에닿는근육이없기때문이다.그러나사람과동물의교감을오롯이기록한이책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개가온몸으로웃는것을느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