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그래왔던것처럼
나는또다시‘돌파’의전선에설것이다.”
정의와진실을위해불의에맞서온
어느역사학자의고군분투
서상문의이력은다채롭다.그는서양화를전공했지만대학시절불교를비롯해다양한사상과학문을탐독했으며경향신문기자를거쳐현재역사학자의길에정진하고있다.5개국어를말하거나읽을수있고환태평양지역전문가로서의예리한시각을견지한그이지만,서상문은이러한자신을만든타이완유학시절을‘눈물젖은빵’조차구하기어려웠던시기로회고한다.맨몸으로떠난유학생활에서겪은고투가돌파의1부에수록되어있다.
또한그는한평생불의를적대하며오직공명정대한길만을걸어온사람이다.2부에서소개되는에피소드들은불의와결코타협하지않는그의강직한면모를살펴보게한다.권력을앞세워부당하게이익을취하려하거나마땅한도의를행하지않는이들은그직분의크기와무관하게서상문에게질타의대상이된다.
그렇다면이러한기질은어디에서연유한것일까.서상문은고향포항의정기가자신의뿌리가되고있노라술회한다.3부로묶인영일만과가족에관한이야기들은그의성장배경이타고난기질과어우러져어떠한자양분으로기능하였는지를짐작하게한다.
4부에서는올바른학문에관한태도와불교에서의가르침,한국인이라면마땅히알아야할근현대사와관련된내용들이소개된다.여러사상과역사학에통달한학인으로서서상문이겸비한학문적깊이를들여다볼수있는대목이다.특별히일제강점기를다룬글들의일독을권하는데,여기서서상문은일왕의종전조서가얼마나기만적인것이었는지,‘종군위안부’라는명칭의사용이일제의지배논리에동조하는것이될수있음을경고한다.윤봉길의상하이의거또한‘의거’라는역사적의의를분명히적시할때에야그무수한의의를올바로조명할수있음을강조한다.
가장많은분량이할애된5부에서는향후대한민국이나아가야할세계전략의수립방향에대한상세한지침과전략들이담겨있다.작게는대한민국이라는한국가단위에서부터동아시아와환태평양지역전체를아우르는광범위한단위에이르기까지말이다.여기서서상문이지속적으로강조하는것은대한민국이자국의이익을최우선으로내세우는것이아니라전세계의보편적이익에영합할수있는대의적목표를추구해야한다는것이다.그리고이러한대명제아래에서그는외치와내치를구분하고2원2망의다국적공동네트워크구축을제안한다.
저자서상문이몸소불의와맞서온‘돌파’의기록이독자들의심금에닿아서‘우리모두를위한’돌파의길로이어질수있기를기대한다.
책속에서
p.40나는타이완유학시절,그러니까30대초반부터중반까지약6년간삶의고통에,그것도배가고파서눈물을제법흘렸다.굶어보지않으면배고픔이얼마나견디기힘든고통인지알수없다.삶이고통스러워울어보지않은사람은삶이무엇인지,세상이무엇인지알수없다는빅토르위고의말에나는주저하지않고동의한다.
p.69그래서내가바로순식간에오른손으로급소인그의목울대를꽉거머쥐고선“니샹부샹후어?(想不想活,너뒈질래살래?)”라고저음의단호한어투로외쳤다.차안은순식간에살벌한분위기로뒤바뀌었다.차장은놔달라며켁켁거렸다.나는계속욕을하겠느냐고물었다.차장이하지않겠다고해서나는목을놓아주었다.그리고다시한번더치앤먼시장으로가자고했다.그래도이차장은못간다고했다.
p.87그때는이같은비리가비일비재했다.이런구조적문제는아마지금도여전할것이다.나는공무원이든,회사경영진이든,언론인이든하나같이인간의생명을존엄하게여기지않는것이문제의본질적원인이었다고생각한다.한노동자가죽고여러사람이크게다친사고를자판기에서일회용커피를빼먹고버리는일정도로치부하는것같아보인다.그때나지금이나공무원의관료주의,보신주의,편의주의가곳곳에똬리를틀고있다.생명을헌신짝처럼취급하는태도가몸에배어있으니정의감이나타자의아픔에대한공감능력이생겨날리없는것이다.
p.107나의목적은분명했다.명시적으로는연구원장에게자신의비리를인정하게만들고연구원들의연구편의를봐주도록양보를받아내는것이었다.두번째는도덕적으로나실무적으로나자신의무능함을자각하도록함으로써연임시도를스스로포기하게끔하려는것이었다.
p.132불교는나에게종교나철학에그치지않았다.삼베옷을입고안갯속을지나가면자연스레안개가옷에스며들듯이불교는나도모르는사이내인생전반에영향을미쳤다.몸이아플때도그것은내가부주의했거나상황이여의치못해스스로초래한것이라고생각하기때문에통증이나불편함을크게개의치않는다.그런연유로나는매순간자족감을갖고살아가는편이다.심지어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말도추상적법구(法句)로이해하지않는다.언제어디서마주할지모르지만죽음을두렵지않게받아들이고있다.
p.165철두철미하게의심하고끊임없이사유하라.실천과행동은그다음일이다.더욱이변증법적수정은실천후의과제다.본질을모르는상태에서아무리행동과실천을가열차게한다하더라도사안의맥을잘못짚고좌표를잘못찍으면그런열정은오히려또다른문제만만들어낼뿐문제해결에전혀도움되지않는무용지물에불과하다.우리가본질을깊이생각하고사색하는인간형이돼야할소이연이다.생각이깊을수록사회도중후해지고정치인들도함부로날뛰지못할것이다.그래야만국가가견실해진다.
p.167인간사에서도마찬가지지.기쁨,슬픔,고통,성냄,화남,분노,가난,고생,부귀,영화,권력,지위,명예등과같은현상도영속적으로존재하거나지속되는게아니라그렇게만든,물질적혹은정신적조건에의해생겨났다가그조건이해소되면사라지잖아.인과연이라는조건의결합으로잠시상(相)을이루는건데,각각의상은모두각기다른조건에의해존재하다가사라져.이를연기하는거라고해.
p.181그러나실제로는그렇지않았다.일왕은‘무조건항복’은커녕‘항복한다’라는말조차입에담지않았다.‘항복’이라는단어자체를쓰지않았다.히로히토가공표한담화문의정식명칭은‘종전조서’였다.그것은미국,영국등의연합국에포츠담선언을수락하겠다는의사를밝힌것이어서간접적으로‘항복’의사가내포돼있긴하지만,일본국민을대상으로한담화형식의‘종전선언’이란의미가더컸다.
p.186~187우리가‘종군위안부’,‘정신대’라는용어를사용하는것은,피해당사자인우리가도리어일본의부녀자성유린범죄를인정하는셈이된다.정신대는‘나라(일본)를위해몸을바친’조직이며,종군위안부는‘황군을위안하는부녀자’라는의미를내포한다.전적으로일본을위해,일본에의해만들어진용어다.
p.229그런데법학자들의연구에의하면,우리헌법이본보기로삼은지난세기독일바이마르헌법에는실상양심조항이없다.바이마르헌법에는“법관은독립으로서다만법률에따른다”(제102조)라고만돼있을뿐‘양심’이라는단어는없다는것이다.더군다나21세기현재독일이사용하고있는기본법제20조제3항에도‘양심’을규정해놓은조항은없고,법관은“법(헌법)과법률에구속된다”라고되어있다고한다.즉독일의옛날법에서나,현행법에서나모두법관의양심조항이없는것이다.
p.291외치와내치는상호연동된경우가대부분이다.국태민안의지속성과안정감있는내치는외치에서힘의결집과국민과국가지도자의근거있는자신감으로나타난다.내치가바르지않은외치는힘을받을수없고,세계전략의구사는내치에도상당한파급력을미칠것이다.시대와한국의위상이많이달라졌다.이제우리도세계를대상으로한세계전략이라는마인드로대외문제에접근하고사고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