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를 열자고 했다 (신순례 에세이)

파티를 열자고 했다 (신순례 에세이)

$14.10
Description
생의 끝자락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파티
늦은 배움과 멈추지 않는 도전
세월을 녹인 잉크로 써내려간 마흔세 편의 글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생애가 되어 내게 스며들었다. 저물어가는 인생길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을 부모로 둔 자녀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이 책만큼 곡진하게 한 사람의 생애를 전할 수 없을 것이다.
- 이국환(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진솔한 글은 울림이 크다. 신순례의 산문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글에서 풀 냄새, 흙 냄새, 밥 냄새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난다. 한 편 한 편마다 반전이 있어 흡사 장편(掌篇)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단숨에 읽힌다.
신 작가의 수필은 개인사이지만 현대사의 한 조각이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 남으로 피난을 왔고,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가난이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주눅 들거나 꺾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채워나갔다. 이제 그는 삶 속에 알알이 박혀있는 사연들을 가만가만 풀어놓는다.
- 김택근(시인, 작가)
저자

신순례

저자:신순례
1948년2월황해도연백에서태어났다.
전남여수로피난온나의부모님은가난속에서도이름자는쓸줄알아야한다는신념으로우리다섯남매모두학교에보냈지만,오빠와나는상급학교의문턱은넘지못했다.63세에검정고시에도전해어렵지않게합격했다.수능시험을거쳐65세에동아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입학,졸업예정년도보다2년더창작강의를듣고선71세에졸업했다.73세에MBC신춘편지쇼에서입선했고,75세에수필작가로등단했다.

목차


책을펴내면서·007
1거기반딧불이있나·011
2다시찾은불국사·018
3곽휴지두통의대박·023
4새집은귀신도시샘한다네요·029
5걱정도풍년이요·037
6꽃잎보다아름다운입술·042
7일거삼득(一去三得)·048
8꼰대들의합창·054
9흙탕물에서핀연꽃은더욱아름답다·060
10오월의판타지·065
11딸덕에비행기탔네·072
12밥한술·079
13맏이의멍에·085
14울엄마는문옥희·091
15친구솜씨를믿을게·096
16쓴뿌리·101
17신이내린망각의축복·108
18이제는알수있어요·114
19나도명절증후군이있었네·120
20엄마도그러면안돼·126
21어찌하오리까·131
22행운을놓친여행·137
23콩심은데팥은안나는가보다·143
24찹쌀떡·150
25벌나비밥은꽃이래요·156
26행운은친구를데리고온다·162
27내몸이바보가되었네!·168
28나는아직도꿈을꾸고있어요·173
29청출어람(靑出於藍)·178
30흔하고도귀한것·183
31모범독림가나무박사·188
32나눗셈답이자꾸틀려요·194
33이웃사촌이제일이어요·200
34멋진마도로스내남편·207
35할머니가어때서·212
36소녀들의행진·217
37연어는거센물결을마다하지않는다·221
38불로장생·227
39이자도안받잖아요·232
40착한며느리못된딸·238
41하나님께위로받으렴·246
42쉰다섯살의철없는어미·251
43파티를열자고했다·257
추천의말·263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반딧불은짝을찾아날아다니며어두운밤을수놓았었는데,우리는몇마리씩잡아손바닥에올려놓기도하고호박꽃에담아예쁜조명등을만들어각시방노래도불렀었는데,가을은그대로건만반딧불은다어디갔을까?-01거기반딧불이있나

왁자지껄하다.어젯밤의끝자락을잡고마신술이아직도그들을휘어잡고있는지신바람이나서해장국집을찾아나선다.그들의흐트러진모습을감싸주듯덕유산자락을살며시헤치고서서히동녘하늘을붉게물들이며쟁반같이둥근태양이떠오른다.어두움은지난밤의숱한얘기들의여운을남기고슬며시뒤로밀려나갔다.소슬바람이스치는가을날은유난히도발그레한햇빛이곱디곱다.쪽빛의계곡물은꾸불꾸불바위틈을불평없이속삭이듯낮은곳으로은빛의거품을일으키며잘도흐른다.크고작은나무들은고운옷갈아입을채비에분주하게바람결따라살랑살랑나부끼며우리보고다음날다시오라고손짓해주고있다.-08꼰대들의합창

기어들어가는소리로‘저피난민입니다.밥한술만주세요.’말하면대개는자기밥그릇을들고나와크게한술떠서준다.어느집에서는밥을다푸고누룽지를한주걱주고,어느집에서는작은그릇에따로퍼주기도하고,조금늦은집에는상에서남은밥을다주기도한다.차근차근동네한바퀴를돌면바가지에밥이차고된장이나김치를얻는날에는반찬까지해결되는재수좋은날이다.뒤돌아서서동네에절을한다.다섯식구의아침식사를준분들에게하는감사의인사다.밥바가지를들고배고파하는자식들눈망울을생각하며숨이차도록바쁜걸음옮길때마다(엄마는)얼마나많은눈물을흘렸을까?
-12밥한술

바다위에서지는해를바라보며그리움을달래고있을남편의모습이떠오른다.순간호강스러운푸념을하고있었구나,뉘우치며남편의외로움을나눠갖기로했다.-19나도명절증후군이있었네

파티를열자고했다.간단한요리를하고와인을준비했다.예쁜촛불을켰다.발그레한와인을따랐다.둘이서잔을들고외쳤다.황금빛노을처럼우리도아름답게생의마지막을장식하자며잔을부딪쳤다.-43파티를열자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