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역사가 됐어

내가 역사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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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금자

저자:전금자
나는대한민국과거의같은나이로1세기를살아왔습니다.
여태의가치와기준이송두리째흔들리는시대의초입에섰습니다.
우주의입자와파동이되어사라질때까지나는글을쓰고있을겁니다.

목차


1부-어떤아이,금자
1장_1951년부산부평동
2장_동광동큰불
3장_미싱골목명애네
4장_도미네집으로
5장_새할머니와고모부
6장_금자가좋아한오빠
7장_화경이네
8장_여성국극단과김길자
9장_구롬보장씨와조합장이된아버지
10장_꿈

2부-새로운세상속으로
1장_1학년이된금자
2장_2학년,새로운동무들
3장_3학년,엄마의치맛바람
4장_하늘을덮을만큼큰검은보자기가너울거리며내려오고
5장_굴러온개뼈다귀
6장_그래판을뒤집자
7장_푸른잔디푸르러봄바람은살랑
8장_서울시내버스차장이전부여자로
9장_엄마의죽음
10장_‘정말내엄마’가있는집으로

출판사 서평

누구의삶이든역사가된다.
이책의화자,금자의어조는시종일관낡은앨범을들여다보듯담담하고관조적이다.등장인물들은금자를포함해시대라는그물에함께엮인존재들일뿐,특별한애착도깊은증오도부각되지않는다.모든인물들의행동은그모습,그시기,그위치의당연한결과이며많은설명을필요로하지않는다.글속에는어린금자가주인공으로있지만,그것을묘사하는것은그시절에서멀리떠나온나이든금자이기때문일수도있다.금자는스스로공감하는능력같은것이부족하다고언급하기도한다.

금자는한국전쟁당시부산으로피난을내려온북한사람들의아이다.금자의부모님은북한사투리를쓰지만,금자는부산사투리를쓴다.금자가초등학생이되자'젼금자'는'전금자'가된다.국민대부분이가난했던시절금자는맞춤원피스를입고파마를하며고급교복을입는다.그리고시간이흘러유복했던금자집의형편은어려워진다.

금자의추억은그자체로시대의기록이자역사다.그시대의가장들은당연한듯첫부인외에도여러여인을두었으며,어린금자는오랫동안새엄마를친엄마로여기며성장한다.하지만새엄마가병으로생을마치는순간가짜모녀관계의맨얼굴이드러난다.무의식중에진실을알고있던금자는죽음을앞둔새엄마의눈이보내는차가운메시지를부정했다가,새엄마가떠난후엔잠시그리워했다가,곧이별을받아들이고성장한다.화를잘내면서도너그러우며고급옷을입혀주던새엄마가떠나며금자의유년기가끝난다.

경제적으로어려워진후에야금자의아버지는금자의'진짜엄마'에게가자고한다.그뒤의일은금자가알려주지않아알수없다.하지만아득한어린시절을이토록세밀히살려낸것만으로도,독자는금자가자신을또렷이들여다보고자하는태도를지키며살아왔음을분명하게알수있다.

이책의주인공이자작가인전금자는원래'AI는할수없는이야기'를부제로달고싶어했다.작가가스스로말한것처럼누구라도그거대한변화를의식하지않을수없는시대다.그러나이토록정직한회상의글에,반세기전의시절에서끝맺는이야기의부제로는적절하지않다는판단을내렸다.47년생의소녀가유년기를마치고성장하는이야기가반세기후의변화를예민하게의식할필요는없는것이다.이것은누가보더라도AI가할수없는이야기이므로.

책속에서

둘러친포대기안에서답답한아이는이리저리고개를돌리다안으로스며든부드러운빛으로포대기안이은은한신비로운공간이되는것을보았다.그신비롭던기억을아이는오래도록기억한다.
-1부1장'1951년부산부평동'

엄마는그렇게앉아어떤상념속으로빠져들어갔는데그날은여느때보다더먼곳을바라보고가고있었다.순간,엄마는심하게몸을떨더니시커멓게변한얼굴을떨어뜨리고알수없는세계속으로몰입해들어갔다.낯선얼굴로변한엄마의옆에서나도엄마가보고있는것을볼수있었다.그것은깊고깊은끝없는컴컴한구멍이었다.거기는현실의세계와는동떨어진또다른세계로내려다보아도,보아도끝이없는컴컴한구멍이었다.금자는너무도무섭고충격적이어서그깊고끝없는컴컴함속에서소리없는비명을지르고있었다.
이윽고엄마는몸서리를치더니이내심하게도리질했다.검은얼굴이서서히본래의색으로돌아왔고엄마는두렵고불안한눈으로사방을둘러보았다.그리고방바닥을거듭거듭짚어현실을확인했다.무얼까?무엇이그토록엄마를심한자기모멸감과불안감으로절망의나락에서떨게했을까?세찬도리질은끝이보이지않는나락까지갔던떨쳐버리고싶고다시생각하고싶지않은,돌이키고싶지않은과거의어떤기억이었다.금자는그렇게이해되었다.
-1부9장'구롬보장씨와조합장이된아버지'

금자,혼자방안에있다.방중앙에서서재빨리뒤를돌고,그런행동을반복한다.엉뚱한생각도하게되었는데내주위의모든것이시선을거두는순간사라진다고생각했다.돌아설때등뒤의모든사물과세상이사라진다.다시돌아서면반대편세상이사라진다.보이지않는세상은사라졌다고생각했다.
금자가사람들의얼굴을자세히바라본다.저사람들은정말있는사람들일까?보고있는순간에만우리를위해있는가짜사람이야.금자는그사람들을알수없으니까.그럼,화경네도가짤까?아니야.그건아닌거같아.금자는느낄수도생각할수도없는세상과사람이정말궁금하다.우리가족외의모든것은보고있는순간만우리를위해서존재하기때문에내가그들의생각도알수없고느낄수가없다고생각했다.금자는느낄수도생각할수도없는사라진세상이정말궁금했다.그래서재빨리돌아보기도하고딴사람들을유심히보기도했다.가르치지않아도아이들은양자역학을알고있다.
금자,낮잠을자고일어난다.저녁놀이흐릿하게비춰들고방안에아무도없다.정적속의금자,불안과공포감에몸을떤다.내잠재의식속에는위험과사고에대한많은정보가입력되어있어괜스레알수없는불안에시달렸다.그불안과공포감은그즈음자주금자를괴롭혔는데낭떠러지에서떨어지는아찔함과무리의가장자리에서무작위로떼어내어져낙오의대상에포함되어지는것같은불가항력의무력감을맛보기도했다.그런공포감에서헤어나내가실제로앉아있는방안을둘러보고다다미바닥을손으로짚어보고스스로안도감을되찾기도했다.내가왔던그깜깜한곳.막연한그곳!그깜깜한곳을자주떠올리고자주느낀다.
나는거기서왔다!금자는언젠가죽을거라는것도안다.죽음이가까이있는것같은생각에겁에질린다.죽음에대한정확한인식은아니었고아무것도존재하지않는깜깜함그자체에대한공포감이었다.한동안얼토당토않은생각들에빠져있었는데그것도성장의한단계였을것으로생각한다.
-1부10장'꿈'중에서

영숙이가야릇한눈으로금자를쳐다보며당돌하게말한다.
“우리엄마가그러는데네엄마가친엄마가아니라더라.우리엄마가그러더라.”
금자는반응이없고무감각하다.어쩐지내가알고있는얘기를들려주는기분이다.자연스럽게젖어들어내속에누적돼알고있는부분과그다지상충되지않는느낌이었다.
-2부9장'엄마의죽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