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저술을번역하게된것은등사우의글「서양의시험제도에미친중국의영향」을접한데에서부터비롯되었다.등사우의이연구는,유럽에서공무원임용고시제도의시발이영국이라고알려져있는데,영국의공무원임용고시제도출범은중국의과거제도를본뜬데에따른것이라는요지를담고있다.이글을접한이후로유럽사회에서동아시아의역사나유교문명을알고자했던노력의성과물들을하나하나수집하기시작했고꾸준히공부해나아가고있다.
고바야시의이저술은그과정에서만난것이다.등사우의연구를접한덕분에,상당히오래전부터유교문명이유럽에소개되었다는사실을알수있었다.이에대한사전이해가없었다면,고바야시를미친놈취급하며이책을던져버렸을지도모른다.동서교섭에대한나름대로의공부가없었다면이책을황당무계한헛소리로가득찬것으로비웃으며외면했을것이다.그러나동서간에활발한교섭작용이있었다는것을여러모로확인해가고있었고,그과정에서이책도눈에들어오게된것이다.
그렇다고해도,고바야시의주장을모두다그대로수긍하기는어려웠다.그의글은통상적인이해를벗어난파격적인내용을담고있기때문이다.그래서그의주장에전거로삼은사료들을직접확인해보기로했다.원저에는주석이상당히생략되어있어서,당초에는고바야시가무엇을근거로자기주장을하는지그전모를파악할수없었지만,이책의출간이전에저자가쓴논문「18세기프랑스에서의中國觀과프랑스사상계에미친중국의영향(상·하)」(十八世紀の佛蘭西に於ける支那觀と其國思想界に及ぼせる支那の影響(上·下),『支那學』第8卷第2·3號,1936년4월·6월)을발견하고여기에비교적상세한각주가달려있는것을확인하였다.이것을참고로하여본래원전에는생략되어버린주석내용을상당부분복원할수있었다.
이들주석을추적하여고바야시의주장가운데에하찮게여길수도있는세밀한부분까지가능한한모조리확인하려고노력하였으며,해당문구까지찾아내려고하였다.원저나두편의논문에굳이전거를제시해놓지않을만한주장도추적하여그전거를상당수확인하였으며일일이역주로제시해놓았다.그결과고바야시의주장은타당한근거를바탕으로한것이라고확신하게되었다.이역주서는바로그런노력의소산이며,여기에소개해놓은삽화나표지등은모두이과정에서본역주자가직접확보한자료로부터추출한것들이다.고바야시의책을접하지못했다면,그리고그의주장에타당성을점검해보겠다고나서지않았다면,이러한자료들이생산되어있었다는사실조차알수없었을것이다.
고바야시의주장에타당성을확인하는과정에서,우리가왜서구인들이본동양을연구해야하는지그까닭을정리하게되었다.간단히소개하면다음과같다.
첫째,서구인들의눈에비친유교문명·동아시아를통해서오히려서구인들의당시삶과생각을알수있다.
둘째,그들이기울인관심을통해서지나치기쉬운우리자신의소중한모습을볼수있다.
셋째,서양이동양에대해서,동양이서양에대해서갖고있는잘못된시각과인식을바로잡을수있다.
넷째,결국은동양이든서양이든가릴것없이인류자신의모습을제대로보는계기가된다.
남들이진정매력으로여기고있는내자신의모습이나특성등에대해서나는과연얼마나알고있는가?이의문을풀고정리하는것도나에대해반성하고,참된자아를인식하는데에중요한과업이다.그것은인간이란무엇인가하는,인간만이스스로던질수있는질문에대한답을찾아가는노력의일환이다.
유교사상과이에터한생활양식등은지극히상식적이고자연스럽고이성적이고따라서보편성이매우강하다.그것은가家를출발점으로하고있기때문일것이다.유교의상식적·자연적·이성적특성이나보편성때문에,즉유교에서강조하는것은어느곳,어느시대에도있을수있는것이기때문에,유럽사회가유교의영향을어느정도받았는지명확하게밝히기는불가능할것이라고말하는인물도있다.그러나이런인물조차도유교문명과의조우로인하여유럽사회가17·18세기에상상이상으로급격한생활양식의변모를겪게되었고,그것은이전과상당히다른것이었다고인정한다.
유럽사회가겪은유교의영향을따지는것은오래걸리고지루한작업일지는모르지만그리어려운일이아니다.유럽사회가유교의영향을얼마만큼받았는가를밝히는것보다더중요한일은이런과제에임하는자세와시각이다.어느쪽이우월하냐를따지는것은무의미하고불필요할뿐만아니라해롭다.
이책에의하면,유럽사회는자연스럽고상식적이고이성적이어서보편성을가지는삶의양식을영위하는것이지극히곤란한상황에오래도록갇혀있다가,동서교섭의강력한계기로써비로소보편적삶의양식의마당으로나아갈수있었다고볼수있다.유럽사회를뒤덮고있던기독교의암운은그만큼매우특수한것이었으면서도동시에묵직하고끈질긴것이었다.유럽사회의이런특수성을서양인들스스로특이하다고자각할수있도록한것이바로중국문명의발견이었다.그리고그특수성이발휘하고있던광폭성을둔화·순화·정화해나아간과정이서양의근대화과정이었다고나는본다.그러니까유럽사회는유교문명권의골간인보편성의무대로뒤늦게진출한것이다.
당시유럽인들의중국이해가올바른것이었느냐,그른것이었느냐를검토하는일못지않게중요한것이있다.그이해가옳건그르건,그렇게이해한중국이장구한세월이지나서도여전히현존하고있다는사실,서양인들이그사실에접하여받은충격의의미를고구考究하는것이중요하다.그충격의정체는무엇이었는가?서양인에게는그것이왜충격이었는가?그들의그릇된중국이해마저도현금의인류사를이해하는데에중요한열쇠가된다.문제는당시에유럽인들이이해한중국의모습이실제와얼마나부합했는지여부와무관하게,중국의문명과그역사속에서그들이중요하다고생각한것은무엇이었으며,왜거기에주목했느냐는것이다.
이책에는중국사와양립할수없는역사,중국사가동의해주지않는역사는세계사로등록될자격이의심스럽다는것을서양인들이자각하게된과정,그리고이과정에서서양인들자신이갖고있던독단적이고폐쇄적인세계이해를스스로반성하고재검토하고정화해나아간내력이실려있다.중국에기독교를전도하려다가발생한예전논쟁은포교방법론의문제를벗어나유럽사회에획기적인전환점이될수밖에없는신학적·역사적·학문적논쟁으로비화되었다.이논쟁은그논쟁점이되었던문제들이어떤결말을보든지간에필연적으로기독교의근본,유럽역사의정체성,유럽인들의세계관등을뿌리째뒤흔드는계기가되었다.
유교경전에나타나있는천天이나상제上帝가기독교의초월적이고인격적인신(God)과동일시할수있느냐없느냐의문제는중국인이유신론자인가아니면무신론자인가하는문제로번졌고어느쪽으로결론이나든기독교는곤혹스러운입장에서벗어날수없었다.
상제가곧기독교의신과같다고한다면,중국인에게도기독교의하나님이있다는셈이다.이렇게되면기독교사회와교섭이거의없던지구반대편에서도오래전부터많은사람들이유일신을숭배하며풍요롭고거대한제국을건설하여지금껏잘살고있다는말이된다.이런사실은유대인에게만신의계시가내려졌고,유럽의기독교인만이신의축복·은총아래윤리·도덕·행복을추구할수있다는신념에치명적인타격을준다.
반대로,상제를기독교의신과같다고볼수없다고한다면,중국에는기독교의하나님에대한신앙이없으며그들이믿는것은미신일뿐이라고판정내리는것이다.이렇게중국인들을무신론자라고몰아붙이는것역시곤란한처지에빠진기독교를도울수없었다.기독교의하나님없이도오래전부터위대한문명국가를건설하여행복과윤리·도덕을추구하였고대제국으로발전하여지금까지도유지되고있다는사실은,신의은총에의해서만윤리·도덕적일수있고행복을누릴수있으며기독교를떠나서는이런추구가불가능하다는기독교의토대를근원적으로뒤흔들게되기때문이다.
예전논쟁은중국이유럽에영향을미친사건이아니라,“중국문명의역사적현존성”으로인한당혹감으로인해유럽사회에서빚어진자기부정과자기반성의계기였다.중국문명은있던그대로그저가만히있었을뿐이다.천天이나상제上帝가기독교의초월적인격신과같은것이든다른것이든,중국인들이기독교와관련해서어떤입장·관계에있든상관없이,정작큰일이난쪽은기독교포교대상이었던중국인·중국사회가아니라오히려기독교를포교하려했던유럽인·유럽사회였다.예전논쟁의방향이어디로번지고무엇으로귀착되든간에,이과정에서유럽인들은불가피하게기독교교리의독선적인오만함이나자신들세계관의협소함과편벽됨을뼈저리게자각하지않을수없게되었다.따라서유럽인들은자신들이가지고있는상당한부분에대해서,특히기독교와얽혀있는모든신념·지식등을재검토하고조정하지않을수없었다.기독교의종교적도그마를순화·정화하는것을동반한보편성·합리성의추구는이렇게해서가능해진것이다.
기독교의신을전제로하지않고서도,인간의자연적천성만으로도선善과행복의추구가가능하다는새로운인간이해!당시로서는위험을무릅쓴이런도발적시도가소위“계몽주의”의발단은아니었을까?계몽주의시대에자연철학,자연종교,자연도덕등의용어에붙어있는“자연적”(natural)이라는한정사는“기독교를전제로하지않는”의의미를품고있다고할수있다.
계몽시대서구는동서의상이성을인정하고거기에자극받음으로써발전할수있었다.그러나제국주의시대에접어들어서서구는저들만의역사,그국지성·독특성을세계사적보편성으로변질시켜그것으로‘동’을조작·처리해버림으로써‘서’는‘서’자신도‘동’이라는상대도모두옳게이해하지못하게되었다.
이책의내용에대한이해를가지고본다면,기독교인이유교경전에나타난천天이나상제上帝를기독교의하느님과동일시하여“하느님은동서고금을막론하고가엾은어린양우리인류와함께계셨다”는식으로말하는것은결국기독교의하느님을부정하는것이나마찬가지이다.기독교를성심성의껏믿는것은좋다.그러나믿더라도이런엄연한역사를알고나서믿어야하지않을까?서양의기독교는유교문명과의조우를통해서순화되어갔는데,유교문명을방석으로깔고앉아있는한반도에서오히려기독교가난폭해져가고있지는않은가하는자성의목소리를기독교인들스스로내고있는까닭은무엇일까?그것은예전논쟁에얽힌신학적·역사적·학문적문제의진면목을잘모른다는단순한사실때문일수도있다.
왜이렇게독선적이고난폭해지고있는가하고자성해야할것은한반도의기독교뿐만이아니다.기독교가순화됨으로써발전가능했던근대과학은그출발점과배양의조건을망각하고,보편성을추구하는본연의과학에서크게벗어나는데까지치닫고있지는않은가?과거에도그마적기독교가지상에암운을드려놓았던섬뜩함을고스란히그대로연상시키기에손색이없을만큼맹위를떨치고있는과학이라는새로운종교!거칠것없이마구치달리며흉포화해가는과학의만용과독선성을인류는어떻게해소해나갈수있을것인가?이것도역시근대과학의발전이어떤계기로서가능했는지,무엇에대한반성을추구한성과인지,어떤사회를열망하며이루어졌던일인지바르고정확하게아는데서부터출발할것이다.
서구의근대자연과학이자신의합리성만으로그존재가치를인류에게입증시켰고,인류는그것을수용하게되었다고보는것은참으로단순하고안일한이해방식이다.어리석기짝이없는순진한생각이다.근대자연과학의합리성이인류의삶에가치있는것으로수용하게되기까지는과학이외의조건변화가나타났던(특히과학적합리성을용인할수없거나,용인해서는안되는종교적·사회적조건에나타난변화)복잡한사정이있다.과학그자체에는인류에게수용될만하다거나그렇지않다고판정할수있는기준같은것이들어있지않다.그럴만한기준을과학안에서는도출해낼수없다.
돌이켜보아“굳이꼭그랬어야만했는가?”하고지난날을반성할줄모른다면,그건사람이아니다.제국주의,침략과약탈,제압과굴복,전쟁과살육등등최근세인류의역사는광기와오욕으로점철되어있고그관성은아직도여전하다.이를제지하고인류사의향방을다시금모색할계기를고바야시의저술에서읽어낼수있다면,그것은인류문명사에대한정확한이해가주는축복일것이다.미술사학자였기에가능했던그의시각과주장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