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 (잘 알려지지 않은 최인호의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이상한 사람들 (잘 알려지지 않은 최인호의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불세출의 작가, 최인호가
신비의 못과 몽환의 망치로 그려낸 소설의 집
『이상한 사람들』은 최인호가 1981년 《문학사상》에 전재했던 연작소설로 마르케스의 환상성을 능가하는 시적詩的인 환상성으로 충만하다. 경전의 잠언과도 같은 언어들로 가득한 이 작품을 최인호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장엄미사를 올리듯 한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써내려갔다고 고백한다. 이때는 그가 가톨릭에 귀의하기 7, 8년 전이었으나 작가 스스로 뒤늦게 돌아본바, 이미 충분한 종교적 사유가 작품 속에 녹아 있었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집을 갖는 것이 평생 소원인 노인(「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높이 더 높이 뛰어올라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려는 높이뛰기 선수(「포플러나무」), 어느 날 갑자기 입을 닫고 침묵해버린 촉망받는 기업체 부장(「침묵은 금이다」) 등. 사회로부터 소외되었으며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의 행동과 삶을 제가끔 그려내보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자폐적이며 얼핏 미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 각자가 가진 소망의 절실함과 그 기원을 최인호는 차근차근 풀어 보여준다.

우리의 일별하는 시선 속에서 그들은 얼핏 모래나 티끌처럼 작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 하나하나의 삶을 확대해 들여다보면 이 인물들은 우리가 영영 붙잡고 씨름해야 하는 인간 존재의 조건과 사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 오래 곱씹어야 하는 최인호의 문장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아름답다. 이 침묵 속에서 내뱉는 그들의 말은 경전 속 잠언처럼, 바위와도 같이 무디어진 우리의 영혼을 통과하며 담담한 여운을 남긴다.『이상한 사람들』의 삽화를 그린 김무연은 언어로만 존재하던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살려냈다. 김무연의 그림은 최인호의 글에 꼭 맞는 색채와 숨결을 불어넣으며 한 권의 아름다운 동화童畵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

최인호

저자최인호는1945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영문과를졸업했다.서울고등학교2학년에재학중이던1963년에단편「벽구멍으로」가한국일보신춘문예에입선하면서문단에데뷔했고,1967년단편「견습환자」가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된이후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작가는1970~80년대한국문학의축복과도같은존재였다.농업과공업,근대와현대가미묘하게교차하는시기의왜곡된삶을조명한그의작품들은작품성과대중성을동시에확보하며문학으로서,청년문화의아이콘으로서한시대를담당해왔다.
소설집으로『타인의밤』『잠자는신화』『개미의탑』『위대한유산』등이있으며,『별들의고향』『도시의사냥꾼』『잃어버린왕국』『길없는길』『상도』『해신』『유림』『낯익은타인들의도시』등의장편소설을발표했다.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가톨릭문학상,불교문학상,동리목월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이상한사람들의이상한꿈006

이상한사람들1
이지상에서가장큰집013

이상한사람들2
포플러나무051

이상한사람들3
침묵은금이다073

출판사 서평

“우리들의인생이란한갓풀같은것.
들에핀들꽃처럼한번피었다가도스치는바람결에
이미사라져그서있던자리조차찾을수없는
이상한사람들의이상한꿈에불과한것일뿐이다.”
_최인호,작가의말중에서

잘알려지지않았던보석같은이야기
최인호가들려주는환상과잠언의세계

작가최인호가지상에남기고간
세상에서가장따뜻한이야기

독자들은최인호의소설『이상한사람들』이발표된지사십여년가까이된작품이라는사실을믿을수없을지모른다.이들의이야기를2017년에읽어도전혀위화감이없는것은시대를관통하는따뜻함이있기때문이다.이상한사람들의이야기를읽으면서우리는이상하게도위안을받는다.사회가부적응자라고낙인찍어버린그들의소망이실은우리내면에도잠들어있기때문은아닐까.최인호의눈으로볼때행복의시선은세상의밑바닥엔닿지않는다.우리가행복이라부르는것은누군가를외면한대가로얻은기만일지도모른다.이렇듯그가던지는화두와질문의깊이는시대를초월해감동을전한다.이것이시들지않는문학의힘이기도할것이다.
『이상한사람들』은최인호작가가그동안써온여러갈래의소설들중그어떤유형과도다른독특함을가졌다.밀리언셀러로대중에게큰사랑을받은장편소설들을비롯해산업화를거치며급변하는세상의틈에끼인인간의비애와자의식을예리하게그려온최인호의단편들.그의작품속도시인은셀로판지를한장쯤끼고있는듯한시선으로삶의열기와환희에서‘행복한사람들’은느끼지못하는거리감을포착하는데탁월했다.웃음소리로시끌벅적하던세상이갑자기침묵에잠기는듯한이낯설음은현대인의고립감,그도시인의감수성을탁월하게대변하며한국문학사에그위치를굳건히했다.
『이상한사람들』은거기에서한발더나아간다.누구도흉내내기어려울법한이동화같기도,환상같기도한이야기들에는인간에대한작가특유의연민과따뜻함이배어있다.최인호는‘작가의말’에서이와같은유형의이야기들로10편이상의연작을구성하고있었다며구상대로간직하고있던소재들을모두써두었으면하는아쉬움을내비친다.하지만오히려그랬기에이『이상한사람들』은최인호의작품세계에서더특별한위치를점하게되었을지모른다.
이렇듯독자들에겐잘알려지지않았으나그의문학성이가장탁월하고독특하게발휘된『이상한사람들』을작가선종4주기,출간11주년(기존책은2006년11월에출간)을맞아리커버에디션으로선보인다.새로운옷을입혀책의꼴을다듬고완성도를높였다.

말은입으로하는것이아니지
말은마음으로하는거란다

이책에실린세번째이야기「침묵은금이다」속소년은신기료장수에게말한다.

“나는말을많이하는사람이되겠어요,아저씨.”
“그건참으로어려운일이지.무엇보다먼저네마음의문을열어놓지않으면아무도네가말하는것을듣지못한단다.”_96쪽

최인호는이글을끝맺으며덧붙인다.말을많이하고,더구나글을쓴다는것은참으로어려운일이라고.작가로서의고뇌가엿보이기도하는이문장은소설속인물의입을빌린그의육성처럼들린다.필연적으로누군가가읽어줘야만작가는존재할수있다.쓰기는읽기를통해비로소완성되는것이니.그렇기에우리는더욱‘마음의문을열어야’하는지모른다.서로에게더많이말하기위해서가아닌,서로의말을더잘듣기위해서.
최인호작가는어느산문에서다음과같이말한바있다.“물은우리의혈관속에서도흘러내린다.그것을우리는피라고부른다.그붉은피에의해서우리는사랑하게된다”고.“우리의눈에서도물이흘러내린다.그것을우리는눈물이라부른다.그눈물에의해서영혼은정화된다”고.그리고나아가“내눈에서한방울의눈물이흘러내리기를소망한다”고(「물에관한명상」).
오늘날다시작은노마와높이뛰기선수,신기료장수가건네는이야기들이독자들의눈에흐르는한방울의물이되어우리의영혼을정화시켜줄수있다면,작가는저높이뛰어올라간하늘에서도참행복할것이다.

[책속으로추가]
미국에번역되어소개되었을뿐만아니라,2년간미국전역을돌아다니며낭독했을만큼해외에서도큰사랑을받았던두번째이야기「포플러나무」.한때전성기를구가했던높이뛰기선수가주인공이다.그는지난시절을뒤로하고대장장이로살고있지만아이들은여전히그가위대한사람이라고믿는다.‘나’에게그는국기게양대를뛰어넘고나아가거대한산을뛰어넘으며,하늘에뜬구름과빛나는별들에까지손이닿도록뛰어오를수있는사람이다.나아가찬연히빛나오는무지개마저도……

“무지개를뛰어넘을수있을까요,아저씨.”
내가물었을때그는대답했다.
“암,뛰어넘을수있고말고.”
그는자신있게대답했었다.
“다만무지개를향해달려갈수있는먼거리의지평선이내앞에환히펼쳐져보일수만있다면……”
_55쪽

하지만그의삶은행복하지않았다.그의삶에일어난비극은그를이상한사람으로만들었다.그는종일대장간에서풀무질을했지만아무것도만들지못했다.쓸모를잃은그를동네사람들은미친사람이라고비웃었지만아이들에게그는여전히위대하다.아이들의희망에보답하려철봉대를뛰어넘으려다남자는그만다리를다친다.사고이후남자는마당의빈터에포플러나무한그루를심는다.

“포플러나무엔열매가열리지않아요.아저씨는사과나무나복숭아나무같은것을심는게좋아요.”
“아니다,아가야.”
그는웃으며말했다.
“나는더이상배고프지않다.토마토와감자가얼마든지있으니까말이다.”
“그럼뭣때문에포플러나무를심나요.”
“더높이뛰어오르기위해서지.”_59~60쪽

그날이후그는포플러나무에물을주고정성껏키우기시작한다.어른이되어가는아이들은다리다친높이뛰기선수따윈잊어버린다.하지만‘나’만은계속해서그를찾아간다.그는‘나’하나만을위해,벽시계의시침처럼더디게자라나는포플러를뛰어넘는다.
시간이흘러어른이된나에게,아주늙은노인이된그가묻는다.

“넌어릴때부터내게구름위를뛰어넘을수있겠느냐고물었지.”
“그래요,할아버지.기억하고말고요.”
“이제내가네게보여주겠다.내가저나무를뛰어넘는것을보렴.”_69쪽

먼길을달려포플러나무를뛰어넘어높이높이솟구친그는하늘로사라진다.나는그자리에서서해가저물도록그가내려오길기다린다.아주오랜후에야하늘에서무언가툭하고떨어진다.낡은신발한짝이었다.

세번째이야기「침묵은금이다」의주인공은서른다섯살이된기업체의부장이다.좋은남편이자이웃,승진이예정된유능한동료로평가받는그는어느날아내에게중얼거린다.

“말이싫어졌어.”
그는아내에게말했다.
“앞으로나는말을하지않을거야.나는입을다물거야.나는입을열지않을거야.”_75쪽

가족은물론회사에서도그의변화에대해수군거리기시작한다.특히그의상사는그의침묵을용서하지않았다.

“자네가말을하지않는다더군.”
사장은그에게말했다.
“회사에소문이파다해.자네가말을하지않는다고.어디아픈가?”_84쪽

회사는말을하지않는그를‘쓸모없는인간’이라판단한다.직장을잃을지경에놓인그는그간의침묵을되돌아본다.말을않고있는동안그는행복했었다.진실만을얘기할수있을때입을열리라마음먹었지만사람들은끊임없이그에게말을요구했다.그는말없이도사랑을나누고들리지않았던이야기들을들을수있었다.그에게말은다른존재들과의소통을가로막는‘방언方言’이었던셈이다.하지만이제입을열지않는다면그는해고당할처지였고,가족들을먹여살릴일이막막해졌다.그는뒤늦게입을떼어보려하지만목소리가나오지않는다.

튼튼해보이는나뭇가지에누워잠을청하려하면무르익은달빛에전구처럼반짝이는과일들이보였는데그럴때면그는하나하나과일들마다에이름을지어주곤했었다.
“너는벽시계.너는책상위의오뚝이.너는자명종.어김없이일곱시면따르릉거린다.너는저금통,너는자물쇠……”
그러다보면스르르잠이들곤했었는데다음날일곱시면어김없이자명종역할을맡은과일이제풀에떨어져그의잠을깨우곤했었다._20~21쪽

이제야나는알았다.
우리가사는이세계는실은우리가살고있던저먼곳에서부터높이뛰기해서잠시머물다가는허공이며,우리가돌아가서착지着地하는곳이야말로우리의지친영혼을영원히받아들여주는지상의세계인것을.그렇다.우리는지금허공에있다.우리는지금물구나무하고다니고있는것이다.
_72쪽

어렸을때만났던그사람이내게말했듯이말을많이하고,더구나글을쓴다는일은참으로어려운일이다.무엇보다그에게서침묵을배울일이며,인간들의낡은구두를내가슴에스스럼없이품을수있을때나는비로소모든사물과얘기를나눌수있을것이다.나는신기료장수가되고싶다.
내가하는말이한가닥실이되어낡은구두의밑창을꿰매고내가쓰는글이하나의징이되어낡은구두의밑바닥에박혀서,걸을때마다말굽소리를내기위해서는침묵의신기료장수가될수밖에없을것이다._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