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양장본 Hardcover)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구도의 길을 떠난 이가 마주한 고뇌와 깨달음의 흔적!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50여 편의 편지를 담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한국 전쟁이 끝난 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참상을 목격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와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에 수많은 밤을 지새우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던 청년 박재철. 홀어머니를 비롯한 피붙이들과의 인연을 끊어 버린 매정함을 스스로 질책하던 그는 승려 법정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한집에서 같은 방을 쓰며 자라 온 사촌동생 박성직은 오랫동안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듬해 기다리던 형 대신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됐다.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편지에 자세한 내막은 담겨 있지 않았지만 중학생 머리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자라 온 사촌형 박재철이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2011년에 출간된 《마음하는 아우야》를 재출간한 이 책은 첫 판본과는 달리 출가 당시를 회상하는 법정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와 편지에 짧게 이름만 등장하는 이를 추억하며 쓴 에세이들을 덧붙여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1955년부터 1970년까지 법정 스님이 보내온 편지에는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고, 1976년에 출간된 역작 《무소유》의 글감이 된 사연들과 깨우침이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청년 박재철이 승려 법정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고뇌, 희열과 깨달음의 흔적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가족을 끊고, 청춘을 끊고, 나아가 박재철을 끊어 버려야 했던 그 고통의 시간, 자신을 걱정할 동생에게 보내는 글이기에 의연함을 담았지만, 그의 편지에는 자신의 길을 택함으로써 오랜 고향을 등졌던 이의 설움이 묻어난다. 더 큰 사랑을 위해 가장 아끼는 것을 버려야 했던 그가 위대한 자연과 진리에 의탁하며 승려 법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담긴 편지와 이 책에 인용된 법정의 에세이를 함께 접하면서 편지에 담긴 사연과 의미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성직

1932년전라남도해남에서태어났다.한국전쟁의비극을경험한후인간의선의지를고뇌하다가대학3학년1학기때중퇴하고진리의길을찾아나섰다.1956년당대고승인효봉선사를은사로출가했다.같은해7월사미계를받은뒤,1959년3월통도사에서승려자운을계사로비구계를받았다.이어1959년4월해인사전문강원에서승려명봉을강주로대교과를졸업했다.그뒤지리산쌍계사,가야산해인사,조계산송광사등여러선원에서수선안거했고,〈불교신문〉편집국장과역경국장,송광사수련원장및보조사상연구원장등을지냈다.1975년10월에는송광사뒷산에직접작은암자인불일암을짓고청빈한삶을실천하면서홀로살았다.1994년부터는시민운동단체인‘맑고향기롭게’를만들어이끄는한편,1995년에는서울도심의대원각을시주받아길상사로고치고회주로있다가,2003년12월회주직에서물러났다.강원도산골의화전민이살던주인없는오두막에서직접땔감을구하고밭을일구면서무소유의삶을살았으며,2010년3월11일(음력1월26일)입적했다.수필창작에도힘써수십권의수필집을출간하였는데,담담하면서도쉽게읽히는정갈하고맑은글쓰기로출간하는책마다베스트셀러에올랐고,꾸준히읽히는스테디셀러작가로도문명이높다.대표적인수필집으로는『무소유』,『오두막편지』,『새들이떠나간숲은적막하다』,『버리고떠나기』,『물소리바람소리』,『산방한담』,『텅빈충만』,『스승을찾아서』,『서있는사람들』,『인도기행』,『홀로사는즐거움』,『그물에걸리지않는바람처럼』등이있다.그밖에『깨달음의거울』,『숫타니파타』,『불타석가모니』,『진리의말씀』,『인연이야기』,『신역화엄경』등의역서를출간했다.

목차

오늘의나는모든것을잊어버려야한다:1955년~1956년
그방이그립다|마음에따르지말고마음의주인이되어라|그동안은죄인이다|이곳에서의모든일이기쁘기만하다|나대신네가아들노릇해다오|세상이모르는곳|가을이온다|반복되는일상속의위대함을보아라|중은세상천지가집이지|당분간편지하지말아라|벗과책은가려서맺어라

언제고만날날이있으리라:1957년~1958년
머지않아이곳을떠나|세상일이라는게다한바탕꿈|네글에서내방의냄새를맡을수있었다|너만읽어보아라|가을이멀어져간다|번민하고사색하여라|문학이스승이다|고통은완성을위한시련|바다에게안부전해다오|술은먹지말아라|맹목적인신앙은미신보다더한것|빈가지가허공중에외롭다|울지마라,울지를마라

전우주가우리의학교아니겠느냐:1959년~1960년
고통바다에서헤매는내이웃을건지리라|인생학교|책을보낸다|단단히공부하리라|내가나를키워나가야한다|우리는얼마나여물었는지|사실부끄러운일이다|자꾸만널괴롭히는구나|동해바다가보이는한적한암자를꿈꾸어본다|우리의봄은우리가마련하는것|살아있음의의미

과거는지워져가지만나는나대로살아가고있다:1961년~1964년
산승의거처를알리지말아라|읽고생각하고쓰는동안나는살아있다|그저성실하게,부끄럽지않게사는것만이|사실나는옛집의주소조차잊어버렸다|문득네얼굴이떠오르는가을날|벗은우리인격의얼굴|기다리마|세월이만들어놓은여백|고향을다녀와서|세상과인연이있으면다시만나겠지

오늘은법당에들어가서많이울었다_1970년의편지

출판사 서평

“불쌍한우리어머님의아들노릇을네가대신해다오.”
청년박재철이승려법정으로다시태어나기위해겪어야했던
고통과고뇌,희열과깨달음의흔적들


한국전쟁이끝났다.누군가는돌아오지못했고,누군가는서서히미쳐갔고,누군가는밀항을꿈꾸었고,누군가는스스로목숨을버렸다.인간이저지를수있는최악의참상을목격한대학교3학년생박재철은몇날며칠뜬눈으로밤을지새우며회답없는질문을던지다가홀연히자취를감추었다.그리고이듬해에날아온한통의편지.
“불쌍한우리어머님의아들노릇을네가대신해다오.”
그리고그는승려법정이되었다.

이책은1955년부터1970년까지법정스님이사촌동생박성직에게보내온50여편의편지로엮었다.홀어머니를비롯한피붙이들과의인연을끊어버린매정함을스스로질책하던청년박재철.그가위대한자연과진리에의탁하며승려법정으로거듭나는과정이내면의독백으로이어진다.그의편지들은구도의길을떠난이가마주한고뇌와깨달음의흔적이었다.

“나는세상에서가장용서받을수없는죄인이되어버렸다.”
집안의대들보였던한청년의출가


아버지를일찍여읜박재철은작은아버지댁에서공부하며자랐다.해방이되었지만민족이남북으로갈라져버린혼란스러운상황이었고,전쟁통에시골살림은힘들었으며,삶은삭막하고피폐했다.하지만작은아버지는어릴때부터영민하고어른스러웠던박재철을대학까지보냈다.어려운시기에친자식도아닌그를대학공부까지시킨것을보면작은아버지에게박재철은조카가아니라‘큰아들’이었다.
전쟁이끝났지만,박재철은또다른전쟁을치르고있었다.인간존재에대한고뇌와끝없이쏟아지는물음에수많은밤을지새웠다.그러던중그는가족어느누구에게도알리지않고홀연히집을떠났다.집안의대들보가되어주리라믿었던가족에게는큰충격이었을것이다.
어린시절부터줄곧박재철과한집에서같은방을쓰며자라온사촌동생박성직은오랫동안형이돌아오기를기다렸다.형이떠난방에는그가남기고간책들만이자리를지키고있었다.하지만형은오지않았다.대신한통의편지가날아왔다.편지에자세한내막은담겨있지않았지만중학생머리로도어느정도이해할수있었다.함께자라온사촌형박재철이다시는집에돌아오지않으리라는사실을.

“얼마간의수도를쌓은뒤에다시세상에나아갈것이다.”
출가그리고승려의길


박재철은불자(佛子)가아니었다.그런데왜승려가되기로결심했을까?이책의엮은이박성직이들려준의미심장한일화가있다.대학교재학시절어떻게인연이닿아박재철이승복을입어볼기회가있었는데,당시그회색옷을입고는몸과마음에딱맞는자리를찾은것처럼무척이나만족해했다는것이다.일찍이부처를접하지는못했으나그는태생적으로승려의길을타고났는지도모른다.
박재철로부터편지가오기시작한것은1955년으로,그가사미계를받고불제자의길을걷기한해전이었다.가족중에는유일하게박성직에게만편지를보내오면서그는자신의거처를알리지말라고신신당부했다.가족들이묻거든멀리일본같은데로떠났다고,차라리죽은것으로생각하라고편지에적었다.그러면서도일일이가족들의안부를챙겼다.이즈음보내온그의편지에는피붙이의정을끊어내려는독한마음과새록새록가슴에차오르는그리움이교차한다.
그런데청년박재철이보내온편지에서유독눈에띄는구절이있다.

그렇다고일생동안을중노릇할것은아니다.얼마간의수도를쌓은뒤엔다시세상에나아가살것이다.그동안만은죄인이다._1956년3월21일자편지,「그동안은죄인이다」에서

이글귀를통해두가지를추측해볼수있다.하나는자신의머리와가슴을짓누르는고뇌로부터벗어나고끝없이떠오르는질문의답을찾기위해출가라는방법을택했지만,당시박재철에게출가란하산을염두에둔일종의수련이아니었을까하는점이다.그리고또하나는일고여덟살아래의어린동생을안심시키기위해마음에없는소리를한것일지도모른다는점이다.이러한심경을엿볼수있는대목이또있다.

영원히이렇게떠나있다면너무도아득한일이지만얼마간의이러한생활이니까오히려아름다운마음들을기를수있을것같다.이제내가다시너희들이있는집에찾아들땐‘그전의형님’이아닐것이다.내못돼먹은성질도많이가셔졌을테니까._1956년9월6일자편지,「가을이온다」에서

이편지를썼을때처음으로‘법정’이라는불명(佛名)을밝히고있기때문에이미사미계를받았을때로추정된다.그런데도수도를끝내고고향집으로찾아갈즈음에는다른사람이되어있을것을기대하는문구를편지에적어넣었다.이글을쓸때의마음을알길은없으나,이글귀는그가‘승려법정’보다는‘청년박재철’쪽에가까웠던때의마지막기록으로남아있다.

“고통바다에서헤매는내이웃을건지리로다.”
승려법정으로다시태어나다


이후법정의편지내용은사뭇달라진다.형제를염려하고가족을걱정하던것에덧붙여자연의위대함과아름다움을찬미하고,하루하루반복되는승려의일상에서건져올린깨우침을전한다.불가에귀의한수도승의몸가짐과마음가짐이어떠해야하는지에대해서도전한다.그러한그의편지들은스스로에대한다짐이기도했을것이다.그리고1959년3월10일의편지에서그는이렇게밝힌다.

거짓없이너에게말하마.형아는금생뿐이아니고세세생생(世世生生)수도승이되어생사해탈(生死解脫)의무상도(無上道)를이루리라.하여,고통바다에서헤매는내이웃을건지리로다._1959년3월10일자편지,「고통바다에서헤매는내이웃을건지리라」에서

‘거짓없이말’한다는뜻이무엇일까.다시돌아갈지도모른다는앞선편지글이어린동생에게일말의희망을주기위해가장한것임을고백하는말일까.아무튼법정은이편지글에서번민을이겨내기위한수도의도장이었던불가(佛家)가비로소자신의온전한집이되었음을선언한것이다.그가이같이마음을굳히기까지는고향과가족을등진5년동안마주한봄여름가을겨울이도왔을것이고,산과나무와꽃과풀과물과하늘과새들이부추겼을것이며,모범이된도반들이길을열어주었을것이다.
이후로도박성직을수신인으로한법정의편지는계속이어졌다.그러는사이에중학생이었던박성직은군인이되었고,법정은빼어난도량으로불가의이곳저곳에서필요로하는구참(연륜깊은승려를불가에서이르는말)이되어갔다.
그러던1964년1월14일,법정은박성직에게보낸편지에서궁벽한산중으로들어가수도할뜻을밝힌다.처음집을나서던그때처럼절의아무에게도알리지않은또한번의‘출가’를감행했던것이다.인연이있으면다시만나게될것이라는말을남기고.

군인시절의엮은이와법정스님
“오늘은법당에들어가서많이울었다.”
_산중에서보내온법정의마지막편지


법정이다시편지를보내온것은1970년의일이다.작은아버지가세상을떠났다는늦은전갈을받고난뒤였다.‘작은아버지’는이책의엮은이박성직의아버지이자법정을대학까지공부시켜눈을뜨게해준은인이었다.법정은출가외인이라불효할수밖에없는처지를죄스러워하는한편사십구일동안불전에서명복을빌겠다고이른다.
박성직에게보내온법정의편지는여기서끝을맺는다.

“우리의봄은우리몸소마련하는데서오는것일게다.”
_청년박재철에서승려법정으로나아가는길목의편지들


1955년부터1970년까지법정이엮은이에게보내온편지에는청년박재철이승려법정으로거듭나는모습이오롯이담겨있다.또한1976년에출간된역작『무소유』의글감이된사연들과깨우침이알알이박혀있다.
이책은2011년에출간된『마음하는아우야』를재출간한것이다.하지만첫판본과는달리출가당시를회상하는법정의소회를담은에세이와,편지에짧게이름만등장하는이를추억하며쓴에세이들을덧붙여내용을보다풍성하게만들었다.독자들은법정의편지와이책에인용한법정의에세이를함께접하면서편지에담긴사연과의미를더욱깊이음미할수있을것이다.
어쩌면승려생활초기에법정이견뎌야했던가장큰고행은‘끊어버림’이었을것이다.가족을끊고,청춘을끊고,나아가박재철을끊어버려야했던그고통의시간.자신을걱정할동생에게보내는글이기에의연함을담았지만,그의편지에는자신의길을택함으로써오랜고향을등졌던이의설움이묻어난다.‘옛집의주소조차잊어버렸다’는그의서글픈음성이들려온다.그는그렇게더큰사랑을위해가장아끼는것을버려야했던것이다.

“마음에따르지말고마음의주인이되어라.”
_법정이오늘의우리에보낸편지


법정이박성직에게보낸편지에는항상당부가빠지지않는다.공부열심히하라고,술마시지말라고,책과친구는가려서접하라고,반복되는일상속에서빛나는보석같은순간을건지라고,고통의시간이우리의마음을살찌우는거라고,번민하고사색하라고,자연으로부터배우라고……그리고울지말라고,울지말라고.
법정이박성직에게마지막편지를보낸6년뒤『무소유』가세상에나온다.앞서밝혔듯,『무소유』에는법정이박성직에게보낸편지를원전(原典)으로삼은에세이가더러있다.이런생각을해본다.법정이써온그동안의에세이들은수취인불명의편지가아니었을까.도량이넓어지면서피붙이와남의분별이사라진지점에서그는끊임없이누군가에게편지를써온것은아니었을까.수십년전법정이동생에게보낸이편지들은누군가를지극히아끼고사랑했던한사람이추억이라는타임캡슐에담아오늘의우리에게보내온것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