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이덕무 청언소품)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이덕무 청언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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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뜻을 낮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옛글
멀리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만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덕무의 가난한 공부방에서 들려주는 청언소품

이 책은 18세기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대표적인 서얼庶孼 지식인 중 한 명인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청언소품淸言小品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전문과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일부를 우리말로 옮기고 이해하기 쉽도록 정민 교수(한양대 국문과)의 평설을 덧붙여 감동의 여운과 깊이를 더했다. 정민의 단상과 해설은 이덕무의 세상살이 이치, 자연의 아름다움, 군자의 면모, 선비의 길, 수신修身의 지혜와 자세, 책 읽는 즐거움 등 깊이 있는 내용을 독자가 다가가기 쉽게 풀어낸다.
이덕무는 정조 때 규장각의 검서관檢書官을 지냈으며, 지독한 가난과 서얼이라는 신분의 굴레를 천명으로 알고 살았다. 그는 추운 겨울밤 홑이불만 덮고 잠을 자다가 『논어』를 병풍 삼고 『한서漢書』를 물고기 비늘처럼 잇대어 덮고서야 겨우 얼어죽기를 면했다. 이런 가난 속에서 이덕무가 사랑한 것은 오직 책을 읽고 베껴 적는 일이었다. 그는 풍열로 눈병에 걸려 눈을 뜰 수 없는 중에도 힘들게 실눈을 뜨고서 책을 읽던 책벌레였다.
매미와 귤의 맑고 깨끗함을 사랑하여 ‘선귤당’이란 당호를 짓기도 했던 이덕무의 『선귤당농소』는 풍경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과 옛사람의 향기로운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문집으로 고아한 운치와 따뜻한 감수성이 돋보인다. 특히 『이목구심서』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적은 책으로 당시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 등이 여러 번 빌려가 자주 인용했던 글이다. 경이로움으로 읽는 이를 압도하는 이 글에서는 이덕무의 해박한 독서와 지적 편력, 사물에 대한 투철한 관심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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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민

저자정민
충북영동출생.현한양대국문과교수.지은책에『한시미학산책』『와당의표정』『한서이불과논어병풍』『비슷한것은가짜다』『미쳐야미친다』『다산의재발견』『18세기한중지식인의문예공화국』『책벌레와메모광』『옛사람이건넨네글자』『우리선시삼백수』『다산증언첩』『석복』등이있다.우호인문학상,지훈국학상,월봉저작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재판서문6
초판서문8
서설지리산의물고기,이덕무이야기16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회심의순간29
눈오는밤30
유람32
말똥과여의주33
시작과마무리34
집중36
그한순간37
착각38
얼굴39
밥벌레40
풀무질과나막신41
우주사이의한가지유희43
분별하는마음44
5월45
깊은울림47
좀벌레49
단한사람의지기51
3월의시내53
명사55
해맑은마음56
매운슬픔58
고심60
석양무렵61
선비62
아,이덕무야63
상팔자64
삼갈일65
금붕어의생기66
좋은벗68
먹고살만해지면69
거간꾼70
봄비와가을서리71
시정화의72
파초그늘73
아름다운빛깔74
군침도는소리76
혼자하는놀이77
신선78
마음가짐80
가을햇살82
통쾌한일84
감상법86
공명심87
박복한사람89
목동91
몰입92
진정한벗93
시계95
태평천하96
뒤끝97
옛사람99
기괴함과멍청함101
사랑받는사람103
위선자104
동심105
가을밤106
거미107
가슴속물건109
어리숙함과거만함110
사흘간112
점철과미봉113
망령된생각114
호연지기115
냉수한사발116
책읽는마음가짐117
마음의눈118
큰완성119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어머니123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126
경계로삼을일130
한서이불과논어병풍131
달가루134
돈쓸궁리136
단발령138
문장140
절굿공이142
꿈144
한겨울의공부방146
헛생각149
마음의거울151
병과욕심153
세월155
번뇌157
책이없다면159
신통한영약161
향기로운상상163
가을하늘165
바위166
못하는일네가지167
슬픔을다스리는법169
옛사람의매운정신171
담력과식견173
합일의순간175
지극한이치177
망령됨179
자득180
역경181
재주182
속임수183
글의기운185
가벼움과얽매임187
면밀함과정밀함189
형세190
군자의일처리191
성공과실패192
일없는즐거움193
옛사람과지금사람194
별도의안목196
교활한꾀197
죽음에이르는어리석음200
하고싶지않은일203
해묵은찌꺼기204
접시꽃205
학을춤추게하는법207
마음의여유210
눈감으면211
참된정213
가사어215
도학과문장216
졸렬한사람217
웃음의격218
가난219
미묘한차이220
느낌222
메조밥223
복있는사람224
세상사는일225
말귀226
수다와침묵228
처신229
욕심과욕됨230
미혹231
붉은빛232
음덕233
빗줄기의모양234
열매없는꽃235
깨달음236
두렵고민망한일237
군자의품속238
아무일도없을때239
절개와도량240
고상한사람241
감식안242
보검243
두서244
좋은사람245
속임수246
선행247
편지248
목석같은삶249
너그러움250
헛된이름251
평상심252
근거없는비방253
관용과절제254
충후함255
몸가짐256
대충주의257
세월258
베푸는마음259
명실상부260
자녀교육261
포장술263
답답한문장264
안과밖265
말하는비결266
스승과벗267
진실한말268
힘써야할일269
마음의밭271
책을읽을뿐272
힘과꾀273
군자의식견274
내얕은생각276
옛사람의일처리277
참된시비279
소문과이름280
간사한생각281
공변된마음282
책을읽지않으면283
공복285
비방에대처하는법286
독서와호색287
재물289
비둘기290
재앙의씨앗292
예와병법293
술취한뒤294
격식295
허심과만용296
몸과마음297
용서298
굳센기상299
노여움300
책읽는이유301
천성과가식302
죄인303
요순시절304
나의스승305
탐욕306
수신과섭생308
굳셈과겸손310
관대함312
꿈자리313
고루함의병통314
교만315
잡담316
요점317
뜻밖의만남318
교활한사람319
잡기320
편협과의심321
병통322
일처리와책읽기323
멋대로하는말324
일의순서325
혼자사는까닭326
다툼을경계함327
어미원숭이328
터럭하나330
책이있거든331
밀봉333
통찰력335
물여우336
알아줌337
남의문장338
다툼339
고요한마음340
방심341
궁지342
사람됨의바탕343

출판사 서평

멀리서생각하는것만으로도
마음이따뜻해지는그런만남이그리울때가있다
이덕무의가난한공부방에서들려주는청언소품

이책은18세기조선후기실학자이자대표적인서얼庶孼지식인중한명인이덕무(李德懋,1741~1793)의청언소품淸言小品을모아엮은것이다.『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전문과『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일부를우리말로옮기고이해하기쉽도록정민교수(한양대국문과)의평설을덧붙여감동의여운과깊이를더했다.정민의단상과해설은이덕무의세상살이이치,자연의아름다움,군자의면모,선비의길,수신修身의지혜와자세,책읽는즐거움등깊이있는내용을독자가다가가기쉽게풀어낸다.
이덕무는정조때규장각의검서관檢書官을지냈으며,지독한가난과서얼이라는신분의굴레를천명으로알고살았다.그는추운겨울밤홑이불만덮고잠을자다가『논어』를병풍삼고『한서漢書』를물고기비늘처럼잇대어덮고서야겨우얼어죽기를면했다.이런가난속에서이덕무가사랑한것은오직책을읽고베껴적는일이었다.그는풍열로눈병에걸려눈을뜰수없는중에도힘들게실눈을뜨고서책을읽던책벌레였다.
매미와귤의맑고깨끗함을사랑하여‘선귤당’이란당호를짓기도했던이덕무의『선귤당농소』는풍경에대한세심한관찰력과옛사람의향기로운삶이조화를이루고있는산문집으로고아한운치와따뜻한감수성이돋보인다.특히『이목구심서』는‘눈으로보고귀로듣고입으로말하고마음으로생각한것’을적은책으로당시연암박지원과초정박제가등이여러번빌려가자주인용했던글이다.경이로움으로읽는이를압도하는이글에서는이덕무의해박한독서와지적편력,사물에대한투철한관심을한눈에들여다볼수있다.

시대가부여한서얼이라는한계는
책과인간에대한사랑을더욱깊어지게만들었을뿐

서얼은첩의자손을뜻하는말로서자는양민첩의자손을,얼자는천민첩의자손을뜻한다.고려말부터조선초기에이르러차별이두드러져집안에서도호부호형을할수없는천대를받았다.뛰어난재주를가졌어도과거에응시할수없었고,오를수있는관직에도제한이있었다.이덕무는6,7세부터시를지어문리에통했을정도로재주가뛰어났지만어려서부터병약하고살림이넉넉하지않아정규교육을받지못했다.하지만스스로책을읽고깨우쳐젊어서부터시문으로이름을날렸다.집안이가난해책을살돈이없었으므로남에게책을빌려읽어야했으며진귀한책을얻으면크게기뻐하며베껴두었다.그렇게평생읽은책이수만권이요,파리대가리만한작은글씨로필사한책은수백권에달했다.
정조는규장각경시대회에서수차례장원을차지한이덕무의시를가리켜우아하다[雅]는평을내렸고이덕무는이후아정雅亭이라는호를사용하였다.이외에도이덕무는여러호를사용했는데그중즐겨사용했던것은신천옹(해오라기)을뜻하는청장靑莊이다.신천옹은맑은물가에살며제앞을지나가는물고기만을잡아먹는다고한다.이는시대가부여한신분상의한계속에서지닌재주에비해펼칠수있는뜻이좁음을애석해하거나노여워하지않고그것을자신을성찰하며책속으로내면을더욱넓혀가는계기로삼자는다짐으로도보인다.이러한이덕무의모습은글곳곳에서발견할수있다.좋은술은주둥이를밀봉해여러해를묵혀두어야만그맛이점점좋아지니,재주있는자도이와같다하였다.스스로뽐내고내세워남들이알아주지않을까염려하는자세,타인의칭찬이나헐뜯음에일희일비함이다만슬퍼할일이라는것이다(밀봉,333쪽).
이덕무가경계한것은앎과실천이하나되지않는삶이었다.좋은글을익혀머리론알고있더라도그것을삶에서행동으로옮길수없다면소용없다는것이다.그렇다고하여이덕무가책을읽고단순히문자자체에경도되었던것은아니다.그는예법은변화하는시대에맞게달라질수있다고보았으며그속에서변하지않는,사람됨의바탕을이루는가치가무엇이어야할지고민했다(예와병법,293쪽).이덕무는글을비판적으로읽어내고실제삶에적용하는것이중요하다고보았던것이다.그는선비가글을읽으며단지공명에만정신을쏟고,마음으로환하게비추어보지않음을애석해했다(거간꾼,70쪽).
이덕무는옳고그른분별을하는것은타인의평가가아니라군자의가슴속에있는진실로참된시비(참된시비,279쪽)라고쓴다.그참된시비가누구에게나똑같이주어지는어제,오늘,내일이라는이사흘이라는시간에스스로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할수있는묘결(사흘간,112쪽)이다.좋은일에서항상경계할점을찾아내고역경속에서한줄기빛을찾아내는이중용적사고는이덕무의글과사상에일관되게드러난다.

이덕무의삶에서처신을배우다
봄비가속옷을적시듯마음을물들이는높고단정한정신

웃음속에칼날을감춰두고,마음속에만개의화살을쌓아둔듯한(해맑은마음,56쪽)이세상에서진실로귀한일은분수를지켜편안해하고욕됨을참고너그러워질수있는마음(큰완성,119쪽)이다.남이나를저버릴지언정내가남을저버리지는말아야한다(처신,229쪽).이덕무는욕심을버려욕되는일을없게하고남의것을빼앗아제몸을살찌우려는마음을경계했다(욕심과욕됨,230쪽).대장부라면마땅히궁한집에살더라도마음속에는항상남을불쌍히여겨베풀기를좋아하고궁핍한이를구해주려는마음을가져야한다(베푸는마음,259쪽)는것이다.허리에돈을두르고강을건너다물에빠진사람이끝내돈을버리지못하고물에빠져죽고마는이야기(재물,289쪽)는무엇이진정소중한가치인지생각하게한다.
그런시각에서볼때티끌세상에서이리저리부대끼며살아가더라도그속에품은마음이가지런하고처신이올바르다면그가바로선비이다(책읽는마음가짐,117쪽).내가누구인가는스스로어떻게행동하는지에달렸을뿐남이나를어찌대접해주느냐에있지않기에스스로돌아봄을귀하게여기라(명실상부,260쪽)말한다.그는권세와명예,세상사람들의알아줌따위는중요하지않고오직단한사람의지기만있다면족하다고말한다.그럼그를위해10년간뽕나무를심고,1년간누에를쳐서열흘에한빛깔씩오색실로물을들여친구의얼굴을수놓겠다,높은산과강물사이에펼쳐놓고마주보며말없이앉아있다오고싶다(단한사람의지기,51쪽)고말이다.그런지기마저없을땐어이해야하나.오우아거사吾友我居士라,그는책을사랑하는자기자신을친구로삼고풀벌레와붓과벼루에게다정히말을건다.붓과벼루와도서들은자질子姪들이나와절하는것만같아아끼어어루만져안아주고싶은마음을금할수가없다(한겨울의공부방,146쪽).
이렇듯이덕무는남들이바라는명예와권세,눈앞의이득에현혹되지않고한선비로서지녀야할마음가짐과삶의자세를끊임없이글쓰기와독서로실천했다.세상이그를가리켜‘책만읽는멍청이[看書痴]’(18쪽)라하더라도그러한말에하하웃었을옛사람의모습을떠올릴수있을것이다.

옛사람을만나러가는마음길이있다
오늘우리가다시이덕무를만나야하는이유

그동안정민은옛글과독자사이의끊어진양언덕에시대를뛰어넘어소통할수있는징검다리를놓는학자의마음으로한자한자글을써왔다.우리가두고두고마음에새겨야할옛글들을발굴해그가치와아름다움을전하며단절된세대의숨길을터주었다.우리가기리는옛사람은결국오늘아름다운일을행한지금사람일뿐임을역설하는정민의문장은,그렇기에더욱진솔하게느껴진다.
초판이발행된지스무해가까운세월이지났지만저자정민의삶둘레에는여전히이덕무가머물러있었다.그의글이늘곁에두고지침으로삼아야할문장들이자사람사이의일에지쳤을때마음붙이고쉴수있는넉넉한그늘이되어주기에더욱그러했으리라.그래서일까?두세기를훌쩍뛰어넘어마주한이덕무와정민의인연은여기까지오는데참오래걸렸지만,알맞은수신인에게도착한편지같다는생각도든다.
옛사람이살았던그때와오늘날은너무나다른풍경을하고있지만이세상을살아가는사람속은여전히변하지않은듯하다.이덕무의글속에서사람들은혼자잘살지않는다.누군가를밟고올라가야만한다고,그래야돈을벌고출세를할수있다고외치는오늘날의아비규환속에서옛글은뜻을낮추고자신을돌아보는법을가르쳐준다.
오래절판된동안이책을구하고픈독자들의요청이적지않았다.금번에영국에서이책의영문판(TheAphorismsofYiDeok-mu)이출간된것을계기로새로운옷을입히고문장을다듬어독자들에게선보인다.열정적인한문학자정민이처음놓았던징검다리를,한시절지나다시걸어보며문장을다듬고초판에서의몇몇오류를바로잡았다.책장을넘기며만날수있는넉넉한여백은처음이책을펼쳐본독자를시대를뛰어넘는만남의장으로초대한다.기꺼이이들에게‘단한사람의지기’가되어주기를,세상에하나뿐인마음밭을가꾸는독서의기쁨을누렸으면하고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