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기담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오정희의 기담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13.00
Description
믿고 읽는 작가,
오정희가 펼치는 이야기의 진수

친숙한 일상에서 낯설고 섬뜩한 내면의 진실을 포착하는 웅숭깊은 시선으로 ‘한국 여성이 빚어낸 가장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언어의 비창’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았던 작가.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묵인과 관습으로 덮은 평온하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오정희는 존재의 위기의식과 그 모순된 삶을 더욱 철저히 살고자 하는 정직성 사이에서 길항하는 내면이 빚어내는 무늬들을 적확한 언어로 포착해왔다. 그가 그려내는 신선한 쓸쓸함과 찢겨진 세계를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특유의 문체는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로잡으며 그 자체로 소설 미학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봄내’라는 살가운 애칭을 가진 안개의 도시, 강원도 춘천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강원의 설화』를 바탕으로 누구나 두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고 찾아왔다. 어린 시절 우리를 사로잡았던 으스스하고 이상한 이야기들, 할머니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옛사람들의 소박한 삶에 깃든 꿈과 소망 들이 지금 이곳, 우리들의 삶에도 깊이 배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들이 살았던 세상, 그 아득하고 유현한 마음을 화가 이보름이 서정적이고 아련한 그림으로 되살려내어 이야기에 품격을 더한다.
저자

오정희

1947년서울에서태어났고서라벌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68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완구점여인>이당선되면서문단에데뷔했다.2003년에는독일에서번역출간된《새》로리베라투르상을수상했다.이는해외에서한국인이문학상을받은최초의사례로,한국문학사의기념비적인사건으로평가받고있다.국어의미학적지평을넓힌작가의문장이빚어낸작품들은존재와현실의괴리에서오는간극을극복하기위한여성적자아의내밀한감정을형상화하고있으며,또한형체가없는내면의복잡한사건들에형태를부여함으로써시시때때로찾아오는일상의슬픔과고통,허무의정체를추적하고있다.소설집『불의강』,『유년의뜰』,『바람의넋』,『불꽃놀이』,『오정희의기담』,장편소설『새』,동화집『송이야,문을열면아침이란다』,산문집『내마음의무늬』등을펴냈고,다수의작품들이영어·독일어·프랑스어등으로번역출판되어일찍이한국문학의대표작들로해외에소개되었다.만해대상문예대상(2021),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2),독일리베라투르상(2003),동서문학상(1996),오영수문학상(1996),동인문학상(1982),이상문학상(1979)을수상했다.현재강원도춘천에살고있고,중앙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로후진을양성하고있다.

목차

서문7

어느봄날에12
그리운내낭군은어디서저달을보고계신고36
앵두야,앵두같이예쁜내딸아62
용화산86
누가제일빠른가108
주인장,걱정마시오124
짚방망이로짚북을친총각142
고씨네162

출판사 서평

믿고읽는작가,
오정희가펼치는이야기의진수

친숙한일상에서낯설고섬뜩한내면의진실을포착하는웅숭깊은시선으로‘한국여성이빚어낸가장슬프면서도아름다운언어의비창’그자체라는찬사를받았던작가.그의작품을읽다보면묵인과관습으로덮은평온하고행복해보이는일상이얼마나깨지기쉬운것인지깨닫게된다.오정희는존재의위기의식과그모순된삶을더욱철저히살고자하는정직성사이에서길항하는내면이빚어내는무늬들을적확한언어로포착해왔다.그가그려내는신선한쓸쓸함과찢겨진세계를보석처럼빛나게하는특유의문체는문학을사랑하는이들을사로잡으며그자체로소설미학의전범(典範)이되었다.
‘봄내’라는살가운애칭을가진안개의도시,강원도춘천에머물며작품활동을하고있는작가는『강원의설화』를바탕으로누구나두루재미있게읽을수있는이야기를들고찾아왔다.어린시절우리를사로잡았던으스스하고이상한이야기들,할머니나주변어른들로부터들었던이야기들은작가의상상력과만나새로운옷을입었다.이여덟편의이야기들은옛사람들의소박한삶에깃든꿈과소망들이지금이곳,우리들의삶에도깊이배어있음을깨닫게한다.그들이살았던세상,그아득하고유현한마음을화가이보름이서정적이고아련한그림으로되살려내어이야기에품격을더한다.


읽을수록빠져드는옛이야기
재미반전감동의서사

어머니와아내라는역할에가려져있는한없는자유에의갈망을그리며여성/개인의내면에끓어오르는고요한충동에천착해온작가의깊이있는손길은이책에서입에서입으로전해진이야기와만나술술읽히는재미를더했다.기이하고흥미로운상황에던져진인물의여정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잔잔한감동의여운이가슴에남는다.
일찍이부모를여의고단둘이살아가던윤호윤옥남매.사랑하는남동생을잃은뒤삼년뒤에돌아와동생을살리겠다는다짐을하고집을나선윤옥은남장을한채대감집에서착실히머슴살이를하며신임을얻는다.이윽고여자의몸으로장가까지들게된윤옥은대감집에서죽은사람도되살릴수있는신비한꽃세송이를발견한다.훗날윤옥이맞이하게된쓸쓸한봄날을그리고있는「어느봄날에」.구렁이의몸으로태어났지만우여곡절끝에부인을맞이해허물을벗고사람이된남자.과거를보러집을떠나있는동안허물을제대로간수하지못한부인의실수로그는인간세상에돌아오지못하게된다.산길들길가시밭길을헤치며남편을찾아다니던아내는더는길이없는곳에서바다처럼넓은못을마주하고탄식을하다두눈을질끈감고그속으로뛰어드는데……뱀이사람이되기까지,한부부가온전한사랑을이루기까지의절절한여정을담은「그리운내낭군은어디서저달을보고계신고」.
딸아이의예쁘기가꼭맑은물에떨어진새빨간앵두같아붙은이름‘앵두’.아들만아홉인집에서태어나아버지와오빠들에게사랑받았지만이른나이에어머니를떠나보내게된다.새어머니의질투와오해로억울하게목숨을잃어야만했던막내딸의이야기를담은「앵두야,앵두같이예쁜내딸아」.앵두는물에뛰어들기직전아버지에게당부한다.돌아가시는길에배나무가죽었으면,앵두가다떨어졌으면,으름덩굴이시들었으면자신이억울하게죽은것으로알라고.억울하게죽은혼은접동새가되어새빨간울음을토해내며노을진하늘을날아간다.글을읽느라손하나까딱않는백면서생남편을위해가난을견디며온갖고생을한아내「고씨네」.과거를보러떠난남편은몇해가지나도소식이없어사냥꾼에게시집을갔으나새로얻은남편마저사고로세상을떠나는기구한팔자다.과거에급제해자신이살던마을로금의환향하는남편.다시자신을받아달라는아내에게남편은물동이를하나가져오라말하고……
달빛도길잡이가되지못하는어둔밤산중에서까물대는불빛을좇아밤길을가는「용화산」의나그네.나그네가헤매는어둡고깜깜한산길은그자체로우리삶을은유하는것이아니고무엇이랴?작가가그리는이야기에는우리의헤맴이헛수고만은아니리라는믿음이담겨있는듯하다.어두워져야만보이는작은불빛이있다.별도태양의환한빛아래에서는목격할수없는법.우리가아득한산속에던져진후에야아주작은불빛이,머리위의별빛이보일것이다.
이외에도일손빠르기로소문난처녀의신랑감을구하는유쾌한이야기「누가제일빠른가」.배불리저녁밥을얻어먹은대가로산적들을물리쳐준호탕한장사가나라를구한장군으로성장하기까지의이야기를담은「주인장,걱정마시오」.짚으로만든북을짚방망이로쳐서소리를낼수있는자를찾는다는중국천자의유언에지혜로운누이동생과함께먼중국땅까지여행을떠난사내의이야기,「짚방망이로짚북을친총각」.황소삼천마리를죽인자여야만북을울릴수있다는말에발길을되돌리려하지만누이동생은포기하지말라며그를만류한다.드디어짚북이있는누각에도착한사내는짚방망이를들어깊은잠에든북을힘껏내리치는데……


이야기에는삶의보편적진실이담겨있다
삶을찬가로만드는이야기의힘

만날길이없을때간절한그리움은꿈길을만든다고,그리하여삶은아름답고얼마든지새로워질수있다고작가는한산문에서쓴바있다.하늘과산줄기의아련한능선은우리에게무엇을약속하며멀어지는가……하루하루소멸해가는것만같은시간의흐름뒤에우리가쥘수있는것은단지모래알같이빠져나가는삶의허무만은아닐거라고오정희는이이야기들을통해증명해보인다.
인간의몸속에내장된이야기의나침반을따라우리는어디론가쉼없이흘러가고있다.시간의강물은덧없이흐르는것이아니라이땅과거기서살아가는이들의몸속에눈금을새긴다.분분히날리던봄날의꽃잎들은모두과거속으로휘날려영영떠나가버린것인가.오늘과똑같은내일이반복되리라고믿었다면이러한이야기들은진즉에스스로사라졌을지모른다.악기는가까이두고사랑하지않으면소리를잃고,노래는사람들에게불리지않으면잊힌다.이야기는거듭사람들의삶속에서입에서입으로불려야만소망과꿈이만들어낸길을따라흘러갈수있을것이다.그이야기는이세상을살았던사람들의의지와희망이담긴,한단어로요약할수없고끝끝내다말해지지않아거듭노래해야하는삶들이다.
“엄마,바람은어디로가지?바람은집이없나봐.나는바람이무서워”라는어린아들의말.유독바람을무서워하던아이에게서아이디어를얻어써내려갔다는오정희작가의또다른단편(「바람의넋」)에서작가는엄마은수의입을빌려아들승일에게이야기한다.무서워하지말라고.바람은그리워하는마음들이서로부르며손짓하는것이라고.비록그것이얼마나무섭고참혹한그리움인지알고있더라도그것이어떤생의비밀을감추고있더라도무서워하는아이의마음을헤아려이야기로변주하는상상력의힘.그것이우리가삶에서마주해야했던,말로는다못할사연들이너울진세월을넘어올수있게한지혜는아니었을까.
오정희가그리는옛이야기들은“그들은오래오래행복하게살았답니다”로끝나지않는삶들이있다는사실을보여준다.어둠속의불빛은그것을바라보는사람의심정과처지에따라호랑이의화등잔같은눈도되었다가희미하게타오르는호롱불이되기도한다.우리가풍경에서발견하는것은그풍경이되비추는우리의마음이다.이야기속에서만나게되는인물들은하나하나그시대의영향과한계아래에놓여있다.이책에서하나도드라지는점은옛이야기속여성의모습이다.당시의세상을지배했던문화와사고방식에핍박받기도하는그들은동시에누구보다도지혜롭고넉넉한힘으로궁지에서탈출하고헌신하는사랑으로막다른길에서한줄기희망을찾아낸다.
2006년처음빛을보았던이책(『접동새이야기』)에새로운그림을곁들이고문장을다듬어세상에내보낸다.처음발표했던작품들의제목을매만지고신작을더해완성도와읽는재미를더했다.새로이글을꾸리고그림과묶는과정은‘강원도설화’가가지고있는힘은무엇인가라는질문이기도했다.자신이살고있는곳에대해무엇을알고있느냐는질문을받았을때아득해지는것은,그질문이지역의특수성을넘어서는우리존재에대한보편적물음이기도해서이다.나의뿌리는어디이며누구로부터왔느냐하는아득한역사.그사실을깨달을때우리는단일한존재로세상에태어나살다죽는것이아닌,보이지않는관계로이어져있었다는사실을새삼느끼게될것이다.
각각의이야기에담긴슬픔과고통의무게는이야기를전해들은다른이에게변화를요구한다.「고씨네」에서아낙이땅에흘려버린물을도로주워담으라고요구받을때우리는그땅에스며든눈물을본다.그눈물은물동이속에주워담을수없었지만이땅의뿌리마다에스며들어꽃이되고나무가되었으리라는믿음,그것이삶의굽이굽이마다펼쳐지는이야기의진경,강원도가지닌힘일것이다.우리문화의원형과무의식을품고흐르는강,그발원지를찾아가는즐거운여행이되었으면하는소망을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