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귀 낮의 입술 (하기정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하기정 시집)

$8.00
Description
하기정의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이 시집은 하기정의 시 작품을 엮은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하기정

저자하기정시인은1970년전북임실에서태어나우석대대학원문창과를졸업했다.2007년5ㆍ18문학상을수상했으며2010년영남일보신춘문예에시「구름의화법」이당선되었다.제7회작가의눈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단지,과일이먹고싶은밤
접는
이상한계절
토니오크뢰거
야간등화관제
다시토끼를기르는일
젠가의모든것
단지,과일이먹고싶은밤
미세먼지주의보
브로콜리
희망
대중성

알레고리
QuickResponseCode
구멍
도구적인간

2부다섯개의선물상자
일력
벌레의시간
구름의그늘
사이
오늘의맛
심보르스카로부터바통을
당신의심장과무릎과
어떤사람
디에고
밤의커튼
나비의독주
감정의균형
다섯개의선물상자
어떤가능성
가로등
토르소

3부그여름의감정
자각몽
유리창
쓸수없는
그여름의감정
의류수거함
서쪽방
장편
그자작나무숲으로
밤의귀낮의입술
손톱
귀가없다
토마토
꽃의절벽
감정의소환1
공원의방식

4부두개의심장을가진밤
정사
저녁의이사
돌연,종이
발가락들
N
두손
착한노래
두개의심장을가진밤
샌드페인팅
오필리어를꿈꾸는흰색도화지
스태킹
내몸이책갈피에끼어들어갔다
감정의소환2
작별인사
암중모색

해설낯익은낯섦과낯선낯익음의언어들│조동범(시인)

출판사 서평

“낯익은세계를향한낯선언어가선보이는새로운시의지평!”
“예외와격외의세상으로이끄는신기하고매력적인시편들!”

싱싱하고신선하고특별한상상력의출현!
밤의귀낮의입술은하기정시인의첫시집이다.안도현시인은이새로운시인의시세계에대해“시를읽을수록감칠맛이저절로살아난다.한가지신기한것은적절함모호함이시를더욱풍성하게하는미덕으로작용한다는것이다.”라고상찬했다.문태준시인은“하기정시인의이시집에는신기하고매력적인질문들이그득하다.빤한세계,상투적인세계를뒤집어‘낯설고위험한세계’가위로솟아오르게한다.”면서,“싱싱하고신선하고특별한상상력”을지닌하기정의시들은“세세하고도생소한질문들을통해예외와격외의세계에눈을뜨게한다.”고평가했다.
2010년영남일보신춘문예에시『구름의화법』이당선된후,7년만에펴내는하기정의첫시집밤의귀낮의입술에는활달한화법과다채로운상상력을지닌62편의시가수록되어있다.시집의해설을쓴조동범시인은하기정의시에대해“낯익은듯낯설고,낯선듯낯익은풍경을제시하며개성적인시적영토를우리앞에선보인다.”고하면서,“그의시는이런양면적풍경을매개로우리의미의식을자극한다.그어떤익숙함에기댄채낯선이미지를만들기도하고,낯선정황을익숙함으로위장하기도하며우리의감각을새로운지점으로견인한다.”고정의했다.
밤의귀낮의입술은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단지,과일이먹고싶은밤」에는‘어둠’의시간을가득채우는과즙처럼밀도높은시들이수록되어있다.2부「다섯개의선물상자」를읽다보면보석처럼눈부신시적이미지와만나게된다.3부「그여름의감정」에서는상승하는수은주처럼시적감성이높아지는걸느낄수있다.4부「두개의심장을가진밤」에서는한권의시집을읽는일은시인의심장을통째로훔쳐내는일과도같다는걸깨닫게될것이다.

낯선세계와낯익은세계사이의긴장!
하기정시집밤의귀낮의입술에는현실을긍정하면서도그그늘에가려진불안한내면들이담겨있다.그세계는,우리가사는세상을빼닮은또다른세상이다.그곳에는우리를닮은사람들이있고,우리와비슷한삶의방식이있다.그곳은평소에는잘드러나지않지만,가끔우연한기회에엿볼수있다.어떤영감이번개처럼우리의몸을관통하는순간이바로그런때이다.그순간우리는또다른우리속에숨겨져있는꿈과욕망의실체를목격할수있다.하기정의시는바로그낯익은듯낯선순간을개성적인언어로포착해내고있는것이다.

두점의폐곡선이만날가능성보다
당신과나란한평행선이만날수있기를
-『접는』부분

『밤의귀낮의입술』은만날수없는운명을지닌밤과낮이하루두번만남을시도하는것처럼,“당신과나란한평행선이만날수있기를”기대한다.‘당신’이란우리의꿈과욕망을바라보는하기정만의방식이다.하기정의시는,만날가능성이거의없는불가능한세계속으로빠르게접근해가는데,바로이지점에서낯익은세계는멀어지고낯선세계는다가온다.이를통해우리는하기정이겨냥하는시적지점이낯선세계와낯익은세계사이의긴장임을알수있다.하기정의방식으로표현하면,그긴장은“이상한감각”(『이상한계절』)이다.

세계의안쪽,나를깨고만나는생의비의!

너는다가져가겠다고말한다
팔을뻗는대신눈을다주겠다고
바깥의불행을모두쳐다보겠다고말한다
이쪽풍경이저쪽풍경을보고말한다
보고싶었어,
몰랐구나,오랫동안
보고있었어
그곳은안전하니
네그림자를데리고나온다면
괜찮을거야
거기비가오는게보여
거기손을뻗는게보여!
벌레들의등이젖는게보여
등이굽어서우산이되어주는게보여!
다닥다닥매달려있는것들이
이안으로들어오려는것들이
너는바라는것을다보겠다고말한다
바라는것은멈출수없고
창밖의일처럼보이고
너머를다보아도
깨지기전에는만질수없는것이고
만질수없는것은건너편에있고
깨지면풍경들이모두찔리겠지
너는찔려서바깥의모서리를만져보겠지
그러면너는,
다가져가겠지
-『유리창』전문

하기정시인은“이쪽풍경”과“저쪽풍경”이라는두세계를생각한다.세계의“바깥”을향한도전은인류의오랜욕망이었다.신화와종교,예술같은시도들은또다른세상을향한인간의노력이었다.하기정의시들은세계의바깥,미지의세상으로떠나는항해자의모습을떠올리게한다.뱃전에서서망망대해를바라보며시인은이렇게말한다.“나는좀더아름다워지도록허락받았다/이웃과세계에대해”(『대중성』).시인하기정은이제까지와는다른삶을추구하기위해일상의항구를떠나“바깥의불행을모두쳐다보겠다”는각오로세상의끝까지가려고하는것이다.
하기정을따라떠나는낯선세계로의여행은이제까지의세계가얼마나게으르고권태로웠는지를깨닫게한다.우리가정상적이라고믿었던것들이무참히깨지는경험도하게된다.그리하여내안에숨겨져있던또다른내가드러나게된다.그동안애써외면했던또다른내가“오랫동안/보고있었어”라고말을걸어올때,우리는고통스러운감정을느낀다.그것은“깨지기전에는만질수없는것이고/만질수없는것은건너편에있”다는사실을확인하는순간이기때문이다.
하기정시집밤의귀낮의입술은스스로를감금해놓고있던“창”을깨나가는과정과,그순간에깨닫게되는생의비의로가득하다.밤의귀낮의입술의시편들은“깨지고잘려나간기억의눈알들이주렁주렁매달려있는”(『토르소』)것처럼낯선곳에서마주친“어느낭만적인왕국”(『다섯개의선물상자』)인것이다.

세상을바라보는새롭고이상한감각!

우리는전생이라는말대신
썩괜찮은이별이라고불렀어야했다

거기모조리두고온것들
온통귀로물든밤을
낮의입술이다지워서는
지샌밤의눈이다떠서는
감을때까지

잘자,라는말대신
썩괜찮은악몽이라도꾸었어야했다
팔을뻗으면닿을엄두만내다가
낮의입술이밤의귀를다열어서는
읽을때까지

우린왜자꾸들어본적이없는소리에만
깊은우물을파는지

물속에두고온것들이
가뭄에모조리뼈대를드러낼때까지
입술을끔뻑끔뻑달싹이는붕어처럼
-『밤의귀낮의입술』전문

‘귀’가‘업보’라며‘입’은‘족쇄’일까시집표제작인이시는묘한이미지의뒤틀림을보여줌으로써어느순간목뒤가서늘해지도록만든다.“낮의입술이밤의귀를다열어서는/읽을때까지”에이르면누군가의목소리가은밀하게귓바퀴에다가앉는착각에빠지기도한다.그것은입을벌려말할때소리는없지만,그깊고어두운입술사이로무성(無聲)의파장이밀려오는걸목격할때와비슷한느낌이다.그순간,우리의귀는“깊은우물”처럼‘업보’의울음으로울어야할지도모른다.
하기정의시에는‘이별’을대하는‘이상한감각’이있다.그에게‘이별’이란‘전생’과다른말이아니다.이대책없는언어의도발이밤의귀낮의입술곳곳에서독자를기다리고있다.이시집을읽으면서독자들은‘밤의귀’를꼭틀어막아야할지도모른다.“밤의귀를막으면/달팽이가귓바퀴를갈고지나가는소란들”(『가로등』)로가득할테니까.
하기정시인의첫시집밤의귀낮의입술을읽고나면독자들은‘두개의심장’을지닌채‘유리상자’에갇히게될지도모른다.“어떤감정의자기장안에낡은것들은/철지난도구처럼/박물관유리관에모셔”(『나비의독주』)져있기때문이다.그‘감정의자기장’과이별할것인지아니면“다시천개의물방울로걸어서나”(『감정의균형』)올것인지는밤의귀낮의입술을다읽고난뒤에생각해볼일이다.하기정이남긴이러한말을곱씹으며.

아름답다고착각한
이모든
불온한불순물을
당신이가져가서버려준다면
꽤괜찮은
이별이겠다.
-『시인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