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시, 강낭콩 (김준태 시집)

밭시, 강낭콩 (김준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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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씨앗, 또 다른 우주를 잉태한 시원
『밭詩, 강낭콩』에는 ‘영원한 청춘의 시인’ 김준태의 응축된 시력(詩歷)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의 처처를 짚어내는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은 모든 생명의 심도(心度)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둥글게 하나로 모여 꽃피는 세계”([해설]) 안에서 “옛날에 아 옛날에 어디선가 잃어버린 내 얼굴!”([들꽃])을 마주하게 된다.

김준태 시인은 그 얼굴이야말로 우리가 근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생명의 ‘씨앗’임을 강조한다. 시인은 ‘씨앗’이 품고 있는 생명의 숭고함을 극한의 지점까지 상상력을 밀고 간다. 그것은 시인이 그동안 꾸준하게 천착해온 대지의 상상력과 사회역사적 역동성의 연장이다.

‘씨앗’은 시간이 여물어 맺힌 최종적인 결과이며 또 다른 우주를 잉태하고 있는 시원이다. 시인은 이와 같은 생명의 순환이 우리 삶의 역사를 만들고, 삶의 도약과 역사의 장면을 구성한다고 믿는다. 간결한 시행에 압축된 감각적 사유는 시인의 언어를 통과하면서 증폭된다. 그 파장이 닿는 곳에서 시인은 “인간의 노동과 미래”([마그마])를 앞질러 보아내고 있다.
저자

김준태

1948년전라남도해남에서태어났다.1969년「전남일보」와「전남매일」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고월간『시인』에「머슴」외5편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문예중앙』에소설「오르페우스는죽지않았다」를발표하기도했다.
시집으로『참깨를털면서』『달팽이뿔』외,영역시집으로『Gwangju,CrossofOurNation』,산문집으로『백두산아훨훨날아라』『세계문학의거장을만나다』등35권의저서를출간했다.고교교사,언론인,5·18기념재단(10대)이사장,조선대교수등을지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그대에게
한송이꽃을만나
강낭콩
수미산
마그마
불이문
하늘도휘어지고

그대에게
개미와코끼리
제주,돌하르방
징개맹경지평선에서
물은구겨지지않는다!
지리산
봄비

샤먼,K시인에게
장자의꿈
칸타타

2부길을가다알았네
소년은하늘에올라
비둘기
달밤
노래,고향
봄편지
길을가다알았네
들꽃
흰고무신
목탁과십자가
서울역·용산역가을
아가들의옷
죽사이응노전
아리랑
금호도
어머니
아가의詩
우화
뱃속의아기도‘사람’이다!
치자나무치자꽃

3부향기
노래,어머니
순천만,와온바다에서
베토벤교향곡9번
한편의詩를쓰기위하여
바지랑이풀

개구리방죽
월장
사람의얼굴
판화,무등산
향기
시리아아이들
휘트먼
고향의여름
사마르칸트
지평선
풀잎아가들
강가에서
하늘아래서
천마령

4부땅
칼과흙


天地포옹
물방울
대지의시
사람
걸레와밭

대전환,한반도

해설둥그런섭리-박수연(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불이(不二)의둥근상상력
『밭詩,강낭콩』에깃들어있는시인의사유는“모든존재하는것들이/둥근입자(粒子)안에서하나다”([불이문])라는시행에집약되어있다.‘불이’의사유는김준태시인이진작부터역사발전의원동력으로삼아온화두이다.시인이바라보는것은‘하나’가아니라‘둘이지만하나인것’이다.
이렇게분별된것들에서무분별을감지해내는시인의변증법적사유는그자체로우주의완성을향해나아간다.

비가내린다

비는내리면서
저무수한하늘과
사람들에게젖는다

아때때로
눈물이맺히는

세상곳곳에
심은,피어나는
사람들의얼굴이둥글다
-[봄비]전문

시인에게봄비가내리는모습은“젖는”일이면서“맺히는”일이다.시인은한걸음더나아가서젖고맺는일이“심”고“피어나는”일임을간파해낸다.젖고맺히는일에서심고피어나는일을읽어내는중층의감각은세상을둥글게인식하는무한순환의감각적형상화이다.
이러한인식은“사람이되려다가실패한것들이결국에는꽃으로/피어난다”([꽃])는진술에서확정된다.시인은‘피어나는’것들의생명성에게시적으로오롯이투신하는자세를보여준다.시집『밭詩,강낭콩』에서‘피어나는’것들이“사람들의얼굴”인이유가거기에있다.
세상의모든것들은피어나기위해서는먼저‘심’어져야한다.시인은심는행위의거룩함과숭고함을누구보다잘안다.심는일은마음을모아서깊은곳에새겨두는일이다.시인은모든대상을마음에들인후심안(心眼)으로그것들을읽어낸다.그리하여마음에심어놓은‘씨앗’이하나의생명으로‘피어나는’새로운인식의도약을통해시의지평을확장해가는것이다.

역사적삶과삶의역사성
문태준시인은『밭詩,강낭콩』에대해“총알을파내고심은몇알의강낭콩”이라고정의했다.박수연평론가는“광주의시인이샤먼으로거듭나는과정”이라고평가했다.‘총알’과‘광주’는시의역사와역사적시를해석하는김준태시인만의언어이다.1980년광주는시인의몸에운명적으로새겨진몽고반점이다.
그해,광주의‘총알’을목격한시인은109행에달하는장시[아아,광주여우리나라의십자가여!]를발표함으로써역사의일부가되었다.그로부터시인은우리삶의역사성과역사적삶의변곡점을시적좌표로삼아왔다.역사의가장밑바닥에서시인은땅이곧역사이며땅이곧삶이라는인식에도달했던것이다.

땅위에
씨앗을뿌리면
밭이되지만

땅위에
씨앗을뿌리지않으면
총칼이쌓인다.
-[땅]전문

시간이흐르고삶의방식이바뀌어도시인은여전히1980년그날의땅과그날의삶에잇대어있다.“씨앗”을뿌리지않은“밭”을생생하게체험한시인은“씨앗을뿌”려생명을탄생시키는것이얼마나숭고한일인지안다.
“씨앗을뿌리지않으면/총칼이쌓인”다는역사적인식은김준태시인으로하여금시를쓰게하는근본적원동력이다.시인은“밭”이라는상징적역사공간에서“흙을찌른칼”을“녹슬어버”([칼과흙])리게하는땅의생명성을발견한다.
그“밭은모든것을껴안는”곳으로“그대의목마름/그대의천국과지옥까지도/껴안고새싹을틔”([天地포옹])우는곳이다.시집제목을『밭詩,강낭콩』이라고한것은그러한생명의식에대한경외때문이다.
“시는/쇠붙이/굴뚝에서/나오지않고//흙의대지의/밑창에서태어난다”([대지의시])고강조하면서삶의새로운역사에대한믿음을드러내고있다.그것이‘밭’이라는역사의대지에‘강낭콩’이라는씨앗을심어놓은이유이다.

시,대지의생명으로피어나다
김준태시인은대지의생명력을근간으로역사의동력을얻고,거기에서피어나는삶으로역사의궤적을삼는다.아래의시에는역사의생명력을얻기위해‘씨앗’을심고있는시인의시적방법론이잘나타나있다.

한편의시를쓰기전에나는최소한70년을
참아두었던울음과눈물과가슴속밤하늘을
순간적으로쏟아내야한다아그래도써질까
말까한나의로고스,죽음을숨기고있는詩!
-[한편의詩를쓰기위하여]전문

시인에게시의씨앗은“최소한70년을/참아두었던울음과눈물과가슴속밤하늘”이다.그시간을견뎌낸씨앗이“순간적으로쏟아”져나올때에도시는“써질까/말까”하는데,그렇게탄생하는시는“하늘과/땅을하나로모으는대합창을…어둠과장벽을무너뜨리는아,환희의노래”([베토벤교향곡9번])이다.
시인은그렇게탄생한시가“죽음을숨기고있”다고말한다.시인에게죽음은생명의부재가아니라생명의다른모습이다.“채사람이되지않고엄마의뱃속에서/죽은아기도저높은하늘이나다름없는/‘사람’이라는것”([뱃속의아기도‘사람’이다])에서알수있듯이,김준태시인에게‘죽은아기’는역사와대지에심어져새로운생명으로피어나는,한편의시로다시태어나야할미래이다.시인이이처럼역사와생명을강조하는것은그의시에는결국‘사람’이깃들어있기때문이다.

사람은벽이아니다
사람은모두문이다
우리들이몸부림쳐서라도
쾅쾅!열고들어가야할
사람은모두찬란한문!
-[사람]전문

시인에게사람은서로마음을나누고통해야하는“문”이다.그것도“모두찬란한문!”이다.이문을향해“몸부림”치듯“쾅쾅!”울려대는것이있다면,그것은당연히시가될것이다.김준태시인의시는그렇게사람과사람사이에놓인“문”을열어주는주문이다.그런의미에서시인은오래전부터‘샤먼’이었다.
‘샤먼’만이대지에서죽은총칼을뽑아내고새로운생명의씨앗을심을수있다.시인은“저아득한/사람몸의지평선!”에생명의역사를심어놓았다.눈맑은독자라면『밭詩,강낭콩』을읽으면서“‘사람’만이열번,백번/다시태어날수있으리”([하늘아래서])라는믿음을얻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