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최동현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최동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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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각과 사유, 그 발효의 시세계!”
“검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고뇌와 희망의 시편!”
고고학적 화법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의 자화상
1985년 동인지 『남민시(南民詩)』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동현 시인이 첫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를 펴냈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시인이 품고 살았던 시대와 역사와 문학이 “눈물 닦으며/지워버린 꿈, 지워버린 노래”(「민화4」)가 되어 한권의 시집에 켜켜이 쌓여 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에는 지난 시절 우리들의 자화상이 고고학적 화법으로 담겨 있다. 최동현의 시가 ‘고고학적’인 것은 ‘재회’를 시적 방법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재회의 방법론에는 ‘다시’라는 시차의 생명력이 존재한다. ‘다시’의 시차는 기억이나 추억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다시 맞출 수 없는 부서진/꿈”(「만경강」)을 되살려낸다. ‘다시’ 살아보는 일이야말로 인간 미학의 본질이다. 젊은 날을 향해 시간을 거슬러가는 시인의 문학적 회귀는 그 시절을 지금 이곳에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이다. “곁에 있어도/별만큼 먼”(「별」)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과 사유의 흔적들을 시인 최동현은 이 시집에 오롯이 재현해 놓았다.
저자

최동현

시인최동현은전라북도순창에서태어나전북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1985년「남민시」동인지제1집『들건너사람들』에시를발표하면서등단했다.이후오랫동안시쓰기를중단하다시피하고판소리연구에매진했다.전북작가회의와전북민예총회장을지냈으며,현재군산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언강을건너며
전야
격포기행
민화1
민화2
민화3
민화4
민화5
어전리1
어전리2
어전리3
어전리4
어전리5
어전리6
들1
들2
들3
들4
귀로
추석

2부민둥산너머
김제평야
개망초1
개망초2
오월에
논1
논2
겨울
만경강1
만경강2
만경강3
만경강4
풀씨에게
자주달개비
꽃피는봄이오면

3부모진그리움
밤차에서
민들레
개나리
만경강
가을에
다시가을에

혼자앉아서
마흔살적
절집마당
까치집
대춘
상사화
가을숲에서
헤어짐에대하여
은행나무
그믐달

늦봄
5월지나며

4부봄이온다
운동화
억새꽃
아내
퇴원
눈병
5월
유채꽃
아내생각
낡은노트
수술1
수술2
아버지
어떤봄날

해설시간을실어100층쯤으로들어올리는힘|김만수(문학평론가,인하대교수)

출판사 서평

설움을딛고일어선평화와자유와사랑
시집『바람만스쳐도아픈그대여』에는1980년대를관통하는‘아픈자기’가담겨있다.그어떤시대보다시대와역사의파장이단호했던그시절,그파장의대열에서이따금이탈하는“아이들”이있었다.

냉해가들고,아이들이
무리지어가출을했다.

학부형이소환되고
닷새만에죄인이되어
불려온아이들을벌주면서
종아리를치면서
다문이를악물었다.

끝끝내학교를다닐수없다며
한아이가퇴학을하였다.

회초리를,그질긴아픔을
휘두르며
겨울이가고

학기가바뀌어도더러는잊혀도갔지만
수첩을펴면명렬표끝에
아프게남아있는이름,성.순.애.
아직도너는우리반이다.
-「어전리3」전문

젊은날“더는갈곳없는/오지”(「어전리1」)에서근무했던시인에게‘어전리’는역사와시대를모르고시도모르는곳이었다.그곳에서시인은“아이들”에게서“죄인”을읽어내고“끝끝내학교를다닐수없다”는“질긴아픔”을겪었다.그아이들은시인에게‘바람만스쳐도아픈그대’들이었다.그“아이들을벌주면서/종아리를치면서/다문이를악물었”던시인에게“아프게남아있는이름,성.순.애.”는“미운언니를따라울먹이며/공장으로가더니/한달뒤에는퇴학이되었”(「어전리4」)던‘미자’였으며,“흘러가지않겠노라고악을쓰며/종아리를치던/전선생”(「어전리5」)이기도했다.“어느곳에서든지다시만나리라는/안개같은생각”(「어전리2」)이었던그들이30여년만에시인의시를통해“아직도너는우리반”이되어돌아온것이다.
시집『바람만스쳐도아픈그대여』에는오랜시차속에서도‘아직도너는우리’라는공동체의힘과연대에대한믿음이있다.그연대의공동체는“처자식거느리고,그리운강/돌아와보는/우리의얼굴”(「김제평야」)이다.복효근시인이“그의시는설움을딛고평화와자유와사랑의공동체를그리는것으로요약할수있”다고평가한것은최동현의시에서“우리가모여이룩한큰슬픔”(「들3」)을발견했기때문이다.

봄을기다리는모진그리움
『바람만스쳐도아픈그대여』에는66편의시가수록되어있다.1부「언강을건너며」,2부「민둥산너머」,3부「모진그리움」,4부「봄이온다」등각부의제목에서알수있듯이시인은시대와역사의‘겨울’속에서도래할‘봄’을기다리고있다.이기다림의순간을‘모진그리움’이라고표현하는시인에게이번시집은운명처럼다가오는‘봄’에대한혹독한고백록이다.시인에게‘봄’은“올날은언제든기어이오고야말”(「풀씨에게」)시간이면서동시에“다시되돌리지못하는”(「대춘」)불가역의시간인것이다.

가을부터한겨울까지눈병을앓았다.

잠깐만책을보아도뉴스를보아도
핏발이섰다.

핏발선눈으로세상을보면
내앞의세상일이다흐릿하고
눈물이나고.

의사는태평하게
따뜻해지면나으리라고한다.
봄이와서따뜻해지면
저절로나으리라고한다.

아직눈날리는한겨울인데,
내눈의핏발이사라질봄은
정말오는것인가?
봄이오면저절로핏발이사라져
이세상모든것이환해지는가?

아픈눈에치료용렌즈를넣고
어찌어찌참아보는날,
창가의봄은멀기만하다.
-「눈병」전문

이시에는봄을기다리는‘모진그리움’의병적징후가“눈병”으로형상화되어있다.“잠깐만책을보아도뉴스를보아도/핏발이섰”고,“핏발선눈으로세상을보면/내앞의세상일이다흐릿하”다.그만큼봄을기다리는열망과간절함이크다.조바심내는시인에게“의사는태평하게/따뜻해지면나으리라고”처방한다.그럼에도“내눈의핏발이사라질봄은/정말오는것인가?”라고시인은스스로에게묻는다.그러나“종일을물어도시원한대답은없”(「상사화」)다.시인은답을구하기위해질문하는존재가아니라,질문자체를스스로에게납득시키는존재이기때문이다.그렇기때문에“어찌어찌참아보는날”들을견뎌낼수있는것이리라.

그리움과외로움이함께하는황홀한경지
30여년이라는시차에도불구하고『바람만스쳐도아픈그대여』에담긴시간의이음매는매끄럽다.그세월동안시인최동현은자신의문학을하나의결로유지해왔던것이다.김만수평론가는해설에서“이시집을관통하고있는정서는,굳이계절을비유로들자면,추운겨울의분노와상처가전부는아니며오히려완연한봄날의세계에가깝다.”고지적했다.“찬비에젖는서너개/불빛”(「밤차에서」)과같은대목에서시인은‘겨울’에서‘봄날’을읽어내고,‘찬비’의감각을지나흐릿한배경의‘불빛’을탁월하게이끌어낸다.그불빛은“오래묵어낡은사람”(「낡은노트」)처럼그리운존재이면서“저마다의생애로저물어가는/눈덮인길”(「만경강4」)처럼외로운존재이기도하다.그리움과외로움이“참담한살냄새로엉크러졌”(「자주달개비」)던까닭에시인은종종“황홀한슬픔으로넋을잃”(「민들레」)었다.손택수시인은“일년도못가사라지는새로움이들끓는시대에참으로기이하기까지한시집”이라고평가했다.“내가사는이세상을,나는/더이상가늠할수없다”(「어떤봄날」)고시인은고백하고있지만,서로다른감각과정서가어우러지는새로운차원의시세계를우리는이시집에서만날수있을것이다.

이시집을말한다!
“최동현의시는설움을딛고평화와자유와사랑의공동체를그리고있다.그세상에이르기위해고뇌하고몸부림치는검질긴민중의생명력을노래하고있다.그의노래는지나간한시대를관통하여여전히아직도유효한고뇌와희망의기록이다.”
―복효근(시인)

“최동현의시는잃어버린감각과사유를자극하며우리를부끄럽게한다.모두가떠나버린들판과들꽃과자신의나라에서난민으로사는자들을놓지못하고있는시.일년도못가사라지는새로움이들끓는시대에참으로기이하기까지한시집이다.”
―손택수(시인)

“최동현의시집에서는이름모를풀들이무섭게피어오르는봄의시절을거쳐가난한식솔들과이웃들이악착스럽게살아가는여름의모습,그리고모든것이서서히익어가는가을과겨울의모습을순차적으로읽어낼수있다.그러한계절의순환이결국한개인의일생이자우리사회의역사인것이다.”
―김만수(평론가,인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