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쓴맛 (안성덕 시집)

달달한 쓴맛 (안성덕 시집)

$8.00
Description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어둠을 닦아 빛을 만드는 시편들!”
“발랄한 화법으로 우리 삶을 환기시키는 그리움의 시세계!”

『달달한 쓴맛』은 안성덕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안성덕 시인은 일상과 상상의 경계를 차근차근 해체해가는 섬세한 어법으로 시적 깊이를 추구한다. 평론가 박동억이 해설에서 “안성덕 시인은 내밀한 기억을 더듬어 단 하나의 감각에 묶으려 한다”고 짚어냈듯이, 시인은 유년의 시간을 향한 기억의 내밀성에 천착한다. 유년 시절에 대한 역설적 인식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이다. 일상 너머의 세계를 기억이라는 형식으로 소환해내면서 지금의 삶까지 아우르는 동시대적 스펙트럼을 시집 『달달한 쓴맛』에 담아내놓았다.
저자

안성덕

안성덕시인은전라북도정읍에서태어나전주에살고있다.2009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시「입춘」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4년시집『몸붓』을펴냈으며,제5회『작가의눈』작품상과제8회『리토피아』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원광대학교에출강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온종일마른풀내가
말없는소리

박새죽비
징검다리
꽃도둑
괄호치다
달달한쓴맛
알람

핑계
뽈깡

허공의길

2부들보빼내서까래얹고
공친날
발목잡힌사내
미로
장대비를가르는법
너훈아
순대
귀소
치킨게임
호모나이트쿠스
불문율
적막
독작
고래사냥


축제

3부기러기줄지어사람人자쓰듯
꽃잠
담장
빨래터


의자
피서2
섬벅
립스틱바르는여자
붉다
비목동행
사람人자쓰듯
노크
나비
반짝
목어
풀농사
야단법석

4부잘익은감빛전등불은
저녁연기
다람쥐육아법2
신발
유월
조화
장마
발자국2
비린내
소나기
물안개길
바보같은사나이
꽃분홍
토렴
그냥꽃
콧노래흠흠

해설시간의살여울에선왜가리ㆍ박동억

출판사 서평

생의이면,그아리고환한기억들
시집『달달한쓴맛』에서주목해야할지점은기억과현재의근친성이다.안성덕의시에스며있는근친의개념은삶의중심으로부터의미적거리를기준으로한다.육친과가족,그리고시인의삶에다양한무늬와감각을부여하는자연현상이이에해당한다.안성덕시인은엘보디스턴스(elbowdistance),팔꿈치거리의안쪽에해당하는대상을포착하고,그대상과의관계속에서벌어지는감정의다층을예민한감각으로그려낸다.길가에핀구절초를꺾고있는여인을본후,“가을다가도록아삼삼한것이,그꽃도둑내가꺾어온게틀림없습니다”([꽃도둑])라고한것처첨시인은시적대상을순식간에자신의팔꿈치안쪽으로끌어들이는탁월한감각을보여준다.

처마밑이순간환하다

활처럼둥그렇게등줄기를당기던고양이
튕겨나간다
쏜살이다
어둠을쏘던눈빛이
장대비를가른다

당길수록더재고더멀리날아가는법
스스로터득했던거다
살촉처럼꽂히는빗발속으로
말았던제몸뚱이를놓는다

빗발을뚫는저안간힘은
등골깊숙이메워진막막함이다웅크린
제등이다

번개와우레사이
과녁을확인한고양이가시위를박찬다
기다렸다는듯또다시장대쪼개지는소리
우르릉콰쾅!

처마밑,
번개보다빠르게사내가웅크린다뻑뻑
젖은담배를빤다
―[장대비를가르는법]전문

안성덕시의존재들은흔들림과흔들리지않음사이에서“활처럼둥그렇게등줄기를당”긴채언제라도뛰어들거나뛰어나갈준비를하고있다.이와같은정중동의지점을“어둠을쏘던눈빛”으로간파해낸시인의눈썰미는믿을만하다.시[장대비를가르는법]이근친의파장을견딜수있는것은바로그‘눈빛’의형형함때문이고,그눈빛이응시하는“번개와우레사이”에서“등골깊숙이메워진막막함”이비로소“시위를박”차는힘을얻고있기때문이다.응시와박참의긴장은엘보디스턴스가주는매혹이다.팔꿈치에걸리는모든몸들은당겨지거나튕겨나가기위해잔뜩웅크리고있다.그렇기때문에“처마밑”에서“젖은담배를”빨고있는시인의등이“번개보다빠르게”웅크리는것은언제라도삶의경계바깥으로달아나거나혹은안쪽으로스며들기위한준비동작이다.안성덕에게시란삶으로당겨지거나삶너머로튕겨나가는존재들의팽팽한접전인것이다.

이미꽃이된어머니를향한그리움

복사꽃이활짝,
이월매조에꾀꼬리운다더니매화고목에참새도여럿날아들었다

출가삼년,벌써득도라도하셨나세상따윈안중에없다어머니벙근함박꽃에눈길한번안주신다
아자씨는뉘시다우?속가의연깔끔하게정리하신다

기찬조화다
난초지초온갖행초작약목단에장미화죄피어있다창밖엔난분분눈발이흩날리는데

갓난아기로되돌아간걸까틀니빼쓰레기통에버렸더라는어머니,태엽감듯시간맞춰공양하시고무덕무덕애기똥풀꽃활짝피우신다

쑥고개아래연수요양병원315호실저,저꽃바구니십년은더걱정없겠다
―[조화]전문

이시에는꽃의서사가담겨있다.“복사꽃”“매화”“난초지초온갖행초작약목단에장미화”를비롯하여“무덕무덕애기똥풀꽃활짝피우”시는내력이깃들어있다.앞의꽃들이그림꽃에불과하다면“애기똥풀꽃”은“갓난아기로되돌아간”“어머니”가피워낸사람꽃이다.그런의미에서요양병원은많은꽃들이조화를이루고있는“꽃바구니”이다.안성덕은그곳이야말로“속가의연깔끔하게정리”할수있는곳이며,그렇기때문에속세에서먹고살기위해아등바등했던“틀니빼쓰레기통에버”릴수있는곳이라고인식한다.요양병원에서의시간은살아오느라풀리기만했던“태엽”을다시최초의상태로감아돌리는회복과회수의시간이다.이시간은일생을두고직조해온“두고두고그리움이안개처럼피어오를”([물안개길])기억속으로되돌아가는일이기도하다.

꽃잎에나비내리듯
사뿐옮겨앉네
실바람에살포시그녀의치마폭이부풀고
귀밑머리살랑거리네
노글대는햇살에등허리희부윰하네
―[봄]부분

안성덕시인에게그리움은“꽃잎에나비내리듯/사뿐옮겨앉”는일이다.“꽃잎”은기억이라는다른시간의상징이자“그가예리하게찾아낸삶의가치와눈매운아름다움”(박성우)의절정이다.그절정의정점에는“애기똥풀꽃”이있다.시인의그리움이그꽃을향할때“그녀의치마폭이부풀고/귀밑머리살랑거리”는광경이펼쳐진다.이모든일들은시인의팔꿈치안쪽에서일어나는파문이다.그러나“어머니는머릿수건벗어어깨에묻은검불같은어스름을탈탈털”([저녁연기])어버리고그리움의파문으로부터달아나서“쑥고개아래연수요양병원315호실”에들어가계신다.“십년은더걱정없”을“꽃바구니”에서“노글대는햇살에등허리희부윰하”게지내신다.어머니는그자체로이미꽃이되어있으므로그모든그리움을안성덕시인은이렇게말할수밖에없는것이다.“그래너희들말이옳구나옳아,그냥다꽃이다/그냥꽃!”([그냥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