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말이 있다 (신휘 시집)

꽃이라는 말이 있다 (신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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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땅의 숨결이 배어 있는 흙빛 시어들의 향연!”
“삶의 진심을 생활의 언어로 발효시킨 생명의 시편들!”
시는, 삶의 경이로운 순간들을 포착하는 시선
생의 이면에 숨어 있는 생명력의 원천에 대해 천착해온 신휘 시인이 시집 『꽃이라는 말이 있다』를 펴냈다. 신휘 시인은 분꽃, 열무꽃, 무꽃, 맨드라미, 가시연꽃이 자라는 낮은 곳에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왔다. 소, 매미, 호랑거미, 자벌레, 잠자리를 닮은 존재들의 내면세계를 쓰다듬고 위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해 왔다. 흙먼지 날리는 세상살이를 관통하는 삶이란, 가난과 슬픔이 맑게 우러나오는 우물처럼 날마다 깊어진다. 그 가깝고도 먼 땅의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시인은, 삶의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포착해낸 웅숭깊은 시편들을 『꽃이라는 말이 있다』에 담아놓았다.
신휘 시인의 눈에 비친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순간 새롭게 창조된다. 시인은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그 순간의 힘을 진심이라고 믿는다. 시인은 창조적 영감의 불꽃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시란, “저 물 위에, 괜시리 어룽대는 저 물빛”(?사랑은 괜시리 어룽대는 저 물빛 위에?) 같다고 말한다. 시는 불꽃이 아니라 불꽃이 사그라진 자리에 스며드는 잔상이라고 표현한다. 신휘 시인에게 이러한 잔상은 시와 삶의 진심인 것이다.
저자

신휘

신휘시인은1971년경상북도김천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1995년『오늘의문학』신인상에당선되어등단했으며,2014년시집『운주사에가고싶다』를펴냈다.신문기자생활을거쳐현재고향에서포도농사를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꽃첩첩물층층
봄의담장/분꽃/열무꽃도둑/무꽃자주새를날고있는배추흰나비처럼/붉은가계/꽃을훔쳤다/사흘도에가닿다/감자꽃/네지친천개의강물위에는/나비/가시연꽃/사랑은괜시리어룽대는저물빛위에/뻘밭

2부어둠을건너왔다
소/긔/실직/매미/풍문의수위/낙타,하나/낙타,둘/슬픔을엮었다/반달/구멍/슬픈활공/고래의생활난/입관

3부슬픔의본적
숫돌/주걱/기일/삽달/등꽃/호미/화엄에기대어울다/코뚜레/파씨/부레옥잠/고비라는말을밤새읽었다/조롱박

4부나무의언어들
달의망향/말뚝에대하여/소리의내부/부역/옹이/나무/아내의코스모스/월식/나무는늙을수록힘이세다/플라타너스/갈대/별빛/탱자나무

해설ㆍ가난한땅에서맑은슬픔이ㆍ김종광(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는,아름다운흉터로남는상처
희미한것들이야말로유일하게명징하다는역설은시의본성중하나이다.신휘시인의시는그것을구체적으로보여준다.“무꽃자주새를이리저리날고있는배추흰나비”(「무꽃자주새를이리저리날고있는배추흰나비처럼」)의날갯짓에서볼수있듯이,“이리저리”라는무방향성은그자체로또렷한지향성을감추고있다.
시인은공중에보이지않는배추흰나비의자취를“무꽃자주새”에서발견한다.이투명하게어룽대는공중의존재가시어의의미와기표사이에서‘이리저리’유동하는시적파장이된다.이처럼모든흔적은시적파장으로기억된다.기억이“긴생각의거죽을뚫고나온물의멱.그끝에는늘,후회와탄식으로얼룩진꽃송이한점”(「가시연꽃」)같은것이라면,애초에우리의삶이기억하고있는잔상은“얼룩진꽃”으로피어날운명이다.그런까닭에신휘시인에게시쓰기란희미하게빛나는‘얼룩진꽃’의운명을외면하지않는일이다.“뼛속까지스민상처만이/아름다운흉터로남는법”(「옹이」)을시인은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이다.

물때를놓쳐버린고깃배처럼먼생의수평선만하염없이보고서있다가더는출항할뭣도없이지는해에그만발목이잡혀오도가도못하고버려진이곳이바로내생의뻘밭아니면어디겠습니까.
―「뻘밭」전문

위의시에서우리는시인과시의‘아름다운흉터’가서로다르지않다는것을확인할수있다.우리의삶이무언가에사로잡혀“오도가도못하고”살아지는것처럼,시의운명은“먼생의수평선만하염없이보고서있다가”시간의저편으로사라지고만다.그렇게시인은삶과시가겹치는순간의진심을받들줄안다.그러므로신휘시인에게“내생의뻘밭”이란‘내삶과시의진심’인것이다.

시는,몸의기억으로표현하는삶의윤리
진심은살아있는존재에게만허락된인간의윤리이다.문학평론가김종광은이시집의해설에서“인간의삶이란누군가의기억속에서존재하기에결국지나온과거에많이기대고있는셈이다.”라고표현했다.『꽃이라는말이있다』에는기억의한불꽃으로살아있는사람들의서사가빈번하다.이는신휘시인에게내면화되어있는시적윤리가발현된까닭이다.
시인의윤리는어디에서비롯하는것일까ㆍ이시집에서자주발견할수있는‘몸’모티프를통해시인은시적윤리의울림을이야기한다.시적윤리는,우리의기억이머릿속에저장되지않고몸에주름의파동으로남을때마련된다.시인은이렇게마련된몸의기억을통해시와삶의윤리에접근한다.시인이육친이나그에버금가는사람들의삶을심층까지들여다보는것은바로그때문이다.

주걱하나닳아없애는데꼬박사십년이걸렸다는어머니는부엌한켠에신주단지모시듯입이뭉툭한밥주걱하나걸어놓고사셨다.

―목숨이란실로이와같다

모질고찰지기가흡사밥의것과도같거니와,그곡기끊는일또한한가계의조왕을내어다버리는일만큼이나어렵고힘든일이다.

대저쇠로만든주걱하나를다잡아먹고도남는구석이밥에게는있는것이다.
―「주걱」전문

이시에서주걱의일생은스스로의몸을닳아내고남은“뭉툭한”것으로요약된다.그러나시인의윤리는주걱의남은부분이아니라닳아없어진것들을대상으로한다.그것은자연스럽게“어머니”라는존재와,몸과몸이모여들어내력과역사를형성하는“가계”로까지확장해간다.이렇게몸의닳음이삶이될수있는것은닳아없어진“사십년”이라는시간을응시할수있기때문이다.

시는,없는존재를기억해내는서사의방식
신휘시인은희미한잔상으로남은존재하지않는장소를‘몸’으로육화해내는뛰어난시적감각을보여준다.“윽윽,몸안에나머지설움이쌓여마침내풍선처럼그등이부풀어오르다산이되고,산맥이되어높이다시솟구쳐오”(「낙타,하나」)르는것을보면서,시인은‘몸’안에서닳아없어진“설움이쌓여(……)산이되고,산맥이되”는것을본다.이때‘산’과‘산맥’의형상은시「주걱」에서닳아없어진부분과다르지않다.

이대목에서우리는시집『꽃이라는말이있다』에서“있다”는존재방식이사실은없는존재를기억해내는방식이라는것을알수있다.세상에는감각되지않는존재들이있고,증명할수없는서사와윤리가있다.시인은그러한것들을인간적으로기억하는존재이다.그것이신휘시인이실천하고있는“있다”라는윤리의본질이다.그런의미에서,모든있는것들은기억됨으로써비로소존재할수있다.그것이시집『꽃이라는말이있다』가우리에게건네고자하는시적진심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