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게 화창한 오후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

$10.00
Description
“열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노마드적 시세계!”
“활달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사유가 빛나는 시편들!”


일상의 풍경에서 발견하는 삶의 진실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 는 “삶의 우여곡절에서 만나는 미묘한 감정의 틈새를 적확하게 파고드는 시인”으로 불리는 신형식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집 『빈들의 소리』 , 『추억의 노래』 , 『정직한 캐럴 빵집』 등을 통해 일상의 갈피를 섬세하게 묘사해온 신형식 시인은 1988년부터 전북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으며, 현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공학자이자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해 온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시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 서 있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 속에서 삶의 보편적 법칙을 탐색해가는 신형식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인간 윤리의 한 정점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삶의 윤리는 “세상 일 모두가/때와 철이 맞아야”(?봄에게 묻다?)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말하는 시의 윤리는 무겁지 않고 “화창한 오후”의 어느 골목길처럼 차분하다. 삶이라는 골목길에서 시인은 어떤 격정의 한 순간을 목격하지만, 그의 시선과 마음은 어느 쪽으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공학자다운 균형 감각을 발휘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거침없고 맑고 쉽다. 그런 까닭에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 에 수록된 시들을 읽다보면 삶의 진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그늘은 얼마나 쓸쓸한지를 신형식 시인의 시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령 이런 식이다.

무술戊戌년 유월 그믐 밤새 아내와 이삿짐 싸고 잡동사니 쓰레기 버리러 신새벽 인적 끊긴 마을길 걸으니 소싯적 신산한 삶에 지쳐 칠흑 같은 그믐밤 골라 고향땅을 야반도주하던 이웃들이 문득 떠오른다

이곳이 그만큼 정들었을까
다시 올 날 기약할 수 없을 만큼
내 나이 많아진 탓일까
오늘따라 마실길이 유난히 어둡다
― [연구년을 마치며] 전문

연구년을 마친 시인은 “밤새 아내와 이삿짐 싸고” 맞이하는 “신새벽”에 희망과 절망으로 중첩된 어둠과 마주한다. 그 어둠 속에서 시인은 “고향땅을 야반도주하던 이웃들”을 떠올린다. 이제 시인은 정든 곳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그에게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다시 올 날 기약할 수 없”이 “야반도주하던 이웃”들의 경험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오늘따라 마실길이 유난히 어둡다”는 인식을 통해 우리의 삶이 “칠흑 같은 그믐밤”처럼 캄캄한 어둠의 그늘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
이처럼 신형식 시인은 삶의 경계에 놓여 있는 일상의 장면을 잘 포착해낸다. 그것은 시인이 쓸쓸함의 그늘에서 몸부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해왔기 때문이다. 찬란한 불꽃은 캄캄한 어둠을 배경으로 할 때 가장 빛이 나듯, 시인은 신산했던 기억을 원초적 경험으로 삼음으로써 가슴 서늘한 아름다움을 시로 잉태해낸다. 또한 “삶처럼 굽이진 골목/애간장 타는 터널을 지나/종잇장처럼 구겨진 채/……//참 쓸쓸하게 화창한 가트의 오후”(?머니꺼르니까 가트?)에서처럼 기억에 가라앉아 있는 “소싯적 신산한 삶”을 재현해낸다. 그리하여 시인은 ‘쓸쓸하게 화창한’ 모순과 균형의 어법으로 서늘하게 기억되는 삶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

신형식

시인은전북순창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공대화학공학과를졸업하고1984년미국코넬대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원자력연구원을거쳐1988년부터전북대학교화학공학부교수로재직하고있다.미국MIT와UC버클리에서각각연구교수와방문교수를지냈고,한국연구재단기초연구본부단장을맡은바있다.2019년부터대학을휴직하고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으로일하고있다.한국공학한림원회원이며세계3대인명사전으로꼽히는미국‘마르퀴즈후즈후(MarquisWho’sWhointheWorld)’,영국케임브리지국제인명센터(IBC),미국인명정보기관(ABI)에모두등재되어있다.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전북민예총회장을역임했고,저서로시집『빈들의소리』,『추억의노래』,『정직한캐럴빵집』,산문집『무공해가힘이다』외전공관련편저서다수가있다.

목차

1부세상의온갖소리
이팝나무/봄에게묻다/폭리/E=mc²/손톱달/장대높이뛰기/MT/골프퍼팅처럼/소리/은행잎편지/는개/비오는카페/기차를노래하다

2부묘향산소풍
매미/남과북/북한방문기/백두밀영에서/청천강/묘향산가는길/민족작가대회후기/백두산등정기/지리산칼바람/상항에서/연구년을마치며/마지막잔소리/시같은하루/내가쓰는시

3부초롱초롱빛나는밤
쓸쓸하게화창한오후/너는누구냐/빠라과조호세/빠라과이천사파티/행복한노부부/시시콜콜비망록/천하장사/사십년고질/와라느씨행릭샤/머니꺼르니까가트/카르마/카트만두/피에르롯티차이에비

4부빙하의한숨
집시여인/설국기행/안달루시아/신들의전쟁/코렐리의터키/맞추픽추/비라코차/와카티푸/뮬러/테아나우/록키산맥/셀주크투르크/밴프에서재스퍼까지/어둠사르는등불이여

해설숭고를향한시적에피파니?문신(시인,우석대교수)

출판사 서평

시인은세상을향해열려있는존재
『쓸쓸하게화창한오후』에서신형식시인은우리의일상을미시사로부터거시사로,그리고세계사적으로확산해가는방식을제시한다.그의시는“어머니!저윤확이에요/―응,그려아들,딸꾹//잘주무셨어요?/―그려니덕분에잘잤제/암껏도걱정말어라”(?폭리?)같은가족서사로부터,“요즘대학MT마다단골메뉴로등장하는나이트클럽순례는참말로황당하이.”(?MT?)같은직장생활의세목들을거쳐,“청천강에는물고기가뛰고/검열없이입북한백로가/날개를접는안주벌판에/석양이유난히곱게물든다”(?묘향산가는길?)처럼역사적인지점까지시야를확장한다.그뿐인가?“세비야대성당나오는길/아이안고구걸하는집시여인/우연히눈마주쳐/동전찾아주머니뒤적였네”(?집시여인?),“안데스험산을유영하는잉카의삶/지상에서출렁이는우리네삶/한하늘아래어우러지고있었다”(?마추픽추?)처럼유럽과남북미대륙을거침없이활보한다.이러한시적노마드는신형식시인이갇힌존재가아니라세계를향해열려있는존재라는것을말해준다.열린시인에게시는세계그자체이며,세계는곧시인자신이된다.다음과같은시에는신형식시인의열린사유가잘나타나있다.

세상살이알만큼산사람은
인도에가볼일이다
모든목숨이똑같이대접받는곳
짓밟혀도신의축복으로받아들이며
모두가더불어행복한곳
세상모든업보와의만남
과거와현재가들끓는도가니
팔억사천의신과십일억의인간이
어깨동무하고동행하는곳
살아움직이는것들의삐꺽댐과
온갖냄새가벌이는축제
그때,거짓말처럼
패랭이꽃위에내려앉는먼지의미소
―?와라느씨행릭샤?전문

이시는신형식시인의삶과사유에대한균형감각이얼마나탁월한지를보여준다.그는“모든목숨이똑같이대접받는”일에눈길을주는한편“모두가더불어행복”할수있도록“팔억사천의신과십일억의인간이/어깨동무하고동행”하기를바란다.이렇게균형잡힌세계의삶을시인은“축제”의형식으로바라본다.그리하여축제와더불어살아가는모든존재의아름다움을“패랭이꽃위에내려앉는먼지의미소”라는구절에압축적으로담아놓는다.

삶과세계의중심점을찾아가는시쓰기
시집『쓸쓸하게화창한오후』에는사람과사람사이에,신과사람사이에,그리고존재와존재사이에편벽됨이없는시적사유가담겨있다.신형식시인이‘쓸쓸함’과‘화창함’을나란하게놓을수있는것은그의균형자적삶과깊은관련이있다.
저명한화학자이자문인으로서의신형식시인에게시를쓰는일은삶과세계의중심점찾기에다름아니다.그의중심점찾기는단순히역사와시대의균형점에그치지않는다.그에게중심점혹은균형감각은,보다나은세계로나아가는질적도약과그것을추동하는역동성이다.여름한낮,목놓아우는매미에게서“자지러지는숭고함”(?매미?)을읽어내는통찰력이그러한사실을뒷받침한다.이처럼신형식시집『쓸쓸하게화창한오후』에실린시편들은쓸쓸함과화창함이균형을이루는우리삶의가장역동적인모습을담아내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