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도둑 (천세진 시집)

풍경도둑 (천세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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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없이 쓸쓸하고 아련한 생의 토막 서사!”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소환하는 사유의 언어!”
『풍경도둑』은 시인이자 문화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천세진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삶의 풍경 속에서 포착해낸 52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심연을 해부하는가 하면,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 삶의 배경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천세진 시인의 작품은 “자유, 사랑, 삶…… 그 모든, 혹은 아직 이름 없는 풍경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발자국”(해설 중에서)이면서 “한없이 쓸쓸하고 아련한 생의 한 토막”(표사 중에서)으로 읽힌다. 시인은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시간의 불을 밝힐 수 없다.”(「대장간의 눈동자」)는 각오로 긴박한 삶의 현장을 서사적으로 접근한다. 그럼에도 시인의 작품 세계는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풍경도둑』에 수록된 시편들이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산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천세진

시인은충북보은에서태어났다.고려대영문학과와한국방송대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과를졸업했으며시집『순간의젤리』와문화비평서『어제를표절했다』를펴냈다.광주가톨릭평화방송에서「천세진시인의인문학산책」과「시인과사회」를,광주MBC에서「천세진의별난인문학」을진행했고일간지에영화,시,인문학칼럼을발표하며문화비평가로도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풍경의비밀
오목한자리마다/신천옹씨의숙박계/저여린것들이/도토리이명증/도깨비바늘/이름의정거장이었으나/까막눈의문장/어느어스름/소리의몸/사슴벌레산책길/그리멀리가지못했다네/어느오후/볕안드는곳

2부시간의비밀
누군가를세는저녁/골동품이되는시간/한때저녁이있었다/부식/하룻밤만더기다리지/늙은버드나무가사는강/대장간의눈동자/벽시계를훔쳐본일/서랍닦는사내/바람이환부를지날때/마음이라부른/낡은것들에대하여/두려움도자라더군

3부이슬의비밀
이슬의비밀/검은색은무겁다/버섯같은사내/발자국에손을대요/지도만드는사람/타투/매듭묶는여자/어떤점괘도흘러나오지않는/무엇을놓쳤을까/깊은뿌리를내리는중/길을막지않는다면/조각도를들고/기차는도착했는데

4부좀머씨의비밀
좀머씨의기울기/갈매기조나단/비비안마이어/아테슈카데사원의불씨/별이빛나는밤/흡혈의밤/제3의사나이/자가나트/고독계의페렐만씨/까마귀가나는밀밭/어느밈공화국주민의일기-산티아고/립밴윙클-어제의사내/모모의이야기는시작되었다

해설풍경의발자국에손을대다|임소락???

출판사 서평

삶은직선이아니라순환!
『풍경도둑』은다채의사유와입체의감각을갖추고있는시집이다.시인은사물과의일체감을추구한다.타자를향한마음의기울기가“세계의기울기”(「좀머씨의기울기」)라고생각한다.바람이나이슬같은자연현상은물론이고대장장이와지도제작자같은타자속으로도자신을밀어넣는다.“간밤,그대가슴에서자라난고드름몇개를따서돌아와밤새품에안아녹였다”(「볕안드는곳」),“창안에사는사람의생이앞으로갔다가뒤로물러서는것이보였다”(「벽시계를훔쳐본일」),“나도석양에게답했다,몸속에수십개의저녁이있었는데,그중몇이그대에게로날아가이야기를털어놓았을거라고.”(「한때저녁이있었다」),이처럼시인은다양한방식으로타자와소통한다.
시인은“반가운이가내릴줄알았는데슬픔들이,기억들이왈칵쏟아져내”(「기차는도착했는데」)리는순간의이야기들을시로표현해낸다.무명사진가‘비비안마이어’,화가‘빈센트반고흐’,은둔한천재수학자‘페렐만’의생애속으로시간여행을떠나기도한다.기억속의시간을다시살아냄으로써삶은직선이아니라순환이며회귀라는사실을깨닫게해준다.삶의기억을고독하지않게해주는것,그것이시인의사명이라는것을지나간“풍경의증인”(「까마귀가나는밀밭」)이되어알려주고있다.

모감주노란꽃잎들에흥건히배어있던풍경들이단내풍기며익어가고있다는소식을듣고만찬에늦을까봐서둘러달려갔는데,만찬장이멀리보이는곳에이르자빗방울이떨어지기시작했다.

이방의강과호수에서두둥실떠오른풍경들이산맥몇개를넘는사이에차가운물방울이되어떨어질줄알았는데,문장이되지못한단어들이여름날우박처럼쏟아지기시작했다.

어찌나세차게내리는지,깨진장독뚜껑,썩은나무둥치,길고양이밥그릇,녹슨자전거안장,기울어진간판모서리……오목한자리마다금세웅덩이가생겼다.

웅덩이마다문장이하나씩생겼다.
빗방울떨어질때마다문장이출렁거렸다.
-「오목한자리마다」전문

인간의마음에는오목한자리가있다.세상의모든풍경들은이오목한곳에고여하나의기억이된다.풍경의기억이출렁거려소란해질때시인의마음도소란해진다.소란의목소리들은한편의시가되었다.“문장이되지못한단어들이여름날우박처럼쏟아”져“오목한자리마다금세웅덩이가생”기고,“오랫동안덜컹거리며굴러온생이,풍경의정거장이”(「이름의정거장이었으나」)되었다.시인은풍경의정거장에서새로운세상을향해출발한다.

고독이라는이름의기억!
“오래걸어도착한곳은어느강가였어.”(「늙은버드나무가사는강」)와같은구절은독자를설레게한다.시인이들려줄미지의이야기에대한기대로부풀게한다.시인은“바닥에남은커피앙금을보고남은생의방향을점”(「어떤점괘도흘러나오지않는」)치면서마음한가운데오목하게고여있는풍경의기억을들려준다.
이러한대목에서문화비평가로서의시인의감각은빛을발한다.망각의세계로폐기처분되어있는우리의경험을되살려내고,그중에서이야기되고전수되어야할요소들을적확하게짚어낸다.시인과성장기를함께했던지난세기의문화코드에대한향수를바탕으로흑백시대의감성을컬러로재현하기도한다.“어제의사내가향기를맡았다.어제의꽃에서어제의향기가흘렀다.”(「립밴윙클-어제의사내」)고과거를호출하면서그속에“숨긴풍경은,누구의생이라고이름붙여야할까.”(「비비안마이어」)라고묻는다.이렇게함으로써시인은어제의고독한기억을오늘의삶으로재생해내는것이다.

자고나면육지에서한뼘더멀어져있는무인도같은사내를알고있는데,그의고독은고대귀족의긴옷자락같아서그림자를가리고도남을정도였다.

고독의옷자락이슬쩍들린찰나가있었는데,들린틈으로그의고독을스치듯볼수있었다.

버섯이자라고있었는데,기이하게도나이테가선명하여오래묵은버섯임을알았다.버섯이저만큼이나묵으려면,사막에내리는비처럼찾아드는생의습기들마저단호하게튕겨낼단단한외피가필요했으리라.

기화하지않고깊이스며드는생의습기를뿌리를통해빨아들이는일에대해서도처절하게인색해야만저같은나이테를지닐수있으리라.

오늘밤처럼마른달이뜨는날이면어디선가몸피버는소리가들린다.오늘밤에도버섯의나이테가,고독의동심원이하나더늘어나고있으리라.
-「버섯같은사내」전문

“고독은고대귀족의긴옷자락”같다는통찰은시대의한계를넘어선다.누구나고독한존재라는것,그고독이“생의습기들”을“처절하게”외면해야하는고귀한운명이라는것을알려준다.시는“고흐의고독이그려졌고,렘브란트의,뭉크의고독이그려졌지만”끝내그려내지못한시대의자화상이기도하다.
천세진시인의시집『풍경도둑』을읽다보면마음속에“고독의동심원”이오목하게만들어진다.그럴때우리는“떠나기만하고돌아오지는않는자신을기다리는일이고독이라는”(「고독계의페렐만씨」)사실을깨닫게된다.시인은그모든고독한존재들이세상의풍경이라고고백한다.그리하여마침내“내내풍경에갇혀있었고,/풍경이품었던고질(痼疾)을유전자”(「시인의말」)로지닌언어의세계로우리를이끄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