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 (김윤환 시집)

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 (김윤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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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사소한 순간들을 통찰하는 생명의 시집!”
“역사의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순례자의 문학!
저자

김윤환

김윤환시인은1963년경북안동에서태어났다.1989년『실천문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그릇에대한기억』『까띠뿌난에서만난예수』『이름의풍장』,논저『박목월시나타난모성하나님』『한국현대시의종교적상상력』등을펴냈다.

목차

1부벽화
오체투지各論/벽화/유리병이아니었다면/칼집/밥숨/문안편지/무우/구름너머그대/발인/무저갱블루스/이슬의시간/절정/노을에수선화를피우다

2부판도라
융능에서/판도라/투명한그물/검은외투를입은나방처럼/이석증/오탈자시대/탄착점/늦봄의문/수세미오이꽃/시인의나라/몽니/기생이선생이되어/정순할매

3부뼈에도꽃이피는
그리운봉자씨/점걸이/공책의전설/인어왕자/구름꽃집/태화동미화미용실/뼈에도꽃이피는/여독/부산가는길/늙은우물/황우/그믐달/여행주의보

4부맨끝에도착한발
알맹이의자서전/맨끝에도착한발/느보산에핀지팡이꽃/갱생의뿌리/주일서정/몽학도/아버지의빈방/이름표의시간외근무/위험한의식/갇힌수도자/나도가을의기도를드릴수있을까/하산/답습

해설저아픈순례자의길ㆍ오민석

출판사 서평

세상의밑자리를점검하는사유의시편들!
“삶에대한사유를통찰력있게그려낸다.”는평을받는김윤환시인이네번째시집『내가누군가를지우는동안』을펴냈다.1989년『실천문학』으로등단해서시집『그릇에대한기억』『까띠뿌난에서만난예수』『이름의풍장』등을상재한시인은이번시집에서한층내밀해진언어의세계를펼쳐보인다.시인의사유는“내가누군가를지우는동안//누군가는나를그리며살았겠구나”(「이슬의시간」)처럼‘나’를통해‘누군가’를발견하고,그런‘누군가’의내면에놓인자신을향한다.시인이‘나’와‘누군가’의마주봄을시적방법으로삼게된이유는우리삶의사소한순간들이야말로거대한역사를형성하는단초라고생각하기때문이다.
김윤환시인에게인간은부정할수없는역사의주체이다.때문에시인의시선은인간삶의밑자리를좇는다.시집해설에서오민석평론가가“궁핍의하부”라고이야기한곳이바로삶의밑자리이다.그곳은“시간의정점을지나/여백이끝나는어느지점”(「점걸이」)이다.그곳에서“엄마는콜센터에서아빠는물류센터에서아이는피씨방에서할머니는요양원에서할아버지는복지센터에서”(「투명한그물」)“지구밖으로자신을던지는일”(「오체투지각론」)을한다.이렇게자신을극한으로밀고가는사람들을김윤환시인은주의깊게살핀다.

아침을거르고
점심을건너뛰고
저녁에는그냥잤다는
그녀에게
먹고사는것이
죄가될리있겠냐만
일때문에밥을거르는일이나
밥때문에숨을거르는일은
자기에게죄를짓는일
이라고말하고는
나도식은밥한숟가락을뜬다
찬밥이목구멍에넘어갈무렵
묵은한숨이가슴에얹혔고
마음속에는
긴괘종소리가울렸다
밥과숨을함께쉬는
일없는하오下午를
나도그리워했다
-「밥숨」전문

“일때문에밥을거르는일이나/밥때문에숨을거르는일은/자기에게죄를짓는일”이라는통찰의이면에서시인은하나의생명으로태어난이상살아가기위해최선을다해야한다는존재론적의무를발견한다.시인이자신의시에서소환하고있는역사적주체는그러한의무를충실하게따르는사람들이다.그러므로“밥을거르”고“숨을거르는일”은돌이킬수없는죄이다.각자가삶의밑자리에서죄를짓지않고살아간다면“절망의끝자리에서만만날수있는//천사의월경”(「그믐달」)같은순간에도달할거라고시인은생각한다.

아픔의발등을어루만지는리얼리스트!
“김윤환시인은리얼리스트이다.그러나그가여타의리얼리스트들과구분되는것은그의시선이개인과사회적현실에멈추어있지않고신의존재를향해있다는것이다.이런점에서그의스펙트럼은잠재성의극단까지가있다.그는개인의고통이나사회적아픔을삭제한초월의세계를노래하지않는다.그에게있어서신은희미하고공허한형이상학의신이아니다.그에게신은초월적존재이면서동시에‘지금,이곳’에내려와아픔의발등들을어루만지는존재이다.”
-오민석,「저아픈순례자의길」에서

리얼리스트가현실에발을디딘자라면,김윤환시인은“사랑해야할자를사라지라고받아쓰고/사과해야할자를사랑하라고받아쓰”(「오탈자시대」)는지향적존재로서의리얼리스트이다.그의시에서는현실에발을딛고서있는자가아니라,시인이딛고선발등위로가만히내려앉는현실의모습이자주목격된다.그러므로그에게“발을씻는다는것은/껍질을벗겨낸다는것/발등에떨어진하늘을건진다는것”(「위험한의식」)과같다.그럴때현실은초월적신의모습이된다.이렇게김윤환시인은삶의밑자리에서“무덤을비추는빛”(「늦봄의문」)과같은“낮은것의기도//질긴것의기도”(「나도가을의기도를드릴수있을까」)로서의시를쓴다.그렇다면시인의기도에는어떤말들이담겨있을까?

껍데기만꼬깃꼬깃뭉쳐둔가시덤불

신의미소와사람의눈을지키려둥근막을치고

안으로만감아온말들

나는캄캄한알속에갇힌껍질이었네

뼈를드러낸가장얇은몸

더믿거나덜믿거나

이미지나친길위에구르고있는

껍질없는알,흩어져밟히고있는

깨어나지않는알맹이였네
-「알맹이의자서전」전문

김윤환시인이올리는기도의밑자리를구성하고있는인식은“지상에사람다움이란/어둠을향해뿌리를내리는것”이다.그곳에서시인의기도는“무저갱의흰바닥”(「무저갱블루스」)에닿는다.이존재론적하부에서시인은“신의미소와사람의눈을지키려둥근막을치”면서스스로“깨어나지않는알맹이”가되고자한다.시인은이알맹이를“찢으니몹쓸시가나왔네//몹쓸시를찢으니내가나왔네//시를찢는내가나왔네”(「판도라」)처럼변증법적도약을시도한다.이지점에서김윤환시인의시적지향이드러난다.그는“오뉴월에도서리를피우는시인/엄동에도벚꽃을피우는시인”(「시인의나라」)이되고자하는것이다.

쓸쓸한수도자여,그리움의망명자여!
시집『내가누군가를지우는동안』을읽다보면“검은원을그리며/내가슴에붙어있는/그날그탄착점”(「탄착점」)을찾아“입국심사대를지나는/망명자”(「여행주의보」)를만나게된다.김윤환시인은“더이상이룰것이없는/꽃봉오리에앉은나비처럼/더이상기다릴것이없는가벼운시간”(「맨끝에도착한발」)위에서있다.그가딛고선시간을우리는인간삶의역사라고부를수있을것이다.
김윤환시인은쓸쓸한수도자처럼,혹은그리움을품고있는망명자처럼우리의삶을역사의한복판으로끌어들인다.그런다음역사의복판을찢고“골수대신눈물이고이고//골반에피어난하얀꽃”(「뼈에도꽃이피는」)같은시를밀어올린다.그리하여시인은역사의밑자리에뿌리를내린채“자신보다더사랑하는조국을위해기도하며노래하는/쓸쓸한수도자”(「갇힌수도자」)의길을걷는다.김윤환시인이“나의시는칼집을빠져나와/알몸의바람으로훨훨사라져갔다//칼의집만남긴채//빈집에혈흔만남긴채”(「칼집」)라고한이유가바로여기에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