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에 관한 기록 (천병석 시집)

양들에 관한 기록 (천병석 시집)

$10.00
Description
“열정과 냉정의 시간 속에서 숙성된 청년의 언어!”
“부조리한 세계 한가운데 자유롭게 존재하는 시편들!
우물처럼 깊은 내공이 담긴 시집!
『양들에 관한 기록』은 「시와 해방」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천병석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40여 년 만에 첫 시집을 낸 소감을 “아무 데도 가 닿지 못한 초조함과 당혹스러움”(「시인의 말」)의 시간이라고 시인은 표현한다. 그런 시간을 거쳐 탄생한 『양들에 관한 기록』에는 깊은 내공과 숙련의 시편들이 담겨 있다. “제 뜨거움 못 이겨 / 골백번 더 창공을 열었다 닫았다 / 머리칼까지 풀어헤친”(「절경」) 시인의 모습이 깃들어 있다.
이하석 시인은 “언어가 여전히 굳굳하면서 민감한, 청년의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천병석의 시세계를 상찬한다. 그의 시는 펄펄 끓는 가마솥에 한 바가지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열정과 냉정을 오간다. “마른 흙은 물이 되어 끓어오르고”(「혜성이 모두 친절하진 않다 1」) “참다못한 장미꽃은 물의 고막을 찢어, 소리”(「낙타의 꿈」)치는 뜨거운 풍경의 저편에 “둥글고 매끈한 어린 돌들은 추위로 곱은 손을 호호 불어”(「겨울, 운문 계곡)대고 “내버려두어도 저 홀로 불꽃 일으켜 온산 태워버릴 듯한”(「산골 시인의 겨울 여행」) 혹한의 계절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물처럼 깊어진 시간 안으로”(「비 오는 날의 수묵화」)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

천병석

천병석시인은계명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시와해방」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계간『사람의문학』과『사이펀』등에시를발표했고한국말의기원을밝힌『영어한국어언어전쟁』을펴냈다.『양들에관한기록』은그의첫시집이다.

목차

1부낙타의꿈
절경/사막과바다/공중의어떤입구/바다,나무,바람의친화/혜성이모두친절하진않다1/혜성이모두친절하진않다2/낙타의꿈/물아래화의순간/양들에관한기록1/양들에관한기록2

2부소리,산해진미
산골시인의겨울여행/늙은방물장수처럼시간이/겨울산을지키다/‘풍경’찻집의풍경/겨울,운문계곡/산촌,나의죄/운문댐,겨울풍경/소리,산해진미/유채꽃피는세상

3부푸른점위의집
푸른점위의집/꽃이아름다울땐/십자문양,십자가/뜨거운풀밭에서/부부론/비오는날의수묵화/숲,지상에서하늘로/꽃들,폭포에피다/도망치는미이라

4부고분을보는방법
사막은고요하고별을빛나며/고분을보는방법/칼은/품성론/목욕탕의법도/다수,몰지각한/쓰레기들은바다로/우연을가장한/태양의행방
해설:긍정과생성을지향하는화의시학ㆍ구모룡

출판사 서평

윤리를상실한시대와시인의숙명!
천병석시인은그간의시간속에서죄의식을간직해왔다.좀더세밀하게말하면역사적원죄의식혹은부채의식이라고할수있다.지켜야할가치와윤리를상실해버린시대에시인이지녀야할숙명같은것이기도하다.

울음은참으라고배우고가르친우리들은
저녁밥을지으러다시마을로돌아온다
아궁이안에타는연기를마시며
어떤이는서울로가돌아오지않는아들을생각하며
어떤이는이국의전쟁에나간아들을생각한다
어떤이는어릴적구워먹은감자를생각하고죄스럽다
죄를털고일어나고싶지만
연기에잠긴마을처럼실행은늘어렵다
상념이온몸안을채워쿨럭이는밤
들녘너머숲은음모론자처럼어둡고
둥지로돌아온새들이알을낳을때까지
나는기다린다
상념의힘으로내가새가될때까지
새들도나무도뜬눈으로나를
기다린다
-「산촌,나의죄」부분

천병석시인에게“죄”의근원은삶자체이다.지나간시절과사람을생각하는일이죄가된다면,그러한“상념의힘으로내가새가될때까지”기다리는일은죄로부터자유롭게비상하겠다는의지이다.그리하여시인은“바다만큼넓은숲온밤내내돌아다녀보았으면”(「늙은방물장수처럼시간이」)좋겠다고한다.그러나시인은‘죄’의언저리를벗어나지못한다.시인에게는지켜야할윤리와삶의질서가견고하게자리하고있기때문이다.그에게“세계의진실성따윈/공기만잔뜩불어넣은과자같은것”(「유채꽃피는세상」)에불과한것이다.
천병석시인이간직하고있는세계는“가로획과세로획/이두지고한선이만나는곳”(「십자문양,십자가」)이다.구모룡평론가는천병석의시세계에대해“일견묵시록적이미지를통하여현실에대한회의와문명에대한환멸을드러내기도하지만,곧기저에흐르는화해의갈망이가열함을알게”(「해설」)해준다고평가한다.결국시인에게‘지고한선’의세계는‘화해의갈망’으로가득한세계이고,그러한세계는파괴적인도시문명과거리가있는세계이다.
천병석시인은“다수몰지각한사람들이퍼뜨린독이/……/도시전체를휘감아물들여왔”(「다수,몰지각한」)을세계,“달빛아래검은기름과폐수가범람하는곳”(「쓰레기들은바다로」),“우연을가장한맨홀과싱크홀이내가족과삶들을송두리째빨아들이”(「우연을가장한」)는세계를정면으로비판한다.그리고그대안으로“명백한어떤화(和)의순간”(「물아래화의순간」)을제시한다.이때‘명백한화’의세계는전통적삶의공동체이자건강한생태적공동체와다르지않다.

해방의시와시의해방을꿈꾸며!

노루다녀간발자국
토끼가먹고간열매가붉은지푸른지
모른척해주는것이풍경카페앞작은연못의불문율
하늘의구름또한
온다간다말없이다녀가도
어디로가는지묻지않는다

이거라도덮으렴,하고
연못가단풍잎몇물위에내릴때
철새들은다시날아오르고
평온과휴식을얻은물들도다시길을나선다

어디로가니,하고묻지않는것이
아마도
카페앞작은연못의도리일것이다
물은물이기에흐르고
새는새이기에날아갈것이다
-「‘풍경’찻집의풍경」부분

“생의한갑자를돌며마침내첫시집”(이원규시인)을낸천병석시인에게세계는도리없이부조리하게보인다.그가“작은연못의불문율”과“작은연못의도리”를묻는것은부조리한세계에서인간존재의의미를탐색하기위해서다.“물은물이기에”“새는새이기에”물처럼흐르고새처럼날아가게해주는것이부조리한세계에서인간에게주어진도리이자시인의숙명이다.그래서그는부조리자체마저도자유롭게존재해야한다고말한다.
천병석시인은“사막은/고요하고//별은/거기/활처럼빛나며”(「사막은고요하고별은빛나며」)“이산이단풍으로물들면/저산이단풍으로물”(「품성론」)드는자연의생태에눈길을준다.자연은그자체로자유로운생태를지향하기때문이다.그럼으로써그의시는‘산촌’이라는자기충족의세계를구축한다.‘산촌’에서그의시선은여전히‘제대로된세상’(이하석)을향해있고,‘해방의시와시의해방이어울려한바탕춤을추기’를꿈꾸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