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팝을 주세요 (김늘 시집)

롤리팝을 주세요 (김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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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맑고 따뜻해서 차라리 서러운 고백의 화법!”
“우연한 순간에 붕괴되는 삶의 간절한 모습들!”
격정의 순간을 포착해낸 고해의 언어!

『롤리팝을 주세요』는 2017년 『애지』로 등단한 김늘 시인이 첫 시집이다. 독특한 시적 화풍을 전개해온 시인답게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감이 도저하다. 그 긴장은 “빛이 지나간 자리”(「먼지의 바깥」)처럼 감각의 착란을 이끌고, 덧칠해진 채색처럼 비밀의 세계를 안쪽에 감추고 있다. 그 긴장과 착란의 배경에는 “한때 나는 목을 매러 이 숲을 들락거렸지만 한 수 위 편백의 기다란 술렁거림에 목을 얹고 울다 돌아오곤 했다”(「울울한 날들」)는 고백이 자리한다.
김늘 시인의 시는 듣기에 가까운 독법으로 읽어야 한다. 그는 “물기 많은 고백은 환청처럼 귓가를 떠나지 않았어요”(「눈많은그늘나비」), “마지막 고백을 가만 쥐어보는 / 텅 빈 호주머니”(「때때로 나는」), “그는 정원의 장미와 새벽의 어부들에게 고백합니다”(「반어법의 실패」)와 같이 ‘고백’의 화법을 즐긴다. 그럴 때 그의 ‘고백’은 “가슴에서 퍼 올린 밀어가 폭군의 말”(「반어법의 실패」)과 다르지 않다. 김늘 시인은 격정의 순간을 언어로 포착해내기 위해 “모르는 곳을 향한 상상으로 / 저문 날이면 강바람을 거스르며 / 마을 끝의 어둑한 다리를 홀로 건너보는 일”(「시인의 말」)에 몰두해 왔다.
저자

김늘

김늘시인은전남곡성에서태어났다.청주교육대학교및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미술교육과를졸업했으며2017년『애지』로등단했다.

목차

1부모눈종이처럼꽃마리처럼
꽃장수/달은가장오래된텔레비전/쾌락의중추/그녀는긴혀를가졌어요/Nobody/봉지/반어법의실패/울울한날들/먼지의바깥/목련/느티그늘아래/tl
2부해를굴리는지평선
물끄러미/눈많은그늘나비/늪의마음/나를잠들게하는이/깃털처럼무거운/흉터/해빙기의환/새우눈이랍니다/모기/본명/너무큰가방을든/특별히허락된목격자/불면/나를찾아줘
3부하염없이피어난다
덜된콩/도레미파,파,파/가장/몽유/그아이/몽유2/Blind/Blind2/사월의눈/동백결사/둥근맛/자귀나무꽃피어나는집/인어공주/거북아,거북아!
4부몽상과푸른새벽을건너
SnowandSmoke/LaPaz/때때로나는/홋카이도/Moonlight/Whereareyoufrom?/야간열차/밀고자/UFO를보았다/어둠이찾아오면/그림자를낳은사내/사팔눈소녀/여행가/엽서/라플란드가는길
해설ㆍ반듯하고작고아름다운시의모듈김정배

출판사 서평

나는마녀가얼려버린땅으로돌아가기위해
육중한옷장손잡이에손을얹고
하나,둘,셋심호흡하는소녀가되어
당신몸에숨어있는흔적들에손을얹어요
아직여물지않아복숭아꽃빛이거나
오래되어무심하게도톰한그것은
닫힌문이달고있는초인종처럼반짝여요
구슬놀이에열중하다,
서툰자전거를타다가,
아슬한붉은감을따러나무를오르다
우리가잠시피하지못한불운한우연들
사막의별처럼깊고
날카로운가시를매단덩굴처럼
저혼자뻗어가기도하는그것은
아마도당신이야기의타래를풀어줄첫단추
그리고사실은
당신과내가악수하며
같은혈족임을확인해도좋을분명한표식
나는하나,둘,셋!
미지의표식을가만누르며
꽁꽁언겨울숲에한발을내딛어요
-「흉터」전문

‘흉터’는세상의폭력에맞선명백한증거이자자랑스러운기억이다.그러므로같은흉터를지녔다는것은“같은혈족임을확인해도좋을분명한표식”과같다.김늘시인은“당신몸에숨어있는흔적들에손을얹”고그표식을확인하고자한다.이러한흉터의지형학은“우리가잠시피하지못한불운한우연들”이아닐까?그가“시로잉태되지못하고가까스로태어나/멀뚱히앉아있는/깨어진밤의tl”(「tl」)라고했을때“tl”는불운한순간에우연히변환된“시”의모습이다.컴퓨터자판의한글자모의결합이영문으로교체되는우연은어쩌면“미지의표식을가만누르”는행위인지도모른다.김늘시인은그우연의순간에“붕괴를//조/심/할/때/야/!”(「해빙기의환」)라고경고한다.이때그가경고하는것은“내몸에깃들어온영혼”(「그아이」)이다.

가명과허명을거부하는단호한시세계!
김늘시인은“일반적인인지과정에서생성되는지식과정보를단순하게답습한다기보다는,자기만의독특한모듈(module)을유기적으로활용함으로써시에서얻을수있는최대한의복선을활용”(김정배,「해설」)한다.그리고“얼굴을덮어오는눈에저항하듯/몸을가둔제복에저항하듯”(「SnowandSmoke」)우연의순간에맞선다.유강희시인은“현실의제도와규범이만든가명과허명을단호히거부한다.그럼으로써자신의시적출정의명분을삼는다.”고김늘시인의시세계를평한다.

그래서
혁명은실패했다
다락방의촛불아래서너울대는그림자처럼흔들리던
그자의눈동자를낚아챘어야했다
손끝을깨물어쓰는혈서에
장미꽃물을묻힌자를
동지의죽음곁에서
현을뜯는노래를얹은자를
한밤의비밀을졸음에내어준그자를
일찍이눈폭풍속에내던졌어야했다
-「밀고자」부분

실패한혁명의결과가‘흉터’로남는다는것은분명하다.실패한혁명가는아물어가는흉터를만지작거리면서실패의이유를복기한다.이때떠오르는것들이야말로진정한혁명의대상들이아닐까?“혈서”와“죽음”과“비밀”이“장미꽃물”로“현을뜯는노래”로“졸음”으로전환된것은우연의순간에찾아온존재의비밀이다.‘시’가‘tl’가되듯‘혁명’은‘실패’를우연한비밀로간직한다.
김늘시인의시에서실패한혁명의징후이자증상인흉터를자주발견하게되는것은그의시가감각착란의순간을그려내기때문이다.그는“성벽처럼높다랗게쌓인눈더미가정오의햇빛을받을때”,“부서진조각들이눈을찔러눈물이되려할때”(「Moonlight」)“낯선햇살에눈을찡그리기전아직/지친마음이기댈쪽잠”(「야간열차」)으로침잠해버린다.그곳은이미빛이지나가버려서“별빛도닿지않는숲의저그늘안쪽”(「동백결사」)의세계이다.빛과그늘의시차에서발생하는감각의착란“맑고따뜻해서서러운감촉”(「목련」)이다.
그런점에서김늘시인의시집배치는의도적이다.첫시「꽃장수」에서“우람한줄기가만드는그늘”로시작했다면,마지막시「라플란드가는길」에서는“아른대며번지는오로라의춤”을보여준다.
이처럼김늘시인의첫시집『롤리팝을주세요』는시종일관그늘과빛의강렬한대비가일으키는착란의감촉을고백한다.그고백은“나를쓰다듬고머리를기대며손을이끄는당신”(「Blind」)에게건네는“기억나지않는어떤꿈”(「본명」)임에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