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 (김다연 시집)

우연히 잡힌 주파수처럼, 필라멘트처럼 (김다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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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적요 사이에 울음을 배치한 내공 깊은 시편들!”
“간결한 언어로 생을 견뎌내는 도저한 외로움의 시학!”
저자

김다연

김다연시인은1961년전북익산에서태어나방송통신대국문학과를졸업했다.시집『사랑은좀처럼편치않은희귀새다』(2002년)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바늘귀를통과한여자』(2005년)로주목받다가돌연시와멀어졌다.『우연히잡힌주파수처럼,필라멘트처럼』은그동안앓은생의중얼거림이자자전이다.

목차

1부울음에울음을벼리면칼이됩니까
은행잎지전나비/눈물꽃/바람을위한만사/병속의시간/새드카페/38도9부/생생/정적이묵어가는밤/검우/돌은생각하고생각하였다

2부느낌표를놓친문장들
클라인병/최북의눈/태양이빛나는밤에/적당한가치/플롯들/무는무/물방울우주/네모난동그라미/사과의순간/11월의비망/아카시아/달을깍다

3부사실과허구사이
고/액정이깨진오후/튜닝/대변하다/미침에대하여/세우/가라앉히다/숫자의행방/화이트아웃/와우,Wow/모래의여자/자이로스코프효과/사순무렵

4부벼랑의절정
절정/방아쇠증후군/한도를초과한말/혼잣말을쳐/꽃샘의징후/각시붕어/허물/백로/인디언라인처럼/진도가는길

5부어느날의섬들
더이상쥐어짜지마라/레디메이드인생/어느날의섬들/정지론/가면의민낯/오월의냄새/뭐뎌/고요한밤거룩하지않은밤/소리없이그리다/배띄워라,지전무
해설한사람만을위한미세한전류?문신

출판사 서평

인간의본성을탐구해가는언어
『우연히잡힌주파수처럼,필라멘트처럼』은“적요사이사이울음을놓는내공으로”가득차있다는평가를받는김다연시인의세번째시집이다.‘시집’을시인의영혼이깃들어있는집이라고한다면,김다연의시집에깃든영혼은언제나우는영혼이다.운다는것은인간이세상과만나는최초의순간에대한기억이자,최후의순간에미처거두어가지못한삶의흔적이라고할수있다.살아있는것만이울수있다는사실앞에서울음의미학은인간의본성을드러낸다.김다연시인은그러한인간의본성을간결한언어로탐침하면서“의식과무의식의중간쯤에서”(「어느날의섬들」)시를쓴다.
이번시집에서김다연시인은“미세한떨림뒤에/무뎌지는감각”(「세우」)을간결한언어로형상화했다.그리하여김다연의시는“사실과허구사이/불규칙한떨림”(「와우」)처럼감정의누락을우리앞에펼쳐놓는다.그의시는‘무뎌지’고‘불규칙한떨림’이야말로우리의삶을지속시키는생명력이아니냐고묻는다.그의시에는“단락과느낌표를놓친채틀속에서구워지는문장들”(「플롯들」)이가득하다.그러한문장들을통해“두려움과불안이일렁이는내면의바다를공감할수있다면/얼마든지모조하여도좋을세계”(「적당한가치」)로나아간다.이러한모조의세계를향한김다연시인의침투는어떤상실의순간에닿고,그때마다그의시는“너무많이잘라내붉어지는그믐달”(「달을깎다」)처럼삶의모퉁이를헐어낸다.

눈물속에피어난그리움의미학

모른다,얼마나울어야할지
어떻게울어야할지,어렵기만한울음의방식

액자자국만남은사진을보며울고
망치소리만들리는못자국에우는울음

물감을짜마구덧칠하는허방같다

유리창을두드리는빗방울,
맺혔다흘러내리는물의변주처럼

속울음번지는저물녘

맨발만남은신발들을늘어놓고
먼지낀소파밑바둑알을늘어놓고
즐기던프로를틀어도

닦이지않는얼룩하나

까르르,아랫집웃음소리가
뜸들이는밥냄새로올라올때
라면이라도끓여야지,

거울속에들어앉아웃는연습을해야지
-「소리없이그리다」전문

시인이“모른다”고한것은단지“울음의방식”만이아니다.아무리살아도우리는어떻게살아야하는지알수가없다.사는일이혼자만의일이아닌까닭에삶은언제나또다른삶의“자국”들로가득하다.그런자국의힘으로우리는계속해서살아갈이유를만든다.그러한삶의자국들은“물감을짜마구덧칠하는허방”처럼우리를울음으로몰아넣는다.누군가내삶에깃들어살았다는흔적이란“맨발만남은신발”처럼너무늦은만남이다.내삶이더는그의삶과얽힐수없다는생각이“닦이지않는얼룩하나”에골똘하게만든다.그얼룩에남아있는뜨거웠던삶의한순간을간절하게그리워하도록이끈다.
이러한그리움의미학을김다연시인은이번시집에간곡하게담아냈다.1부에서“상처아물리던그늘이제날개”(「은행잎지전나비」)였다는통렬한자기인식을바탕으로2부에서는“눈감아도보이는비밀의행성으로”(「11월의비망」)도약하고자한다.3부에서는“감정없이재생되는뫼비우스띠”(「튜닝」)처럼무감과불감의경계를순환하다가4부에서는그러한순간들을“울음으로울음을봉하며생을버리”(「허물」)고자한다.그리하여마침내울음으로번지는“자기안의감정을쓸어//배추흰나비처럼나폴거리는춤사위”(「배띄워라,지전무」)를통해모든것을풀어낸다.

외로움,그아련한삶의갈피들
이번시집에실린김다연의시들은인간의영혼가장밑바닥까지가라앉았다가마침내삶의무게를모두비워내고솟아오르는순간을포착해내고있다.

독충들을그릇에넣어서로잡아먹게하면최후살아남은독충은가공할독을갖게되는데이를고라하고,
투기하거나저주하는이가있어
오동나무목각인형에그의이름과사주를적어주술을건다음,고를그의주변에풀면
소원을이룰수있는데이를무고(巫蠱)라한다

실록은없지만,

독충들을그릇에넣어서로잡아먹게하면최후살아남은독충의독이사라지는족속도있다
독으로해독하는독,
잃어버린독대신독을가진것들을잡아먹는습성을갖게되는이고는
독성을품은것의몸속을파고들어서서히독을갉아먹는데,독성을다잃으면죽고야마는

그것이사람의마음이다
-「고」전문

사는일은몸안에독을만드는과정이다.세상과충돌하는순간마다우리마음에는감정의독이쌓인다.독이없으면생명은살아갈수없다.그렇게누적된최후의“가공할독”이고(蠱)다.김다연시인은그런독이야말로“독으로해독하는독”이라고말한다.독을잡아먹고마침내“독성을다잃”고죽는것,“그것이사람의마음”이라면,김다연시인이자주울음을우는것은삶의독을잡아먹고그독성을해독하는과정이아닐까?모든삶의독이해독되는순간,시인은“고도의외로움”(「화이트아웃」)을발견한다.그외로움은시인에게“사람의마음”그자체다.그러므로“그의시를읽고나면저물녘의어스름에감염된것처럼삶의갈피들이아려”(문신,「해설」)오는경험을하게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