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 (김중호 시집)

이별할 때 손을 흔드는 이유 (김중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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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악시인선 27권. 2021년 『사이펀』 신인상을 수상한 김중호 시인의 첫 시집. 시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단단한 내공의 뼈가 만져진다. 긴 문학 수련 끝에 내놓은 시집의 격이 간결하면서도 허술하지 않을뿐더러, 생활 속에서 시를 자아내는 솜씨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에게 세계의 불가해함은 삶의 영역이 아니다. 김중호 시인에게 이해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서로의 외피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를 타고 스며드는 과정이다. 그리움은 그러한 상처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다. 그가 삶의 상처를 시의 상처로 옮겨 적을 때, 삶과 상처는 서로의 내면이 된다.
저자

김중호

김중호시인은1965년대구에서태어나경북대학교를졸업했다.2021년『사이펀』신인상을수상하면서등단했다.

목차

1부다음새가오기때문이지
빈화분/다음새가오기때문이지/나팔꽃/가시/삼월/사자의서/동백/거미/발톱/보름/비료/삽목/석부작/쑥/순두부

2부아주흔한일
이별은조금씩온다/그릇명상/어물전을지나며/유성펜과뚜껑/잃어버린열쇠를찾다/이별할때손을흔드는이유/가위/공간론/주름/잡어/나도팔자에없는아비되려나/초대/옷걸이에대한명상/신호등앞에서면/아주흔한일

3부고개를떨구다
기생과공생/꽃말/고개를떨구다/딸기/우연과필연/안과밖/사랑초/불행은사소한것이다/묵언과소리/산이끼/월산/하박과노산이만나/백제행/난설헌

4부균형을잡다
꿩농장에꿩은없다/균형을잡다/사랑앞에서는내가졌다/낡은외투/생선을굽다/잔진동/희생/새벽달/앙숙/간지럽다/아프면소리를낸다/혀/꼬리뼈/고라니다리하나

해설「삶과존재에대한진솔한성찰」ㆍ이진엽

출판사 서평

“시적은유로표현하는삶에대한긍정과희망!”
“우리의얼굴을비추는맑은우물같은시편들!”


시로옮겨적은삶의상처들
모악시인선27번째시집으로김중호시인의『이별할때손을흔드는이유』가출간되었다.2021년『사이펀』신인상을수상한시인의첫시집으로,시와삶을대하는자세에서단단한내공의뼈가만져진다.긴문학수련끝에내놓은시집의격이간결하면서도허술하지않을뿐더러,생활속에서시를자아내는솜씨가군더더기없이깔끔하다.
“산은늘먼산”(「시인의말」)이라고말하는김중호시인에게는시와삶이크게다르지않아보인다.“머무름은//늘/잠깐이어야”(「다음새가오기때문이지」)한다는인식은시인이시와벌이는침묵의게임을보는듯하다.‘늘’과‘잠깐’의어긋난충돌에서섣불리발화할수없는시가탄생하는것이다.그에게이순간은“서로를이해할시간”이자“서로를/그리워할시간”(「가위」)으로새겨진다.해설을쓴이진엽시인의말처럼이순간의시는“감동적인공존의모습”이다.김중호시인은이렇게‘이해’와‘그리움’의두시간이교차하는순간들을삶의언어로포착하는데성공한다.그에게세계의불가해함은삶의영역이아니다.김중호시인에게이해되는일은존재와존재가서로의외피에상처를내고,그상처를타고스며드는과정이다.그리움은그러한상처에대한기억같은것이다.그가삶의상처를시의상처로옮겨적을때,삶과상처는서로의내면이된다.

생을바라보는시선과균형감각
『이별할때손을흔드는이유』에수록된51편의시를읽다보면시인김중호의삶이어떤무늬처럼떠오른다.그리고그무늬에서피뜨거운인간의더운숨결이느껴진다.

오직
그리워할일만남겨두었으니
그또한좋은일
빈화분은그래서
좋은일만앞으로남았지
누가와도좋은세상일테지
사랑은그래서
텅빈자리라고그랬나
-「빈화분」부분

첫머리에「빈화분」을배치한것은이시집이야말로‘빈화분’과다르지않다는걸말하기위함이다.비어있는자리는비어있음자체로이미그리움이고,“누가와도좋은”상황이다.이러한시적인식은“심은만큼죽고/죽은만큼살것이다”(「삽목」),“이긴자는이긴자에게맡기고/진자는진자의몫이소중할뿐”(「백제행」)에서보듯,편벽에치우치지않는삶의감각으로나타난다.그래서그가“살아온날들이균형이었다면/죽음도균형이라는걸”(「균형을잡다」)이야기할때저절로고개를끄덕이게된다.
시집의마지막에이르러시인은“그대가잃어버린모든것/잘보관하였다가/다돌려줄것이니”(「고라니다리하나」)라고약속한다.살면서우리가잃어버린것이어딘가에잘보관되었다가때가되면‘빈화분’에다시새로운생명이자리하는것처럼다시돌려받을수있을거라는발상은생을바라보는시인의시선이얼마나균형감각을지니고있는지를보여준다.

삶의무늬를들여다보기
김중호시집『이별할때손을흔드는이유』에서독자들은“그대를내가볼수있어/나는살아있는것이다/소멸마저혼자의일이아니다/서로는서로를/늘지켜본다/그래서기생이아닌공생”(「기생과공생」)의삶을만나게된다.기생이아니라공생이라는세계인식의근저에는생명에대한경외가깔려있고,그경외의한가운데에무심(無心)이라는심지가박혀있다.“괜시리누구를기다려볼까/욕심이다”(「그릇명상」)처럼,이제시인에게는그리움마저도욕심으로돌려놓는다.그런욕심을내려놓은자리에무심의삶이한생애처럼펼쳐지지않을까?

주름을걱정하랴
주름은당연하다
입는순간주름이생긴다
주름을두려워하랴
생기는것이주름이라면
따로무얼근심하랴
한때모친께서일러주셨다
주름은다리면그만이라고
생기는것이당연하다면
펴는일도당연한것이다
근심은근심을부를뿐
어떤주름도사라지게마련
주름으로멸망하는이없다네
차라리근심으로화를자초할뿐
주름을걱정하랴
다리면그만인것을
-「주름」전문

‘주름’은눈에보이는것만이아니라생명있는것들의살아감자체를말한다.우여곡절이라는것,사연이라는것,그리고내력이라는것모두구겨져뭉친주름의모습이다.걱정이나근심자체가사실은선명한주름의형상이다.그러므로“생기는것이주름이라면/따로무얼근심하랴”면서“주름은다리면그만”이라는모친의말에서시인은무심한진리를발견한다.어떤의미에서보면,길을걷기위해한걸음내딛는것자체가세상에주름을만드는일이아닌가!목숨을연명하느라들이마시는숨과내뱉는숨도숨결이라는주름에해당한다.그러니생명있는것들은저마다주름을만드는일로분주하다.
김중호시인의시를읽는일은그가만든주름의결을따라가는일이고,그결이만드는삶의무늬를들여다보는일이다.“한파동이일고/한생명이살았다”(「희생」)는것처럼,우리삶은주름의힘으로조금씩나아가는것인지도모른다.그럴때주름은“우연을빙자해/필연으로왔으리”(「우연과필연」)라고짐작할수있다.
『이별할때손을흔드는이유』에담긴시편들은“시적지향성이갈등과분열,파괴적타나토스의힘에사로잡힌이시대에새삼삶의소중한가치”(해설「삶과존재에대한진솔한성찰」)를지니고있다.이한권의시집에시인김중호의생애가오롯이실려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