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거미집 (이복희 시집)

오래된 거미집 (이복희 시집)

$10.00
Description
“멋진 유머 감각과 날렵한 언어센스를 갖춘 시세계!”
“유쾌한 풍자시, 에로틱한 사랑시, 친근한 일상시!”
우리 생의 가장 간절했던 순간들
모악시인선 28번으로 출간된 『오래된 거미집』은 2022년 계간 『시에』로 등단한 이복희 시인이 펴내는 첫 시집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시적 흥분과 열기가 감지되지만, 절제된 시어들이 들뜨기 쉬운 시적 목소리를 차분하게 당긴다. 그럼에도 방심하는 순간에 훅, 하고 밀려드는 시적 열기가 있다면, 그것은 시집 『오래된 거미집』이 우리 생의 가장 간절했던 순간들을 호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거미집』은 시인의 마음이 자주 드나들었던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시집은 시인이 “몸으로 쓴 시”(「오래된 거미집」)라고 할 수 있다. 몸의 기척과 몸의 기울기, 몸의 열기와 한기 그리고 몸의 체취 같은 “몸속에 피던 꿈들”(「홍매화 열반」)을 담담하면서도 가지런하게 풀어놓는다. 그 꿈들은 사실 “현실의 가슴 아픈, 혹은 뼈아픈 이야기”(이승하, 「해설」)에 가깝고, 그런 까닭에 시를 읽고 나면 문득 “성한 곳 하나 건질 게 없는 내 몸뚱어리”(「장기 삽니다」)를 생각하게 한다. 온몸으로 삶의 중심을 뚫고 지나온 사람만이 느끼고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는, 그래서 “한번은 맘 놓고 고독을 즐길 수 있”(「변명을 훔치다」)는 순간을 시인은 시집 『오래된 거미집』에 새겨놓았다.
저자

이복희

이복희시인은경북김천에서태어났다.경희사이버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으며,2010년『문학시대』에수필이당선되고2022년계간『시에』신인상에시가당선되었다.『오래된거미집』은그의첫시집이다.

목차

1부바람집을썰다
둥근지붕/바람집을썰다/오일간의거래/강/너거집서살란다/오래된거미집/그날의국수/아버지의그늘/조기굽는저녁/어색한화장/아닌밤중에봇물이

2부술빛처럼탁한날
담쟁이의예절/홍매화열반/영혼충전소/출구/집들이/도루묵/자동세차기/지붕위의타이어/박카스한병/술빛처럼탁한날/나무아미타불

3부꼬불꼬불꽃피우다
꼬불꼬불꽃피우다/변명을훔치다/머리카락해부학/바람론/달,분양/장기삽니다/흰꽃흩날리는날/히아신스가나를작부라고나무랄때/이름값/둥지/구두의뱡향

4부연화지의봄밤
쉬폰치마/토마토키스/문학동네에서왔어요/놈/양말을널다/어느압사/단물,그이후/엿파는품바/연화지의봄밤/술독,들여앉혔나/시인의값

해설세상의비극을잊게하는유쾌한유머감각ㆍ이승하

출판사 서평

고요한실금이삶의무늬를이룬다
이복희시인의시는“묵은잔에생긴실금”(「오래된잔」)처럼“비늘만큼은은빛으로반짝”(「도루묵」)거리는시간을머금고있다.그러한실금의시간을채우는것은“서늘한기억껴안은어머니”(「바람집을썰다」)이고“목청터지도록뽕짝부르는말복이아버지”(「술빛처럼탁한날」)이다.시인이실금의시간을변주하는이유는“나아닌또다른나를찾아걸어가”(「이름값」)고싶기때문이다.

입벌린조기한마리
달궈진불판위에올린다

가로로칼을맞고도
뒤집을때마다
바다를헤엄치던습관으로
꼬리지느러미파닥거린다

뜨거움을번갈아맛본등짝
흐르는대로흘러가자는잠행인지
온몸이고요하다

고단한몸이
유선형으로굳어가는골격을이끌고
뉘엿뉘엿집으로돌아온다
-「조기를굽는저녁」부분

이복희의시쓰기는“고단한몸”이“뉘엿뉘엿집으로돌아온”순간시작한다.“바다를헤엄치”느라“뜨거움을번갈아맛본등짝”에는고요한실금이삶의무늬를이루고있을것이다.삶의갈피를이리저리뒤집어봐도“유선형으로굳어가는골격”은“온몸이고요”할뿐이다.이것이이복희시인이세상의모든사람을향해“너의몸은침묵의시집”(「어느압사」)이라고이유이다.시인은우리의몸에서실금처럼퍼져있는“잠시펴지도못한굽은등의시간”(「너거집서살란다」)을건져올려언어의실금으로직조해낸다.그리하여“가닥진기억끈을건져후루룩거리다가/넘어오는슬픔을꾸역꾸역되삼키고”(「그날의기억」)“영혼이빠져나간자리는구멍숭숭뚫린”(「영혼충전소」)“몸의구멍안쪽에서보랏빛싹을”(「어색한화장」)발견해낸다.이것이첫시집을내는이복희시인의솜씨다.

영혼의떨림을포착해낸시인의언어
시인의시쓰기는“타박타박사막을걸어온낙타가우두커니서있”는모습을닮았다.낙타의몸에실금처럼새겨진사막의모래바람이낙타의삶이듯,시인은자기몸에새겨진“뜨거움과차가움을번갈아맛본/만다라의실금”(「오래된잔」)을더듬는다.그리하여“문득,살갗다닳으면어디로갈지”(「지붕위의타이어」)고민한다.그러나우리는이복희시인이어디로갈것인지이미알고있다.“다른나에게다가가려고/무진애를썼지만/그때마다다른나는/내게서멀어져갔”(「시인의말」)다고말하는순간,시인은이미진정한‘다른나’에게도착해있었다.그순간에“우물거리면절대안되는거”(「토마토키스」)다.『토마토키스』는바로그‘다른나’의삶을“지그시혀끝으로누르다보면/목구멍이꿈틀”(「토마토키스」)대는순간에실금처럼번져가는떨림을담아낸시집이다.그러니『오래된거미집』을읽는독자라면분명영혼에쫙,하고실금가는떨림의순간을맞이할것이다.